태그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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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사 아닌 고유명사로, 의미를 만드는 다정한 관찰

사라지는-살아지는, 그 ‘사이’에 주목하는 할매발전소

‘할매발전소’는 지금까지 이름 없이 살아왔던 노인들에게 주목하고, 이들이 자신의 이름과 존재의 의미를 되찾는 다정한 여정을 지난 수년간 담아내고 있는 곳이다. 할매발전소가 위치한 강원도 원주시 치악산 남쪽 끝자락 신림(神林)면은 시내에서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1시간여를 달려야 겨우 닿을 수 있는 곳이다. ‘신들의 숲’이라는 지명처럼 깊은 숲속에 숨겨져 있는 할매발전소에서 지난 9월 세 번째 전시 《내 이름에게: 나의 이름에게 보내는 헌사》를 열었다. 22명의 할머니가 지난봄부터 여름에 걸쳐 자기의 삶과 예술을 오가며 천천히 일궈 낸 이야기와 작업이 사진으로, 그림으로, 글씨로 오롯이 담겨 있었다.

초라하고 밋밋해도 그게 우리 삶이다

문화통신사협동조합 ‘목욕탕연극’

들어는 봤나? 목욕탕연극! 반신욕으로 움츠러든 몸과 마음을 릴랙스 시키듯, 선한 영향력으로 재미난 실험을 기획하고 실현하는 청년 문화기획자들이 만든 연극이란 말씀! 그 소문은 믿거나 말거나 한 달에 한 번, 기린봉에 환한 보름달이 뜨면 마을 주민 모두가 토끼로 변한다는 전주시 남노 송동에서 시작되었다. 이 B급 감성의 목욕탕연극에 대한 소문이 저 멀리 한양까지 당도하고 말았으니, 이제 그 훈김이 전국 방방곡곡으로 전해질 일만 남았다. 문화통신사협동조합이 만든 목욕탕연극 〈목‘욕’합니다. 웃음을 밀어‘드’립니다〉(일명 ‘욕드’)가 랜선을 타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이유를 찾아 서둘러 채비(목욕 바구니는 챙기지 않았다)를 마치고

내 힘으로, 네 힘으로 걷는다

회복하는 생활‧회복하는 세상

의기투합 없이 만났기에 기약 없이 헤어졌지만, 이상하게도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렇게 꾸려지는 작은 모임 속엔 늘 아픈 사람들이 있었다. 아픔에 대한 말은 대개 간절한 고백의 옷을 입고 등장을 하는 탓에 모두를 그 자신의 아픔 안으로 가둬버리곤 하기에 우리는 종종 곁에 있는 사람의 아픔에 포로가 되어버린다. 타인의 아픔에 휘말리고 부대껴 속절없이 포로가 될 수밖에 없었던 그 시간을, 그러나 존중하고 싶었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시간을 견뎌내는 것뿐만 아니라 ‘아픈 사람’이 ‘다른 사람’이 되어 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고유의 색을 지키며 변화하는 삶터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시골 마을, 결핍이 만들어 낸 변화 지역의 결핍은 인구감소를 초래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떠나고, 출생인구가 준다는 것 그 자체로도 엄청난 결핍이다. 이런 결핍은 사람들의 힘을 빠지게 한다. 하지만 가끔 결핍은 또 다른 에너지로 전환되기도 한다. 가미야마 마을이 그랬다. 마을의 결핍을 외부에서 채우기 위해 가미야마 사람들은 스스로 변화를 택했다. 『마을의 진화』는 일본 작은 산골 마을이 새로운 사람들을 불러들이며 멋진 변화를 만들어낸 이야기다. 가미야마 마을은 인구소멸지역이었다. 산골 마을을 세계적인 예술가 마을로 만들자는 누군가의 무모한 구상은 마을의 빈집을 활용한 예술가 레지던시 사업을 탄생시켰다. 낯선

품어서 하나의 숲을 만들 듯,
공생하는 예술

박李창식 문화살롱 공 대표

박李창식은 터와 사람을 만나는 퍼포머(Performer)다. 그의 몸과 일련의 예술 활동은 이런저런 연기적 조건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향해 열려있는 ‘공(空)’과 같아 어느 하나로 고정되지 않은 잠재성이기도 하다. 그는 마치 예술을 통해 무주상보시(無主相布施)를 실천하듯 공동체 안에 이미 내재된 가치와 사랑을 발견하려 애쓰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사람이다. 왜냐하면 지난한 예술의 여정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삶, 가는 곳곳 구구절절한 터의 역사, 그 자체가 커다란 선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외부인이자 내부인으로 공동체와 뒤섞여 조금 더 나은 삶을 꿈꾸었고 애씀과 실천을 통해 변화를 경험했다. 순례하듯

우리 집 책장에서 시작하는 유쾌한 혁명

일상을 지키고 바꾸는 성찰과 실험

동네, 마을에 누가 사는지 굳이 몰라도 사는데 큰 지장이 없다고 느끼는 시대이지만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공동체적 감각이 무뎌지고 사라져감에 대하여 경각심을 일으키는 말과 글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즘이다. 한편으론 공동체적 감각을 깨우고, 시대에 맞는 공동체성을 복원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관점에 대해 이해되고 공감되는 제안과 해결책, 대안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공동체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과 공동체의 고유한 특성이 담기지 않은 ‘찍어낸 듯한’ 단기적인 사업들 중에는 안 하느니만 못한 것들도 많아 보였다. “세계적으로 상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고 말한 자크 엘륄(Jacques Ellul)의 다른 말

배움에 약자가 없는 마을을 만드는 꿈

지리산씨협동조합 ‘지리산 마을학교’

코로나, 다른 방식으로 사부작거리기 ‘계획’이 무의미해져 버리곤 하는 재난의 시대를 사는 우리, 슬프지만 이미 ‘취소’ ‘연기’ ‘중단’ 등의 언어가 일상이 되어버렸다. 동네 지인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 함양지역 한 마을학교도 일정이 미뤄지고 미뤄지다 드디어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아이들과 딱 한 번 만나고는 학교 측 요청으로 다시 무기한 연기되었다. 우리와 비슷한 조건인 구례도 당연히 분위기가 그러리라 생각했는데, ‘지리산 마을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지리산씨협동조합(이하 ‘지리산씨’) 임현수 대표에게 의외의 대답이 돌아온다. “여기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못하니 (마을학교가) 학교 안으로 들어오라는 분위기예요.” 역시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 건강한 욕망의 조화를 위하여

조미자 진접문화의집 관장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쉽게 구분이 안 된다고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사실은, ‘생활문화’라는 개념이 정책에서 전면화되면서 생기는 혼란이 상당하다. 자칫 생활문화가 동아리와 집단성만을 강조하는 것으로 오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 공동체의 결속을 이끌어내면서도 개인을 지우지 않는 강력한 모델이 있다. 얼핏 모순되는 말처럼 느껴지지만, 조미자 관장과 진접문화의집이 오랫동안 견지하고 지켜온 태도다. 진접문화의집을 전국구 스타로 만든 ‘나와유’ 축제에서 보여준, 부침개 한 장을 나누는 과정에서 개인의 선택과 움직일 공간을 보장하면서도 커뮤니티의 조화를 잊지 않는 균형감각은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을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 두루 탐구대상이 될만하다.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나는 마을인문학공동체 ‘문탁네트워크’(이하 ‘문탁’)의 회원이다. 십 년째 문탁을 드나들며 공부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마을인문학공동체의 공부와 활동은 어떤 것일까. ‘앎과 삶의 일치’ ‘자기 삶의 연구자’라는 모토 아래 우리는 정해진 커리큘럼 없이 동서양의 고전과 사회과학 서적을 용감하게 횡단하며 공부했다. 십 년의 세월은 우리만의 커리큘럼을 만들어 『문탁네트워크가 사랑한 책들』(북드라망, 2018년)로 출간되기도 했다. 제도나 시스템에 따라 학력을 인증해주는 학위나 자격증은 없지만, 우리는 나름의 체계를 갖춰 ‘강좌-세미나-에세이 발표회-인문학 축제’ 등과 같은 공부법과 의례를 만들었다. 문탁은 국가와 시장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지향하며, 마을경제, 마을교육, 마을공유지 등

지역과 공간의 기억을 담다

문화예술교육과 기록

기록과 아카이빙은 사라지거나 잊혀가는 위기의 상황에서 필요에 의해 이루어지기도 하고, 우연한 기록이 가치와 의미를 갖게 되어 아카이브로 구축되고 새롭게 해석하고 활용되기도 한다. 지역은 지역민의 삶이 계속되고 수집해야 할 대상도 계속 생산되는 의미에서 ‘리빙 랩(Living Lab)’이기도 하다. 사라지는 것을 기록하기 위해 또는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통된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이고 협력하며 실행하는 ‘생활 속 실험실’로서의 지역과 공간의 기록을 살펴본다. [아마추어 서울] vol.7 <조은영의 장사동>[사진제공] 아마추어 서울 ‘서울의 OO’을 주제로 한 전시[사진제공] 아마추어 서울 도시를 기록하다 ‘아마추어 서울(AMATEUR SEOUL)’은 서울

교사로부터, 번지고 물드는
예술적 경험

남궁 역 세월초등학교 교사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오랫동안 변하지 않던 학교 교육의 방식을 바꿔놓고 있다. 서서히 다가오던 4차 산업 시대의 초연결성이라는 특성이 학교 현장에 다급하게 도입되었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의 관계가 접촉에서 접속으로 바뀌었고, 오감을 동원하여 교류하던 교실은 시각과 청각만 열어놓으면 되는 프레임이 대신하고 있다. 이제 학교는 무엇을 하는 곳이어야 할까. 몸들이 한데 모여 함께 겪으며 공동의 기억을 만들어 가는 소중한 장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의 학교 교육에 있어서 문화예술교육이 담당해야 할 역할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문화예술교육은 ‘교사가 알고 있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삶과 업의 조화를 향한 끈기 있는 모험

플러스마이너스1도씨

“우리는 기획자로서 기획할 때, 아무것도 미리 기획하지 않기로 했다.” 플러스마이너스1도씨(이하 ‘플마1도씨’)의 탄생 배경과 약 10년간 이어온 활동의 일관성을 살펴볼 때, 이 자기 선언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스스로 기획자로서 자각함과 동시에 ‘기획자’란 무엇인가에 대한 자기 질문이 발화됨을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 기획하지 않는 기획자들 플마1도씨의 김지영, 유다원 공동대표는 2010년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자기 성찰을 통해 변함없이 ‘지역의 일상 속 발견된 기획’을 자기 주체성으로 발현하고 있다. 이들은 2006년 공공미술 영역 내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우연히 만났으나 돌이켜보면 운명적인 조우였다. 사회초년생으로서 첫 흥미를

삶의 가치를 심고 가꾸고 수확하기

충북 괴산 문화학교 숲

새로 길이 나서 이제는 청주에서 1시간도 걸리지 않지만 괴산하면 겹겹의 산과 계곡, 대학찰옥수수와 고추, 유기농과 귀촌 정도를 떠올리게 되는 시쳇말로 ‘걍 시골’이다. 그 괴산 시골 마을에 ‘문화학교 숲’이 자리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 거점을 발굴하고 사업역량을 키우는 거점사업을 시작한 2019년, 청주와 괴산 등을 오가며 매달 정기적으로 단체들을 만나고 지역의 거점에 대한 역할과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었다. 그때 서류에서만 보았던 문화학교 숲의 다른 면을 보게 되면서 이 사람들이 사는 법이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한 해의 사업이 마무리되는 12월 문화학교 숲을 찾았다. 도시 청년

한 사람을 위하는 세상, 한 사람 안의 세상

이언옥 배움과실천의공동체 ‘고치’ 대표

‘한 사람이 가진 결핍을 알아보고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모두가 애쓰는 과정에서 삶의 의욕이 활성화된다.’ 부산 북구 만덕동에 자리하고 있는 청년들의 모임인 ‘고치’는 오늘도 한 사람의 결핍에서 모두의 욕망을 발명하려는 일상회복운동으로 분주하다. 낙오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감춰야 하는 서바이벌 체제 속에 각자의 민낯을 드러낼 수 있는 안심의 장소인 고치. ‘한 아이’가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는 동안 그곳은 배움(앎)과 실천(삶)을 잇는 실험의 장이자 부대낌과 어울림 속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긍정할 수 있는 세상의 작은 울타리가 되었다.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고 머물 수

평범한 이웃으로부터, 소중한 한 사람에게

김옥진 마음놀이터 대표

염천의 도시를 걷다 보면 좁은 골목들 사이로 즐비한 실외기를 마주한다. 끊임없이 경쟁하듯 실내의 더운 공기를 실외로 내뿜는다. 후텁지근한 공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드는 생각 하나, ‘비단 뿜어져 나오는 것이 제 몸 하나 시원하자고 밖으로 보내는 이기적 공기뿐일까?’ 편견, 욕망, 욕심 등 수많은 이기적인 것들을 안으로 품어내지 못하고 밖으로, 밖으로 내뿜고 있으니 이 도시가 더 더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누구라도 지칠 수밖에 없는 이 더운 날에도 ‘안으로, 안으로’ 자신을 성찰하며,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공간인 마을에서 더불어 잘 사는 삶을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그릇에

주민들의 질적·양적 성장이 ‘진정한 성장’

2018 상반기 아르떼 아카데미 <자치와 마을 공동체 그리고 문화예술교육>

지난 1월 2018 상반기 아르떼 아카데미에서는 ‘마을 공동체’ 관련 소재로 연수가 진행되었다. 연수의 주요 내용으로는 주민 자치에 의한 마을 공동체를 탐구하고 그 안에서 실행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하는 것이다. 영하 10도가 훌쩍 넘는 한파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모인 연수생들의 열정을 볼 수 있었던 2박 3일간의 프로그램 중, 셋째 날 ‘체험 및 토론 프로그램’에 참석했다. ‘마을 공동체’, ‘지역 문화’라는 키워드가 문화예술 정책으로 중요하게 떠오른 지는 꽤 되었다. 주민, 기획자, 행정, 세 개의 주체가 마을 안에서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주제로 만나면서 기획자들에게는 주민들이 쉽게 접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