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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고 낯설어도, 달라서 어울리게

송아리교육연구소 문화다양성 예술교육 <돌아온 봄> 도전기

지난해부터 진행된 춘천문화재단의 문화다양성 예술교육 지원사업 은 보통의 지원사업처럼 지원금을 주고 정산받는 형태의 지원사업이 아니다. 문화다양성에 대한 인지나 담론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사업을 시작하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단순 지원보다는 춘천의 실정에 맞는 ‘설정’이 필요했다. 춘천에서의 문화다양성을 어떻게 같이 이해하고 퍼져나가게 할 것인지, 조금 더 일상적이고 널리 퍼져있는 차별과 혐오, 갈등에 집중하기로 했다. 나와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것부터 필요하다고 판단해 ‘다름의 이해’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놓고 ‘설정’하기 시작했다. 예술강사나 예술교육에 한정되었던 범위를 넓혀 문화예술적

인식의 포문을 여는 ‘도입 장인’

아트로협동조합의 문화다양성 활동

충북 청주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트로협동조합(이하 아트로)은 ‘일상 속 문제를 문화예술로 해결하고자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한다’라는 모토가 있다. 그런데 이 문장은 딴지 걸 거리가 될 수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기도 한단다. ‘뭔데 어떻게 해결을 해?’ 이런 약간의 논쟁적 뉘앙스 말이다. 그래서 그들 간에 이 모토를 두고도 치열한 토론이 있었다. 참고로 아트로 조합원들은 대표로서 각각의 역할을 동등하게 하고 있으며, 토론을 즐긴다. 아트로에 생기는 각종 이슈마다 각자 최선의 논리로 대화하고, 그 과정에서 의견의 타협과 스스로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누군가는 ‘해결’이라는 단어를

시간을 좇다 땅을 좇다

분단의 경험을 기록하는 비무장사람들

‘비무장사람들’은 DMZ권역을 중심으로 사회문화리서치 기반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분단을 가시화하고자 하는 작가·기획자들의 모임이다. 이러한 ‘비무장사람들’을 제안하고 조직한 비무장사람들 대표, 작가 진나래를 만나보았다. 보라색 별을 얼굴에 담고 다니는 사람 진나래 작가를 처음 만난 건 2019년 겨울이었다. 그해 경기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에코뮤지엄 사업에 참여하고 있던 진나래 작가는 경기도 내 다양한 지역 현장을 탐방하던 중 내가 있던 의정부 빼뻘마을을 방문하게 되었다. 경기 북부지역에서 비슷한 주제로 작업하고 있는 동료 작가를 만나니 반가웠을 뿐만 아니라 이후에는 경계의 땅이기도 한 의정부 빼뻘과 연천 신망리에서 각자 작업하고 있는

평화의 감각, 일상에서 깨우다

협동조합 청풍 평화프로젝트

평생 따뜻한 남도에서 살다 올해 1월, 추위가 매서운 강화도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매서운 추위만큼이나 경색된 남북관계를 말해주듯이 해안선을 따라 설치된 철책선과 검문하는 군인들, 지척에 있으나 갈 수 없는 북한 땅의 모습은 생경함 그 자체다. 하지만 처음 접하는 이 생경함도 이곳에 머물러 살다 보면 평범한 ‘일상’이 될 거라는 걸 안다. 특별했던 것들도 일상이 되면 무던해진다. 무던해진다는 것은 무감각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각 하지 못하는 어떤 것들은 우리의 의식에서 배제되고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감각은 다시 무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런 관점에서 ‘평화’라는 말을 다시

꽃을 피우듯 함께하는 마음, 평화를 향한 모두의 외침

우크라이나를 돕는 예술 활동

작은 움직임이 평화의 불씨가 되길 이선철_감자꽃스튜디오 대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발했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은 압도적 우위의 대국 러시아의 일방적 승리로 끝나거나 곧 어떤 식으로든 적절한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의외로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거세어 양국의 충돌이 격화되면서 국제사회는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이나 핵전쟁 또는 우크라이나의 만성적 내전으로 진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현실적 우려를 하게 되었다. 또한 전황이 전개되는 양상을 지켜보며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감하게 되었다. 당장이라도 부당한 침공에 맞서 기꺼이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정상’ 가족에 관한 질문

극단 신세계 <한(부모)가족의 동행>

“그 시간을 통해 ‘한부모가족은 차별적 시선을 받을 거야, 그들로부터 차별적 시선을 극복하게 만들어줘야겠어’라는 생각 자체가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프로그램 설계를 완전히 전환했어요. 원래는 편견의 시선을 극복하기 위한 연극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했었는데, 사전연구 기간에 대상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피해자로서 규정 짓고, 동정받아야 하는 존재로 보고 있구나’ 깨달았어요.” 극단 신세계 부대표 김보경의 말이다. 당겨 말하면, 저 몇 문장이 이 긴 원고의 결론이다. 이 원고는 아마도 저 결론에 대한 각주가 될 듯하다. 자존감 회복? 인식개선? 인터뷰 전 작성한 질문지에 이런 질문이 있었다. “이런

세상 모든 나무 아래서, 놀고 쉬고 기대고

퐁낭아래귤림 <마을의 고목, 팽나무 아래에서>

2021년,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느덧 일 년이 넘게 지속 되었다. 2인 이상, 4인 이상, 6인 이상 모임 금지와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집을 벗어나는 것이 민폐처럼 여겨졌다. 비대면의 새로운 시도들이 여러 방면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했고, 얼굴을 맞대고 목소리를 교환하는 것이 서로 다른 장소에서 이루어지고 제한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마스크와 방역의 체계가 잡히면서, 제한적이지만 어느 정도 일상적 만남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지역의 장소성을 바탕으로 문화예술 기획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던 공간으로서는 이러한 팬데믹 상황이 고민이면서도, 어느 순간 이것을 새로움으로 받아들여

이어지고 달라지며 삶을 엮는 노래

예천통명농요보존회 <노세 노세 캥마쿵쿵 노세>

20여 년 전에 서울의 작은 극장에서 경상도 지역 보존회의 농요 공연을 본 적이 있었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그때 ‘모심기’라는 것을 처음 봤고, 하얀 삼베 옷을 입고 머릿수건을 두르고 모심기 소리를 부르는 모습이 한 편의 연극처럼 느껴졌다. 보유자 선생님의 작고 단단한 몸에서 나오는 구성진 소리는 극장 밖을 넘어가는데, 무대 바닥에 놓인 가짜 모는 묘하게 어색한 광경이었다. 아마도 그분들의 삶의 이야기, 노동의 이야기, 파란 하늘과 황금빛 논의 드넓음을 담기에는 네모난 극장이 너무나 작았던 게 아닐까. 20년이 지난 지금도 전통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주민의 삶을 비추는 창작소의 불빛

울산 북구예술창작소

나의 유년 시절을 보낸 이곳 울산 북구 염포는 조선 세종 때에는 일본과 교역을 담당하던 삼포 개항지 중 한 곳이었고 근대 이후 자동차 산업과 조선업이 들어오면서 현재는 우리나라 자동차·조선산업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염포는 노동을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이주민이 터를 잡아 뒤에는 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공장을 바라보며 위에서 보면 산과 공장 사이 기다란 꼴로 독특한 형태의 마을을 이뤘다. 마을 끝자락에는 염포의 여느 집들과 마찬가지로 공장을 바라보고 있는 시각예술 레지던스 공간인 ‘북구예술창작소’가 있다. 어릴 적 친구를 기다리던 그 골목에 이런 멋진 공간이

노동·정치·문화를 연결하는
일상의 예술

강서양천민중의집

강서양천민중의집이 위치한 곳은 예상과는 달랐다. ‘공장이 밀집한 곳의 허름한 건물’을 상상한 것은 아니었지만, 8차선 대로변 깔끔한 외관의 건물 2층은 낯설었다. 인터뷰를 위해 약속한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한 관계로 먼저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문방구, 분식집, 작은 카페.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고 작은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여럿 보였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TV 프로그램 에 나온 ‘등촌동 골목’이 인근이었다. 하지만 강서양천민중의집 주변은 유동인구가 많아 보이지 않았다. ‘입지가 그리 좋지는 않은데’라는, 불과 30분 만에 내린 섣부른 판단을 스스로 경계하며 강서양천민중의집으로 가는 계단을 올랐다. 강서양천민중의집 ‘민중의집’이라는

‘우리’를 실감하게 하는 힘

상상창고 숨과 마을 식구들의 꾸준한 걸음

공간에서 소통과 교류가 일어난다. 공동체 공간에 문화나 예술을 매개로 교류가 일어나고, 이곳을 이용하는 시민(주민)의 활동과 경험을 통해 일상의 삶에 ‘틈’이 생긴다. 이 틈은 새로운 경험을 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이 쌓여 그 공동체의 ‘문화’가 된다. 문화란 무엇인가. 작은 혹은 큰 어느 공동체 안에서 아무렇지 않게 이해되고 즐기게 되는 놀이나 정서로 설명될 수 있다. 이 안에서 일어나는 소통은 이 그룹의 성격이 되기도 하고, 결속력을 갖게도 하며, 그 일체감이 확장되어 다른 공동체에 새로운 문화로 전파되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힘’을 갖는다. 요즘 우리 모두에게는

주민부터 행정까지,
마음을 얻고 스며들기

문화지소 해남

남도를 향하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남도에서 나고 자란 나는 언제나 나를 지지해 줄 것만 같은 든든한 이곳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짭조름한 신안 지도의 오일장, 사성암에서 내려다보는 섬진강의 곡류천, 해 질 무렵 반짝이는 바다가 일품인 영광 백수, 강진 차밭에서 바라보는 가을 월출산. 오늘은 땅끝 해남이다! 다리 하나 사이에 두고 완도를 마주하고 있는 해남군 북평면 해월루로 향했다. 해월루는 수군의 정박 장소이기도 하며 제주도를 왕래하던 사신들이 머물렀던 객사(客使) 역할을 하던 곳이다. 저녁에 물이 들어차면 마치 바다에 달이 하나 더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골목의 일상, 그곳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오픈스페이스 블록스의 시간과 경험들

2020년, 느닷없이 우리를 찾아온 거리두기의 시간은 해가 바뀌고도 여전하다. 만나지 않고 모이지 않아야 한다는 갑작스러운 시대적 요구 아래, 비대면과 언택트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들이닥쳤다. 개념조차 생소했던 화상회의, 1인용 교육키트, 영상으로 제작한 프로그램과 원격교육 등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한 여러 대안을 접하고 연구하며, 어떤 면에서는 문화예술교육 현장이 조금 더 다채로워졌는지도 모르겠다. 비록 그것이 우리 각자의 자유로운 선택이라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수용이었을지라도 말이다. 이 과정에서 대면과 비대면, 만남과 거리두기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대두되었다. 특히나 거점 공간을 세우고 유지하며, 대면과 만남을

느긋이 함께, 꾸물거리며 꿈꾸다 보면

꾸물꾸물문화학교의 관계 맺기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은 새로운 대상을 ‘발굴’하고 그들을 ‘연구’하여 프로그램 계획에 반영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명시적으로 보면 이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고민하는 예술가, 기획자의 입장에서 ‘대상’을 살피되, 그 ‘대상’을 둘러싼 주변, 환경과 관계 맺는 방식을 탐구하여 그 관점과 결과를 프로그램에 유기적으로 반영하라는 정책적 의도일 테다. 하지만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사업계획서 속에 적용될 때 일종의 평면화된 대상에 대한 접근으로 치환되기도 하여 그 모순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설사 처음의 기획 의도는 달랐을지라도, 사업계획서에 ‘교육대상’으로 적시되는 순간, 가령 ‘생애주기별’ 같은 익숙한 정책 슬로건이나 용어가 곁들여져

어린 미적 인간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제주춤예술원 ‘춤추는 배냇저고리’ 프로젝트

어린 미적 인간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영유아를 비롯한 어린 시민 안에 내재한 내면의 야성(inner wildness)을 끌어내는 예술교육이 필요하다. 그런 예술교육은 미디어가 재현하는 ‘편집된’ 야생 프로그램을 소비하며 대리 만족해하는 것이 아니라, 실재(the real)의 세계를 향해 발걸음을 떼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2008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유아 문화예술교육은 2019년부터 17개 시·도 지역문화예술교육센터와 협력하여 지역 내 고유한 문화시설 자원을 활용한 문화예술교육으로 개편되었고, ‘아이와락(樂)’이라는 슬로건을 표방하고 있다. 2020년 3월부터 시행된 영유아들의 놀 권리와 놀이를 통한 즐거운 배움을 강조한 개정 누리과정에 따라 만 3~5세를 대상으로 한

일상을 존중하는 시간의 힘

칠곡 인문학마을 보람할매연극단 10년을 앞두고

‘나’라는 존재조차도 경제와 사회라는 시스템의 대상이 되어버린 시대. 예술과 문화도 어떤 목적성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가 되어버렸다. 그 사이 지역문화 현장에서 시민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온전히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된다고? 그게 말이 돼?’ 주체성이 가장 우선되어야 할 문화 영역에서 당사자들은 자신의 당당한 문화예술적 활동이 행정과 사업의 기준에 의해 무참히도 깨지는 경험을 해왔던 것이다. 그간 억압받은 주체들을 호명해서 스스로 ‘발화’할 수 있게 하는 문화예술은 과연 가능할까? 2012년 칠곡군이 창조지역 사업으로 인문학도시 사업을 중심으로 추진하겠다고 했을 때, 다들 일반적인 마을동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