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고 낯설어도, 달라서 어울리게

송아리교육연구소 문화다양성 예술교육 <돌아온 봄> 도전기

지난해부터 진행된 춘천문화재단의 문화다양성 예술교육 지원사업 <돌아온 봄>은 보통의 지원사업처럼 지원금을 주고 정산받는 형태의 지원사업이 아니다. 문화다양성에 대한 인지나 담론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사업을 시작하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단순 지원보다는 춘천의 실정에 맞는 ‘설정’이 필요했다. 춘천에서의 문화다양성을 어떻게 같이 이해하고 퍼져나가게 할 것인지, 조금 더 일상적이고 널리 퍼져있는 차별과 혐오, 갈등에 집중하기로 했다. 나와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것부터 필요하다고 판단해 ‘다름의 이해’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놓고 ‘설정’하기 시작했다. 예술강사나 예술교육에 한정되었던 범위를 넓혀 문화예술적 교육 또는 문화교육으로 활동하는 활동가 관점까지 품으려 했다. <돌아온 봄> 프로젝트 수행 과정을 단계별로 살펴보기 위하여 2년간 총 16번의 워크숍과 3번의 멘토링, 3번의 아카데미를 겪으며 헤엄치고 있는 송아리교육연구소 구선희 대표를 만났다.
1단계, 역시 홍보물을 잘 만들어야 해
송아리교육연구소는 느슨한 관계를 기반으로 한다. 대여섯 명의 구성원이 춘천, 서울, 경기도 등에 흩어져 각자의 일상에 충실하다가 재밌는 프로젝트가 생길 때마다 원하는 사람들끼리 뭉친다. 춘천에 머물고 있는 구성원 셋은 20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라, 어느 날 차 한잔하려고 만났다가 교차로에 붙어있는 현수막을 봤다고 한다.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문화도시 됐다더니 가지가지하네” 춘천시가 2021년 문화도시 지정을 받으며 13가지 사업을 한 번에 알리기 위한 온라인 사업 설명회 홍보 문구였다.
“흥미가 확 돋았어요. 제가 대표로 듣고 오겠다고 했어요. 가니까 진짜 가지를 주더라고요? 설명을 들어보니 저희가 도전해볼 만한 사업이 바로 <돌아온 봄>이었어요. 동료들에게 우리 찌들어 살지 말고 또 다른 가치를 위해 색다른 시간 가져 보는 건 어떠냐고 물었죠. 안되면 어쩔 수 없지만 가지를 나눠주는 사업 설명회라니, 꼭 참여해보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저희끼리 재밌을 것 같았어요. 장난처럼 시작했는데 사실 시간이 갈수록 어려움이 줄줄이 가득 이었어요. 그 현수막만 안 봤어도… 역시, 홍보물을 잘 만들어야 해요.”
그렇게 셋은 마음을 한데 모으기로 했다. 조금 가볍고 신나는 마음으로.
2단계, 교육계획안 만드는 건 일도 아니지
2021년 시작한 <돌아온 봄> 지원사업은 두 단계로 진행됐다. 1년 차에는 각 팀마다 주제에 맞는 학습·연구를 통해 교육계획안(이하 교안)을 만드는 것, 2년 차에는 기획·개발한 교안을 실제 활동으로 연결하는 것. 구선희 대표와 동료들은 예비 유아 교사 가르치는 일을 20여 년 해왔기에 교안을 만드는 건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늘 학생들이 만들어오는 교안을 봐주고 평가해 주었으니까. 정작 어려웠던 건 그 안에 문화와 예술을 녹여내야 하는 일이었다. 그냥 예술을 넣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교육으로만 치우쳐진 교안이 만들어졌다.
“당황스러웠어요.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늘 하던 결로 목표를 설정하고 구성안을 짜고 있더라고요. 멘토링 받을 때마다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는 알겠는데 그걸 어떻게 표현할 건지 수차례 물어보셨어요. 저희는 나름 표현한 거였거든요. 이 정도 표현으로는 안 될까요, 물었더니 편협하다면서 다양하게 표현할 방법을 고민해 보라고 하셨는데, 이 말이 가장 어려웠어요.”
유아교육에서는 모든 분야를 아울러 가르친다. 문화도 예술도 표현한다고 했는데, ‘문화’와 ‘표현’의 범위와 깊이에 대한 차이가 컸다. 그 차이를 줄이기 위해 여러 방법을 찾아 노력했다. 문화다양성을 잘못 이해했나 싶어 처음부터 다시 살펴보기도 하고 각 전문가도 찾아가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책상에 앉아 교안만 짜고 있자니 감이 오지 않아, 예비 연구 차원에서 실제로 아이들을 만나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기도 했다. 원래 교안의 대상은 유아였다. 20여 년 동안 만나온 바로 그 대상. 하지만 지역 문화자원을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유아교육자로서 특정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 연계하기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마침 송아리교육연구소 구성원 중 생태 교육으로 지역아동센터와 만났던 동료의 추천으로 초등학교 3, 4학년 학생들로 대상을 바꾸게 됐다.
3단계, 내가 먼저 앞구르기로 너희에게 가겠어
아이들을 만나자마자 깨달았다고 한다. 교안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걸. 디테일하게 짰던 교안을 다 흐트러뜨리고 대략적인 윤곽만 느슨하게 잡아놓았다. 프로젝트명도 <아동과 ‘함께 하는’ 자연트립>에서 <아동과 ‘함께 만들어가는’ 자연트립>으로 바꿨다. 사람의 본성에 적합한 교육을 찾다 보니 생태와 연결하게 됐고 자연체험학습장이자 휴식공간인 강원도립화목원에서 진행됐다. 아이들에게 화목원에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 하며 놀고 싶은 대로 놀게 해주었다. 그랬더니 화목원을 배경으로 뮤직비디오를 찍고, 랩을 하고, 방문객 인터뷰를 해 화목원 소개 영상을 만들러 다니는 아이들을 발견했다. 화목원에 가장 많은 종류의 나무 사진을 찍어 책도 만들었다. 이 모든 것들이 애초 계획에는 없었었다. 멘토링 받으며 수차례 들었던 ‘표현’이 영상, 책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된 것이다. 교안에서도, 구선희 대표에게도 가장 큰 변화였다. 인지하고 그치는 활동에서 기획과 창작이 들어간 활동이 되었다. 또 구선희 대표는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을 배우고자 초등학교 선생님을 만나 조언도 들었다.
“처음에 저희가 하려는 걸 들려드리니 엄청 웃으셨어요. 그렇게 하면 아이들한테 무시당한다면서 학년별 특성을 알려주셨어요. 초등학생도 학년별로 미묘하게 다르게 대해야 한다는 게 놀랍고 신기했어요. 유아에게 익숙해진 저희의 전략이 초등생에게는 유치 짬뽕으로 보이는지, 곁에 오지 않으려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 문화를 이해하고 그 속에 들어가려 노력했어요. 랩을 만든 친구들이 “선생님은 랩을 좋아하지도 않고 부르지도 못하잖아요.”라고 하는 거예요. 랩을 듣고 퀴즈를 맞히면 저희를 본인들 무리에 끼워주겠다고 했죠. 다른 두 동료는 포기하고 떠났는데, 저마저 포기하면 안 될 것 같은 거예요. 그 노래를 몇십 시간 들었는지 몰라요.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태도가 달라지는 걸 느낀 거죠. 다가와 의논도 하고 질문도 하기 시작했어요. 아이들 앞에서 먼저 한 번 굴렀더니, 수월하게 다가오는구나 느꼈죠.”
4단계, 나와 다른 너의 생각, 추앙한다
<돌아온 봄>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송아리교육연구소는 아이들에게 차별과 혐오를 어떻게 없애줄 건지 질문을 받았다. 구선희 대표는 아직 차별과 혐오가 뭔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달라서 어울릴 수 있다’는 걸 인식시켜주면, 커서 본인이 차별·혐오를 저지르거나 혹은 당하는 순간이 왔을 때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차별과 혐오가 자리 잡기 전, 경험하기 이전의 아이들과 만나려고 했던 이유다. 또한 멀게만 느껴졌던 ‘지역사회’와 ‘지역사회 연계’가 막상 경험하고 실천해 보니, 스스로 만든 편견과 선입견이라는 걸 깨달았다. ‘우린 유아교육 전공자니까’라고 이유를 달기보다, 잘 할 수 있는 전공 분야를 앞세워 한 발짝만 나아가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지점이 얼마든지 있다는 걸 알았다.
“우리에게 당연한 것이 다른 이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문화다양성 관점에서 바라보며 다시 한번 온몸으로 느꼈어요. 우리가 같은 표현을 쓰고 있지만 생각은 다 달랐다는 것도요. 가까운 관계여도 조정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5단계, ‘옛날엔 글로 배웠대’ 하는 날이 올 테지
예비 교사와 현장의 유아들만 만나다가 새로운 그룹과 뒤섞여보니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지역사회에 뛰어들어 뭐든 해봐도 된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반면, 그동안 남의 수업을 보고 평가만 했지,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불편한 점도 있었다고 한다. 특히 워크숍과 멘토링을 겪으면서 낯설지만 기분 나쁘지 않은 불편함을 느꼈다. 하지만 구성원 셋의 생각이 다 같진 않다. 그 불편함을 왜 감수해야 하는지 아직 고민하는 멤버도 있다. 그렇지만 구선희 대표는 우리가 뗀 한 발자국이 의미 있는 것 같아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문화다양성 사업에 참여하면서 습득한 개념이 저희 전공 범위에 깊숙이 들어오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저희가 가르치는 예비 유아 교사들에게 우리가 경험한 것들을 물려주게 되겠죠? 당장은 효과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문화다양성 관점에서 많은 걸 경험하고 참여하게 되면 아이들을 만났을 때 전파력이 몇 배로 커질 거라고 봐요. 말초신경 뻗어 나가듯 현장에 퍼질 거예요. 우린 이 모든 걸 글로 배웠지만, 아이들은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배우지 않을까요? 다음 세대는 분명 ‘옛날엔 문화다양성을 글로 배웠대’라고 말하는 날이 올 테지요.”
<돌아온 봄>의 ‘설정’은 안전하다. 그 안전한 설계 속에서 불편하고 낯선 경험을 하며 ‘다름의 이해’에 서서히 가까워진다. 춘천은 지역과 문화예술교육이 만나고 같이 걸어가기 위해 더 깊숙이 뛰어들었다. 주민자치, 풀뿌리 문화예술교육으로 사고를 확장했고 예술가와 활동가의 경계를 허물어 한 도시의 시민으로서 ‘예술가 시민’, ‘활동가 시민’ 관점으로 바라보려 했다. 이런 지역 맞춤형 설정이 다음 세대를 위한 걸음이 아닐까. 송아리는 ‘꽃이나 열매 따위가 잘게 모여 달려 있는 덩어리’를 뜻한다. 각기 다른 우리를 연결하고 이끌어주려는 송아리교육연구소를 응원한다.
한혜진"
한혜진
춘천문화매거진 [POT(팟)]를 만들고 있다. 다소 많은 열정과 무수한 긍정 보유, 운동과 건강에 관심이 많지만 튼튼하지는 않은 타입. 세상 조용한 ENFP
ccmnh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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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2년 07월 19일 at 4:05 PM

    불편하고 낯설어도, 달라서 어울리게
    송아리교육연구소 문화다양성 예술교육 도전기
    기대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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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숙희 2022년 07월 19일 at 9:59 PM

    틀에 박힌 교육이 아니라서 기대됩니다. 파릇파릇하고 생생한 느낌의 교육이 될 것 같아요.^^ 송아리교육연구소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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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2년 07월 20일 at 12:55 PM

    불편하고 낯설어도, 달라서 어울리게
    송아리교육연구소 문화다양성 예술교육 도전기

    공감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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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진 2022년 07월 23일 at 1:01 AM

    “내가 먼저 앞구르기로 너희에게 가겠어.”
    저도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송아리교육연구소 추앙합니다~

  • author avatar
    안기현 2022년 08월 20일 at 1:35 PM

    불편하고 낯설어도, 달라서 어울리게
    송아리교육연구소 문화다양성 예술교육 도전기
    정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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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3년 01월 22일 at 5:52 PM

    불편하고 낯설어도, 달라서 어울리게
    송아리교육연구소 문화다양성 예술교육 도전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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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2년 07월 19일 at 4:05 PM

    불편하고 낯설어도, 달라서 어울리게
    송아리교육연구소 문화다양성 예술교육 도전기
    기대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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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숙희 2022년 07월 19일 at 9:59 PM

    틀에 박힌 교육이 아니라서 기대됩니다. 파릇파릇하고 생생한 느낌의 교육이 될 것 같아요.^^ 송아리교육연구소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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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2년 07월 20일 at 12:55 PM

    불편하고 낯설어도, 달라서 어울리게
    송아리교육연구소 문화다양성 예술교육 도전기

    공감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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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진 2022년 07월 23일 at 1:01 AM

    “내가 먼저 앞구르기로 너희에게 가겠어.”
    저도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송아리교육연구소 추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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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2년 08월 20일 at 1:35 PM

    불편하고 낯설어도, 달라서 어울리게
    송아리교육연구소 문화다양성 예술교육 도전기
    정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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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3년 01월 22일 at 5:52 PM

    불편하고 낯설어도, 달라서 어울리게
    송아리교육연구소 문화다양성 예술교육 도전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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