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지역]에 대한 검색 결과입니다.

매일매일 켜켜이, 시간의 힘으로 책을 짓는다

김진섭 책공방북아트센터 대표

커다란 창고의 나무문을 밀면 유리 너머 흡사 작은 박물관에 들어온 것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묵직한 잉크 냄새 사이로 인쇄기계들과 활자들, 각종 도구들이 가득하고, 그 너머 한켠엔 천장까지 책들이 빼곡하다. 이곳은 완주군 삼례읍 옛 농협창고를 개조한 삼례문화예술촌에 문을 연 ‘책공방북아트센터’다. 이 오래된 공간은 주인장 김진섭 책공방북아트센터 대표를 쏙 닮았다. 개인의 취향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오래된 컬렉션들에 숨을 불어넣고 있는 주인장의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이곳을 채운 많은 물건들만큼 쌓인 시간을, 사람들을, 이야기를 조금만 꺼내 본다. 삼례문화예술촌에 책공방북아트센터가 문을 연 지

빈 공간을 공유지로, 극장을 광장으로

유영봉 극단 서울괴담 대표, 월장석친구들 프로젝트매니저

인터뷰 장소인 천장산우화극장을 찾아가면서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리 받아본 자료에 따르면 천장산우화극장은 성북정보도서관 지하 강연장을 리모델링하여 올 3월 개관했다고 한다. 극장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는 ‘월장석(월계동·장위동·석관동)친구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성북정보도서관에서 ‘월장석방방방’이란 프로그램을 네 차례 기획하고 진행했다. ‘신년모임’ ‘귀신의 집’ ‘어른이 놀이방’ 등을 테마로 공연을 한다든가, 아트마켓을 연다든가, 요리를 하는 등 도서관을 전혀 다르게 사용하는(?) 프로그램들이다. 2016년에는 극단 서울괴담의 이 성북정보도서관 곳곳에서 장소특정 공연으로 올려지기도 했다. [천장산문방9]라는 반년간지도 발행하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과정이 극장 개관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고, 들썩들썩 판이 벌어지고,

기억의 재생으로부터 새로움에 이르기까지

황순우 팔복예술공장 총괄기획자

황순우 건축가의 사무실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커다란 흑백 사진이 눈에 띄었다. 괭이부리마을을 사진과 글로 기록한 『골목과 한 칸』에서 본 작품 이다. 공간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건물이 갖고 있던 감정까지 느껴보고자 시작한 것이 사진작가로도 활동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세월이 변하였어도 이 동네에 흐르는 DNA는 무엇일까” 고민하며 작업했다는 말에서 건물과 장소, 시간을 읽고 보듬는 건축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인천아트플랫폼을 비롯한 여러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문화적 재생을 이끌어온 황순우 팔복예술공장 총괄기획자는 ‘지역 유휴공간의 문화예술교육 공간 활용’이 단지 버려진 공간을 예술로 채우는

조금씩, 점점 더, 이로운 예술을 꿈꾸다

신보슬 토탈미술관 큐레이터

지난해 도쿄의 모리미술관과 국립신미술관에서 아세안(ASEAN) 창립 50주년 기념으로 열린 《선샤워: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동남아시아 동시대 미술전》 전시를 볼 기회가 있었다. 그중 몇 섹션에서 이들 지역에서 벌어지는 커뮤니티 교육에 대한 프로젝트가 눈에 띄었다. 신보슬 토탈미술관 큐레이터와의 인터뷰를 요청받았을 때, 이 전시가 떠올랐다. 동남아시아 지역과 연계된 교육 프로젝트와 그에 관련된 전시 말이다. 그러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가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처음 내가 생각한 것과는 꽤 다른 지점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겠다. 미술, 전시라는 카테고리를 넘어 교육, 사회,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엿볼 수

나와 타인, 삶과 세계를 탐구하는 순례자

민경은 작가, 여러가지연구소 대표

전봇대에 엉킨 어지러운 전선이 횡으로 종으로 풍경을 가르는 부천 원미동의 뒷골목. 빼곡한 다세대주택이 만들어낸 굽은 길은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좁았다. 붉은 벽돌의 낡은 빌라와 철제대문, 신축 공사 현장과 엉성한 시멘트 담장 사이에서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입구는 대문도 없이 훤히 열려있었고 간판은 ‘일흥수퍼’를 지칭하고 있었으니, 그럴 법도 했다. 그나마 바람에 흩날리는 색색의 배너와 심상찮은 작업의 흔적들이 작은 단서가 되었다. 골목의 일상에 스민 사소한 생경함, ‘여러가지연구소’의 첫인상이었다. 삶을 연구하는 순례자 여러가지연구소는 부천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

기술,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관계의 방식

베티 서전트, 저스틴 드와이어 / 호주 플러그인휴먼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인간, 예술 산업, 융복합 등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표현들이 어느새 예술계의 대표적 키워드가 되어버린 오늘, ‘예술’을 다시금 ‘발견’하려는 시도는 자칫 발전 지향적 시류를 거슬러 한 발 퇴보하려는 시대착오적 의지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 관습적으로 상상되어온 예술의 조건들로부터 벗어나 2018년의 우리에게 있어 예술이란 실제 ‘어떠한 예술’이 되어가고 있는지에 대해 새로이 상상해보자. 그리고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오늘날의 문화산업이 태동한 원천이 바로 지금 우리의 모습임을 의식한다면, ‘예술의 발견’은 곧 ‘기계의 인간화’와 ‘인간의 기계화’가 혼재되어있는 2018년 현시점에 대한 반영임을 깨닫게

기술의 진보 속에서도 존중되어야 할 예술의 가치

라미로 오소리오 폰세카 콜롬비아 초대 문화부 장관

라미로 오소리오 폰세카. 왠지 낯익은 이름이었다. 2001년 겨울, 나는 멕시코 과나후아토 거리 위에 있었다. 당시 중남미 여행이란, 모두가 뜯어말리는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그러나 겁도, 두려움도 없던 창창한 한 때였으므로 혼자 거리를 걷다가 세르반티노 페스티벌 지역 참가단체를 선발하는 오디션 광고를 보고는 무작정 축제 본부로 찾아갔다. “쎄울, 꼬레아, 국제무용축제에서 일한다.”고 말하자, 유쾌한 멕시코 축제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심사를 같이하자고 제안했다. 얼떨결에 함께 하게 된 오디션에서 축제 심사위원들은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열광적으로 환호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을 같이 즐기는 것이 아닌가. 한국식이라면

문화예술교육 현장 비평이 필요한 때
‘세상에 나쁜 예술교육은 없다’

고길섶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인터뷰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거울을 통해 예술교육 현장을 비평하다 예술교육 좀 하는 전북 부안 출신 문화비평가 고길섶. 문득 그의 이름이 궁금해졌다. 진짜 길섶이란다. ‘이름대로 산다’는 말을 믿지 않더라도 적어도 그의 이름에는 그의 존재와 개성을 가름할 수 있는 어떤 사연이 있지 않을까? 어머님이 고추밭 농사일을 하다 길가에서 낳았다는 출생의 비밀(?)이 있었다(호적에는 분명 한자 이름인 ‘길섭’이지만 자기 맘대로 길섶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길섶’이라는 이름은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느낌을 주는 예쁜 우리말이다. 길가, 길 어깨, 길의 가장자리의 의미처럼 그가 접하는 세계는 분명 중심이 아닐 것이다. 주변과 경계에

예술과 예술교육의 경계 없는 과정을 나누다

사진분야 학교 문화예술교육 예술강사 고정남 작가

‘우리는 예술가(ㅇ)사’ 아이쿠, 이거 어떻게 읽는 걸까? 예술가사? 예술강사? 예술가앙~사? 예술가(와!) 예술사? 도대체 독음이 난해한 전시 제목에 물음표를 잔뜩 달고 충무로의 작은 전시장을 찾았다. 6명 사진가의 작품과 아이들의 모습이 눈길을 끄는 이 전시는 사진분야 학교문화예술교육 예술강사(이하 학교 예술강사)들의 사진전이었다. 사진분야 학교 예술강사가 유난히 적은 수만 선발되었던 2011년, 2기로 모인 이들은 7년차 예술강사들의 활동과 학교 현장을 보여주자는 말에 의기투합하였고 그 작은 결과가 이 전시다. “사진 예술을 하는 예술가와 사진을 가르치는 예술강사라는 위치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며 겪은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학교 현장에 대해, 그리고

소리를 찾아 떠나는 특별한 여행

사운드아티스트 정만영 작가 -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문화여행 프로그램 참여 예술가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날까?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낯선 장소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 그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먹거리들을 처음 맛보며 느끼는 기쁨은 우리의 지친 심신을 깨우는 기분 좋은 자극이 된다. 이렇듯 여행지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모든 낯선 경험이 여행의 참 묘미라면, 여행지에서 새로운 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진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함께 예술을 매개로 자신만의 여행을 만들어 나가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문화여행 프로그램의 사운드아티스트 정만영 작가를 만나보았다. 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발상이 독특하다. 작가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예술은 사회 구성원이 민주적으로 평등하게 누려야 할 권리

하반기 아르떼 아카데미 해외전문가 연계연수 TAT Lab 프로그램 교육강사 인터뷰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5일까지 하반기 아르떼 아카데미 해외 전문가 연계 연수 프로그램 ‘티칭 아티스트 트레이닝 랩’(Teaching Artist Training Lab, 이하 TAT Lab)이 한라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연수는 참가자를 달리하여 1차, 2차에 걸쳐 각각 3일간의 워크숍으로 진행되었지만, 본래 TAT Lab의 전체 프로그램은 8개월 동안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다. 총 3회의 집중적인 워크숍과 더불어 워크숍과 워크숍 사이에는 전화 상담, 개별 학습계획 수립(과제 수행), 현장실습 등의 그룹활동이 진행된다. 이는 단기간 집중적으로 진행되는 대부분의 예술강사 역량 강화 프로그램과 달리 TAT Lab 만의 차별화된 특징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무용, 테크닉을 넘어 심리치료로 재탄생하다

추언아 예술치료사

무용은 많은 사람에게 낯설고 어려운 분야다. 왜 그럴까? 무용이란 몸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하는데, 우리가 몸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말은 우리 사회가 마음에 대해 외면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이 몸과 마음에 대한 무지로 인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요즘 뉴스에서 접하는 우울한 사건들은 마음의 문제로부터 기인한 것이 많아 보인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로부터 다양한 범죄가 잇따르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안게 되는 트라우마는 또 다른

청년작가와 예술강사 사이의 균형을 찾아서

2017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사진 분야 김서정 예술강사 인터뷰

제주문화예술재단 2층에 마련된 ‘창작공간 이층(利層)’ 작업실에서 김서정 예술강사를 만났다. 제주에 이주한 지 3년 차. 사람도 환경도 낯선 조건이다. 작가 활동과 가르치는 일에 대한 의욕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런 갈등에도 그가 일궈낸 활동들의 궤적은 뚜렷하다. 그는 예술가이다. 그래서 마을의 지킴이를 자처하며 진행한 ‘위병소 미술관’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들에게 마을과 공간의 의미를 새롭게 반추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동시에 그는 예술강사다. 아이들과 함께 진행한 ‘우리 동네 소개하기’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나고 자란 마을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이미지가 범람하는

학생들과 즐겁게 작품 하나 만들자!

2017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문해복 영화 분야 예술강사 인터뷰

글자보다 그림, 그림보다 영상에 익숙한 요즘의 청소년들과 영화로 만나는 일은 긍정적인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문화예술교육으로서의 영화 수업은 단순히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나’를 둘러싼 환경을 돌아보고 자신의 관점을 담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매체를 이용한 소통의 방식’을 배우게 된다. 이맘때면 늘 학생들의 작품에 대한 고민과 편집 작업으로 바쁠 시기지만, 잠시 일을 내려놓고 영화 예술강사로 8년이라는 긴 여정의 이야기를 들려줄 문해복 예술강사를 만나보았다. Q. 어떠한 계기로 예술강사

문화예술교육, 대체할 수 없는 긍정의 에너지

2017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홀트학교 강정근 교사 인터뷰

장마 막바지에 찾은 홀트학교(Holt School)에는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방학인데도 가야금과 모둠북 소리가 비를 뚫고 뚜렷하게 들려왔다. 단정하게 정돈된 교정의 이층 건물은 오롯이 국악 수업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어 이 학교가 국악 수업에 쏟는 정성과 그간의 성과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홀트학교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에 있는 특수학교이다. ‘사랑을 행동으로’라는 교훈 아래 특수교육 대상자의 심신의 조화로운 발달을 도모하기 위한 언어치료, 감각운동지각훈련, 작업치료의 치료교육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홀트학교에서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2017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과 관련하여 국악 예술강사가 파견되어 활동하고 있는데, 다른 학교에 비해 담임교사와

‘모다드렁 허게맛심’(‘모두 다 같이 합시다’의 제주 방언)

문화파출소 제주서부 운영단체 인터뷰

무더운 여름, 습한 제주도 날씨 때문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오늘은 뒷마당에서 쪽 염색을 하는 날이다. ‘모다드렁 허게맛심’(모두 다 같이 합시다)이라는 제주도 방언이 웃음 소리와 함께 들려온다. 다양한 연령대의 수강생들은 뒷마당에 모여 집에서 가지고 온 옷을 진한 감색 염료에 담가 쪽 물을 들인다. 낡은 옷이 새 옷으로 다시 생명력을 갖게 되는 순간이다. 문화파출소 제주서부는 작년 말 전국에서 두 번째로 문을 열었던 곳이다. 용담지역은 제주공항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있지만, 문화 소외지역이다. 그곳에 위치한 문화파출소 제주서부는 깔끔하게 재단장 된 단정한 2층 건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