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협하고 뾰족한 삶을 향하는 정류장에서

사회적 상상력은 어디에서 오는가①

김월식 무늬만뮤지엄 관장 소수정 사운드 아티스트 이안정 교사·작가·교육학 박사 정창환 교사·충북교사극단 딴짓 대표 공감과 공명은 사회적 상상력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이다. 한 예술가가 발신한 목소리에 다른 예술가들이 감응하고 자신의 상상력으로 펼쳐가는 연쇄 칼럼을 기획했다. 김월식 무늬만뮤지엄 관장의 글에 소수정 사운드 아티스트, 이안정 작가, 정창환 충북교사극단 딴짓 대표가 각각 감응하는 글을 보내왔다. 예술(교육)가는 어떻게 사회적 상상력을 촉발하고, 그것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여러 갈래로 난 사회적 상상력의 실마리를 함께 찾아보자. 보편과 차이 중간, 뾰족한 삶의 장소 김월식 무늬만뮤지엄 관장 나이 오십 넘어 낳은 딸이

자유로운 몸으로, 공동체를 향하는 춤

엠마누엘 사누 무용가·쿨레칸 안무가

‘데게베’(Degesbe)는 부르키나파소의 민족어 ‘보보어’(Bobo)로 “무엇을 찾고 있는가?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라는 뜻이다. 엠마누엘 사누가 2017년 한국에서 겪은 일로 작업한 공연의 제목이기도 하다. 공연 티저 영상에서 그는 “흰색이 없으면, 검은색을 볼 수 없고, 검은색이 없으면, 노란색도 없는 거예요.”라고 말한다. 경계를 구분 짓는 차별, 자격을 차별하는 불평등의 횡포 앞에서 ‘정상과 우리’라는 기준, 그런 것은 원래 없다는 듯 그는 춤춘다. 사회적 모순을 겪으며 사는 이들과 몸을 움직여 만드는 동작들은 자유로워서 즐겁고 그래서 더 격렬하다. 예술적 상상력을 지독해서 처연한 현실 속 사람들의 몸과 얼굴에서 찾는

다양성, 고유함이 존중되는 사회를 위한 실천

동료 상담실② 문화예술교육에서의 사회적 상상력

성남예술교육가네트워크 STAN:D는 성남에서 활동하는 예술교육가들이 모여, 지역성과 예술성을 바탕으로 협력과 성장을 실천해 가는 자율적인 연대체이다. 이번 모임에서 ‘사회적 상상력’을 주제로, 문화예술교육이 공동체와 개인, 그리고 사회의 변화를 어떻게 상상하고 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양한 경험과 관점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 상담 일시·장소 : 2025.8.29.(금) 판교역 cafe#8 • 동료 상담가 권소정(사유무대 총괄프로듀서), 김규진(연주하는 예술교육가, 소통예술함께 대표), 김율리아(스탠드 사무국장), 서혜윤(작곡가, 스탠드 교육팀장), 허수빈(설치미술 작가, 미래교육 설계자) Q. 왜 지금, 사회적 상상력일까? 수빈  용어 자체가 새로워서 왜 이런 연구가 필요할까를 먼저 생각했어요. 사회적 문제를 상상력으로

허구의 안전함, 허구의 상상력, 허구의 진실됨

이란희 영화감독·예술교육가

이란희 감독의 신작 <3학년 2학기>가 개봉했다. 직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창우는 졸업을 앞두고 있다. 3학년 2학기. 졸업 전에 실습을 준비하고 있는데, 가고 싶었던 곳은 떨어지고 선생님이 권하는 곳은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엄마에게 물어보지만, 엄마도 답을 줄 수는 없다. 창우는 심드렁한 친구 우재와 함께 결국 출근을 시작한다. 서투른 창우는 일을 배우면서 이런저런 실수를 하고 일을 가르치고 시키는 공장의 ‘어른들’은 그런 창우에게 무뚝뚝하다. 공장만이 아니다. 대입을 준비하는 동생 영우의 학원비며, 전세금이며 빠듯한 살림살이에 이제 창우도 보탬이 되어야 한다. 직업계 고등학교 학생의

전통의 묵향으로 오늘을 새롭게

예술로 365길㉑ 담원묵향회

담원묵향회 대구 달성군 다사읍 왕선로 52 502호 10:00~20:00 (매주 토, 일 휴무) 053-588-6780 홈페이지 2009년에 설립된 담원묵향회는 서예를 중심으로 우리 전통문화의 뿌리를 지키면서도, 현대 사회와 소통하는 열린 교육을 지향해 왔다. 이러한 활동의 저변에는 바로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이 깔려 있다. 옛것을 본받되 단순히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대상에 맞는 새로운 형식과 가치를 창조하는 것. 이것이 담원묵향회가 지향하는 문화예술교육의 길이다. 서예를 배우고 연습하는 공간을 넘어 예술적 소통과 공동체적 교류가 가능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담원묵향회의 문화예술교육은 삶 속에서 예술을 체험하고 인성과 감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위기의 시대, 우리를 구원할 기적 같은 대화

문화예술교육 정책·기관 창립 20주년 기념 북토크 포토리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올해 상반기 문화예술교육 정책 수립 및 교육진흥원 창립 20주년을 맞아 그간 정책과 제도의 변화 속에서도 한결같이 치열하게 고민해온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성찰과 향후 문화예술교육이 여러 분야의 지식을 넘나들며 만들어 가야 할 미래 방향을 담아 기획도서 『미적 인간을 위한 스무 개의 대화 사전』과 『미라클 퀘스천』을 발간했다. 이를 기념해 지난 7월 30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북토크가 열렸다. 폭염을 뚫고 행사장을 찾은 많은 사람의 관심과 열기 속에 펼쳐진 북토크 현장을 사진으로 함께 만나보자. “결국, 예술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미적 인간을 위한 스무

나도 모르게 물들어가는, 물들여가는

[좌담] 사회적 상상력을 일으키는 미적 체험의 힘

새로운 감각이 열린 순간들 예술의 상상력이 가진 힘 • 일 시 : 2025.8.9.(토) 오후 4시 • 장 소 :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회의실 • 참석자 김병주 서울교육대학교 교육연극학과 교수‧프락시스 예술/교육감독, 신보슬 토탈미술관 큐레이터, 장은정 춤추는여자들 대표, 서지혜 인컬쳐컨설팅 대표‧본지 편집위원(좌장) 장은정, 서지혜, 신보슬, 김병주 서지혜  예술교육은 왜 굳이 사람을 흔들고 깨우려 애쓰는가. 무대와 전시, 우리가 보고 듣고 행하는 예술적 실천 속에서 일어나는 감각의 파동은 왜 개인의 심장을 뛰게 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사회로 퍼져나가는가. 오늘 좌담은 바로 그 파동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보고자

얽힘과 설킴으로 관계를 만드는 예술 실천의 조각들

천근성 작가·피스오브피스 대표

피스오브피스(piece of peace), ‘평화의 조각’이란 뜻이다. 공동의 일을 위해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모이는, 천근성 작가가 꾸리는 예술 콜렉티브의 이름이다. <자투리 잡화점> <이웃집 홈리스> <서울아까워센타-유기사물구조대> <수원역전시장커피> 등 개인 천근성의 예술작업과 피스오브피스의 예술 활동은 모두 사회적이고 관계적인 특성이 돋보인다. 예술교육자 파블로 엘게라(Pablo Helguera)의 저서 『사회 참여 예술(socially engaged art)이란 무엇인가』에서는 예술가와 공동체가 협력하며 사회적 변화의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것을 사회 참여 예술의 본질이라고 설명한다. 동시대 예술의 최전방으로서 그의 예술 실천이 사회 참여 예술의 전형으로 흥미롭게 읽히는 대목이다. 예술가 천근성과 필자와의 인연은 비교적 최근이다. 지금은

먼지처럼 작은 생명들과 연결되기

오늘부터 그린㊴ 미시 존재들과의 공생

처음으로 먼지와 꽃가루에 주목하게 된 것은 팬데믹 직후였다. 우리가 모두 환경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생명공동체 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시기다. 그 영향력은 우리의 일상에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났다. 정치·경제적 위기와 불균형, 사람을 대체하는 다양한 기술의 등장, 비대면의 일상화 등 우리는 생태계에 대해 완전히 다른 관점을 얻게 되었다. 나 또한 작업의 새로운 전환을 맞이하게 되었는데, 그 시작은 단순히 우리가 호흡만으로도 공기 중의 생태계를 공유하고 있으며 바깥으로 확산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고자 하는 생각이었다. 현미경 속 미지의 존재들 가장 먼저 해야 할

문화예술교육의 집단 기억 만들기

[기획 리뷰] 참여자 기-억하기

올해는 2005년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의 제정으로 시작된 한국 문화예술교육의 20주년을 기념하는 해이다. 오늘 우리는 무엇을 기념하는가? 문화예술교육은 누구에 의해 기억되는가? 문화예술교육을 기꺼이 기억하는 그들은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타자화된 그 하나의 역사(his/story)가 아닌 당사자의 목소리로 구술되는. 그리고 그렇게 쌓여가는 집단 기억(collective memory)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을 새롭게 기록하여야 할 시점이다. ‘어릴 때부터 망토 쓰고 뛰어내리며 하늘을 날고 싶었다’ 흥미롭게도 어린이에서 노인에 이르는 참여자, 예술강사, 기획자에게 듣는 문화예술교육의 이야기는 종종 화자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회상으로 시작한다. 책 읽기, 과학 실험, 발레와 피아노,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초등학교

무엇을 가르칠까? 먼저 사람을 보라!

김인규 작가·예술교육가

장애인 예술 활동에 관한 관심을 바탕으로 김인규 작가와 10년 넘게 안부와 질문을 나누고 있다. 덕분에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질문이 많아진 날에는 직접 전화하거나 그의 블로그에 들어가 글을 읽기도 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 답답함을 풀어가야 할지 막막할 때 그의 꾸준한 실천을 듣고 싶기 때문이다. 누군가 해본 것들 안에 실마리가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최근 나온 김인규 작가의 책 『우리는 왜 그림을 못 그리게 되었을까』도 공감하며 읽었다. 그리고 인터뷰 현장에서 누군가가 해본 것들 이전에, 만나온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교육 대상, 참여자라고 부르는

참여자의 세계와 함께하는 예술교육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2025년 1월 초, 제주 조천읍 선흘리에서 만난 할망들의 그림, 본풀이(이야기) 전시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할망들의 일상적인 삶의 공간인 창고, 소막(외양간) 등에서 펼쳐진 전시 《똘(딸의 제주어) 어멍 할망 그리고 기막힌 신들의 세계》는 11명 할망의 생애 서사가 스민 신화적 사고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장엄함이었다. 제주 할망, 칠곡 할매와의 동행 선흘볍씨마을협동조합이 2021년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사업으로 시작한 할망들의 그림 수업은 밤새 그림을 그리는 열정으로 이어졌다. 할망들의 소막, 창고 등을 개조해 소막미술관, 그림창고, 춘자회랑, 동백미술관, 생이미술관, 우영미술관, 황금창고, 초록미술관, 인자화실 등 마을미술관을 만들었다.

아이들의 이야기가 잊히지 않게

[대담] 묵묵히 걸어온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10년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이다. 아이들이 별이 된 그날의 아픔을 가슴에 새긴 엄마들이 직접 무대에 오르는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은 2015년 10월 마음치유를 위한 ‘연극 대본 읽기 모임’에서 출발했다. 이어 2016년 3월 공식적으로 극단을 결성하고, 같은 해 10월 <그와 그녀의 옷장>으로 첫 무대를 선보였다. 그 후 10년, 엄마들은 멈춘 시간의 아픔과 기억을 딛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어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배역에 몰입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면서도 진심 어린 관객의 반응에 힘을 얻는 진정한 배우들이다. 여섯 번째 신작 <노란 빛

참여자-중첩되고 연결된 다발

전철원(여백) 모씨네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만일 내가 사는 동네나 지역을 좀 더 알고 관계하고 싶다면, 최고 효율의 원클릭 온라인 쇼핑 대신 동네 상권 이용 비율을 높여보라. 몇 차례 구매가 반복되면 상점주나 직원과 스몰토크를 트게 되고, 품질 좋은 물건을 적당한 가격에 구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소비자의 마음에서 고마움의 덩이가 커질 것이다. 그러다 사업의 번창을 바라는 주인의 마음에 성큼 다가서서, 혹여 휴일이 아닌데 상점 문이 닫혀 있기라도 하면 매장을 지키던 얼굴을 떠올리며 제발 무슨 일이 없기를 원하고 바라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아마 상대도 내가 오래도록 나타나지 않으면

기다림에서 피어나는 시

모두의 예술교육② 느린학습자와 함께하는 시 창작

시는 인칭의 장르다. 정확히는 인칭의 범위를 새롭게 재고하는 장르다. 직접 선택한 낱말들과 그 배치를 활용해 ‘나’의 마음을 설명하고, ‘너’와 닮아 있는 것을 찾고, ‘우리’라고 불러보고 싶은 공동체의 범위를 새롭게 모색해 보는 일. 그렇게 인칭과 명사를 탐구하고, 우리를 부르는 이름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정의될 수 있는지 묻는 일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존재할 수 있는 방식을 새롭게 배치하는 과정과도 분명 맞물릴 것이다. 결국 시 쓰기는 호명의 역학 안에서 주체성을 새롭게 고민할 수 있는 굉장히 정치적인 수행이 될 것이다. 과연 그렇다면, 우리 중에서는

“그래도 이게 우리한테는 행복인기라”

[대담] 용감하고 즐거운 보람할매연극단의 12년

2013년, 한글 공부로 모인 어르신들은 황인정 선생님의 권유로 대본을 손에 쥐고 연극에 도전했다. 처음엔 낯설고 어렵기만 한 무대였지만, 어느새 연극은 물론 긴 랩도 거침없이 소화하는 ‘무대 체질’로 거듭났다. 보람할매연극단의 활동은 어르신들의 일상에서 가장 신나는 일이 되었고, 마을엔 새로운 활기가 깃들었다. 그렇게 12년간 보람할매연극단은 멈추지 않고 여전히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연극단 막내로 시작하여 이제는 든든한 중심 역할을 하는 최순자·정송자 어르신과 한글 강사로 시작해 연극강사로 거듭난 황인정 강사 그리고 인문학마을을 운영하면서 어르신들과 연을 맺었던 이창원 인디053 대표와 함께 서툴렀지만 용감했고, 고단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