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을 회고하며 내일부터 다시 시작!

재촉과 재충전 사이, 계획과 결심하기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새해 첫날 듣는 노래’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새해 첫날에 듣는 노래가 그해의 무드를 결정한다나. 주로 <파이팅 해야지> <이루리>처럼 희망찬 가사의 노래를 고른다. ‘새해송’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문화지만, 그와 비슷한 믿음을 가진 분의 보호 아래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1월 1일의 유난스러운 분위기가 사실 익숙하다. 우리 엄마는 1월 1일에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에 따라 그해의 운이 결정된다고 믿는 사람으로. 우리 집에서는 새해 첫날만은 늦잠을 자서도, 짜증을 내서도, 동생과 싸워서도, 반찬 투정을 해서도, 아빠에게 혼날 짓을 해서도 안 됐다. 대체로 평소에도

나를 명료하게 하는 동작

예술가의 감성템⑲ 푸시업과 스쿼트

푸시업(push-up)은 몸을 엎드려 팔을 굽혔다 펴기이고, 스쿼트(squat)는 앉았다 일어나는 운동 동작이다. 어떤 느낌이 떠오를 듯 말 듯 할 때, 생각이 복잡해서 정리가 잘되지 않을 때,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푸시업이나 스쿼트를 한다. 익숙하면서도 정교한 움직임 양손, 양발로 바닥을 짚고 몸통을 곧게 펴서 엎드린 후 크게 숨을 들이마신 다음 잠깐 숨을 참으며 팔을 굽혀 몸을 낮춘다. 다시 팔을 펴면서 숨을 길게 후~ 하고 내쉬며 원래 자세로 돌아온다. 여덟 번이나 열 번 아니면 열두 번 정도씩 컨디션에 따라 무리하지 않는 정도로 푸시업을 하고

단단하게 뿌리내린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예술로부터 나를 지키는 겨울나기

109 백구(김지영) 사람과 공간의 관계에 대해 드로잉과 설치로 풀어내는 미술가이자 지치지 않고 함께 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노동자이다. 개인전 《싱잉노즈》, 《flag》를 했으며 <등장인물>, <어라운드 마로니에>의 무대미술을 맡았다. 매주 목요일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진(zine)을 만드는 수업을 함께 한다.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 없이 개인들의 만남으로 서로를 지지하는 둘레를 만들어 가는 일을 하고 있다. whitenightkim@gmail.com 인스타그램 @whitenightkim

진짜 나를 만나러 가는 길

여행으로 충전하는 법

글을 의뢰받고 주제를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여행으로 충전하는 법’. 가만, 내가 충전을 위한 여행을 떠난 게 언제였던가. 사업을 시작하고 일로, 출장으로 다닌 곳들은 있었지만, 오롯이 나를 위한 여행을 떠났던 게 전생의 일처럼 까마득했다.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전 인류의 발목을 부여잡기 전, 나는 방랑벽의 화신처럼 이곳저곳을 기웃댔다. 유독 추위를 싫어하는 탓에 겨울이면 계절을 거슬러 여름의 나라에 당도해서야 마음이 놓이곤 했다. 낯선 나라의 공기를 폐 속 깊이 들이마시며 얼마나 황홀했는지 잊고 지낸 것 같아 조금 착잡한 기분이 되었다. 여행을 위해 가방을 꾸리던

치열하면서도 편안하게, 쓸모를 잊고 나답게

최선영 문화예술기획자

크리스마스부터 새해 첫날까지 그사이를 천천히 세어보면 딱 6일이 남는다. 나는 이 여섯 날을 일 년 중 가장 애매하고 미묘한 기간이라 여긴다. 거리에 캐럴은 멎었지만, 듬성듬성 트리는 남은 상태, 그렇다고 새해 다짐인 운동을 당장 시작하기엔 좀 이른 날들 말이다. 문화예술 영역에서 이래저래 활동하는 나에게는 매년 겨울이 내내 그런 꼴이다. 다 같이 힘주어 벌인 전시와 공연과 행사와 프로그램과 수업과 워크숍이 모두 끝나고, 누구 기획자가 몸살이 났다는 소식도 뜸해질 무렵이면 마법처럼 사방이 고요해진다. 덩달아 사라진 일거리에 심란해 해봤자 답은 없고, 그럴싸한 계획이라도 세워야

공허와 불안이 아닌, 가능성과 열정을 채우는 시간

사회예술강사가 사이의 시간을 건너는 방법

연구와 도전의 시간 2022년 복지시설 이용자 문화예술교육 기획사업 <창작 실험 프로젝트>를 계기로 ‘창조적파쏭쏭’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었다. <창작 실험 프로젝트>는 아동·노인·장애인 대상 문화예술교육 기획사업으로 예술강사, 사회복지사 등 여러 선생님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문화예술교육을 연구하고 개발한다. 그때 마침 산본장애인주간보호시설에서 수업했던 우리는 새로운 도전과 실험이 필요했다. 이곳에 참여자들은 언어소통이 매우 힘들었다. 대화가 가능하긴 하지만 상대 말을 따라 하는 정도였고 질문에 좋고 나쁨도 간단하게 표현할 뿐이었다. 수업 중 답문이 오고 가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게 쉽지 않았다. 연극 수업을 어떤 방식으로 이끌어 가야 할지

예술로 놀 사람, 여기여기 붙어라

어쩌다 예술쌤㉗ 함께 모여 만드는 학교예술교육

이번 가을, 우리 학교는 유난히도 화려했다. 학교 곳곳에서 새로운 문화예술 활동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학교 숲에는 3학년 학생들이 버스킹 무대를 꾸렸고, 새로 생긴 교실에서는 4학년의 신발 전시회가 열렸다. 도서관 앞에는 곱게 빚은 찰흙 인형들이 전시되어 있고 복도에는 2학년의 작품과 3, 4학년의 오일파스텔 작품이 걸려있다. 가을 행복주간 동안 이뤄진 다양한 예술 활동을 지켜보며 ‘우리의 문화예술교육은 어때야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교실 문턱을 넘어 동료 찾기 양평초등학교는 외부 강사가 진행하는 문화예술 수업이 활발히 이뤄지는 편이다. 그럼에도 수업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예술 수업이라기보다는 기능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프레임워크의 개정

2023 문화예술교육 기획리포트 1호: 변화를 모색하는 문화예술교육

문화와 교육, 그 접점 인간 발달의 필수적이고 근본적인 요소인 문화와 교육은 유네스코 창립의 근간을 이루는 이념이다. 이 두 분야의 상호 보완적인 관계는 「1974년 국제이해, 협력, 평화를 위한 교육과 인권, 기본 자유에 관한 교육 권고」 , 「2001년 유네스코 문화 다양성 선언」 그리고 「2003년 무형 문화유산 보호 협약」과 같은 문화 및 교육 분야의 유네스코 국제규범에 잘 나타나 있다. 문화와 교육의 두 분야가 만나는 예술교육 분야는 유네스코 창립 초기에 주목을 받아, “학교 안 예술교육”에 대한 프로젝트가 문화국과 교육국의 협업 아래에 진행되었다. 그러나 장기적이고

눈을 감고 잠시 멈추는 순간

뇌과학이 알려 준 좋은 쉼의 조건

뇌가 진짜 하는 일 강연할 때마다 청중들에게 질문하곤 한다. “뇌는 무슨 일을 할까요?” 그러면 열에 아홉은 ‘생각’이라고 답한다. 그러면 나는 또 이렇게 말한다. “뇌는 생각하기 위해 있는 게 아니랍니다.” 청중들은 잠깐 술렁이다가 이내 ‘뇌가 없는 사람’처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그렇다면 뇌가 진짜 하는 일은 무엇일까? 현대 뇌과학이 발견한 생명, 사람, 삶에 대한 새로운 생각은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는 모두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생명이 지속되려면 무엇보다 심장이 잘 뛰어야 하고 숨을 잘 쉬어야 한다. 또 외부에서

일상과 자연 사이, 도시숲과 예술이 만날 때

국립세종수목원 ‘도시숲 예술치유’

2012년 여름, ‘우락부락 창의예술캠프’(이하 우락부락 캠프)가 강원도 횡성의 숲체원에서 열렸다. 우락부락 캠프는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공간에서 ‘예술가와 함께 놀고, 작업하는’ 경험을 하며, 예술을 즐기고, 삶의 의미와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는 2박 3일 캠프다. 우락부락 캠프를 통해 자연, 숲속이라는 공간은 자유도가 높은 유형의 예술놀이를 할 수 있는 무대이며, 이런 예술놀이를 통해 자연의 따뜻한 환대를 느끼고 더 넓은 관점에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나의 그 확신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계기가 있었는데, 이번 ‘도시숲 예술치유’ 프로젝트를

서가를 떠난 책이 담아온 마을 이야기

예술로 365길⑧ 느티나무도서관

느티나무도서관 이용안내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수풍로 116번길 22 개방시간 | 화·수·금·토 10:00~21:00 / 일 13:00~18:00 / 월·공휴일 휴관 / 목 집중 업무일 031-262-3494 홈페이지 http://neutinamu.org/ 소란스럽고 활기찬 도서관 느티나무도서관은 수많은 소리로 가득 차 있다. 도서관 한복판에서 책 읽는 소리는 일상이다. 낭독회의 안내 문구 ‘혼자 읽기 어려운 책을 소리 내어 돌아가며 읽어요’처럼 낭독회 멤버들은 한 문장, 한 단어를 곱씹으며 한 손에 들기에도 버거운 벽돌책을 또 한 권 완독한다. 물고기를 좋아한다며 바닥에 주저앉아 바다 도감 푹 빠진 어린이 옆에서 더 큰 사진을

부족하고 불안한 모두를 향한 사랑의 춤

안은미 현대무용가

안은미 예술감독은 공연, 전시, 퍼포먼스, 예술교육 등 춤을 기반으로 다양한 예술 활동과 작품을 선보여 오고 있다.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사심 없는 땐쓰> <대심땐스> 등 세대·성별·문화의 경계를 넘어 다양하고 폭넓은 주제로 시민이 참여하는 커뮤니티 댄스 작업은 문화예술로 자아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예술교육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더욱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함께한 꿈의 댄스팀 홍보대사 기획사업 (2022), 이어 2023년 꿈의 댄스팀 ‘관악’ 무용감독으로 끊임없이 춤으로 건네는 대화를 넓혀가고 있다. 어떠한 분야/직업보다 스스로 동기부여가 가장 큰 출발점이자 동력이 되는 예술교육가들에게 2023년 마지막 달 12월을 앞두고

시대에 휩쓸리지 않되 출렁이는 예술을 위하여

2023-2024 문화예술교육 결산과 전망② 2023년 이슈와 평가

코로나19 비상사태가 3년 4개월 만에 해제되고 일상 회복과 함께 문화예술교육 현장도 빠르게 회복되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과 보급, 기후 위기와 전쟁 등 큰 사회적 변화와 문제, 사건이 연속되며 그 안에서 예술, 예술교육의 방향과 역할을 찾아가는 해이기도 했다. 예술교육가에게 겨울은 쉼 없이 달려온 한해를 돌아보며 함께한 이들과 성과를 나누고 다음을 준비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2023년을 마무리하며 올 한해 [아르떼365]가 만난 전문가들과 함께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며, 고민하고 실천했던 한해를 되짚고 새해를 전망해보았다.   ① 2023년 나를 움직인 것은    ② 2023년 이슈와 평가   

단단하고 유쾌한 모색은 끝없다

2023-2024 문화예술교육 결산과 전망③ 2024년 전망과 다짐

코로나19 비상사태가 3년 4개월 만에 해제되고 일상 회복과 함께 문화예술교육 현장도 빠르게 회복되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과 보급, 기후위기와 전쟁 등 큰 사회적 변화와 문제, 사건이 연속되며 그 안에서 예술, 예술교육의 방향과 역할을 찾아가는 해이기도 했다. 예술교육가에게 겨울은 쉼 없이 달려온 한해를 돌아보며 함께한 이들과 성과를 나누고 다음을 준비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2023년을 마무리하며 올 한해 [아르떼365]가 만난 전문가들과 함께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며, 고민하고 실천했던 한해를 되짚고 새해를 전망해보았다.   ① 2023년 나를 움직인 것은    ② 2023년 이슈와 평가    ③

서로를 비추고 함께 이뤄가는
사회적 상상

사회참여적음악가네트워크의 동력

“제가요?” ‘사회 참여적’이라는 단어에 음악가들은 종종 손사래를 친다. 정치적이거나 사회운동을 도모해야 명명될 수 있는 수식인 것 같단다. 사회참여적음악가네트워크(Socially Engaged Musicians’ Network, 이하 SEM(샘)네트워크)는 음악가들이 사회에서 음악이 미칠 수 있는 영향과 사람들과 음악으로 관계 맺는 방법을 따로 또 같이 모색하고 실천하는 연대다. 그 시작점에는 엘 시스테마형 오케스트라가 있다. ‘삶을 변화시키는’ 아동·청소년오케스트라 프로젝트의 모델을 7~10여 년 운영하면서 각성한 음악가, 사회복지사, 기획자들이 모여 2018년도부터 느슨한 연결과 결집된 실행을 오가며 진화해 온 모임이다. <자장가 프로젝트(Lullaby Project)>(2019) ‘사회적 상상’으로 연결된 음악가들 ‘사회 참여적’이라는 단어를 굳건하게

법석이면서 가만한

예술가의 감성템⑱ 모빌의 세계

아기였을 때, 내가 누워 있던 곳에도 이게 있었을까. 고향에 내려갔을 적에 때마침 궁금해졌다. “엄마, 우리 집에도 모빌이 있었어?” 나는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투로 묻는다. “있었지.” 엄마는 짧은 대답으로 대화를 끝내려고 한다. “언제 있었어? 어떤 모양이었어?” 그걸 다 어떻게 기억하느냐고 답하면서도, 엄마는 아들을 위해 기억을 더듬는다. “알록달록했지. 세모, 네모, 동그라미가 공중에 매달려 있었어. 너는 특히 동그라미가 빙그르르 도는 걸 좋아했어. 꺼이꺼이 울다가도 동그라미가 회전하면 그걸 응시하느라 눈물을 뚝 그쳤으니까.”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는 웃는다. 공중에 매달린 동그라미가 제자리에서 빙그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