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숲에서, 손이 들려준 인생 이야기

어쩌다 예술쌤⑯ 다양한 장르를 융합한 노인예술교육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전 생애에 걸친 인간의 발달과정에 대한 충분한 통찰과 이해가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과 함께 이 연구가 시작되었다. 급속히 발전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어르신들의 삶의 지식과 경험의 가치가 퇴색되고, 역할 또한 축소되고 있다는 것을 ‘노년’이라는 명칭에서 우리는 암묵적으로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어르신들의 삶의 역사를 퇴색되었다는 이유로, 지나간 기억으로 치부하기엔 우리 사회에 기여한 공이 너무도 크다. 이들의 삶이 그 시대의 발전 동력으로써, 희생의 연료가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작업에는 깊이 있는 고찰과 통찰력이 필요하다. 삶을

권리 보장과 안전에 관한 시대적 요구

2022년 11월 문화예술교육 정책 동향

1. 「예술인 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이채익 의원 등 10인) 발의(22.11.9.) 이채익 의원 등 10인은 지난 11월 9일 「예술인 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예술인 복지법」의 제정 취지는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보호 및 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에 따라 보호를 받는 ‘예술인’은 예술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으로 한정함으로써 예술 현장에서 예술 활동 증명 제도를 예술인임을 증명하는 제도로 오인하고 있는 한편, 예술 활동을 증명하지 않은 사람은 일반적인 직업적 지위와 권리보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문제가 지적되었다. 이번 일부개정법률안은 ‘예술 활동 증명에 대한

변화에 대응하는 프랑스 문화예술교육

2022 해외 문화예술교육 기획리포트 3호

각 국가의 문화예술교육은 사회, 경제, 문화적 맥락과 정책적 환경에 따라 고유한 특징을 갖고 있으며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정책의 방향과 실행도 변화해왔다. 특히 최근 팬데믹의 위기는 문화예술교육의 방식을 크게 변화시켰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이번 “변화에 대응하는 프랑스 문화예술교육”에서는 프랑스 문화예술교육이 변하지 않는 기본 원칙 속에서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프랑스 문화예술교육은 1959년 문화부 창설 이후, 변하지 않는 프랑스 문화정책의 기조인 ‘문화 민주화’ 실현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문화부 창설 직후 ‘가능한

칸에 갇힌 상상을 깨면 변화가 보인다

[좌담] 공모사업에 대하여 알고 싶은 두세 가지 것들② 모니터링과 평가

뽑혔으면 됐지, 뭘 또! 컨설팅? 모니터링? 평가? 스스로 변화를 살피기 다시 공모사업 신청의 계절이 온다.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하면서 한 번쯤 공모사업 지원신청서를 작성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지원신청서를 쓸 때마다 대체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운 좋게(?) 선정된 후에는 잘하고 있는지 불안해하며 홀로 분투하기도 한다. 공모사업 선정 과정에서는 무엇을 중요하게 다룰까? 모니터링과 컨설팅 과정에서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평가는 어떻게 환류되는 걸까?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예술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까? 공모사업 심사, 평가에 밝은

마음에 씨앗을 심는 넉넉한 이야기방

예술가의 책방⑨ 책방심다

빌려주던 작은 방 전라남도 순천시 조곡동 151-38. 방이 많은 곳에서 일하고 있다. 1978년 완공된 이 공간은 오랜 시간 동안 순천역에서 근무하던 철도 노동자들이 장기 숙박을 하던 여인숙이었다. 철도산업의 변천과 시설 노후로 인해 수요가 점차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영업을 종료하였다. 비교적 최근까지 사람이 살았지만, 전혀 관리되지 않은 이곳에 2019년 작은 책방을 열었다. 여러 개의 쪽방 벽을 헐고 방과 방을 연결했다. 창고와 화장실을 털어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각자 다른 이야기와 사연이 있던 ‘빌려주던 작은 방’은 이야기가 모이고 나뉘는 ‘이야기방’이 되었다. 2016년, 순천역 앞

스스로 그리는 동면의 방향

예술교육가의 창의적 동면

12월이 오면, 마음이 바빠진다. 최근 몇 년간, 크고 작은 사업을 운영하며 배인, 무의식적 정서다. 영수증을 스캔하고 수천 장의 사진을 정리하고 인쇄 시안의 오타를 들여다보는 밤샘 작업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초겨울의 일상이었다. 올해는 소소한 활동들과 배움에 집중하며 보내서, 그럴 일이 없는 데도 문득문득 마음이 바빠지는 것은, 그간의 습성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몰아치는 12월을 지내면, 급작스러운 고요가 찾아온다. 가을부터 다음 해의 사업을 모집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사업은 당해 2월이 되어야 공모를 시작하는데, 그것도 기획서를 보내고 면접을 보는 과정일 뿐, 정작 본 사업은

전환의 신호 앞에서 – 멈춰섬, 물러섬, 돌아섬

김혜일 꿈틀리 인생학교 교장

가을 끝자락, 강화로 향하는 길은 겨울로 들어서는 길 같았다. 따뜻한 남도에서 겨울이 빨리 오는 곳으로 옮긴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김혜일 선생님을 만나러 갔다. 그는 올해 1월 정든 고향이자 활동지였던 광주를 떠나 강화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한국형 애프터스콜레(Efterschole) ‘꿈틀리 인생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청소년들과 새로운 삶을 시작해 첫 겨울을 앞두고 있다. ‘옆을 볼 자유가 필요한 청소년들의 전환학교’ 꿈틀리 인생학교에서 농사, 음악, 미술, 체육, 글쓰기를 진행하며 학생들이 자연과 생태에 익숙해지고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한 해를 보냈다. 예술(교육)가에서 꿈틀리 인생학교 교장

냉정한 성찰을 바탕으로, 소통과 합의를 동력으로

‘불가사리 프로젝트’를 통해 본 새로운 지원 시스템의 가능성

“쟁기가 아무리 날카로울지라도, 설령 황소가 무거운 걸음으로 느릿느릿 걷는다 해도, 쟁기는 황소 뒤에 매다는 편이 낫다”는 말이 있다. 새로운 일이 정신없이 일어나고 변화를 요구하는 시절이지만, 그래도 지역문화재단의 기본 역할인 ‘지원’과 ‘향유’라는 두 축을 기본토대로 삼는 것이 황소 뒤에 쟁기를 매다는 것이 될 것 같다. 나는 작년 8월 1일부터 김해문화재단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코로나19가 지속되는 동안 예산이 줄어들어 일이 많지 않을 텐데 월급은 꼬박꼬박 받는 문화재단’ ‘공무원보다 더 형식을 따지는 관료성과 애매한 행정으로 일하는 문화재단’이라는 말을 들었다. 전국에 116개의 기초단위 문화재단이 설립되어

서로의 든든한 울타리, 함께 돌보고 숨쉬기

사회적협동조합 문화숨

인터뷰를 계기로 방문한 ‘문화숨’(성남시 수정구 태평4동)은 길고 가파른 경사의 꼭대기에 있었다. 초행길이라 이쪽저쪽 고개를 돌려보면서 올라갔는데 왼쪽엔 영장산 자락에 단풍이 든 나무들이 즐비하고, 오른쪽엔 좁은 골목들을 따라 빽빽이 모여 있는 집들이 보였다. 조금 일찍 도착해 1층 사무실(주민 커뮤니티공간)에서 기다리고 있자, 어느새 환한 웃음을 담은 황정주 문화숨 대표가 들어왔다. 이곳은 단풍도, 집들도, 웃음도 그리고 어떤 기대까지 가득한 곳일 거라는 첫인상과 함께 대화를 시작했다. 동네에 필요한 숨구멍되기 “삶에서 누구나 자기만의 숨구멍이 있잖아요. 우리가 하는 문화예술 활동이 일상에서 누군가에게는 찰나가 될지라도 숨통이 트이는

음악과 함께 하는 꿈을 ‘지속’시킨다는 것

구로구립 꿈의 오케스트라

‘꿈의 오케스트라’의 모체가 된 것은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El Sistema)였다. 경제학자이자 음악가이던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1939~2018)가 1975년 빈민가 아이들을 위한 음악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를 설립했다. 스페인어로 ‘시스템’을 의미하는 엘 시스테마는 마약과 폭력 등 위험에 노출되어 있던 아이들에게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미래와 꿈을 심어주는 ‘꿈의 시스템’이 되었다. 베네수엘라와 한국의 상황은 달랐지만, 모토는 같았다. 바로 음악과 예술을 통해 꿈을 심어주고 길러준다는 것. ‘오케스트라’란 관현악단을 지칭하지만 우리는 조화, 화음, 소통 등의 의미로 이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꿈의 오케스트라는 어린이들의 사회적 조화,

관계가 주는 다채로운 사물들

예술가의 감성템⑧ 노드 트리 하우스, 향수, 수집사물

리듬과 이야기가 뒤엉켜지는 어떤 지점에 노드(node)가 생겨납니다. 그 순간을 시각화하기 위해 디지털 장비를 장착하고 호기심으로 마음을 부풀려 내뻗는 발걸음으로 풍경을 채집하는 우리를 ‘노드 트리(NODE TREE)’라고 명명했습니다. 우리는 정강현, 이화영이면서 까레이와 들판이라고 불리는 것에 더 익숙합니다. 정강현은 부산광역시 대신동에서 태어나 자랐고 25살이 되던 해 작곡가가 되기 위해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작은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크고 어두웠던 공간에서 끼니를 거르며 헤비메탈 음악과 함께 일상을 보낸 어떤 시절에 꾸던 꿈이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드라마 <까레이스키>가 방영되었는데 강현이라는 이름과 찰떡이었는지 그때부터 까레이로 불렸고 지금도 그

버림이 아닌 쓰임의 감각

오늘부터 그린⑬ 쓰레기로 그리는 그림

어느덧 제주에 발을 디딘 지 12~13년이 넘어가고 있다. 처음 제주에 왔을 때 그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서울에선 이젠 없어진 줄 알았던 봄과 가을을 제주에선 충분히 즐길 수 있고, 봄의 하늘은 회색과 누런색이 당연한 줄 알았는데 이곳 제주의 봄 하늘은 맑디맑은 푸른색이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금 제주의 봄과 가을은 서울과 같이 스치듯 지나가며 사라지고 급기야 공기청정기까지 틀게 되었다. 하도리 굴동 해녀와 작업한 《2019 바다 사람 예술 展》 (왼쪽부터) <떼> <여자> 유리조각, 공룡인형, 냄비, 주사기 바다는 어떨까? 바다의 변화를 직접 몸으로 느끼는 이들이라

모호함을 궁금함으로 바꿀 ‘필승전략’

[좌담] 공모사업에 대하여 알고 싶은 두세 가지 것들① 심사와 선정

공모사업 심사, 무엇을 보나 예술가의 질문과 고유함을 찾아 경청하고 소통하는 태도 필승전략은 없다 다시 공모사업 신청의 계절이 온다.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하면서 한 번쯤 공모사업 지원신청서를 작성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지원신청서를 쓸 때마다 대체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운 좋게(?) 선정된 후에는 잘하고 있는지 불안해하며 홀로 분투하기도 한다. 공모사업 선정 과정에서는 무엇을 중요하게 다룰까? 모니터링과 컨설팅 과정에서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평가는 어떻게 환류되는 걸까?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예술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까? 공모사업

헤엄치는 고등어들, 바다를 만드는 어른들

안산문화재단 청소년 극단 ‘고등어’

11월의 비 내리는 토요일, 2013년 창단되어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안산문화재단 청소년 극단 ‘고등어’를 만나러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 다녀왔다. 대중적으로는 아직 생소하게 여겨지고 있는 청소년극의 장르적 여건 속에서, 굳건히 10주년을 맞이한 지역 청소년 극단의 존재는 현장의 창작자들과 예술교육자들에게 큰 용기와 영감을 주고 있다. 극단 고등어는 매해 안산 지역 청소년을 위한 창작극 레퍼토리를 개발해 쌓아나가며, 안산을 대표하는 청소년 극단이 되었다. 나아가 청소년 창작극 레퍼토리와 뮤지컬 악보 등을 출판·배포하는 형태로 청소년극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연극계 현장에서도, ‘안산’이라는 도시를 말할 때 ‘청소년극’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낯선 지구별에서 부족하고 아름답게

예술가의 책방⑧ 낯설여관 204호

“반갑습니다! 일상 여행자들의 쉼터 낯설여관입니다!” ‘여관-여행-여정’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여(旅)’라는 글자는 나그네를 의미한다. 낯설여관(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은 우리 모두가 지구별에 잠시 머무는 ‘나그네’라는 신분과 역할에 집중한다. 낯선 지구별에서 주인이 아닌 나그네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을 책과 제로 웨이스트 사진을 통해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많고, 화려하고, 있어 보이고, 풍족하고, 냉철하고, 편리한 것들이 지배하는 세상 속에서 적고, 소박하고, 없어도 괜찮고, 자족하고, 따뜻하고, 불편한 삶의 방식을 지향한다. 작지만 알찬 복합문화공간을 꿈꾸며 시작한 낯설여관이 아직 망하지 않은 건 기적에 가깝다. 책이 위로와 쉼을 줄

미래의 플레이리스트를 채울 친근한 음악수업

어쩌다 예술쌤⑮ 전통에 기반한 융복합 예술교육

우리는 예술교육의 가치와 목적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나 역시 십여 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전통예술교육을 받아 왔고, 직접 교육을 하고 있으니 예술교육이나 전통예술교육의 필요성은 매우 잘 알고 있다. 예술교육을 업으로 삼고 있는 우리 모두 그럴 것이다. 하지만 예술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충돌은 일어날 수 있다. 그것이 스스로 만든 것이든 타인에 의한 것이든 충돌의 경험이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왜 예술교육이 필요해요? 지금 이 시대에 전통예술이 왜 필요해요? 지금 그러한 교육이 이 시간에 필요한가요?” 예술교육가라면 이처럼 가슴 철렁한 말들을 들어 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