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모여 숲을 보듯, 숲이 나무를 이해하듯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미시사(微視史)’와 관련한 책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순간, 마치 드론이 촬영하듯 나무에서 시작해 숲으로 시야가 확장되는 장면이 떠올랐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독자들에게 현장은 곧 삶이 펼쳐지는 다양한 공간이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들이 지나온 시간을 통해 자연스레 시대의 흐름을 감지한다. 한 사람을 들여다보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삶을 바라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맥락 속에서 그를 해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무를 살피는 미시사와 숲을 바라보는 거시사(巨視史)를 함께 다루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예술은 늘 인간의 경험을 포착하고 재구성하는 행위이자

2025년 3월 국내외동향

문화체육관광부 ‘문화한국 2035’ 발표 외

문화체육관광부 ‘문화한국 2035’ 발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월 6일(목) 2035년까지의 정책 방향과 과제를 담은 중장기 문화비전 ‘문화한국 2035’를 발표했다. ‘문화한국 2035’ 핵심과제는 ‘1 지역 문화 균형발전, 2 저출생·고령화 등 사회 위기 문화적 대응, 3 콘텐츠·관광·스포츠 등 산업 생태계 혁신, 4 문화 분야 인공지능 대전환(AX), 5 세계 문화 리더십 제고, 6 문화 역량 제고’이다. 핵심과제 중 사회 위기 문화적 대응을 위해 저출생·고령화, 이주배경주민 증가에 따른 문화다양성 심화 등에 대응하는 한편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핵심 기제로 여가 정책을 확대하고 기반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재밌게 놀다 보니 서로를 배우는, 진귀한 광경

‘분더캄머’가 추구하는 보편적 예술 활동

“사람도 성격이 다른 사람이 있듯이 꽃도 여러 가지 색깔이 있어서 어우러지는 시간을 가지면, 다르지만 같이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면, 서로 사랑하지 않을까.” – 2022년 〈왁자지껄 흔한여행〉 참가자 2022년 안양천 정자에 오가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다. 나물을 다듬고 먹을 수 있는 꽃으로 떡을 꾸미며,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시집살이며 직장 생활, 투병기, 친정과 자식, 외로운 자신 등 어디 가서 말 못 할 이야기를 풀고 흩어진다. 다시 같은 곳을 찾기도 하고, 때론 그 한 번의 방문으로 끝나기도 한다. 도시에서 그저 스쳐 지나가던

지역의 일상과 공존하는 작은 광장

예술로 365길⑰ 소년의서

소년의서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46번길 8, 1층 화~토 13:00~19:00, 일·월·공휴일 휴무 *자세한 운영시간은 인스타그램에 공지 0507-1359-2625 인스타그램 @girlsbookshop 주목하지 않았던 주체들의 시선으로 소년의서는 광주에 위치한 동네 책방이다. 소년의서를 운영하는 책방지기는 ‘서울변방연극제’ 기획자로 오랫동안 활동했던 예술인이다. ‘사회적 목소리로서의 연극’을 해왔기 때문인지 블랙리스트에 올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연극도 힘든데 블랙리스트라니. 결국 연극을 기획하는 일을 중단하고 제2의 고향 광주로 내려왔다. 연극을 하면서 연대 활동을 했던 형제복지원을 알린 책 『살아남은 아이』를 판매하고 싶어 서점을 시작했다. 2016년의 일이다. 책은 연극과는 다르지만 『살아남은 아이』는 책방지기에게 ‘목소리로서의 책’에

개인과 사회의 아픔을 예술로 치유할 수 있을까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 효과 측정 및 분석 연구

우리나라의 급속한 경제성장 이면에는 이기적인 경쟁과 학력 위주의 사회적 풍토가 형성되어 있다. 또한 물질을 우선시하면서 인간을 중시하는 정(情)의 문화는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로 인해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지니고 있으며, 삶의 만족도 또한 최하위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학업, 노동, 가사, 휴식의 균형이 깨지면서, 각종 스트레스, 불안, 우울, 고립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늘어났다. 이를 치유하고자 하는 국민적 관심 또한 증가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줄이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이에 관한 관심으로 2000년대 이후

영감을 주는 휴식, 감각을 깨우는 경험

2024 도시숲 예술치유 〈어떤오감: 태화강 국가정원〉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인 태화강 국가정원에는 83만 5,452㎡의 면적에 생태‧대나무‧계절‧수생‧참여‧무궁화 등 6개 주제로 20개 이상의 테마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그중 ‘자연주의 정원’은 네덜란드 조경가 피트 아우돌프(Piet Oudolf)가 울산 시민, 시민정원사 등 200여 명과 함께 2022년 조성한 공공정원이다. 이렇듯 태화강 국가정원이 가진 돌봄의 서사는 장소 탄생의 과정에서부터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이기에 2024 도시숲 예술치유 <어떤오감 Autumn Awakening>의 추진 장소로 선정하고 울산광역시(녹지정원국), 울산시민정원사 단체와 협력하여 사업을 기획했다. 처음 도시숲 예술치유 프로그램을 우리 울산시민정원사회와 함께 기획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놀랍고 의아했었다. 우리는 그동안 울산

불확실한 길 위에서 함께 걷는 법

‘움직이는 세상’이 가만히 들여다본 세상

세상은 도통 알 수가 없다. 사람의 욕심은 어째서 끝이 없는지, 마음은 왜 이토록 허무하게 변하는지, 무슨 기준으로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는 것인지.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한데 우리는 여지없이 어리석고 허약하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쉽게 답을 내리기 힘든 질문 앞에서 영화 <벌새>(김보라, 2018)의 대사를 떠올린다. “힘들고 우울할 때 손가락을 봐. 그리고 한 손가락 한 손가락 움직여. 그럼 참 신비롭게 느껴진다.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은데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어.” ‘움직이는 세상’의 시선은 천천히 움직이는 손가락 사이에 머문다. 세상을 신비롭고

예술가의 통찰이 머무는 곳으로부터

삶의 바다를 헤엄치는 문화예술교육 현장

어릴 적 꿈은 대통령이었다. 허무맹랑한 꿈이라는 걸 깨닫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걸 알게 된 것도 비슷한 시기였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지금까지 여전히 꿈을 꾸고, 산타클로스 이야기를 놀이처럼 즐기고 있다. 현실을 안다는 것이 마냥 좌절이나 실망을 의미하는 것일까? 다른 것을 알아가고 경험하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힘들고 어렵기만 한 일일까? 그런 방황의 시간을 거쳐 연극을 만났고 연극을 업으로 삼고자 대학에 진학했다. 연극을 전공하고 예술가의 삶을 산다는 현실은 필연적으로 ‘쩐의 궁핍’을 만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운이 좋다. 우연히 문화예술교육을 만나게

놀이하는 도시에서, 삶을 예술 작품 삼아

장석원(밥장) 일러스트레이터·내성적싸롱호심 대표

남해안 소도시 통영, 그중에서도 미륵도 섬에는 봉수골이라는 작은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고즈넉한 이곳에서 통영 안팎의 사람들을 연결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복합문화공간 ‘내성적싸롱호심’이 있다. 많은 이들은 카페로 알고 있지만, 이곳은 ‘통영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주제로 공연, 북토크, 강연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공간을 운영하는 장석원(밥장) 작가는 소도시 통영에서의 삶과 활동을 통해 ‘놀이’와 ‘예술적 삶’에 대해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 2월, 내성적싸롱호심은 카페에서 작가의 작업실로 전환되었으며,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시즌2를 준비 중이다. Q. 통영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고향이지만 밥장 님이

예술의 힘으로 누구나 꽃이 되는 공간

예술로 365길⑯ 온몸문화공간

온몸문화공간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무심동로 576 1층, 2층 화~일 10:00~20:00 (탄력 운영) 0507-1490-0570 홈페이지 onmom.org인스타그램 @onmom_space블로그 0nmom 온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 온몸문화공간은 청주시 청원구에 있는 사람이 찾지 않는 허름한 식당과 노래방 건물을 연극 하는 남편과 무용하는 아내가 직접 리뉴얼한 곳이다. 공간 곳곳에는 예술가 부부의 예술적 감각과 삶의 철학이 스며들어 있다. 부부가 직접 운영하는 이 공간은 예술과 삶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예술을 통해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지역이 연결되는 소박한 장소를 지향한다. 온몸으로 노래하고 춤추고 즐기는 문화예술 놀이터이자 창작터

각주를 남기다: 동시대 정치, 사회, 윤리적 난제 해결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2024 문화예술교육 영리서처 리포트 제2호 : ‘포용’과 ‘전문인력’

“모든 사람은 공동체의 문화생활에 자유롭게 참여하며 예술을 향유하고 과학의 발전과 그 혜택을 공유할 권리를 가진다.”(주1) 참혹한 2차 세계대전 후, 인권에 대한 보편적 윤리기준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 UN 세계인권선언 27조에는 문화예술 참여와 기술의 발전에 따른 혜택에 대한 권리를 담은 조항이 있다. 70여 년 전 세계 각국이 모여 비준한 이 선언에서 말하는 문화예술 생활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성은 2024년 아부다비에서 완성된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프레임워크에서도 강조된 바 있다. 문화예술교육이 사회적 맥락 안에서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콘퍼런스의 선언에서 보듯, 문화예술교육은 동시대 사회상의 거울인

일상의 텍스트와 콘텐츠로부터, 읽는 힘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예술의 힘이 필요할 때 2015년 2월 13일 뉴욕 주립극장, 발레의 살아있는 전설 프리실라 로버츠의 볼레로가 막이 오른다. 프리실라 로버츠 스스로 “무용수에는 두 종류만이 있어요. 볼레로를 출 것이 허락된 무용수와 그렇지 않은 무용수”라고 말해왔기에 발레 팬들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컸다. 막상 막이 오르고 나자 관객들은 평범한 볼레로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날 [뉴욕타임즈]에 실린 공연 오케스트라 악장 타버튼의 인터뷰를 보기 전까지. 타버튼은 프리실라 로버츠가 공연 전 “점점 페이드아웃하듯이 음악을 멈춰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희대의 발레리나와 함께 공연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열심히 합을 맞춰온

느리지만 꾸준히 자라는 영광의 아이들

영광학생예술동아리 ‘락뮤’

제법 큰 나무가 자라는 언덕이 보이는 집으로 이사 온 지 1년이 되어 간다. 창밖 풍경은 매일 똑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바라보면 나무들의 빛깔과 형태가 조금씩 변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변화는 그렇게 한눈에 보이지 않지만, 지나고 나면 전과는 다른 어떤 것이 되어 있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주축으로 10년을 이어온 영광학생예술동아리 ‘락(樂)뮤(Musical)’를 취재하고 돌아오니, 문득 창밖의 나무들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마다 같은 일을 일상처럼 반복했을 뿐이지만 어느새 멀리까지 걸어온 락뮤의 10년을 들여다보자. 〈여순사건-YOU가족〉 다름이 아닌 자연스러운 환경 2000년대 이후 우리

문화예술 및 창조경제 분야의 투자와 사회적 영향력: 영향력 측정 사례를 중심으로

2024 문화예술교육 기획리포트: 제5호 각국의 문화예술 관련 통계와 정책

“권력이 인간을 교만하게 할 때, 시는 그의 한계를 일깨워준다. 권력이 인간의 관심 영역을 좁게 만들 때, 시는 인간 존재의 풍요로움과 다양성을 상기시킨다. 권력이 부패할 때, 시는 정화한다. 예술은 우리가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기본적인 인간 진리를 확립한다.”– 존 F. 케네디,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 추모연설 중 2024년 10월 22일 룩셈부르크에서는 문화와 예술의 영향력, 임팩트 투자에 관한 콘퍼런스가 열렸다. ‘예술과 금융 콘퍼런스(Art & Finance Conference)’는 올해로 16회를 맞이한 연례 콘퍼런스로 회계감사 전문 기업인 딜로이트 룩셈부르크에서 주최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사회적 영향력과 문화

지역에서, 지역의 이야기를, 지역스럽지 않게

김은주 섬도 대표

못난 나무가 산을 지킨다. 10년 전 청년 정책 대응을 고심하던 자리에서 들었던 자조적인 한탄이다. 지역에서 성장한 청년들이 서울 등으로 떠나는 것이 기본값이 돼버린 지 오래였지만, 이제는 인구의 반이 수도권에 집중되었을 정도로 기형적인 세계는 더 공고해졌다. 지역문화를 더 세심하게 읽고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할 사람을 찾거나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그만큼 더 중요해졌다. 지방 소멸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 앞에서 자칫 양적인 것에만 골몰하지 않을지 걱정되지만 지역에서 누리는 문화의 다양성과 질 차원에서라도 지역문화와 그 활동 주체에 대한 발굴과 투자는 지속되고 확대되어야 한다.

지구를 떠돌던 부표가 띄운 각성의 메시지

오늘부터 그린㉟ 생명 존중의 빛 만들기

지구를 여행하는 부표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전국 연안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는 13.8만 톤에 이른다고 한다. 이 중 54%는 폐어구와 부표로, 바다를 떠다니며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해 해수를 오염시키고 해양 생물들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준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으로부터 국민공감 문화예술교육 행사의 일환으로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제안받았을 때 ‘폐부표’가 떠올랐다. 내가 부표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2010년, 캐나다 서부 해안가에서 우연히 ‘조개표’라는 글자가 적힌 부표를 발견하면서 시작되었다. 낯선 곳에서 한글을 발견한 반가움도 잠시, 광활한 바다를 홀로 떠돌다 밀려온 그 부표는 마치 나와 같은 여행자로 느껴졌다.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