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서

-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46번길 8, 1층

- 화~토 13:00~19:00, 일·월·공휴일 휴무
*자세한 운영시간은 인스타그램에 공지 
- 0507-1359-2625

- 인스타그램 @girlsbookshop
주목하지 않았던 주체들의 시선으로
소년의서는 광주에 위치한 동네 책방이다. 소년의서를 운영하는 책방지기는 ‘서울변방연극제’ 기획자로 오랫동안 활동했던 예술인이다. ‘사회적 목소리로서의 연극’을 해왔기 때문인지 블랙리스트에 올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연극도 힘든데 블랙리스트라니. 결국 연극을 기획하는 일을 중단하고 제2의 고향 광주로 내려왔다. 연극을 하면서 연대 활동을 했던 형제복지원을 알린 책 『살아남은 아이』를 판매하고 싶어 서점을 시작했다. 2016년의 일이다. 책은 연극과는 다르지만 『살아남은 아이』는 책방지기에게 ‘목소리로서의 책’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다. 책을 통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해 질문하고, 다양한 관점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포함한 것이었다.
손님들은 책방 이름인 ‘소년의서’ 뜻이 무엇인지 자주 궁금해한다. 서점 이름을 지을 때, 감금의 역사를 증언한 책 『살아남은 아이』를 소개하고 관련된 책을 판매하면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그러다가 2014년에 출판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떠올렸다. 책방지기가 성장한 광주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5·18민주화운동을 마주하고 있는 이 책은 소년의 시선으로, 여성의 시선으로, 행방불명자의 시선으로, 또 어머니의 시선으로 5·18민주화운동을 다루고 있다. 그동안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주체들의 시선으로 사건을 다룬 것이 너무 좋았다. 완성되었다고 믿는 것들이 아닌 완성되지 않은 것, 소외되고 고립된 것, 해결되지 않은 일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자연스럽게 ‘소년의서’라고 이름을 짓게 되었다.
연대와 감흥이 있는, 안전한 토론공간
소년의서에는 주로 여성, 환경, 장애, 노동, 역사, 예술 등을 포함한 문학, 사회과학, 예술 서적 등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를 초청하여 북토크, 강연 등을 열며 지식과 정보, 담론을 확장하는 활동을 하고, 독서모임, 낭독모임, 묵독모임 등 교류와 만남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첫 번째 북토크는 2018년 10월에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 고(故) 임재춘 님과 김경봉 님을 초청한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임재춘, 최문선 외 저, 마로니에북스) 북토크였다. 세계 일류 기타를 만든다는 열정과 자부심으로 일했던 공장에서 하루아침에 정리해고를 당하고 10년 넘게 장기농성을 하고 있는 해고 노동자들의 이야기 속에 연대의 불씨가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되었다. 작은 서점에 많은 사람이 참여해주어 소년의서 밖 골목에서 북토크가 진행되었다.
이렇게 시작한 북토크는 제람 작가 〈암란의 버스3〉 다큐멘터리 상영회와 제작진과의 대화를 비롯해 『사라진 나의 중국 친구에게』(빨간소금)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휴전선엔 철조망이 없다』(도서출판 눌민) 강주원 작가, 『농담, 응시, 어수선한 연결』(가망서사) 김슬기‧김지수 작가, 『나에게 새로운 언어가 생겼습니다』(글을낳는집) 김미숙 작가(실로암사람들), 『수요일마다 그림 그리러 오겠다고 말했다』(알록) 전진경 작가 등 저자 초청 북토크와 다양한 활동으로 이어졌다.
2023년 한국작가회의에서 주관한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과 202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한 ‘문학기반시설 상주작가 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 소년의서 상주작가로 소설가 황지운 작가가 함께했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했던 상주작가 사업은 2년 차가 끝나갈 무렵 독서모임이 활성화되며 깊은 대화의 장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소년의서에 자주 오면 단골이자 독서모임에 참여했던 이들이 5월부터 12월까지 한 달에 네 차례 이어졌던 독서모임은 깊은 대화의 장이 되었다.
책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많이 읽는 다독가 ‘꿀’님, 처음 독서모임 참여한 이후 한 번도 결석하지 않은 개근왕 ‘쟝’님, 대학에 입학하며 책 『고통 구경하는 사회』를 읽고 사회적 연대에 대해 고민하게 된 ‘솜’님, 광주에 처음 이사 온 독자 ‘녕빈’님 등. 독서모임 참여자에게 소년의서는 환대와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는 안전한 공간으로 다가가길 희망한다. 상주작가와 독자들이 함께 소년의서에서 책을 통한 소통과 교류 그리고 대화의 장이 열리는 것은 책방지기인 필자에게도 무척 고마운 일이다.
광장을 이루는 공간
작년 5월 18일의 일이다. 그날은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날이다. 광주에 많은 분이 방문했고, 소년의서에도 5·18민주화운동 관련 책을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방문했다. 이날 책방지기는 책방이 광장을 이루는 현장을 경험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온 책방 손님들이 우연찮은 기회로 대화를 시작하여 5·18민주화운동과 시국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이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던 이들이 서로의 생각을 토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이 된 것이다.
동네책방은 책방지기의 취향을 반영한 큐레이션과 뚜렷한 방향성을 갖게 되는데 소년의서에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시국 토론을 하는 장면은 서점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였다. 연극을 하며, 회합으로서의 연극에 대한 고민, 그리고 성장 과정에서 90년대 광주 5·18민주광장 분수대 위에서 보았던 광장에서의 사람들의 회합이 책방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만나는 느낌이었다. 동네책방이 보다 안전하게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광장이 되면 좋겠다는 희망도 갖게 되었다.
지역의 역사를 담은 소년의서
소년의서는 1935년 개관한 광주극장 바로 옆에 있다. 어느 날 광주극장 전무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광주극장이 일제강점기 광주에 있는 조선인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재 아시아문화전당이 있는 구역이 옛 광주 읍성을 중심으로 충장로1-3가를 형성하는데 그 지역이 일본인 상점과 행정구역이 자리했고, 현재 광주극장이 있는 충장로4-5가에 조선 상인들이 자리했던 것도 알게 되었다. 어릴 적 많이 방문했던 충장로가 그런 역사적 배경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예술가 특유의 호기심과 집요함이 발휘되어 지역 아카이빙을 시작했다.
마침 충장로4-5가에는 장인이 많았다. 1973년부터 시작한 충장로4가 초입에 있는 노틀담제화 임종찬 사장님이 인터뷰를 위해 기웃하는 필자를 이끌고 신발공장을 보여주셨던 날로부터 충장로 장인들의 아카이빙도 함께 시작되었다. 그렇게 충장로4-5가의 역사와 이화자수, 전병원양복점 등 장인, 명장 인터뷰를 담은 아카이브 책 『충장디스커버리』(2016)를 발간했다. 이어 광주동구청 인문도시정책과가 만들어지면서 함께 「동구의 인물」을 제작했다. 또한 충장로4-5가에 있는 30년 이상 된 가게로 확대하면서 충장상인회와 함께 69곳의 오래된 가게 인터뷰를 포함해 『충장로 오래된 가게』로 출간했다. 일상의 공간에 숨은 장인, 명인, 명장들의 이야기, 여성 상인들의 이야기를 포함하여 지역 아카이빙의 의미를 생각하는 소중한 기회였고, 지역 콘텐츠를 발굴했다는 자부심도 함께했던 일이었다.
골목 이웃과 함께 여는 장터
2023년 지구를 지키는 농부 ‘지구농장터’ 기획자인 맑똥(맑은 똥) 농부가 광주극장과 빵과장미 그리고 소년의서를 찾아와서 장터를 열고 싶다고 제안했다. 광주극장, 빵과장미, 소년의서가 함께 공유공간으로 쓰는 영화의집 마당에서 농부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과 공예인들이 직접 만든 공예품을 판매하는 장터를 매달 둘째 주 토요일에 개최하기로 하고 서로 품을 팔기로 했다. 2023년 4월 시작하여 현재까지 매달 둘째 주 토요일에 ‘지구농장터’가 열리고 있다. 소년의서는 홍보물 제작을 자원봉사로 하고 장꾼들에게 필요한 물품이나 집기 등을 제공하기도 하고 쉼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지구농장터에서는 ‘소농과 씨앗 그리고 마을공유지’ ‘공유지 경제의 재발명’ ‘자급경제시장 활성화’를 기조로 많은 교류가 이어졌다. 광주뿐만 아니라, 곡성, 장흥, 강진의 농부들이 함께하고 있고, 토종 쌀인 멧돼지찰, 모태쌀과 팥, 서리태, 유기농 손두부, 버섯, 들깨, 토종통, 상추, 청경채, 봄동, 효소발효액, 빵 등 농부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과 가공품, 그리고 손수건이나 도자기 등의 공예품 등 다양하게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자원순환공간인 한걸음가게에서는 다회용품 등을 무료로 공유하면서 지구농장터에서 환경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동네책방으로서, 일상을 함께하기
2024년 10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소년의서 방문객이 많아졌다. 사실 그 전날 단 한 권의 책을 판매했던 책방지기는 앞으로 소년의서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사람들이 책을 읽고 또 구매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걱정했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우리에게 그 자체로 큰 기쁨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문학의 힘, 책의 힘, 역사적 진실을 마주하는 힘, 전업 작가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도 된다는 희망 등 다양한 영감과 용기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계기로 광주에, 소년의서에 방문하는 많은 방문객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하고 싶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도 용기와 영감과 힘을 함께 주고받는 공간으로 동네책방이 자리하면 좋겠다. 소년의서 역시 동네책방 운영이 결코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다양한 연대와 문화 활동을 하며 노력해왔던 만큼 다양한 방문객과 일상의 문화를 함께하는 작은 광장이 되길 희망해본다. 책방의 문을 열고 닫는 모든 날마다 불빛을 꺼뜨리지 않기. 소년의서를 운영하며 생각했던 하나의 원칙을 잘 지켜가고 싶기도 하다.

- 임인자
-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다.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실종자·유가족모임 총무로 활동했다. 동네책방 소년의서를 운영하고 있다.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충장디스커버리』(2016, 소년의서, 광주시네마테크)가 있고, 공저자로 『연극 공간과 이론의 생산』(2017, 연극과인간), 『세월호 이후의 한국연극』(2017, 연극과 인간), 『충장로 오래된 가게』(2020, 충장상인회, 소년의서), 『동구의 인물 1』(2019, 광주동구청, 소년의서), 『동구의 인물 2』(2020, 광주동구청, 소년의서), 『간판실』(2024, 광주극장) 등이 있다.
daeinza@hanmail.net - 사진 제공_소년의서 인스타그램 @girlsbook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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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 ‘소년의서’의 다양한 역할과 넘나드는 지역 활동에 박수를 보냅니다.^^
‘소년의서’는 단순한 책방을 넘어 지역 사회의 문화적 중심지로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네요~
책을 통해 사람들을 연결하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인식도 높이고, 다양한 활동으로 지역 사회에 다양한 파급력이 있는거 같아요~
지역의 일상과 공존하는 작은 광장
예술로 365길⑰ 소년의서
공감이 갑니다
지역의 일상과 공존하는 작은 광장
예술로 365길⑰ 소년의서
기대만점이네요
동네 책방의 다양한 역할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