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사회의 아픔을 예술로 치유할 수 있을까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 효과 측정 및 분석 연구

우리나라의 급속한 경제성장 이면에는 이기적인 경쟁과 학력 위주의 사회적 풍토가 형성되어 있다. 또한 물질을 우선시하면서 인간을 중시하는 정(情)의 문화는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로 인해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지니고 있으며, 삶의 만족도 또한 최하위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학업, 노동, 가사, 휴식의 균형이 깨지면서, 각종 스트레스, 불안, 우울, 고립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늘어났다. 이를 치유하고자 하는 국민적 관심 또한 증가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줄이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이에 관한 관심으로 2000년대 이후 ‘치유’(healing)가 새로운 사회 트렌드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2년 문화예술 10대 트렌드로 나타난 ‘예술로 사회를 치유한다’, 2013년 ‘공감의 문화예술, 아픈 사회의 치유(healing)’(양혜원 외, 2012)(주1) 등 치유에 관한 국민적 관심과 사회적 필요가 증가하면서, 치유는 한국사회의 주요 이슈가 되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은 2015년부터 지역사회 내 시설과 협력하여 예술을 매개로 개인의 심리적 문제를 극복하고, 사회적 역할을 회복할 수 있는 대상 특화된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필자를 포함한 연구진은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의 효과와 그 합당한 측정에 관심을 가지고 3년간(2022~2024년) 연구를 진행했다. 첫해인 2022년은 문화예술치유 효과 측정 도구를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진흥원은 2022년 연구에 앞서 2016년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 참여자 변화 연구를 시작으로 매년 문화예술치유 효과에 관해 연구했다. 또한 2018년에는 문화예술치유 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 개발 연구를 진행했다. 대상별 특성과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 목표를 고려하여 효과 측정지표를 선정하고 프로그램 효과성을 검증했지만, ‘치유’가 프로그램의 공통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각 프로그램 간 비교에 용이한 지표가 부재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 제기를 시작으로, 2022년부터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 효과성 지표 개발 및 효과 분석 연구가 시작되었다.
지표 개발부터 효과성 검증까지
2022년 연구는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 3개 사업군 참여자인 경도인지장애자·치매 위험군, 정신건강 상담수요층, 학교폭력 피·가해 및 학교 부적응 학생의 문화예술치유 효과 검증을 위한 공통지표와 협력사업별 개별지표 개발에 주력했다. 지표 개발은 선행연구와 프로그램 내용 검토는 물론 문화예술치유 전문가를 대상으로 총 6회의 FGI(Focus Group Interview), 전문가 대상 델파이 기법(주2)을 활용하여 문항을 선정했다. 이와 함께 1,100명의 참여자 설문 조사를 실시하여 탐색적 요인분석, 확인적 요인분석, 타당도 검사 등 문항의 통계적 절차를 거쳤다. 최종 지표는 공통지표 36문항과 개별지표 21문항(각 6~9문항)으로 구성되었다. 모든 구성요소는 현장에서 측정의 간편성을 위해 3문항으로 구성하였다. 설문 개발을 위해 123개의 예비문항 설문을 시작으로 협력 시설별 약 45~50개 문항이 완성되기까지, 지표 개발을 위해 치유 프로그램 운영단체, 협력 기관, 치유 프로그램 참여자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다.
2023년 연구는 치유 프로그램의 효과 검증에 더욱 중점을 두었다. 2022년 연구에서는 지표 개발 과정에 다소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프로그램 효과성 검증이 엄격하게 진행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2023년 연구는 2022년에 개발한 지표를 활용하여 ‘마음치유, 봄처럼’(주3) 프로그램 효과성 검증을 시행하는 데 모든 프로그램에 대해 전수조사(조사 시점 2,638명)를 했다. 무엇보다 프로그램 사전 조사와 사후 조사의 엄격성을 유지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반면 현장 실무자들의 피로도와 연구의 신뢰성 문제가 일부 제기되었다. 즉 프로그램 진행자인 예술치료사가 설문 조사를 진행한 점은 효과성 검증의 객관적 측정을 담보하지 못한 한계로 남았다.
2024년에는 2023년 전수조사에 투입된 에너지가 과도했던 점을 보완하고 측정 요소를 좀 더 슬림화하는 지표 수정에 중점을 두고자 했다. 하지만 연구 시작이 늦어짐에 따라 지표 수정 과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웠고, 연구 시작 전 이미 시작된 프로그램이 많아 조사 샘플링에 어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공통지표 요인의 수를 줄이고, 개별지표 가운데 교육부 협력사업의 경우는 다른 협력 시설보다 구성요인 수가 많아서 이 부분을 줄이고자 하였다.
예술이 가진 치유의 힘
“사람의 몸과 마음이 과연 문화예술로 치유가 가능할까?” 우리가 모두 궁금해하는 점이다. 전문 의료인의 의학적 치료(medical treatment)와는 다르게, 문화예술치유는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직간접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사람마다 겪은 어려움을 서서히 드러내어, 이를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단단해지며 사회 속에서 함께 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연도별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 효과 측정에서 구성요인의 사전 평균값 대비 사후 평균값의 변화량과 변화율을 살펴보면, 2022년에는 타인수용도가 가장 높은 변화율(6.35%)을 나타냈고 다음으로 회복탄력성, 자기표현, 즐거움, 자기수용 순이었다. 가장 낮은 변화율은 사회 신뢰로 나타났다. 2023년은 다른 해와 비교하여 변화율이 가장 큰 해였다. 그중 회복탄력성이 가장 큰 변화율을 나타냈고, 다음으로 자기표현, 문화예술 친화도, 즐거움, 감정조절, 긍정적 사회 인식 등의 변화율이 높은 구성요인으로 나타났다. 가장 낮은 변화율은 역시 사회 신뢰였다. 2024년에는 문화예술 친화도가 가장 큰 변화율을 나타냈으며 다음으로 회복탄력성, 자기표현 순이었고, 가장 낮은 변화율은 역시 사회 신뢰로 나타났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종합 평균변화율을 살펴보면 회복탄력성이 7.87%로 가장 높은 변화율을 보였고, 다음으로 자기표현(7.51%), 즐거움(7.27%, 2년 평균), 문화예술 친화도(6.93%) 순이었다.
질적 연구에서도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은 3년간 공통적으로 참여자에게 심리적 안정, 사회적 관계의 강화, 문화예술적 성장이라는 다차원적 효과를 제공했다. 특히 창의적이고 비언어적인 자기표현이 참여자들에게 독창적인 치유 경험을 제공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참여자들은 몰입 체험과 정서적 해방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기존의 대인관계와 사회적 맥락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했다. 문화예술치유는 기존의 치유 또는 치료방법이 가지는 한계를 보완하고, 참여자에게 정서적 안정, 자기발견, 사회적 연결, 창의성 증대를 제공함으로써 치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왔다. 따라서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 진행 이후 지속적으로 미술, 음악, 무용, 연극 등 다양한 예술적 활동을 통해 참여자의 심리적, 정서적, 사회적, 신체적 안녕을 증진하는 효과가 나타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화예술에 대한 치유적 접근은 참여자가 예술 활동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내면을 탐구하며, 타인과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문화예술치유는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을 모두 아우르는 독창적인 치유 방식으로, 참여자가 이러한 예술치유의 차별성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이러한 예술치유만의 독특한 강점은, 참여자에게 자기표현과 정서적 해방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단기적 검증을 넘어 장기적 관점으로
3년간 문화예술치유 연구를 진행하면서, 연구자로서 측정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연구는 측정의 신뢰도와 타당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꼭 필요한 대표 지표를 선정하여 현장의 설문 피로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또한 효과 측정의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 효과 분석의 결과가 프로그램 개선에 반영될 수 있는 환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진흥원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정책적 부분의 환류 체계를 구축하고, 현장에서는 보다 현장에 기반한 치유 프로그램 설계와 실행의 환류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효과적인 환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프로그램의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그 목표가 프로그램 요소와 내용에 잘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 효과 검증을 통해 초기에 프로그램의 효과 달성을 확인하면서, 효과로 검증되지 않은 요소들을 차후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면 현장의 치유 프로그램을 한층 더 고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치유 프로그램의 연구 또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1년 단위의 사업 기간별 효과 검증도 중요하지만, 보다 장기적인 연구를 설계하여 장기적 성과 검증을 위한 토대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현장에서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는 예술치료사와 예술가(예술강사),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연구에 도움을 주신 모든 참여자에게 감사드리며, 더 많은 국민의 행복한 삶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주1) 양혜원 외(2012). 2013 문화예술트렌드 분석 및 전망. 서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주2) 델파이 기법은 전문가의 직관을 객관화된 수치로 나타낸 것을 말함.

(주3) 2023년부터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명이 ‘찾아가는 예술처방전’에서 ‘마음치유, 봄처럼’으로 변경되었음. 공급자 중심에서 참여자 중심과 예술치유의 특성을 반영한 적절한 프로그램명으로 수정된 것이라 할 수 있음.

* 이 기사는 2022~2024년 문화예술치유 효과연구 연구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하였다.
정경은
정경은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어 2008년부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연구에 참여하였다. 특히 문화예술 관련 측정지표 개발과 효과성 연구에 주로 참여하고 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하여 대학에서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으며, 생애주기 중 아동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 개발과 평가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kechung@cdu.ac.kr
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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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훈 2025년 03월 11일 at 9:46 AM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이 국민들의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 관계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거 같아요~

  • author avatar
    이찬성 2025년 03월 11일 at 3:32 PM

    문화 예술이 국민들에게 미치는 실질적인 긍정적인 영향력에 대한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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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5년 03월 16일 at 12:25 PM

    개인과 사회의 아픔을 예술로 치유할 수 있을까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 효과 측정 및 분석 연구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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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5년 03월 16일 at 1:46 PM

    개인과 사회의 아픔을 예술로 치유할 수 있을까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 효과 측정 및 분석 연구

    기대만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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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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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훈 2025년 03월 11일 at 9:46 AM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이 국민들의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 관계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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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찬성 2025년 03월 11일 at 3:32 PM

    문화 예술이 국민들에게 미치는 실질적인 긍정적인 영향력에 대한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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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5년 03월 16일 at 12:25 PM

    개인과 사회의 아픔을 예술로 치유할 수 있을까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 효과 측정 및 분석 연구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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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5년 03월 16일 at 1:46 PM

    개인과 사회의 아픔을 예술로 치유할 수 있을까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 효과 측정 및 분석 연구

    기대만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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