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집 이용안내
장소
강원도 강릉시 공항길 30번길 5
시간
개방시간 | 수,목 12:00~19:00, 금~일 12:00~18:00
(전시 준비로 임시 휴관일 수 있으므로, 방문 전 꼭 운영 여부를 확인 바랍니다.)
번호
0507-1345-1018 | 이메일 storysozip@naver.com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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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소집 – 소집을 다시 소집으로
“소들은 지금 어디에 있어요?”
이곳이 예전에 소가 살았던 집이라서 이름이 ‘소집’이라고 하면 공간의 변화에 놀라워하는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소들의 안부부터 묻는다. 처음엔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의 부모님이 대신 발 빠르게 답변을 해준 덕분에 한숨 돌리곤 했다. 한편으론 이런 질문을 하는 아이들에게 매우 고맙기도 하다. 덕분에 처음 이곳을 발견하던 날을 떠올리곤 한다. 2018년 여름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지 못해 반은 포기 상태였던 그날, 이곳을 만났다. 배롱 꽃이 활짝 핀 나무 뒤로, 우거진 잡풀들과 거미줄 사이로 회색 건물이 보였다. ‘어떤 공간일까?’ 호기심이 일었다.
주인집 어르신의 배려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었다. 흙바닥에 가구, 집기류 등 쓸모없어진 잡동사니가 가득 쌓여 있었다. 그 가운데 일곱 개의 기둥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 소를 키우던 우사였다는 어르신의 말씀과 여섯 번째 기둥에 걸린 멍에를 보는 순간, ‘여기다!’ 싶었다.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공간 기반 청년 창업 지원사업의 도움으로 공간을 조성할 수 있었다. 3개월의 공사 과정을 거쳐 2019년 4월 24일 문을 열었다. 앞으로 읽어도 사이, 뒤로 읽어도 사이. 사이사이 이야기를 쌓아가고 싶은 마음을 담은 갤러리 ‘소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한때 소가 살았음을 말해주는 소 여물통, 멍에,
    소 긁개, 코뚜레
  • 강릉 문화 소식을 알리는 ‘고합니다’ 공간
     
오늘의 소집 – 이야기를 품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갤러리
소집은 남항진해변 초입 마을인 병산동 마을에 자리한 작은 갤러리다. 고종환 작가의 《첫 인사, 병산동 마을 풍경 그리고 사람》 사진전을 시작으로, 현재 열리고 있는 최소유 작가의 《첫 장을 펼치며》 예술제본 전시까지 48번의 전시회가 열렸다. 그동안 사진, 회화, 일러스트, 캐릭터 디자인, 도예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저마다 품고 있는 이야기를 작품으로 풀어냈다. 코로나19 이전엔 매달 <작가 만나는 날>을 열어 작가와 관람객이 만나 편하게 작품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코로나19 시기 속엔 <랜선 토크>를 통해 전시 이야기를 전하곤 했다. 하지만 직접 만나는 것만큼의 생동감은 없어서 늘 <작가 만나는 날>이 그립곤 했다. 얼마 전부터 다시 이 프로그램을 열기 시작했다.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작가들은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힘을 얻고, 관람객은 마음을 채우며 일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앞으로도 <작가 만나는 날>은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소집은 아버지와 딸이 함께 꾸려가며 이야기를 쌓아가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버지 소집지기는 사진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딸 소집지기인 필자는 글을 쓰고, 강의하고, 책을 만드는 일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어떻게 아버지랑 딸이 같이 일하느냐고 많이 궁금해한다. 솔직히 처음엔 잦은 의견 충돌로 얼굴 붉힐 때가 많았다. 그러한 과정은 결국 서로를 좀 더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고, 지금까지 이어온 힘이 되었다.
60대 아버지와 30대 딸이 함께 운영하는 공간이라 그런지 소집을 찾는 사람들의 연령대도 1살 아이부터 80대 어르신까지 폭넓다. 처음에는 관람객 중에 여행자의 비율이 월등히 높았지만, 현재는 여행자와 지역주민 비율이 반반이다. 주말엔 가족 여행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년층의 부부와 청년층의 자녀로 구성된 가족이 오면, 소집 앞의 탈곡기, 옛집의 풍경, 공간 내부에 있는 소 여물통, 멍에를 보면서 부모님은 추억 보따리를 풀어내곤 한다. 자녀들은 자연스레 부모님의 어린 시절을 여행하는 시간이 된다.
아버지 소집지기와 딸 소집지기는 근무일을 각각 나누어 소집을 지키고 있다. 주말엔 주로 아버지 소집지기가 지키고, 평일엔 주로 딸 소집지기가 지키곤 한다. 아버지 소집지기가 지키는 날엔 종종 관람객에게 공간 도슨트를 하곤 한다. 관람객들은 아버지 소집지기의 투박한 사투리에 처음엔 당황스러워하다가 금세 정겨워하며 특별한 추억을 안고 돌아간다. 아버지 소집지기는 종종 사진 클래스를 열기도 하고, 사진 촬영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을 찍고 바로 인화를 해서 가져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서 인기가 많다. 단체 견학 프로그램도 종종 진행하는데, 아버지 소집지기의 공간 도슨트와 사진 촬영 프로그램을 많이 좋아한다. 소집을 방문한다면 꼭 체험해 보길 추천한다.
  • 아버지 소집지기의 도슨트와 사진 클래스
    사진제공_(주)공감만세
  • <김영남, 윤태희 작가 만나는 날>(2019)
     
내일의 소집 – 함께 성장하고 싶은 공간
소: 소박하게 아름다운 것들에
집: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 2023 DEEP, 소집 이행시 코너에 남겨진 글선물 중에서
소집은 멈춰 있던 공간이 다시 쓰임이 있는 공간으로 재생되었듯, 무언가 새로운 시작을 하거나 첫걸음을 떼고 싶은 사람들이 소집에서 용기를 낼 수 있길 바란다. 딸 소집지기는 그러한 기획 전시와 프로그램을 앞으로도 꾸준히 열고자 한다. 연말에 제1회 소집 아트페어를 기획 중이며, 조만간 함께할 작가를 모집할 예정이다. 달마다 새로운 전시회도 계속 이어진다. 한 달에 한 번씩 소집 전시 나들이를 하며 마음 충전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추천한다. 소집 블로그와 SNS(인스타그램, 페이스북)를 통해 소집 소식을 전하고 있으니 틈틈이 확인해 주셨으면 좋겠다. 어느 날 당신의 발걸음이 소집으로 향하여 함께 만나게 될 날을 기다려 본다.
고기은
고기은
방송작가, 여행 콘텐츠 에디터를 거쳐 여행작가로 활동하다 8년 전 강릉으로 돌아와 고향 여행자가 되었다. 현재는 소집 갤러리 공간을 운영하며, 전시, 여행·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다. 여행이 책이 되고, 책이 여행이 되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 강원도 석호 이야기를 담은 『뷰레이크타임』을 썼고, 『여행, 시작』, 『나는 강릉에 삽니다』 등 다수의 책을 기획하고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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