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예술, 교육을 엮는 예술적 모색

마포문화재단 <꿈타래엮기>

팬데믹이 3년 차로 접어든 지금 주위를 둘러본다. 코로나19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고, 학교문화예술교육 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그간 새로운 형태의 문화예술교육 방식이 소개되고 곳곳에서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위축된 분위기다. 학교문화예술교육에 관한 깊은 고민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공교육 시스템 내에서 청소년이 예술을 예술답게 만나는 데 중점을 두고 새로운 대면의 규칙을 모색하는 현장으로 마포문화재단 <꿈타래엮기> 사업을 살펴보았다.
<꿈타래엮기>는 기량보다는 예술적 표현에, 정답보다는 발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기 위해 프로그램 실행 전에 먼저 단위별 논의와 협의 과정을 진행한다. 또 교육을 결정짓는 교사와 학부모, 예술가의 역량강화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온전한 예술 경험은 예술가와 프로그램뿐 아니라 참여 학생을 만나는 환경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지난 2년간 코로나19 상황에서 다양한 예술가들이 비대면 프로그램 개발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덕분에 성공적인 콘텐츠 개발로 이어져 대면 프로젝트로는 만날 수 없었던 규모의 청소년을 만났다. 이를 통해 새로운 방식의 비대면 예술 콘텐츠의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꿈타래엮기 프로그램
다리를 놓으면 길이 열린다
마포문화재단(이하 재단)은 2011년부터 지역의 예술교육 자원을 발굴하고자 <꿈타래엮기>를 시작했다. 학교, 예술단체·예술가가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활동과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모임 자체는 재밌었지만, 이후에 연대나 매칭이 이루어지는 후속 지원이 미비하여 2~3년 지속하다 아쉽게 중단했다. 그러다 2016년 마포혁신교육지구 사업으로 다시 한번 본격적으로 <꿈타래엮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엔 어려움이 많았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발굴해도 정작 공교육 현장인 학교로 들어가기가 힘들었다. 예술교육에 관심이 있더라도, 신뢰와 안전이 우선인 학교에 외부 예술 프로그램이 들어가기는 쉽지 않았다. 예술가와 학교의 신뢰를 엮어 주는 역할을 재단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 속에서 네트워킹과 매칭 사업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꿈타래엮기>는 지역 청소년들이 온전한 예술 경험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사업입니다. 초창기에는 발로 뛰면서 지역의 예술교육 자원을 찾아다녔어요. 이 사업의 핵심은 네트워크 구축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와 학생, 예술가, 학부모 간에 신뢰를 쌓고 튼튼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기초문화재단이 해야 할 일이라는 확신이 생겼죠.”
– 박인재 마포문화재단 문화정책팀장
프로젝트 시행 초기에는 대다수 프로그램이 학교 방과후 활동으로 이뤄졌지만, 2021년부터는 <꿈타래엮기>의 모든 프로그램이 정규 수업 시간에 편성되었다. 그만큼 공교육 시스템과의 신뢰가 두터워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다. 학교 외부 공간이나 운동장 등 학교 전체를 활용하기는 아직 어려운 게 현실이다. 참여 청소년이 예술가의 에너지를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는 교실이 주는 공간적 제약을 넘어 좀 더 개방적인 교육환경이 구축되어야 한다. 박인재 팀장은 아마도 시간이 좀 더 지나 더 밀도 있는 관계를 맺으면 학교의 벽을 허물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한다.
  • 맘스 아트살롱
  • 2021 비대면 창의예술교육 콘텐츠 개발 해커톤
교사-학부모-예술가, 튼튼한 삼각관계
아프리카 속담에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문화예술교육 역시 누구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힘들다. 청소년기의 예술적 경험이 일생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이 활성화되어야 지역에서도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청소년을 만나는 교사, 학부모, 예술가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지지하며 상호작용해야 한다. 하지만 각 주체마다 문화예술에 관한 견해와 깊이가 다르다. 아무리 창의적인 수업을 하더라도 교사와 학부모의 적절하지 않은 피드백에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각 주체 간의 예술적 사유의 간극을 어떻게 줄일까 고민한 끝에, 어느덧 <꿈타래엮기> 프로젝트는 교사와 학부모, 예술가의 이해관계를 떠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가치관을 공유하고 동의하는 공동의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2017년부터는 예술교육을 지지하는 엄마들의 모임인 <맘스 아트살롱>을 시작했다. 학부모가 예술교육에 관한 눈높이와 가치관을 갖는 것이 문화예술교육 활성화에 필수적인 만큼, 학부모에게는 자녀 양육으로 멀어졌던 문화예술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특강이나 공연, 전시 관람을 지원했다. 같은 이유에서 2018년부터 교사를 대상으로 한 <티처스 아트살롱>도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학부모와 교사의 안목이 달라졌고, 지금은 기능적인 예술교육을 넘어 어느 정도 실험적인 예술도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한편, 예술가가 학교로 들어가는 순간, 예술가로서만이 아닌 교육가로서의 역량도 필요하다. 실험적인 특성이 강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이 행정적인 부담이나 교육적인 어려움을 겪을 때 해결할 수 있도록 <아티스트 에듀살롱>을 통해 포럼이나 해커톤을 지원했다.
참여 청소년이 문화예술교육을 접하기 전에 먼저 학부모와 교사가 쇼케이스를 통해 직접 체험하는 시스템은 <꿈타래엮기>의 전통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예술가-학교-학부모 간 창의적 파트너십을 만들어내고 있다. 재단은 ‘예술가’에게 청소년과 진행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자유롭게 제안하도록 지지한다. ‘학교’에서는 교사의 긴밀한 협조로 현장 맞춤형 프로젝트를 매칭한다. 더불어 ‘학부모’가 사업 및 프로젝트 현장을 모니터링한 피드백을 수렴한다. 이렇게 생성된 수평적 파트너십은 참여 청소년들에게 안정적인 예술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 모두가 문화예술교육을 중심으로 교사, 학부모, 예술가가 한마음으로 모였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학교에 가면 담당 교사가 숙제나 일을 떠맡은 것처럼 느끼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도 종종 있어요. 심지어 담당 교사를 찾기 어려운 곳도 있었고요. 그런데 <꿈타래엮기>는 달랐어요. 마포문화재단에서 사전에 학교와 충분히 소통한 덕분에 굉장히 협조적인 환경에서 온전히 프로그램과 참여 학생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 권단 참여 예술가, 봉산탈춤 전수자
2021 꿈타래엮기 비대면 예술프로젝트
새로운 방식의 비대면 창의예술 콘텐츠
이렇게 서로의 신뢰와 파트너십이 무르익어, 이제는 학교에서 먼저 <꿈타래엮기> 참여 의사를 밝힐 정도로 안정적인 사업 구조가 마련되었으나, 팬데믹은 갑자기 찾아왔다. 게다가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도 전에 학생들은 이미 교과과정의 비대면 수업으로 지쳐있었다. 이에 새로운 방식의 예술교육이 가능할지 고민했다. <꿈타래엮기> 프로젝트에서 예술가들이 개발한 키트는 참여 청소년이 집에서 스스로, 또는 학교에서 함께 할 수 있는 방식이다. 예술가와 아이들이 직접 만나지는 못하지만 예술가의 창작활동이 온전히 전달될 수 있는 콘텐츠를 구현하고자 했다.
2021년에는 청소년 예술교육에 관심과 열의를 가진 예술가들을 한데 모아 팀을 결성하고, 하나의 목적을 향해 협업하는 해커톤 방식으로 진행했다. 같은 소재를 가지고도 예술가에 따라 수천 가지 창작활동이 펼쳐지는 것처럼, 하나의 지시문에 접근하는 사람마다 수만 가지 해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능한 다양한 방식의 표현활동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함께 개발했다. 사진, 영상, 댄스, 연극, 뮤지컬, 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로 이루어진 총 6개의 개발팀이 꾸려졌다. 예술가들은 해커톤에서 새로 만난 다른 예술가와 함께 기존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로 콘텐츠를 가공했다. 예술을 위한 교육이 아닌 예술을 통한 교육의 실현에 중점을 맞춰 콘텐츠를 기획하고 키트를 구상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방식의 비대면 예술 콘텐츠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꿈타래엮기>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년 동안 마포지역의 27개교의 초중고등학교에서 11,194명의 청소년과 함께 했다. 그동안 함께한 예술가는 160명, 교사는 146명, 학부모는 65명이다. 올해는 팬데믹 이전처럼 예술가가 청소년을 직접 만나는 대면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스트릿댄스, 와이어아트, 미디어예술, 그라피티, 전통연희 등 다채로운 13개 프로그램으로 마포구 12개 초‧중학교를 찾아간다. 팬데믹 시기인 만큼 2년 동안 비대면 콘텐츠를 공급했지만, 오히려 대면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게 되었다. 문화예술은 대면했을 때 온전한 체험의 농도가 짙어진다. 아직은 비대면의 한계를 고민하며 다시 새로운 대면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
“아이들이 프로젝트에서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거나 참여 과정에서 마냥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아이들이 참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고, 어른들이 노력하는 만큼 열리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것이 더 열심히 하게 되는 원동력이에요.”
– 남율아 마포문화재단 문화정책팀 <꿈타래엮기> 담당자
2022 꿈타래엮기 프로그램
학교의 열린 틈을 예술이 채우길
인터뷰를 진행하며 내가 2019년 <꿈타래엮기> 프로젝트를 통해 만났던 숭문중학교 학생들이 떠올랐다. 첫 시간부터 마지막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거친 에너지를 보여준 남학생들이었다. 소리 수집 시간에 쥐여준 드럼 스틱으로 연주하며 콘크리트 외벽을 부수고, 스프레이로 헌 책상을 커스텀 하는 시간에는 스프레이를 과다하게 사용하여 폐 속까지 색칠될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시도가 좋았다. 그저 방향과 세기를 아직 모를 뿐이다. 그들에겐 조준하고 발사하는 시도가 상상 이상으로 여러 차례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시도를 하기에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식은 예술이라고 확신한다. 청소년들의 직관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들은 우리의 그런 믿음을 꿰뚫고는 낯설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작품과 장르를 넘어 삶의 태도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문득 ‘꿈타래엮기’라는 이름의 유래가 궁금해진다. 아마도 예술적 요소들이 자유롭게 실타래를 풀어 청소년과 예술이 엮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는 삶과 예술을 엮는 데 있다. <꿈타래엮기>는 공교육의 청소년과 예술가와 교사와 학부모를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주고 있다. 예술을 매개로 촘촘하게 이어진 그물망은 이제 어느덧 튼튼한 예술의 터가 되었다. 서로를 잇고 엮어 주는 과정에서 참여 청소년이 온전한 예술체험을 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이렇게 예술을 매개로 미래세대의 꿈을 엮어간다.
김준수(몬구)
김준수(몬구)
뮤지션과 문화예술교육가. 2003년부터 음악과 생각이 있는 곳에서 함께 흐르고 있다. 2022년, <장르는 여름밤>이라는 동명의 음악앨범과 에세이를 발표했다.
인스타그램 @mon9star
사진제공_마포문화재단
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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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2년 09월 21일 at 1:41 PM

    학교와 예술, 교육을 엮는 예술적 모색
    마포문화재단

    공감이 가네요

  • author avatar
    안기현 2022년 09월 21일 at 4:21 PM

    학교와 예술, 교육을 엮는 예술적 모색
    마포문화재단
    기대만점입니다

  • author avatar
    김희진 2022년 09월 22일 at 12:30 PM

    학교와 학부모와 예술가가 모여 함께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멋진 일인 것 같습니다.
    마포 문화재단 응원합니다~~

  • author avatar
    장상욱 2024년 11월 29일 at 8:35 PM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는데, 학교-학부모-예술가가 모여 소통하고 함께 학교의 열린 틈을 예술로 멋지게 채우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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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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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2년 09월 21일 at 1:41 PM

    학교와 예술, 교육을 엮는 예술적 모색
    마포문화재단

    공감이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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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2년 09월 21일 at 4:21 PM

    학교와 예술, 교육을 엮는 예술적 모색
    마포문화재단
    기대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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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진 2022년 09월 22일 at 12:30 PM

    학교와 학부모와 예술가가 모여 함께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멋진 일인 것 같습니다.
    마포 문화재단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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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상욱 2024년 11월 29일 at 8:35 PM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는데, 학교-학부모-예술가가 모여 소통하고 함께 학교의 열린 틈을 예술로 멋지게 채우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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