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9월 14일부터 17일까지 나흘간 제5회 국제예술교육실천가대회(The 5th International Teaching Artist Conference, 이하 ITAC5)가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ITAC5가 개최될 만큼 우리나라 문화예술교육은 다양한 방식으로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룩해왔다. 그 속에는 단연 예술강사, 예술교육가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예술교육가는 여전히 예술가와 교육가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다.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술가와 교육가의 정체성을 고루 지속하는 방법에 대해 모색해보고자 한다.
자신을 마주하고 정의하기
예술교육가로 지난 활동을 돌이켜보면 1~2년 차에는 교육 진행과 목표달성에 집중했고, 3년 차 이후에는 나의 교육 활동에 관한 질문과 마주하게 되었다. 나의 교육은 잘 가고 있는 걸까? 나는 목표에 부합한 교육을 하고 있는가? 내가 유년기에 경험해보지 못한 예술교육을 참여자에게 온전하게 전달하고 있는가? 교육의 목표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교육의 질적 제고는 뒤로 한 채 천편일률적으로 지속해 나가는 것은 아닐까? 등 다양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 질문의 끝에서 나는 누구인가? 하는 정체성의 고민에 다다르게 된다. 나는 교육가일까, 예술가일까, 예술교육가일까?
  • 예술교육가 스펙트럼
나는 어디에 서 있을까? 예술교육가 스펙트럼에 나의 현재 위치를 표기해보면 예술가이자 교육자로서의 나를 정의해볼 수 있다. 재미있게도 나의 활동 영역과 비중에 따라 늘 위치가 변한다. 예술교육가는 선 위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고 해도 내가 그 반대의 성향이 아닌 것은 아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작품활동과 예술교육 활동을 동일시해보자. 나의 예술 환경이나 작업 과정을 다른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교육이 될 수 있으며, 예술교육을 통해 참여자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예술 활동이 될 수 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은 예술이 되고, 교육이 된다. 예술교육가는 두 가지 활동을 분리하기보다 일치시키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내가 예술 활동을 하며 가장 가치를 두는 것이 예술교육을 하며 가장 가치를 두는 것과 일맥상통할 수 있다.

아래의 표를 보며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1~3개 골라보자. 선택된 핵심가치를 고르는 과정이 쉬웠는지 불편했는지, 또 솔직하게 답변했는가. 그리고 이러한 가치가 예술가, 예술교육가로서 내 삶과 현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예술·교육 활동을 하게 하는 가치들]
가치 의미 가치 의미
성취 성취감을 느끼는 것 배움 개인적 성장과 지식의 추구
혁신 새로운 방법이나 실행을 창조하는 창의성 작업 의미가 있는 작업, 관련성 있고 목적 지향적인 작업
모험 탐험, 위험, 부담, 신남, 즐거움 존경 다른 사람에게 존경을 표하고 받음
자유 독립성, 나 자신의 선택을 하는 것 가족 행복하고 다정한 삶의 형태
진정 솔직한 것과 진정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 진실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고수하며 지속해서 행동하는 것
탁월 높은 질 추구, 나에게 중요한 것을 잘하는 것 지혜 이해심, 통찰력을 지니는 것
헌신 다른 사람들에게 헌신하는 것 정의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고 평등한 대우
영성 삶의 의미 종교적 신념 인정 잘 알려지고 권위를 갖게 하는 것
영향력과 권위를 갖는 것 보안 안전하고 안정적인 미래를 갖는 것
책임 행동의 주체성 전통 역사와 과거의 실행을 존중하는 것
[출처] 『성찰하는 티칭아티스트』 (캐스린 도슨, 대니얼 A. 켈린, 한울, 2017)
나를 움직이게 하는 가치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이를 찾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과 개선, 수정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위의 가치는 예술 활동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예술교육 과정에서도 일맥상통함을 알 수 있다. 위의 제시된 가치가 외에도 ‘우리, 공동체, 함께, 소통’ 등 나만의 가치를 찾아볼 수도 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 ‘나는 누구인가?’ 하는 정체성 고민에 다다르면, 이때부터 진정한 예술교육가로서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예술교육은 참여자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나를 보여주고 나를 알아가며 나와 네가 예술로 경계 없이 소통하는 것이다. 나를 구성하고 나의 예술 가치를 구성하는 것들을 찾고 이를 교육에 접목하여 참여자와 예술가 대 예술가로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예술가로서의 나와 교육자로서의 나의 존재가치를 지킬 수 있다.
스스로 수업 회고하기
문화예술교육은 주로 참여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육 활동에 매진하다 보면 어느 순간 예술교육가인 나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데도 늘 어느 한구석에서는 외롭고 고독한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면 예술교육가로서의 나를 지속해 나가기 어려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예술교육가는 무엇을 원천으로 수업을 이끌어 나갈까? 그 답을 찾기 위해서 나의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가 필요했다. 내 수업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지 ‘나, 과정, 환경’ 세 가지 기준을 가지고 질문해보았다. 아래 항목을 보며 각자 답해보자.
[예술교육 과정 평가 체크리스트]

과정 환경

  • 나는 왜 이 수업을 하는가?
  • 나의 교육 핵심가치는 무엇인가?
  • 나의 수업 스타일은 어떤가?
  • 내가 참여자와 상호작용하는 방법은?
  • 나 스스로 교육에 즐거움을 느끼는가?
  • 내 기준과 전혀 다른 예슬적 관점을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는가?
  • 오늘의 교육 활동이 내 작품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 수업 과정 중 중요한 요점은 무엇인가?
  • 이 학습경험에서 무엇이 중요한가?
  • 내 교육주제와 과정은 왜 중요한가?
  • 참여자가 어떤 것을 알아가길 원하는가?
  • 참여자가 어떤 것을 경험하길 원하는가?
  • 내가 전달하는 교육내용을 참여자가 숙지하였는지 알 수 있는가?

  • 누군가 내 작업 공간에 들어온다면?
  • 수업에 적용되는 물성과 교육내용의 비례, 자유로운 표현, 서로 신뢰 얻기 등 학생과 교사 간 공평하고 동등하게 존중하는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되었나?
  • 내가 창작활동을 할 때 겪는 진지함을 학생들도 고민하고 있는가?
  • 내 교육환경은 나의 예술 환경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가?
ⓒ소수정·안용세
체크리스트는 자신의 기준과 질문을 추가하거나 ‘수업’이나 ‘교육’을 ‘작업’ ‘활동’으로 바꾸어 예술가와 교육자의 정체성을 고루 지속하는 답변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예술과 교육의 경계를 확장하고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들의 관계를 새롭게 보게 하며 질문과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성해내고 발견할 수 있다.
다음 걸음을 위한 실패와 쉼
나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꼬마작곡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심화 과정을 개발하였다. 참여자 각자가 자신의 작품을 만들고 발표하는 과정을 진행하면서 나는 예술교육가로서 역할과 교육 방향에 관한 고민과 마주하게 되었다. 고민과 마주하게 되는 이유를 찾아보니 첫 번째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완벽한 교육을 기대하며 참여자들을 만나지만 현장은 늘 예상치 못한 일들이 가득하다. 실패는 언제나 큰 산처럼 느껴지지만, 예술 활동에서는 다음을 위한 하나의 쉼표일 뿐이다. 두 번째는 쉼 없는 교육 활동이었다. 내일을 준비하느라 매일 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간다. 참여자를 위한 활동을 하다 보면 ‘나’라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고 그저 활동을 위한 도구만 되기 일쑤다.
창작은 예술적 자극이 없이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가 없다. 예술적 자극은 다른 예술적 경험일 수도 있고, 반복되는 삶에서 발견되는 이전과는 다른 움직임일 수도 있다. 예술적 자극을 통한 쉼은 다음 한 걸음을 위한, 작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참여자가 아닌 예술가이자 예술교육가인 나에게 집중하면서 발견한 예술교육가에게 필요한 세 가지를 정리해보았다.
‘내’가 즐거운 교육
교육 활동 안에서 예술교육가가 스스로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 재미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지 못하는 것이 만들어지고 또 발현된 결과물에 대하여 애착이 생기는 단계, 그리고 결과물을 보며 보람을 느끼고 또 경험하고 싶다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는 교육 속에서 예술을 매개로 놀며 누리고 즐기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예술가로서 나도 그 시간에 예술 활동하는 것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참여자가 예술 그 자체에 몰두할 수 있다면, 계획을 유동성 있게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 예술에 더 깊게 빠져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예술교육가 자신에게도 흥미로운 과정이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나의 작업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런 과정을 경험하는 순간부터 수업은 완벽한 교육이 아닌 재미있는 예술교류의 장으로 변할 수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다움을 잃지 않기
예술교육가의 본질은 예술가이기에 ‘예술가다움’을 나누는 것이 진정한 예술교육이 된다. 참여자와 함께 협업하며 책임감 있는 예술 공유와 나눔을 위해 나의 기준을 참여자에게 강요하지 않고 그들의 다양함을 받아들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때 참여자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인정받고, 그 자체가 예술임을 경험할 수 있다.
‘나’의 삶을 나누고 공유하기
우리가 작품을 시작할 때 원대한 목표나 큰 규칙, 철저한 계획 속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그저 어제오늘 머릿속을 스쳐 갔던 작은 아이디어, 즉흥적인 생각에 기반을 두고 시작된다. 다소 즉흥적이고 무계획적이어도 참여자의 작은 목소리가 예술의 씨앗이 된다는 것 그리고 예술가인 나도 그렇게 예술 활동을 시작한다는 것을 공유하면 참여자는 흥미로워하고 예술 앞에 조금 더 대범해진다. 참여자에게 그들이 만나는 가장 가까운 예술가가 바로 예술교육가임을, 당신도 예술가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해 주는 것, 조력자 역할을 하며, 나는 이런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갔는지 소통하는 것으로 예술가의 삶을 나누고 공유할 수 있다. 나의 예술을 보여주고 전달하고 작품의 의도를 전하는 이가 바로 예술교육가이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된 과정들을 통해서 예술교육가들이 예술가로서의 나를 잊지 않고 현장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참여자와 소통하는 데에 있어 유의미한 과정들을 스스로 발견하고 예술교육가로서 원동력을 찾아 지치지 않고 달려나가기를 바란다.
  • 하남문화재단 ‘꼬마작곡가’ 활동
  • 안산문화재단 ‘꼬마작곡가’ 활동
  • 예술쌤의 노하우를 공유해주세요!
    오랫동안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이끌며 자연스럽게 다져진 나만의 특별한 수업 노하우를 동료들과 나누어주세요. 독자게시판에 간단한 소개와 성함, 연락처 등을 남겨주시면 됩니다. [아르떼365]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있습니다.
소수정
소수정
작곡가. 게으르지만 늘 완벽하고 싶은, 유쾌하지만 진지한 예술교육가이다. 남녀노소와 함께 작곡하고 있다.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작곡을 공부했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2013 범음악제’(Pan Music Festival 2013)에서 젊은 작곡가 부문에 선정되었다. 단편영화 <사랑의 무게> <새벽> <Our midnight> 등의 음악감독으로, 드라마 및 영화음악 작곡가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강사로 있으며, 작곡 활동과 함께 문화예술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sumo89@naver.com
사진제공_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