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대에 대응하는 예술교육

제4회 유네스코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 리뷰

올해로 4회째 맞는 유네스코 유니트윈(UNITWIN, University Twining and Network) 국제 학술대회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관으로 개최되었다. 본래 작년에 개최되어야 했을 이 학술대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되어, 올해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는 2021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과 연계되어 개최되었으며, 본격적인 학술대회의 사전행사로 국내외 인사의 축사와 기조발제, 예술공연,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바라본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사전 학술대회 등이 진행되었다.
제4회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는 ‘위기의 시대, 행동하는 예술교육’이라는 주제 아래, 기조발제와 폐회세션을 포함하여 총 11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유니트윈 조직위원장을 맡은 박신의 경희대학교 교수는 팬데믹으로 인한 전 지구적인 위기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문화예술교육의 역할에 대한 포괄적 논의를 생성하기 위해 해당 주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학술대회에서 발표자와 의장의 발제와 논의는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ZOOM을 기반으로 온라인상에서 진행되었고, 해당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송출되었다. 때에 따라 현장과 온라인 발제자 연결(그림1), 혹은 사전 녹화 영상 등을 적절히 안배하여 청중의 주목을 끌었다. 또한, 동시통역이 제공되어 청중의 관점에서 언어적 제약에서 벗어나 발제자가 개진하는 의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실시간 채팅 기능을 활용함으로써 발표자와 청중, 주최 측과 청중, 그리고 청중 간 상호소통에 기여했다.
이번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는 기조발제와 함께, ‘현장 사례연구’, ‘예술치유’, ‘사회적&문화적 포용’, ‘서울 어젠다’, ‘교실 속의 예술’, ‘예술 참여’, ‘다양성&문화적 대의’ 등의 소주제 아래 총 30여 건의 발표가 진행되었다. 필자는 ‘코로나19의 영향과 문화예술교육의 대응’, ‘문화 다양성과 문화예술교육’,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이란 테마로 해당 발제들을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 유튜브로 송출된 폐회세션 모습
코로나19의 영향과 문화예술교육의 대응
현재 코로나19는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전염병 확산에 대한 선제적 조치로 시행된 지역 봉쇄 및 사회적 거리두기는 대중의 군집을 요구하는 시각예술과 예술교육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이에, 예술교육가는 디지털 기술의 도입을 통하여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가능성과 다양성 확보를 위한 시도를 하였는데, 이러한 논의는 캐서린 콜먼(멜버른대학교 부교수, 호주), 마크 셀크리그(멜버른대학교 부교수, 호주), 애비 맥도널드(태즈메이니아대학교 부교수, 호주)의 발제에서 다루어졌다. 박물관과 미술관도 코로나19로 강제된 온라인 콘텐츠 마련에 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데, 전시를 통한 기관과 콘텐츠 수용자와의 상호작용을 넘어 사회적 자본의 획득을 유발하는 온라인 프로그램 개발 사례가 정혜연(홍익대학교 교수)과 성효진(홍익대학교 석사과정)에 의해 공유되었다.
또한, 예술이 어떻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의 정서적 불안감을 해소하는가에 관한 학술적 접근도 살펴볼 수 있었다. 김채연((사)한국임상미술치료협회 회장)은 코로나 시대에 예술치료의 역할을 살펴보았다. 그는 코로나 시대 극복 이후 사회인들이 당면할 정신적 불안정과 어려움에 주목하고 이를 해소하는 방안으로서 예술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유사한 논지에서, 사냐 크르노마노비츠 타시치(국제연극교육협회 이사장, 세르비아)는 연극을 중심으로 예술교육을 통한 현재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는 것과 코로나 이후 예술교육의 전망에 대하여 발표하였다. 한편, 코로나 시대의 학생과 교육자의 정서적 불안감을 해소하게 하는 차원에서 시각 예술치료의 유용성에 관한 논의가 메리 클레어 키덴다(케냐공과대학교 교수, 케냐)에 의해 개진되었다. 그는 예술교육을 하면서 얻게 되는 작은 성과에 대한 독려가 유발한 학생의 자신감 확대는 좀 더 확대된 성과로 이어짐을 강조했다.
한편, 코로나19 이후 진행되고 있는 원격수업 자체를 조망한 연구도 있었다. 김태희(바라예술성장연구소 소장)는 비대면 수업을 위한 환경 마련에 어려움을 가진 학생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속 가능한 지원 방안을 모색하였다. 예를 들어, 온라인 매체가 아닌 라디오와 같은 전통적 미디어를 통한 교육 방식의 유효성에 대하여 제안하였다. 한편, 해외 연구진도 코로나19로 인해 강제된 비대면 수업 구현이 어려운 사회, 경제적 취약계층의 청소년에 주목했다. 숀 코르코란(퀸스대학교 박사과정, 캐나다)과 벤저민 볼든(퀸스대학교 부교수, 캐나다)은 코로나19에 대한 캐나다 엘 시스테마 프로그램의 대응을 분석하여, 비대면 프로그램 내의 교수법 변화, 반인종차별주의에 대한 논의, 사회적 커리큘럼 및 공동체 형성 등의 주요 화두를 확인하였다.
  • 시각문화탐구(Exploring Visual Cultures) 플랫폼
문화 다양성과 문화예술교육
문화 다양성에 대한 논의는 에른스트 바그너(뮌헨 미술원 선임연구원, 독일)의 기조발제에서 다루어졌다. 특히, 바그너는 시각 예술교육을 중점으로 독일의 다문화 사회를 점검하고 예술교육의 재정비를 요구했다. 또한, 예술교육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견인하는 시각문화탐구(Exploring Visual Cultures) 플랫폼을 중심으로 학교와 기관이 문화적 다양성을 다루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는 한편, 국제적 지식 공유와 이를 위한 유니트윈의 역할을 강조했으며, 예술교육의 다양성, 문화 다양성과 국가통합의미 등을 고찰했다.
유니트윈의 목적성에 부합하는 성과물은 벤저민 볼든(퀸스대학교 부교수, 캐나다)과 네릴 지네렛(멜버른대학교 부교수, 호주)에 의해 공유되었다. 이들은 유니트윈 예술교육 연구 연감을 소개했는데, 특히 문화적 지속가능성, 존중된 발언, 접근성 등의 챕터에 실린 연구를 청중과 공유했다. 지네렛은 저서의 다양한 연구를 바탕으로 예술적 실행과 교육학의 융성, 포용성과 접근성, 예술에 대한 참여, 지속 가능한 형태의 재원 마련이 문화 다양성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어낸다고 결론지었다.
문화 다양성에 대한 고민은 샬린 라헨드란(난양공과대학교 조교수, 싱가포르)의 발제에서도 다루어졌다. 라헨드란은 다양한 공식 언어와 다민족·인종이 거주하고 있는 싱가포르에 형성된 다문화 권의 문화적 간극 해소의 매체로서 연극의 역할을 고찰하였다. 한편, 다문화 사회를 이루고 있는 또 다른 국가인 호주를 배경으로 진행된 연구는 난 장(모내시대학교 박사과정생, 중국)에 의해 공유되었다. 그는 호주에서 그리스 무용을 배우며 제2외국어(그리스어)를 습득하는 사례를 선보였으며, 이를 통하여 예술(무용)을 활용한 타 문화의 습득 가능성을 제안하였다.
루스 렌츠러(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 교수, 호주)도 호주를 배경으로 한 연구를 선보였는데, 렌츠러 교수는 호주의 소외된 예술 집단(장애인, 원주민, 중국계 호주인)의 불평등 회복 방안에 대한 논의를 펼쳤다. 특히, 전문가들과 함께 개발한 장애 예술인의 온라인 및 대면 교육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자신의 견해를 정리했다. 한편, 성소수자에 관련된 주제의 논의는 심지영(홍익대학교 조교수)에 의하여 공유되었으며, 그는 특정 미술관에서 LGBTQ를 반영한 전시를 사례로 소개하였다. 심지영 교수는 해당 미술관에서 LGBTQ 전시와 연계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분석하며, 미술관이 전시 주제에 걸친 공개 토론과 프로그램을 통해 주제에 대한 사회적 담론 형성의 가능성을 강조하였다. 한편, 김유리(이화여자대학교 박사과정)와 박소정(이화여자대학교 조교수)의 연구는 분단이란 특수한 상황에 대면하고 있는 한국을 문화 다양성 시각에서 접근하였다. 탈북 청소년과 남한 청소년 대상으로 ‘마을 만들기’라는 미술 프로젝트를 통하여, 예술을 통한 공동체 형성과 예술의 치유적 역할에 관해 토론하였다.



  • 제4회 유네스코 유니트윈 컨퍼런스 참여자 리뷰 그림 (c)Adriana Nichting
문화예술교육의 현장
유니트윈이 여타의 국제 학술대회와 차별화된 지점은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는 측면이다. 통상 국제 학술대회는 연구 발제와 학술적인 논의로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 달리 올해 유니트윈 학술대회는 ‘현장 사례연구’란 프로그램을 처음과 마지막 세션에 배치하며 문화예술교육 실무자의 경험과 의견을 공유하고자 하였다.
해당 세션에는 흥미로운 발제가 이어졌는데, 특히 교육에 연극 형식을 적용한 ‘수상한 식탁’ 프로젝트(김수연 경성대학교 교수), 지속 가능한 예술 생태계 구성을 위한 ‘예술순환로’ 프로젝트(김소원 성북문화재단 학예연구사), 장애인 예술가의 ‘온라인 워크숍’(이보람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 교수), ‘책누나’ 프로젝트(장수혜 책누나프로젝트 대표)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교육 프로젝트에 대한 발제자의 경험과 시사점이 공유되었다. 한편,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문화 예술 현장의 노력은 구체적 사례를 통해 공유되었다. 이은수(국립현대미술관 주무관)는 현재 우리가 당면한 기후위기와 코로나19의 해결을 위한 미술관의 역할을 살펴보았다. 특히, 미술관이 전 지구적 환경문제를 반영한 예술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공동지성의 장(전시, 콘퍼런스, 워크숍 등) 마련의 필요성을 제안하였다. 정용성(국립극단 팀장)은 공연 제작의 가치사슬에서 기후위기와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공공기관 차원에서 노력이 논의되었다. 이외에, 팬데믹으로 인한 대면 교육이 가능해지지 않은 현시점에서, 발제자들은 현장에서 겪은 어려움을 공유하는 동시에 비대면 교육의 한계를 극복할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번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는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사회적 위기 해결에 관한 다채로운 논의와 사례들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화예술교육은 예술의 창작과정에 대한 사회적 접근성을 제고하여 문화·경제적 소외계층에게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참여하는 학습자의 정서적 불안 및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에 기여한다. 이러한 문화예술교육의 도구적 편익에도 불구하고 많은 공동체에서 문화예술교육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와 사회적 논의를 통한 문화예술교육의 정체성과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여 정책 입안자와 잠재 학습자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 이는 특정 국가에 의해 주도에 의한 것이 아닌 여러 국가 및 지역공동체의 협업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폐회 세션의 의장을 맡은 장웅조 홍익대학교 교수가 언급한 것처럼,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에서 개진된 문화예술교육에 관한 학문적 논의가 학술대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현장에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 2021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개막식 및 제4회 유네스코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 사전행사 [유튜브 다시보기]
· 2021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프로그램북 [PDF 다운로드]
이진우
이진우
경희대학교 문화예술경영연구소 학술연구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넓은 의미의 경영학과 예술 사회학적 접근으로 문화예술현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디지털, 빅데이터, AI 등 다양한 기술이 예술계와 문화콘텐츠 군에 일으키는 구조적 변화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현재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인공지능 미술의 정당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며, 예술경영 관련 교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https://www.researchgate.net/profile/Jin-Woo-Lee-2
artwho@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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