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2020년이었다. 전례 없는 전염병으로 일상의 많은 것들이 뒤흔들렸던 한 해도 끝을 향해 가고 있다. 그저 잘 버텨낸 것만으로도 훌륭한 올해, [아르떼365]는 ‘2020년 당신을 지탱해준 세 가지’를 묻는 독자 참여 이벤트를 진행했다. 총 339명이 참여하여 저마다 힘들었던 한 해를 버티게 해준 누군가-무언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독자의 답변을 바탕으로 우리를 지키고 견디게 해준 고마운 힘은 어디에서 비롯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관계’가 주는 위로와 힘
거의 모든 답변자가 나를 지탱해 준 첫 번째로 가족, 친구, 반려동물, 반려식물 등 가장 큰 버팀목이자 지지자가 되어주는 사람과 애정을 쏟아 기르는 생명체를 꼽았다. 활동 반경에 제한이 생겨 사람들과 대면하는 횟수는 줄었지만, 그만큼 관계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외로움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답변이 다수였다.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 작은 일에도 신경 써주는 가까운 사람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시기였네요.” (이*희)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서로 부딪치고 갈등도 있었지만, 서로의 건강과 안부를 걱정해주고 챙겨주는 것을 보면서 이들이 있어서 내가 버티고 견딜 수 있었다.” (서*혜)
“집에 있는 시간을 오히려 보람을 느끼게 해준 우리 고양이. 12살 노묘인데 얼마 안 남았을 시간을 같이 보낼 기회를 갖게 되었으니 어찌 보면 감사하네요.” (변*영)
“식목일날 가족과 함께 화초 몇 개와 씨앗을 구매한 것이 시작이 되어 반려식물 키우기에 푹 빠졌답니다. 식물 키우기에 집중하다 보면 집콕 생활도 나름 즐겁고 행복하답니다.” (백*옥)
문화생활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
공연, 전시 등 오프라인 문화생활에 제약이 생기면서 문화예술계는 올해 큰 위기를 맞았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공연 전체 매출은 1054억 8917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4%에 그쳤다. 그럼에도 발빠르게 온라인으로 새로운 유통 활로를 찾으며 위기를 돌파해 나가고 있다. 국내 최대 공연예술축제인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는 올해 11월 12일부터 16일간 무용, 연극, 음악극 등을 온라인으로 상영하여 총 3,650여 명의 유료 관객을 만나며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 또한 비대면 온라인 공연 시리즈 ‘MMCA 라이브’를 진행하고, 공식 홈페이지에 ‘온라인 미술관’ 메뉴를 신설하는 등 각 문화예술 공공기관이 언택트 시대에 맞춰 문화예술 통로를 열고자 했다.
민간기업에서도 언택트 공연이 활발히 진행됐다. 클래식 공연 기획사 크레디아에서는 유튜브로 ‘#집에서 함께 해요 Meet the artists live’ 시리즈를 공개하며, 유명 클래식 아티스트의 집콕 연주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 지난달 조성진 리사이틀 무대가 국내에서 실황 중계되며 클래식 마니아들의 큰 관심을 불러 모았고,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콘서트에는 전 세계 99만 명이 유료 관람을 하는 등 공연업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였다.
영화관 방문에도 제약이 생기면서, 각종 영상 플랫폼 및 OTT 서비스의 이용도 평소보다 크게 늘었다. CJ ENM에 따르면 티빙 유료 가입자수 증가 등의 영향으로 디지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4.4% 늘었고, 웨이브는 8월 기준 순이용자(MAU)가 388만 명으로 통합 런칭 이후 줄었던 이용자가 다시 늘었다.
“서울아트마켓,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서울세계무용축제 등 여러 행사의 온라인 공연을 계속 찾아서 보고 있답니다. 온라인으로 갑작스러운 변화가 낯설고 어색할 텐데 빠르게 전환하며 대응책을 찾아주신 것도 감사해요.” (김*린)
“공연장에서 만날 그날을 기다리며, 가지 못한 공연을 아쉬워하면서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올해 참 많이도 들었다.” (민*애)
“지루하고 우울한 일상에 활력을 주는 소식을 많이 전해준 멋진 그룹! 그들의 노래로 올해 정말 힘이 났어요” (백*이)
“답답한 집콕생활을 해야 할 때 넷플릭스로 드라마, 영화 원 없이 보면서 우울함을 이겨냈어요.” (박*지)
“집에서 심심할 때마다 아이와 저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주었던 유튜브. 재미난 영상들이 이렇게나 많은지 처음 알았어요.” (고*희)
집과 자연에서 찾은 안식
홈카페, 홈트, 홈베이킹 등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 활동이 큰 인기를 얻었다. 젊은 세대가 많이 쓰는 SNS인 ‘틱톡’에서 올해 가장 주목받은 해시태그는 ‘#집콕생활’이었다. 틱톡이 발표한 결산 자료에 따르면 해당 해시태그 영상의 수만 15만 개에 달했으며, 이중 ‘홈트’와 ‘요리’ 영상의 주목도가 가장 컸다.
운신의 폭이 좁아진 탓에 그나마 인적이 드문 자연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독자들의 답변에서도 유난히 ‘자연’과 ‘산책’이란 키워드가 많이 등장했다. 실제로 한 데이터분석 업체가 올해 1월부터 4월 코로나19 관련 전 세계 소셜미디어에 언급된 대중들의 관심사를 분석한 결과, ‘여행’ ‘데이트’ ‘맛집’과 관련된 언급량은 감소했지만 ‘집’ ‘책’ ‘산책’에 대한 언급량은 급증했다고 밝혔다.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대신 주변 인적이 드문 자연 속으로 캠핑과 등산을 떠나고, 동네에서 산책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랜 것이다.
“집에 있다 보니 생활도 나태해지고 옷 치수가 변할 정도까지 되었는데 홈트를 시작하면서 그럭저럭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는 중이네요” (이*민)
“집에서 홈베이킹이라는 취미를 가지며 그 힘듦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맛도 좋고, 행복하고” (구*현)
“집에서라도 분위기 내보자며 커피 관련 제품들을 구입해서 음악도 켜고 홈카페로 만들어 차 한잔하는 즐거움이 하루를 버티는 힘이 되었다.” (박*선)
“도시의 사람들 속에서 큰 숨조차 미안하게 느껴지는 것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 가끔 가는 인적 드문 자연은 나를 그 모든 것에서 해방시켜 주었다.” (주*진)
“여행 대안으로 선택한 산책길. 아파트 단지, 동네 길, 직장 주변 산책로 등 어디든 시간이 되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며 하늘 보는 일로 위안을 삼았다.” (신*영)
할 수 없는 것이 많았던 한 해였지만, 그만큼 할 수 있는 것에 더 집중하기도 했다. 마스크와 손소독제부터 책, 음악, 취미활동과 문화생활, 맛있는 음식, 꿈을 향한 도전과 다가올 미래에 대한 희망까지, 우리의 일상을 지탱해준 것들은 세 가지로 추릴 수 없을 만큼 다양했다. 팬데믹을 지나며 거듭되는 위기를 넘겨온 2020년이었지만 한계 속에서도 가능성을 찾은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 정리 _ 프로젝트 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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