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그동안 겪어보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뜻밖의 쉼 속에서 삶의 시선을 고쳐볼 시간이 주어지기도 했고, 늘 대기하거나 대안을 궁리해야 하는 번거로움 속에서 그동안 일상적으로 대해왔던 일이나 감각의 소중함을 상기하기도 한다. 대부분 영역에서와 마찬가지로 만나는 것이 핵심이었던 문화예술교육 현장도 좌충우돌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팬데믹 시기를 통과하기 위한 지원사업이나 정책은 요란해 보였지만 결국 온라인과 소규모, 연구로 집약되었던 것 같다. 그 느슨한 방향성은 결국 어떻게 만나고 방법을 찾을 것인가의 물음을 현장에 돌리는 일에 다름 아닌 것 같다. 코로나에 대한 대처 가이드는 있어도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매뉴얼은 없는 상황. 현장에서 그 답을 먼저 찾아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현장 속에 있었던 울산의 김성미 예술강사를 만났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키워드로 소개해주면 좋겠다.
우선은 ‘그림책’을 꼽겠다. 꼭 책과 관련한 수업이 아니라 하더라도 모든 수업에서 그림책을 소개하거나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물음’ ‘표현’ ‘발견’ ‘더하기’ ‘보태기’ 등 좋아하는 것을 탐색하고 직접 해보는 과정에서 필요한 감각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코로나 시기를 통과하면서 어떤 변화들이 있었나?
2021년이면 폭넓은 의미에서 문화예술교육 영역에서 활동한 지 30주년이 된다. 내년까지 일하고 반려동물과 함께 귀농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생애 처음 경력단절을 겪었다. 거의 30년 동안 쉬어본 적이 없는데 코로나로 생애 첫 경력단절을 겪으면서 24시간 산책을 처음 해봤다. 그 많아진 시간 동안 또 심심해서라도 공부를 하면서 여러 가지를 채우게 되었다. 올해 반려동물 관리사, 반려동물 수제간식 전문가, 유기농업기능사, 학교안전지도사 자격증을 땄다. 원래 예술강사를 하다 보면 8개월 일하고 4개월은 신청하고 배치되고 하는 과정으로 쉬게 된다. 그래서 평소에도 그런 시간을 활용해 관심이 있었거나, 하는 일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찾아 공부를 해왔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서 시간이 더 많아진 탓(?)에 더 많은 자격증이 생겼다. 학교안전지도사 때문에 석면에 대해서 배우고, 콘텐츠 영역에서 영상이나 VR 등 다양한 영역으로 관심이 확장되었다. 나를 돌아보고 발견하고 채우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코로나 시기에도 수업하려고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 보니 은퇴와 귀농을 좀 더 미뤄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새로운 환경에 처해보니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은 것 같다.
사람을 만나야 하는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의 어려움도 컸을 것 같다.
도서관에서 수업하는데 코로나 확산이 되니까 아예 못 들어오게 하는 곳도 있고, 무조건 담당자가 참관한 상태에서 수업하게 하는 곳도 있었다. 정말 필요한 방역이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매뉴얼 없이 갈팡질팡하는 상황이 많았다. 기계적인 가이드나 적절한 지침 없이 방치되는 상황에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요즘 많은 기관이 4차산업 좋아하는데 우리끼리 이런 이야기 한다. “비대면도 못하면서 4차 산업은 무슨!”이라고.
힘든 상황 속에서 애를 많이 쓰셨겠다. 어떤 노력을 하셨나?
사실 ‘밴드(BAND)’ 같은 온라인 플랫폼은 몇 년 전부터 활용했는데 그때는 기록하고 공유하기 위한 의미가 더 크긴 했다. 그렇게 해와서 그런지 코로나 상황에서도 ‘줌(ZOOM)’이든 뭐든 크게 거부감 없이 해본다고 했다.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과 반감이 있었지만 물감을 담은 팔레트랑 키트를 만들어 차에 싣고 가서 창 너머로 어르신들에게 전달했다. 또 어르신의 경우에는 바로 줌으로 강의할 수가 없어 여러 단계를 거친다. 먼저 카톡 단톡방을 통해 주제와 진행내용에 대해 공유하고, 밴드로 초대해 안내사항을 공지한 다음 줌을 통해서 강의를 진행했다. 한 주 만나고 온라인으로 전환되면 그다음 주에 스마트폰 터치가 안 된다고 해서 따로 만나 가르쳐드리기도 했고, 줌 하려면 스마트폰 새로 사야 하냐고 묻기도 하셨다. 어르신들과 줌으로 무난하게 소통하기까지 사전 작업만 4주가 걸렸다. 다른 복지관 어르신이 잘못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난리도 아니었다. 지금은 엄청 능숙하게 잘하신다. 높으신 양반들이나 학생들만 하는 줄 알았더니 나도 할 수 있다며 뿌듯해하신다.
낯선 도전 속에서 얻는 것도 많으셨을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이렇게 바닥을 찍어보니 만남의 소중함이 더 크다. 그리고 의외로 코로나 시기의 만남이 가지는 의미가 있다. 코로나 때문에 안부를 묻고 더 대화를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실제로도 줌으로 만나다 보면 한 명 한 명에게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각각의 반응과 이야기를 듣고, 서로가 그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도 소중한 경험이다. 오프라인이었다면 쓱 지나가면서 “잘하고 계시죠?”하고 말았을 것인데 온라인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다음으로 넘어가려면 한 사람씩 묻고, 각각의 진행 상황이나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또 한 화면으로 동시에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먼저 수업에 참여한 아내 따라 남편도 참여해서, 부부가 각자 떨어져 수업에 접속하는 경우도 있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기도 하고 듣기도 하다 보니 카메라 위치와 적절한 각도 같은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내 수업에 적용하기도 한다.
쉬운 과정이 아니었을 텐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온라인을 통한 만남이 주는 장점도 있지만 강사의 입장에서는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이끄는 진행자 역할도 해야 하고, 해설도 해야 하고, 퍼실리테이터 등 하나의 강의 속에서도 여러 역할을 함께 수행해야 한다. 또 24시간 일해야 하는 것도 단점이다. 강의하고 나면 각자 만든 작품이 밴드에 올라오는데 칭찬이나 댓글을 달지 않을 수가 없다. 강의가 끝나도 잘 안 되는 것이 있으면 글을 남기기도 하고 답답한 마음에 제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전화하시기도 한다. 그리고 더 잘하려고 하다 보니 구비할 것들이 많아진다. 벌써 올해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휴대용 빔프로젝터, 아이패드, 삼각대 등 장비가 늘어나고 있다. (웃음)
이러한 어려운 시기가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 또 반복될지 알 수 없다.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특히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별 것 아니지만 낯설었던 새로운 기술의 경험 여부가 이후 체험과 경험의 질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혹시나 이런 시기가 길어진다거나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면, 수요자에 대해서 문화예술의 경험 여부에 대한 데이터와 별개로 비대면 환경에 대한 경험 여부도 체크해둘 필요가 있다. 문화예술(교육)의 경험뿐 아니라 기술에 대한 경험 여부도 세분화해서 체크해야 그에 맞는 적절한 교육 내용과 방법에 대한 설계도 가능할 것 같다.
또 코로나 시기이든 아니든 “나”에게 주목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부러워하는 것을 잘 들여다보고 ‘하는’ 힘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선생님만 믿어요”라는 기관 담당자의 말은 얄밉기도 하지만 듣기 좋다. 이 기대와 더불어 “다음에 뭐해요?”라고 눈을 반짝이며 묻는 참가자들의 물음에도 응답해야 한다. 그러려면 반걸음만큼은 앞서가면서 함께 할 준비를 해야 한다. 방법이 없다고 안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도 묻고 발견하고 보태가는 거다. 그러면서 즐거움과 감동을 계속 찾아갈 수 있음을 강사도 함께 경험해가는 거다.
또 코로나 시기이든 아니든 “나”에게 주목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부러워하는 것을 잘 들여다보고 ‘하는’ 힘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선생님만 믿어요”라는 기관 담당자의 말은 얄밉기도 하지만 듣기 좋다. 이 기대와 더불어 “다음에 뭐해요?”라고 눈을 반짝이며 묻는 참가자들의 물음에도 응답해야 한다. 그러려면 반걸음만큼은 앞서가면서 함께 할 준비를 해야 한다. 방법이 없다고 안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도 묻고 발견하고 보태가는 거다. 그러면서 즐거움과 감동을 계속 찾아갈 수 있음을 강사도 함께 경험해가는 거다.
마지막으로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동료 예술강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승무원이 안전교육을 한다. 유의해서 보면 위급 시 산소마스크가 내려오면 보호자가 먼저 끼고 난 다음에 보호가 필요한 사람에게 씌워주라고 한다. 문화예술의 감동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환경에 필요한 기술과 방법도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있는 우리가 먼저 알아가고 경험해야 한다. 그래야 적절하게 그 감동과 방법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변화의 시기에는 실패하거나 실수할 것을 걱정하지 말자. 지금은 못해도 괜찮다. 어떻게 해서라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성미
북아트 작가이자 예술교육자로 활동해왔으며 작업공간이자 예술교육자 네트워크 공간인 ‘그림책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부터 어린이·청소년 대상 문화예술교육을 해왔으며, 2013년부터 장애인·노인 미술 중심으로 복지기관 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팬데믹 상황에서 울산 함월노인복지관 등 노인복지관 참여자와 비대면 온라인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였다. 2020 복지기관 예술강사 비대면 온라인 워크숍 ‘우리가 우주를 헤엄하는 방법’(2020.10.31.)에서 이 경험과 방법론을 나누는 강의를 진행했다.
- 박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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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자. 생각하는 바다 대표. 나와 주변의 삶에서 빈틈과 씨앗을 찾아 기획하고 기록하고 관계를 엮고자 한다. 『딸아이의 언어생활 탐구』(호밀밭, 2020)를 받아썼다.
motwjm@naver.com
사진_ 차동혁 사진작가 pabizz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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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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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기사로 보니 더욱 반갑네요. 몇년전 학교에서 수업으로 만났었는데. 아이들에게 열정적인 모습으로 수업하던 기억이 새록 새록 피어납니다. 늘 멈추지 않고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달려가는 선생님을 응원합니다. ^^
누구나 할 것 없이 코로나 사태로 힘들겠지만,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 역시 빛나는 순간순간을 코로나에 갇혀서 보내느라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도 아이들 곁에 이렇게 끊임없는 노력을 하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감사합니다~~
예쁜 쓰레기 만드는 선생님! 함께 헤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는’힘 잊지 않을게요. 언제나 응원합니다 🙂
열정이 있고 목적이 있으면 성공하는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미술공부를 노인들과 장애인들에게 가르치는 김성미 선생님. 귀농 좀 미루시고 계속 힘써주세요. 멋진 선생님 응원합니다.
함월복지관에서도 수업진행을 하셨군요~ 동네라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열심히 노력하시는 실력 있으신 분으로 느껴집니다🙂 멋진 행보 쭈욱 이어나가주시길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김성미 선생님을 기억하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네요.
선생님의 ‘하는 힘’을 마음에 새기면서 아르떼365도 계속해서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담아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