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 업(業)으로 지속하기 위한 시작

2019 문화예술교육분야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원사업 ‘체인지 業업’ 워크숍

일주일에 한 번씩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특별하다. 4월부터 시작된 우리의 특별한 목요일은 치열하고, 막막하고, 새로웠다. 4명의 컴패니언과 28명의 참여자가 16번의 만남을 갖고, 예술로 먹고살기 위한 이야기를 쌓아가는 중이다. 문화예술교육 분야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원사업 ‘체인지 業업’은 문화예술교육 생태계와 사회적경제에 관한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올해부터 2년에 걸쳐 ‘함께 학습’과 ‘스스로 R&D’ ‘사업화’의 과정이 설계되어 있다. 2019년 상반기에는 문화예술교육과 비즈니스의 접점을 이해하고, 태도 및 관점을 갖추는 16회의 교육과정이 진행되었다.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는 참여자들과 문화예술교육을 업으로 지속할 수 있는 방향과 방법을 함께 찾아보고자 하였다. 하반기에는 기업가정신을 갖춘 예술가 혹은 문화예술교육 전문가가 되기 위한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예술로 어떻게 먹고살 수 있을까요?
첫날, 참여자들에게 어떤 질문과 이유를 안고 이곳에 왔는지 물었다. 26명의 참여자가 90개의 질문을 꺼내놓았다. 예술작업 및 교육 활동으로 돈을 번다는 것의 의미, 예술가의 모든 활동은 왜 공공재·가치로 여기는 것만 같은지, 도대체 자생력이라는 건 무엇인지, 예술의 경영이 과연 가능한지, 누구와 함께 일해야 하는지, 고유한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등 방대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사실 예술로 어떻게 먹고살 수 있느냐는 질문은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와 같이 막연하고 거대한 물음이다. 예술을 통해 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하고, 그 일로 돈을 벌어 생활을 유지하고 싶었을 뿐인데 그게 참 쉽지 않다. 게다가 예술 혹은 예술교육을 통해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은 묘한 죄책감을 안겨 주기도 한다.
우리는 우선 ‘돈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은 순수하지 않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보기로 했다. 돈을 번다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쏟아부은 노력을 돈이라는 매체로 교환하는 것이다. 누군가 내가 한 일의 가치를 인정하고, 영향을 받았다는 의미이다. 결코 예술가로서의 순수함이나 진정성을 포기하는 일이 아니다. 돈이라는 단어에 갖고 있던 편견에서 벗어나 구조와 의미를 세세히 살펴보기로 했다. 더불어 내가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무엇을 주고 싶은가부터 고민하던 사고방식에서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로의 전환도 시도해 본다. 나의 예술이자 당신의 필요가 되기 위한 걸음을 딛는다.
목요일, 예술가의 비즈니스를 위한 시간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실행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감각, 근육, 사고를 길러보기로 했다. 참여자들은 컴패니언들이 사전에 선정한 도서를 기반으로 기초 비즈니스 개념 및 사례 등을 접하였다. 회차에 따라 책을 바탕으로 한 강의, 토론 등을 진행했다. 책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질문과 호기심을 갖고, 답을 구해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하였다.
각자의 교육 서비스 콘텐츠를 5분 동안 발표하고, 실제 현금 1만 원으로 다른 사람의 사업 아이템에 투자해보는 ‘엘리베이터 스피치’와 비즈니스 모델의 9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완성하는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 ‘블루오션 캔버스’ ‘아이덴티티 워크숍(Identity Workshop)’ 등 다양한 실습과 워크숍도 진행하였다. 협동조합 코리아쿱오케스트라의 라성욱 단장과 김태황 문화기획자의 특강은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하여 왜,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에 관한 비즈니스 마인드와 태도, 제품·서비스의 퀄리티 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비즈니스와 예술, 예술가와 기업가의 공통점과 차이점 및 비즈니스의 목적과 이유 등에 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나눈다. 상반기 과정이 끝나가지만 콘텐츠를 제품·서비스로 일컫고, 프로그램 참여자를 고객으로 인지해야 하는 용어와 개념은 여전히 어색하다. 프로그램의 가격을 책정해보는 것도 대체로 처음 겪어본 일이었다. 경험해보면 좋은 줄 다 아는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는 프로그램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도 어렵다. 낯설고 불편한 비즈니스의 영역에 들어서기 위해 시도하고 있지만, 사실 쉽지 않다. 아주 더디고, 느리게 지금껏 문화예술계에서 생존하기 위해 발달 시켜 온 감각으로 경영·경제의 문제에 접근하고, 실행하기 위한 지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균형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사고방식이나 언어가 한순간에 변화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바쁜 시간을 쪼개 매주 목요일 저녁을 함께 보내고 있는데, 혹시 예술교육의 본질은 뒤로 미뤄둔 채 비즈니스화하여 돈을 벌기 위한 노력만 기울이고 있는 건 아닌지 두려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 과정은 양자택일을 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통해 누군가 예술을 경험하고, 삶의 범주를 확장할 수 있기를 바랐던 마음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게 스펙트럼을 넓히길 제안한다. 업으로 삼을 만큼 귀하게 여긴 문화예술을 다른 사람에게도 제대로 알리고, 초대하기 위하여 필요한 언어를 갖추자는 것이다. 예술가, 기획자, 교육자가 되기 위하여 몰입했던 것과 같이 사업가의 철학과 정체성을 스스로 세우고 생존방안을 찾기 위해 함께 애쓴다. 고객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기 위한 것, 무엇보다 사람을 이해하고 생각해야 하는 일은 예술뿐만이 아니다. 예술교육과 비즈니스, 두 세계의 연결고리를 찾아가고 있다. 닮고도 다른 둘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중이다.

[체인지업 선정도서 리스트]

『왜 예술가는 가난해야 할까』 (한스 애빙)

『예술가는 절대로 굶어죽지 않는다』 (제프 고인스)

『일 잘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가』 (다카다 다카히사)

『경영이란 무엇인가』 (조안 마그레타)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 (오스터 왈더)

『코카콜라가 감동한 어니스트티의 기적』 (세스 골드먼·베리 네일버프)

『경영예술』 (김효근) 등

사진 _ 이재범(pov스튜디오) andy45a@naver.com
박정연
박정연
예술을 좋아하고, 예술교육을 통해 자랐다. 예술가가 되는 대신, 누구나 문화예술을 누리며 살 수 있도록 연결하는 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교육사업 기획·지원의 경험을 쌓고, 지금은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관찰하고, 질문하고,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다.
ggum06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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