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1일(화) 오전 10시,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2019 한중일 문화예술교육 포럼’(이하 ‘한중일 포럼’)이 열렸다. 한중일 포럼은 한국, 중국, 일본의 문화예술교육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문화예술교육과 관련된 국가별 정책과 연구, 사례를 공유하고 향후 3국의 협력을 모색하는 자리이다. 2013년 서울을 시작으로 일본과 중국에서 매년 순회 개최되어 왔으며, 올해 제주에서 열린 제7회 한중일 포럼은 지난 5월 ‘영유아, 어린이를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주제로 열린 2019년 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 행사에 이어, 3국의 어린이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정책 방향과 문화기반시설에서의 사례, 예술가의 접근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먼저 포럼을 주최한 문화체육관광부 김성일 전 예술정책관의 축사가 있었다. 김성일 전 예술정책관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포용국가 아동 정책을 통해 아동의 꿈과 끼, 창의성을 키우기 위한 아동 대상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한중일 문화부처 장관 회의를 통해 이와 연관된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과 한중일 포럼에 대한 실천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3국의 협력이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2019 한중일 문화예술교육 포럼 전경
  • 문화체육관광부 김성일 전 예술정책관
예술로 행복한 어린이를 위한 정책
본격적인 포럼은 중국 중앙문화여유관리간부학원 국제교류부 위춘청 주임의 ‘중국의 문화시설을 기반으로 한 유아 문화정책’ 발표로 시작되었다. 중국 정부는 2017년 제19차 전국대표회의를 통해 ‘성장하는 동시에 민생을 보장하고 개선해 나가야 하며, 유아에게 보육을 학생에게 교육을 제공하는데 있어 지속적인 발전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중국 정부는 교육 분야에서 의무교육뿐 아니라 미취학 아동교육, 특수교육 등에서도 정책지원을 통해 모든 아동이 양질의 교육을 누릴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취학아동 교육 대상을 3~6세에서 0~6세까지로 확대함으로써 모든 유아의 균형적인 성장과 발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 공공문화서비스보장법」 「중화인민공화국 공공도서관법」의 두 가지 법규와 「공공문화체육시설조례」 「박물관조례」 등 6가지 문화시설기반 정책 제도를 마련하여 공공도서관, 미술관, 문화관 등을 무료로 개방하는 등 문화시설을 통한 문화 향유와 어린이 문화예술교육 기회의 균등화 실현을 위한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본 문화청 참사관소속오구라 노부히로 주임예술문화조사관‘일본의 어린이를 위한 예술교육’에 대해 발표했다. 일본의 의무교육은 6세부터 시작하여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과정 등 총 9년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화청은 6세 미만의 유아 어린이를 대상으로 순수한 감성을 가진 어린이들이 자유로운 발상과 표현으로 각기 다른 재능을 발굴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문화청에서는 ‘유아’의 범위를 확장하여, 6세 미만뿐 아니라 초등 저학년까지 포함하여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 민속예능, 공예기술 등 지역사회에 뿌린 내린 예술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2004년부터 시행중인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전통문화교실 사업’과 학교 내 연극, 발레, 오페라 등 예술단체 파견을 통해 진짜 예술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어린이들의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1985년부터 현재까지 진행중인 ‘무대예술 체험 사업’을 소개하였다. 이밖에도 일본 필하모닉교향악단, 도쿄 교향악단의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 유아 문화예술교육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유아의 ‘감성’은 배우고 체험하며 갈고 닦음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라는 점이다. 어른은 어린이가 추구하는 것에 대해 주의 깊게 귀 기울이고 어린이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만의 감성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어른은 어린이가 가지고 있는 풋풋한 감성, 그리고 그 순수함이 가진 다양성을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이러한 맥락에서 어린이를 위한 사업의 경우 단기적 성과를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3국의 문화예술교육 정책발표의 마지막 순서는 한국의 ‘영유아 어린이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정책’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최종철 전 문화예술교육과장이 발표를 진행하였다. 최종철 과장은 현 정부가 2019년 아동의 삶을 개선하고 행복할 권리의 주체로서 자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은 포용국가 아동 정책의 10대 핵심과제를 설명했다. 그 중에서도 핵심과제 9번 ‘아동이 맘껏 뛰어 놀 수 있는 지역사회’와 10번 ‘창의적 놀이를 통해 잠재력을 키우는 학교’는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며 그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연관하여, 공교육과 지역사회가 함께 유아 및 아동의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고 있는 학교 문화예술교육강사 파견과 예술꽃 씨앗학교,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복지기관 대상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소개했다. 특히, 2016년부터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 유아 대상 창의놀이 예술교육을 확대하고 지역의 미술관, 박물관 등 문화기반 시설과 연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전 생애에 걸친 문화예술교육 지원 정책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위춘청 주임
  • 오구라 노부히로 주임예술문화조사관
  • 문화체육관광부 최종철 전 문화예술교육과장
가까운 문화기반시설에서, 협력과 협업을 통해
문화기반시설의 어린이 문화예술교육 사례발표 첫 순서는 한국의 ‘어린이 사진관:5락(樂)실’ 사례로 성남문화예술재단 유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 예정원 독립기획자가 발표하였다. ‘5락(樂)실’은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그려질까 라는 물음을 시작으로, 행정가와 예술가가 협업하여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동네의 문화예술공간에서 사진이라는 도구를 활용하여 6,7세의 아이들이 본연의 생각과 마음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표현하였는지에 대해 소개했다. 아이들은 활동을 통해 각자의 개성과 자신을 표현하는 창의력을 한층 더 키울 수 있었고, 이러한 과정에서 예술가인 예정원 기획자 역시 새로운 감동을 느꼈다고 전했다. 또한 아이들이 경험을 통해 문화예술을 즐기고 사랑하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다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보하고 행정과 현장의 예술가가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중국의 문화기반시설을 활용한 유아 문화예술교육’ 사례중국 중앙문화여유관리간부학교 과연처멍샤오쉐 부연구원이 발표하였다. 중국 내 문화예술교육은 전 국민의 정서교육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강조되고 있으며, 특히 어린이 도서활동은 문화시설의 주요 문화예술교육 활동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2017년 「공공문화서비스보장법」을 통해 전문적인 시설을 활용한 아동의 문화예술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중국 문화시설은 크게 정부 주관과 민간 운영 시설로 나뉘는데, 정부 주관 문화시설인 어린이도서관 청소년궁 등은 유아 문화예술교육 전문 시설로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1997년 세워진 선전청소년어린이도서관은 대형 공공 도서관으로 ‘즐거운 독서, 자연생활, 건강한 성장’이라는 슬로건 아래 아동, 청소년, 학부모 맞춤형 도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여름 방학 독서 캠프’ 등 참여형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의 문화예술교육 정책 및 활동이 발전하고 있지만 향후 전면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민간 문화기반시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예정원 독립기획자
  • 멍샤오쉐 부연구원
예술가와 어린이, 어떻게 만날까
마지막 세션은 예술가가 어린이를 만나는 태도와 방법에 대해 일본 도쿄예술대학교 미술학부 혼고 히로시 명예교수가 발표를 진행하였다. 조각가이자 유아 미술 교육가이기도 한 히로시 교수는 일본 미술대학교의 교육시스템을 설명했다. 도쿄예술대학교와 일본 도쿄의 특별구인 아라카와구는 예술문화진흥을 위한 협력 합의서를 체결하고 유아 교육에 있어 도쿄예술대학교의 전문성을 살려 유아의 예술체험을 실현하기로 했다. 대학 내 교육연계 기획실을 설치하고 미술작가가 참여하여 유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 사례를 공유하였다. 미술작가가 유아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는 유치원 선생님과 협업하며 각자의 전문성을 살린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어야 더욱 아이들의 창의성을 이끌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히로시 교수는 예술을 통해 어린이 마음에 어떠한 것을 남기는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교육 현장에서 만들고 감상한 개개인의 작품을 집으로 가져가 가족과 함께 보며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활동은 아이들에게 전문성 있는 교육을 시행함으로써 어릴 때부터 감동을 동반한 체험의 기회를 준다. 또한 문화란 무엇이고 예술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가질 수 있게 하여 아이들에게 예술에 대한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예술가가 예술교육을 통해 누군가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그 역할을 인식하는 계기를 맞이하면서 어떤 교육을 하면 좋을지, 여러 다른 분야와 어떻게 연계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예술가는 어린이의 미술교육에 있어 창의성만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새로운 환경을 살아갈 어린이들을 통해 시대의 기반을 만드는 일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교육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NPO 예술가와 어린이들 나카니시 마유 사무국장의 발표가 이어졌다. ‘예술가와 어린이들’은 일본의 NPO단체로 일본의 유치원과 어린이집, 아동보호시설 등에서 예술가가 강사로 활동 할 수 있도록 중간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마유 사무국장은 조시가야 어린이 스테이션에서음악, 신체놀이, 연극 등의 예술 활동을 기반으로 진행하는 ‘부모와 아이가 예술을 만나다’ 프로그램을 소개하였다. 설문조사를 통해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도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었고, 활동이 끝나고 부모 간에 육아에 대한 고민과 노하우를 자연스럽게 상호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되었다고 한다. ‘예술가와 어린이들’은 아동보호시설에서도 교육 워크숍을 진행한다. 이 경우 학대와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으로 마음이 닫힌 아이들이 많이 있지만 워크숍을 통해 신체와 마음을 열도록 하고 관계를 맞춰가는 것이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김준 작가‘생태환경을 활용한 사운드스케이프 예술교육-수집된 물질들’ 사례를 발표하였다. ‘수집된 물질들’은 미디어를 활용한 수집과 채집이라는 행위를 통해 일상에서 만나는 장소의 특정적인 ‘소리’와 ‘사물’을 아카이브(archive)하고 이를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활동들을 진행함으로써 일상의 소리와 공간을 새로운 예술적 감성으로 접하게 한다. 특히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한국교육방송공사에서 공동제작한 유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예술아 놀자-돌 보롬 낭 소랑소랑’을 영상으로 소개하며 예술가와 제주도의 어린이가 함께 자연의 소리를 채집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예술적 감성을 키워나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 혼고 히로시 명예교수
  • 나카시오 마유 사무국장
  • 김준 작가
지속적인 한·중·일 문화예술교육 협력을 기대하며
이번 포럼을 통해 3국 모두 국가적인 차원에서 어린이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지속적인 정책제도 마련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동시에 그 구조와 방식에는 국가별 특성이 존재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의 경우 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전 생애에 걸쳐 문화예술교육을 접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정책 및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면, 중국은 공공 문화기반시설을 중심으로 한 영유아의 균등한 문화예술 기회 제공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일본은 비영리기관(NPO)과 지역대학 등의 협업사업을 통해 현대 문화예술에서 전통·생활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체험을 아동에게 제공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번 포럼을 계기로 한국, 중국, 일본의 문화기반시설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문화예술교육 사례와 방법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앞으로도 유아 대상 문화예술교육이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국가 간 상호 교류와 협력, 실질적 대화의 장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한중일 문화예술교육 포럼> 개최 배경
한중일 문화예술교육 포럼은 2012년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제4회 한중일 문화장관회의에서 3국간의 문화협력강화를 위한 「상하이 액션플랜(2012-2014)」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로 시작되었다. 문화예술교육 교류협력 강화, 동아시아 문화예술도시, 한중일 예술제 등을 주제로 하는 상하이 액션플랜의 과제 아래 3국의 문화교류를 증진하기 위해 2013년부터 한국, 중국, 일본의 주요 도시에서 번갈아가며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한국 제주에서 열린 이번 제7회 한중일 문화예술교육 포럼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관하는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과 협력 운영하였으며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 강화라는 정책의 목표에 발맞춰, 각국의 영유아·어린이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사례와 방법을 공유하였다.
강나경
강나경
대학에서 미술교육과 심리학을 공부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거쳐 현재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근무하며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주에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중이다.
museum101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