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놀세권은 어떤가요?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

[아르떼365]에서는 올 한해 C Program과 협업하여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을 주제로 아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열린 공간, 어린이를 위한 공공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매월 한 번씩 소개한다. 넘나들며 배울 수 있는 성장과 자극의 기회를 제공하는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과학관의 사례와 함께,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공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담아낼 예정이다.
# 2019년 아이들의 부족한 시간을 모으는 장소, 동네 놀이 환경
어린이, 놀이 관련 일을 하고 있지만, 어린이들을 직접 만나 어디서 어떻게 놀고 있는지 직접 들어볼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어린이과학동아와 진행했던 설문조사는 간접적으로나마 목소리를 들어볼 좋은 기회였다. 설문조사는 서울, 경기뿐 아니라 부산, 광주 등 전국 각지에 사는 8~13세 독자 247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2019년을 살고 있는 아이들은 과연 어떻게 놀고 있을까?
놀이 유형을 물었을 때는 지옥탈출 등 바깥 놀이에 관한 응답이 높았지만, 놀이 시간을 묻자 하루 평균 전체 놀이 시간 대비 바깥 놀이 시간이 현저하게 낮았다. 하루 평균 1시간 이상을 논다는 응답은 64.8%였지만, 집 밖에서 1시간 이상 놀았다는 응답은 절반 수준인 34.4%로 나타났다. “내가 집 밖에서 놀지 못하게 가장 방해하는 것은 무엇인가요?”의 질문에는 “놀 시간이 별로 없어서”(46.2%)라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왔고 “같이 놀 친구가 별로 없어서”(37.7%), “놀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어서”(13.4%)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족한 시간을 짜내어 집 밖에서 놀더라도 같이 놀 사람과 장소가 없어서 제대로 놀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새로운 놀이 시간을 확보해주는 것만큼이나, 아이들이 오늘 사수한 놀이 시간을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지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이 부족한 아이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친구들을 마주치고 학교, 학원을 오가는 길에 다양한 놀이 장소를 만난다면 제대로 놀았다고 생각하는 ‘유효 놀이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지 않을까?

# 다양한 제3의 공간을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는 동네
일상을 온전히 동네에서 보내는 아이들에게 동네는 과연 어떤 놀이환경일까. ‘우리 어릴 때는 골목에서 뛰어놀았는데’라는 막연한 대화를 넘어, 2019년을 사는 아이들을 위한 뛰어놀기 좋은 동네는 어떤 모습일지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어볼 수는 없을까. 동네 놀이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대화를 시작하고자 C Program의 Play Fund는 김연금 소장(조경작업소 울), 최이명 박사(도시계획학)와 함께 약 15개월간 「동네 놀이환경 진단도구 개발연구」를 진행했다. 관련 문헌 연구는 물론, ‘요즘 아이들의 일상’에서 출발하기 위해 주거 형태(아파트/저층 주거지)와 지형(경사지/평지)이 다른 서울의 4개 동네를 선정하여 동네에 사는 초등학교 1~4학년 95명에게 GPS를 달아 어떻게 노는지 추적하고 결과를 분석했다.
  • 아이들은 하루를 어떤 동선으로 움직일까?
    [이미지 출처] 「동네 놀이환경 진단도구 개발연구」(김연금, 최이명, 강현미, 민혜경, 2018)
그 결과, 뛰어놀기 좋은 동네를 판단하는 3가지 기준이 탄생했다. 첫 번째 기준은 아이들이 편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 동네의 범위(반경 1~1.5㎞ 내외)에 다양한 규모의 놀이 장소가 있는가, 즉 놀이 장소의 다양성이다. 놀이 장소 규모에 따라 할 수 있는 놀이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집 앞 놀이터와 같은 작은 놀이터뿐 아니라 학교 운동장, 공터 같은 중간 놀이터, 근린공원처럼 큰 놀이터까지 크기별로 모두 갖춰져 있어야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놀기 좋은 동네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미술관 앞 잔디광장, 박물관 뒷마당, 도서관 옆 공터와 같은 공간들이 어린이들에게 열린다면 좋은 중간 놀이터가 될 수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의 경우 《와글와글 어린이놀이터》 전시를 개최하며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어린이갤러리 앞 잔디마당을 무료 개방하고 있다. 경기도박물관의 야외 계단에 설치된 공공 벤치 또한 아이들에겐 새로운 놀이터가 된다. 이로써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놀이터 가듯, 공원 가듯 박물관과 미술관을 오가며 놀 수 있다.
  • 미술관 앞 잔디마당이 놀이터로
    《와글와글 어린이 놀이터》展
    [사진 출처] 광주시립미술관
  • 박물관 입구로 통하는 진입 계단이 쉼터로
    경기도박물관 야외 조형물 <달의자>
    [사진 제공] SOAP 권순엽 건축가
놀이 장소의 다양성뿐 아니라 아이들이 매일 가는 길 근처에 놀이 장소가 있어서 시간과 노력을 덜 들이고도 자주 들릴 수 있는가(놀이 장소의 연결성)와 각 놀이 장소별로 재미 요소가 다양하고 쾌적하고 안전한가(놀이 장소의 질) 역시 동네 놀이환경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연구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아이들이 더욱 마음껏 뛰어놀기 위해서는 놀이터뿐만 아니라 동네 전체가 함께 변해야 하므로 동네 전체를 놀이터로 바라보는 접근이 필요하다. C Program에서는 더 많은 사람과 다음 세대에게 필요한 동네 놀이환경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서 아이들이 뛰어놀며 자라기 좋은 동네를 “놀세권”이라 부르고 놀세권 주제의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 엄마 아빠 건축가가 상상한 뛰어 놀기 좋은 동네는 어떤 모습일까?
    《놀세권: 플레이넷(PLAYNET)》 전시
# 엄마 아빠 건축가가 만든 뛰어놀기 좋은 동네
《놀세권: 플레이넷(PLAYNET)》(6.3.~7.14., 교보아트스페이스) 전시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엄마 아빠 건축가가 만든 11개의 놀이 장소 작품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친구들과 뛰어놀기 좋은 동네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에 참여한 5팀의 엄마 아빠 건축가들은 모두 어린이 공간을 꾸준히 고민하고 만들어온 건축가로 아이들과 함께 장난감 브릭(Brick)으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 장소를 만들었다. 관객들은 전시를 통해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동네에 대한 개념과 기준을 발견하고, 각자가 살고 있는 동네를 되돌아보며 동네 어린이들의 놀이를 지켜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상상해 볼 수 있다.
  • 권형표 건축가와 아들 권기웅 군이 함께 만든 학교 운동장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사진 제공] 소다미술관
# 뛰어놀기 좋은 동네의 시작, 좋은 동네 어른
전시에 참여했던 엄마 아빠 건축가들을 개별 인터뷰하면서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동네란 어떤 동네일지 물었다. 건축가들의 대답을 읽으며 각자의 답을 떠올려보길 바란다. 우리는 동네에 사는 모든 아이의 이웃 어른이다. 아이들이 일상에서 마주치는 제3의 어른으로서 뛰노는 아이들을 웃는 얼굴로 바라보는 것, 그리고 슬그머니 놀이를 도와주고 지켜주는 것, 오늘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동네란.
“동네 골목길이 아이들에게도 자동차로부터 안전한 동네” (전보림, 이승환 건축가)
“놀 때마다 새로운 놀이를 창작해낼 수 있는 장소로서의 동네” (서민우, 지정우 건축가)
“발길과 눈길이 닿을 수 있는 놀 곳으로 가득한 동네” (홍경숙 건축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동네” (고기웅 건축가)
“어린이를 잘 아는 이웃이 많은 동네” (권형표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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