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를 만드는 방식의 도시개발로 도시는 이제 포화상태이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도시재생과 관련된 이야기가 우리 삶의 이슈로 자리 잡았다. 쉽게 말해 밀어내고 새로 만들던 재개발과 다르게, 도시재생은 원주민이 지역성을 보존하며 지역에서 지속해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정책이다. 최근 국가의 주요 정책 중 하나가 도시재생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여러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오래된 지역일수록 주민이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공동체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소통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근에는 주민과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커뮤니티 관련 프로그램이 도시재생에서 가장 중요한 협업이다. 정책 사업이 아닌 주민 네트워크와 협업 등을 통해 자생적으로 문화적 도시재생을 하는 사례를 소개한다.
적은 비용으로, 지속가능한
90년대 후반 IMF를 기점으로 문래철강단지가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70~80년대 한국의 기반 산업이었던 철강 중심의 산업이 쇠퇴하면서 문래철강단지는 많은 공실을 만들어 냈다. 재개발을 비롯한 지역에 대한 악재들이 더해지면서 변화 없는 모습으로 2000년대를 맞이했다. 그 시기, 홍대와 대학로의 빠른 상업화로 인해 많은 예술가가 머물 곳에 대한 회의와 어려움을 겪고 값싼 문래동으로 이주해왔다. 2009년 문래동 예술가들의 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지속적인 삶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문래반상회’, ‘썬데이문래’ 등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만들어 서로의 정보와 공간, 물건들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2010년 ‘노네임노샵’이 만든 <문래동맵>은 문래동에서 처음으로 만든 공유맵(map)으로, 작가들의 공간과 물건을 수록해 공유할 수 있도록 책자 형태로 제작되었다. 지역에서 적은 비용으로도 지속가능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점차 다양한 매체에 문래동이 노출되어 예술가의 수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다양한 단체들이 생겨났고, 지역의 여러 대안을 만들어 냈다. ‘예술과 도시사회연구소’는 ‘LAB39’라는 공유작업실을 열어 전시, 옥상공연, 공공미술프로젝트, 공용카페 등 지역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예술가들의 네트워크가 구성되어 오랫동안 비어있던 지하를 다 같이 모여 청소하고 공유공간으로 만들어 공동체 영화상영, 전시 등 지역의 프로그램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사회적기업 안테나’에서는 지역 잡지인 [문래동네]를 발행하고, 아트숍 헬로우문과 온라인플랫폼 블로그문, 아트페스타 헬로우문래, 북카페&갤러리 치포리 등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사회적기업 보노보씨’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올래문래 문래동 투어, 문래캠퍼스 등 지역에 대한 콘텐츠를 상품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대안예술공간 이포’ 역시 작가 네트워크와 지속 가능한 전시를 꾸준히 기획하여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정다방프로젝트’는 갤러리를 중심으로 신진 작가들이 전시장을 활용하도록 지원했다. 그 외에도 ‘요코스튜디오’ ‘갤러리 세이’ ‘space 9’ ‘space xx’ 등 갤러리 중심의 전시와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2018년 현재의 문래동에는 다양한 예술가들을 비롯하여 갤러리, 상업 시설이 크게 늘어나 많은 사람이 찾는 지역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초기 예술가들의 실험과 시도는 일반 대중에게 큰 호기심으로 전달되어 한국형 젠트리피케이션을 발생시키는 또 다른 악재가 되고 있지만, 기존의 철 관련 기능인들과 문화예술인들의 협업 모델을 준비하고 있는 단체들은 지속가능한 문래에 대한 또 다른 고민을 이미 시작한 상태이다. 2017년 서울형 경제기반 도시재생 지역으로 지정되어 앞으로 4년 동안 500억 원이 투입되어 지역에 대안을 만들어 갈 예정이고, 지난 11월 6일에는 밀가루 공장이었던 대선제분이 민간형 도시재생모델 1호로 결정되어 카페, 레스토랑, 코워킹 시설 등의 거점 공간이 생겨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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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문래동
[영상출처] vimeo.com/66035305 -
2018 헬로우문래
[영상출처] vimeo.com/298957956
지역민의 삶으로 스며든 도시재생
광주의 발산마을은 1950년대 전쟁 직후 피란민들이 모여 생겨난 마을이다. 1970년대에 전남방직 공장이 들어서면서 전국의 여공들이 모여들어 활성화되었다. 마을은 많은 여공을 대상으로 하숙과 상점을 운영하며 20여 년간 성황을 이뤘다. 1990년대 이후 경제 발전과 주력 산업의 변화 등으로 방직 공장이 쇠퇴하자 마을은 점차 황량해졌고 광주 재개발사업에서도 밀리면서 공동화 지역으로 전락했다. ‘청춘발산마을’ 프로젝트는 지난 2015년부터 만 4년간 실시된 국내 최대 규모의 민관 협력 도시 재생 사업으로 현대자동차그룹과 공공미술 프리즘이 광주시와 서구청 그리고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만든 프로젝트이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 발산마을에는 지역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 존재하지 않았고, 외부인의 활동에 대한 거부감도 컸다. 주민 대부분이 다른 지역처럼 재개발을 원했지만, 행정이 외면해온 현실로 인해 재개발은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지역 개선을 위한 지자체와 협업의 구조를 만드는 것 또한 풀어야 할 숙제였다.
이후 자원 조사를 통한 사업 계획을 바탕으로 커뮤니티 작업인 ‘컬러 아트 프로젝트’(마을 도색사업)를 시작으로 지역의 거버넌스 구성을 위해 주민 스스로가 지역의 문제를 확인하고, 대안 마련을 위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갔다. 또한 지자체와의 협력으로 ‘새뜰마을사업’을 진행해 기초적인 인프라 개선을 했다. 언덕길이 많은 달동네이다 보니 미끄럼방지 포장이나 낡은 지붕 수리, 빈집 또는 폐가를 정리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공공 자본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주민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찾아 해결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 디자인 학교 프로젝트’ 역량강화 사업을 진행하고, 주민들이 봉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민간 기업, 공무원과 함께 마을 정비 활동을 시행하게 됐다.
2016년 오픈한 청춘빌리지 1호는 방문자센터, 아트숍, 프리즘 사무실, 무인 카페 등으로 운영하고, 방문자센터나 무인 카페는 주민과 청년이 함께 운영하는 곳으로 발산마을의 경제와 문화를 활성화하는 시초가 되었다. 2017년에는 청춘빌리지 2호로 마을 식당을 모티브로 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2018년에 ‘다경이의 식탁’이 입주했다. 최근에는 지역 청년들이 참여한 청춘발산마을 사업단의 사업이 종료된 후에도 지속적인 네트워크와 마을 활성화 유지를 위해 ‘청춘발산협동조합’을 설립해 자연과 조각이 조화를 이룬 명당 ‘별이 뜨는 발산 전망대’, 휴식과 쇼핑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데블스와 만선’, 작가와 주민이 공유하는 예술 공간 ‘뽕뽕브릿지’, 생활 속 예술을 제안하는 갤러리 ‘아우라 팩토리’, 발산마을 어르신들의 놀이터 ‘샘물 경로당’ 등 이웃투어체험 프로그램과 마을 문화 관련 프로그램을 스스로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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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발산마을
[영상출처] www.youtube.com/watch?v=wKk2ZDPtZVk
공유의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현재 도시재생으로 약 200개 지역이 선정되었고 앞으로 300개 이상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도시재생 과정에서 행정 중심의 사고를 기반으로 기획된 재생지역의 거점공간 운영방식과 주민 거버넌스 등 다양한 문제가 양산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지역 주민 거버넌스를 잘 구성하고 주민주도의 거점 공간을 공유공간으로 만들어 ‘공유의 삶’을 지속하는 것이 바로 도시재생의 핵심이다. 그렇기에 지역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문화예술단체와 사회적기업, 예술가 그리고 청년들의 참여는 매우 중요하고 절실한 상황이다. 그동안 지역에서 펼쳐진 활동가들의 수많은 작업은 현재 도시재생의 초석이라고 해도 될 만큼 많은 부분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다만 기존의 사업처럼 지역에서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대가를 바라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을 명확하게 이해하여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문화적 도시재생의 방법일 것이다.
- [관련링크] (사진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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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노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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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보노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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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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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프리즘
- 나태흠_사회적기업 안테나 대표
- 디자인 사고를 기반으로 기존의 커뮤니티 디자인을 넘어 지역재생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며 사회적기업 안테나를 운영하고 있다. 다년간의 풍부한 경험으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산하는 디자인콜라주워크숍(desgin collage workshop), 지역커뮤니티 북카페 치포리(chipoli), 코워킹&코리빙 아츠스테이(artxstay)를 6호점까지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사회적기업육성사업 도시재생부분 운영, 국토교통부의 청년도시재생해커톤 기획 운영과 다양한 문화적 도시재생부분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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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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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었습니다
멋져요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유와 순환에 관한 나태흠 님의 연재가 아직 남아 있으니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웹진 [아르떼365]는 앞으로도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다채로운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