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의 일환으로 지난 5월 23일 마포 문화비축기지에서 국제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올해 행사에서는 ‘4차 산업혁명, 문화예술교육의 재발견’을 주제로 하여, 4차 산업혁명으로 빚어질 미래기술 환경에서, 예술의 본질이 무엇인지, 문화예술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에 대해 논의하였다. 오전의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의 기조연설과 토론에 이어 오후에 이루어진 2부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6명의 연사들이 사례 위주로 예술과 기술의 접점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 및 창작 환경의 변화에 대하여 발표하였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주목 받고 있는 주제이기에 많은 관계자가 자리에 함께하였다.

변치 않는 문화예술의 의미와 가치
2부 첫 강연자이자 기조연설은 문화예술정책 전문가로서 콜롬비아의 초대 문화부 장관을 역임하고 오랫동안 문화예술교육에 노력해오고 있는 라미로 오소리오 폰세카 콜롬비아 마요르극장장이었다. 폰세카 극장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절대 변하지 않는 문화예술의 의미와 가치, 그것만이 가진 힘에 대해서 콜롬비아 사례를 통해서 전달해 주었다. 특히, 예술교육을 더 단단한 시민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편으로 인식하고 지속적인 정책을 수행한 부분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었다.
다음 발제자로 나선 김현주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심포지엄 1부에 열혈예술청년단과 협업해 로보틱아트 퍼포먼스 개막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현주 교수는 예술의 접근성 측면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세 가지 관점으로 이야기하였다. 첫째, 기술과 융합된 예술교육의 내용과 목적은 무엇인가. 둘째, 테크노 사회가 가진 의미에 대한 비판적 논의 시도의 중요성.  셋째, 초연결과 초지능의 사회에서 창의성과 문제해결력을 어떻게 제고할 수 있는지였다. 관련해서 미국 매사추세츠대학교 로웰캠퍼스(University of Massachusetts Lowell)에서 재직 중에 진행한 아트보틱스(artbotics) 프로젝트와 현재 재직 중인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에서의 융합 교육의 사례를 소개하였다.
김현주 교수는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예술의 접근성은 일방향적 지도와 참여자의 수용이 아닌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문제 해결과 예술적 과정이 일어날 수 있는 기회와 장을 제공함으로써 제고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학교와 지역의 문화센터, 문화예술기관 등을 통하여 다양한 주체 간의 유연한 네트워크가 형성될 수 있도록 연결하고 조정하는 역할이 예술교육가에게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하였다.
다음 발제자로 리차드 앨런 홍콩시티대학교 크리에이티브 미디어학부 학장이 예술과 기술의 접점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변화에 대해서 소개하였다. 올해로 20주년을 맞는 크리에이티브 미디어학부는 컴퓨터 기반의 미디어아트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현재 아시아지역에서는 이 분야에서 가장 큰 규모인, 전체 구성원이 1천 명에 육박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앨런 학장은 2012년 새로 생긴 융합 전공인 BAS(Bachelor of Arts & Science) 프로그램에 대해서 자세히 소개하였다. BAS 프로그램은 다섯 가지 교육 원칙 아래에서 커리큘럼이 구성되었다.
교육원칙 첫째는 예술과 과학 사이에서의 창의적인 융합 교육(creative interdisciplinarity between arts and science), 둘째, 참여형 과학으로 대중이 과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예술의 역할(participatory science)을 강조한다. 셋째, 강의식 교육이 아닌 실제 체험형 학습(learning by doing and hands on activity)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예술가를 위한 과학입문(Introduction to the Science for Artists)’ 수업을 처음에는 과학자가 강의식으로 진행하다 지금은 과학을 이해한 예술가가 실험 위주로 진행하는 수업을 사례로 들었다. 넷째는 그룹 프로젝트 위주의 협동 학습(collaborative learning), 마지막 다섯째는 새로운 미디어 자체를 만드는 것의 중요성(the creation of new media)을 강조하였다.

(위) 김주섭, 라미로 오소리오 폰세카 (아래)김현주, 리차드 앨런
기술과 사람 사이 예술
교육 현장의 이야기에 이어 타쿠야 타케이 팀랩(teamLab) 아시아 지역 디렉터는 예술과 기술의 접점의 최전방에서 벌어지는 창작환경의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팀랩은 400명이 넘는 프로그래머, 애니메이터, 수학자, 회화가, 건축학자 등 다양하게 구성된 크리에이티브 집단으로 디지털 아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실험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이머시브 디지털 아트 작품을 통해 사람들을 어떻게 연결시키고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며 새로운 경험을 창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저스틴 드와이어와 베티 서전트로 이루어진 미디어아트 그룹 플러그인휴먼(PluginHUMAN)은 기술 기반으로 예술의 영역을 확장하는 실험들을 소개하였다. 새로운 미적 경험보다 어떻게 예술이 사람들의 삶 자체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가령, <스토리텔링 머신> 같은 작품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작성한 작은 토막 이야기를 기술을 통해 거대한 스토리로 만들어 가는 참여형 프로젝트로 사회성이 덜한 사람이라도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주체적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경험을 주었다. 또한, EEG(뇌전도) 기술을 이용한 작품 <브레인웨이브 아트 프로젝트>는 인간의 수면 상태를 측정, 시각화하여 사람들에게 잠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동시에, 타인의 상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마지막 발제에서 박지은 릴리쿰 대표는 삶의 주체성을 회복하는 방법으로서의 제작과, 놀이를 실험하고 공유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개인이 속한 환경과 기술, 예술에 대한 이해의 범위를 넓히고,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자신의 삶을 바꾸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릴리쿰의 다양한 커뮤니티 기반의 예술 활동 사례를 소개하며 기술과 예술을 ‘이해할 수 없는 무엇’이나, 재능이 뛰어난 소수의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시도해 볼 수 있고 자신의 안에도 내재되어 있는 무엇인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저스틴 드와이어, 베티 서전트, 박지은
급변하는 환경과 변화의 요구
종합토론에서는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의 ‘창의성의 재정의’, ‘문화예술교육자 및 창작자의 역할’, 그에 따른 역량 변화, 정부의 역할 등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졌다. 인공지능이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작곡하는 시대이지만 기계는 목적을 스스로 설정하지 않기에 창의성이란 오직 인간과의 관계에서만 정의될 수 있다는 데 대부분 동의하였다. 예술가와 문화예술교육자에게 기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며 가치를 선도하는 기업가 정신까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급변하는 환경에 따른 변화의 요구가 거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 단발성이 아닌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며 토론을 마무리하였다.

  • 종합토론
이번 심포지엄은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급변하고 있는 환경 속에서 문화예술교육계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또 어떤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 그 가능성들을 살펴보고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번 심포지엄을 계기로 그 미래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본격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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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섭
서강대학교 아트 & 테크놀로지(Art & Technology)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문, 예술, 테크놀로지의 교차점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엔지니어, 연구자, 교육자이다. 그의 연구 활동은 컴퓨팅의 새로운 창의적인 활용을 탐구하고 문화 예술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강대학교 Art & Technology 전공 초대 학과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교육부 ‘인문, 예술, 테크놀로지 융합’ 글로벌 창의인재양성 특성화 사업단장으로 차세대 크리에이터 양성에 힘쓰고 있다. 2018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행사 국제심포지엄 모더레이터를 맡았다.

https://www.creative-computing.org
jusub@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