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영감의 원천 ‘RSC(Royal Shakespeare Company)’

2017 글로벌 문화예술교육 탐방 프로젝트 <A-round> 탐방기 ④ 영국

‘글로벌 문화예술교육 탐방 프로젝트 <A-round>’(이하 <A-round>)는 국내 문화예술교육 매개인력의 해외탐방 지원을 통한 역량강화 사업으로 지난 2015년부터 시행되었다. 2017년에는 8월부터 12월까지 총 4팀 10명이 독일, 싱가포르, 이탈리아, 영국 등 각국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탐방‧조사했다.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로서의 고민과 탐구점 그리고 생생한 해외 문화예술교육 사례들을 [아르떼365] 독자들과 함께 네 차례에 걸쳐 나누고자 한다.
① 2017 글로벌 문화예술교육 탐방 프로젝트 <A-round> 탐방기 – 독일
② 2017 글로벌 문화예술교육 탐방 프로젝트 <A-round> 탐방기 – 싱가포르
③ 2017 글로벌 문화예술교육 탐방 프로젝트 <A-round> 탐방기 – 이탈리아
④ 2017 글로벌 문화예술교육 탐방 프로젝트 <A-round> 탐방기 – 영국
‘아토 아토(ARTO ARTO)’*는 문화예술교육적 가치와 철학을 바탕으로 아동문학을 이용하여 드라마 수업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교육연극팀으로, 2017년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연극워크숍에서 ‘곳간 채우기 프로젝트’를 통해 맺어졌다. 아동문학(김진희作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부터 문학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기존 프로그램의 경우 단순한 플롯을 가지고 있는 문학 작품을 활용한 사례가 많아, 틀을 벗어난 고전문학 중에서 소재를 찾다가 셰익스피어 작품에 시선이 가게 되었다. RSC는 셰익스피어의 문학을 이용하여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교육연극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진행하는 곳으로, 다양한 문학 작품을 이용한 국내·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사례를 조사하던 중 알게 되었다. RSC 교육법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예술교육 현장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RSC를 탐방·조사하게 되었다.
* ARTO ARTO(아토아토)의 ‘아토’는 순우리말로 선물이라는 뜻을 갖고 있으며, 그 뜻 안에는 ‘ART = 예술을 TO = 00에게 선물한다’라는 중의적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시연 중에 있다.
영국에서 만난 셰익스피어
영국의 국립극장인 로열 셰익스피어 극장(Royal Shakespeare Theatre)에서 진행하는 RSC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역사가 길다. 1950년대 배우들을 위한 ‘목소리 교육 프로그램’이 설치되었고, 그즈음 일반인을 위한 교육도 병행되었다. 이후 1980년대 들어 ‘교육부서(Education Department)’로 통합되면서 RSC의 문화예술교육은 본격화되었으며, 최근 2000년대부터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닌 함께 배운다’라는 슬로건 아래, ‘러닝 부서(Learning Department)’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영어교사와 연극교사 등 일반교사를 대상으로 RSC의 배우와 연출자들이 교육과 토론을 실시하는 프로그램, 학생 대상의 경우 RSC의 셰익스피어 연극을 보고 토론하고 작품을 파악하고 재구성하는 워크숍, RSC배우들이 각 지역의 학교 현장을 방문해 공연하는 영 피플스 셰익스피어(Young Peoples Shakespeare)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그중 우리가 참여한 프로그램은 ‘셰익스피어 문학을 활용한 연수(RSC Certificate in Teaching Shakespeare)’로 기본 과정(Foundation Course), 중급 과정(Intermediate Course), 심화 과정(Certification Course) 으로 구성되어 있다.

Royal Shakespeare Company / Certificate in Teaching Shakespeare Foundation Course
기본 과정은 교실에서 셰익스피어 희곡을 적용할 수 있는 RSC의 방법론과 이를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아동·청소년들이 셰익스피어 희곡에 흥미를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끄는 방법, 희곡의 장면이나 대사를 분석하여 리딩해보기, 교육 공간 및 학습 환경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 접근 방식에 대한 조언 등으로 이루어진다.
영국 RSC의 예술교육을 만나다
워크숍은 프로그램 담당자와 RSC 소속 배우가 함께 팀을 이루어 진행되었다. 그들의 팀워크는 워크숍을 시작하는 워밍업 단계에서부터 눈길을 끌었고, 이러한 모습은 앞으로 우리가 참여하게 될 워크숍 과정에 대한 신뢰를 더욱 두텁게 만들어주었다. 워크숍은 1회당 6시간씩 진행되었는데, 각 프로그램이 유기적이고 짜임새 있는 활동들로 구성되어 있어, 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참여자가 즐겁게 활동할 수 있었다.

완벽한 팀워크를 자랑하는 RSC 인증 프로그램
워크숍에는 학교 영어교사(English Teacher)와 연극교사(Drama Teacher), 연극전문가(Drama Specialist)가 참여하였다. 연극교사와 연극전문가는 국내의 연극 예술강사와 유사한 개념으로, 일반교사와 헙업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예술강사 그룹과 자신만의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예술강사 그룹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참여자들 역시 훈련된 배우나 연출가처럼 풍부한 표현력과 연기력, 몸의 움직임과 상상력을 가지고 있었다. 교사이기 이전에 예술가처럼 느껴졌다. 이러한 전문성 있는 모습이 우리에게 큰 자극이 되었고, 우리가 왜 진정한 예술가와 교사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들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예술가교사의 참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워크숍에 참여하기 전에는 ‘성인도 어려워하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학생들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을까?’, ‘과연 한국의 예술교육 현장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워크숍을 참여하며 우리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장면별로 나누어 간단하고도 흥미로운 활동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작품 속에 녹아 있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사랑, 우정, 배신, 욕망에 얽힌 인간들의 관계를 다루며 어느새 우리들의 삶 속으로 연결시키고 있었다. 이러한 요소들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연령과 관계없이 아동·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모두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 워크숍을 마치고 참여자들과 찍은 단체사진
워크숍의 마지막 활동에서 서로 다른 두 그룹이 함께 수업 계획안을 만드는 과정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한국과는 다르게 교사와 예술강사가 함께 워크숍에 참여하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서로의 강점을 상호 보완한 다양한 교수법을 통해, 워크숍에서 다루었던 <십이야>와 <줄리어스 시저>를 각자의 교육현장에 맞는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하였다. 국내의 경우 일반교사와 예술강사의 연수가 대부분 나뉘어져 있는데, 이번 우리가 참여한 워크숍처럼 함께 연수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면 서로를 이해하고 협업하며 좀 더 나은 예술교육 현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콘텐츠 개발: 셰익스피어 인 러브
RSC의 워크숍을 통해 영국에서는 유아부터 청소년까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공연관람 등으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밀접하게 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국내 학생들도 그것을 학습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 콘텐츠가 개발된다면 셰익스피어 작품이나, 고전문학을 아동·청소년들도 쉽고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 생각하였다. 이에, RSC의 메소드를 국내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맞도록 적용하여 예술강사 및 교사들이 교실에서 셰익스피어 희곡을 다룰 수 있는 <셰익스피어 인 러브> 라는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를 개발하였다. 예를 들어 RSC의 메소드 중 셰익스피어 작품을 다룰 때 참여자들이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이도 도입활동을 통해 앞으로 다루게 될 작품을 자연스럽게 알아가도록 하였다. 참여자들은 극 속에서 ‘살아보기’를 통해 줄리어스 시저에 등장하는 로마 시민이 되어 시위를 하거나 시저를 왕으로 추대한다는 소문들을 귓속말로 전달하는 활동으로 작품의 분위기와 시대적 배경, 앞으로 벌어진 사건들을 몸으로 체험하게 된다. 이러한 흥미로운 도입활동들을 프로그램에 적용시켜 성인도 어려워하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아동청소년들이 거부감 없이 접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 프로그램은 작품의 전체 내용을 모두 다루는 것이 아니라, 특정 주제를 정하고 작품의 주제가 잘 드러나도록 장면을 재구성하였으며, 작품과 시대적 배경을 몸으로 느끼는 연극놀이로 아동·청소년들이 등장인물이 되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개발한 프로그램을 더욱 발전시켜 셰익스피어의 다양한 문학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셰익스피어 인 러브 ’레퍼토리 형식(줄리어스 시저, 십이야, 햄릿)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참여자들은 등장인물로 작품의 중요 장면을 분석, 해체하며 활동 안에서 살아보기를 통해 정해진 답이 아닌, 스스로 묻고 답하고 생각하며 교실에서 참여자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가치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프로그램 활동을 하며 만든 조각상, 역할극, 즉흥극, 상황극 등을 활용하여 ‘과정중심의 연극 만들기’로 공연에 이르게 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스트렛포드-어폰-에이본 셰익스피어 생가 앞에서
문화예술교육의 미래를 꿈꾸며 : 다시 영국으로 떠난 ARTO ARTO
참여한 RSC Certificate in Teaching Shakespeare의 기본과정(Foundation Course)은 2회, 총 3일(활동 작품: 십이야, 줄리어스 시저, 햄릿)로 나뉘어져 있었다. 과정은 1차 워크숍을 통해 배운 내용을 실제 교실에서 적용해보면서 그 과정에서 느꼈던 점과 적용방법에 대해 브리핑하고 서로 공유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2회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마지막 2차 워크숍 과정을 이수하기로 결심했고 다시 영국으로 떠났다. 워크숍을 마무리하면서 셰익스피어가 주는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셰익스피어는 수백 년의 역사 동안 문화·예술 전반에 걸쳐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만인의 고전이자 문학이라고만 생각했었다. RSC의 워크숍을 들으면서 그들이 발견한 것들을 보존하며 발전시키기까지 시간과 노력을 느꼈다. 그리고 그들이 바라보는 셰익스피어의 가치와 철학까지도 생각할 수 있었으며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다양한 문학작품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기대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셰익스피어의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아동문학을 소재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하는 우리에게, 유수한 역사를 갖고 있는 RSC 교육팀의 프로그램에 대한 자부심은 많은 여운을 갖게 했다.
우리는 <A-round>라는 좋은 기회를 통해 RSC에서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셰익스피어 인 러브> 프로그램을 예술강사와 교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워크숍을 개최하여 그들과 함께 나누고 고민하며 한국의 문화예술교육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팀으로 성장하고자 한다.

이윤미
이윤미_연극 분야 예술강사
2009년 학교문화예술교육 연극분야 예술강사를 시작으로 문화예술교육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현재는 상명대학교 문화예술교육센터 연극 분야 학교 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ARTO ARTO에서는 팀의 리더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총괄 기획, 진행하고 있다. 서울교대 교육전문대학원에서 교육연극전공 석사과정 중에 있다.
leiin@naver.com
유은정
유은정_연극 분야 예술강사
청주대학교 연극과를 졸업하고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이수를 시작으로 현재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연극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ARTO ARTO에서는 청소년 수업 설계 및 공연 만들기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1127ejung@gmail.com
안용세
안용세_연극 분야 예술강사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를 졸업하고 ARTO ARTO에서 신체 움직임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서울교육대학교 교육전문대학원 교육연극전공으로 석사과정을 지내고 있다.
physical.drama.edu@gmail.com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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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유 2018년 03월 12일 at 6:06 PM

    셰익스피어 희곡이 정말 성인이 읽기에도 결코 쉽지 않은 작품이라고 느꼈는데…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셰익스피어 작품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지네요! 아토 아토의 길을 응원합니다 ! 마지막 사진 귀여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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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e365 2018년 03월 13일 at 10:01 AM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 RSC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 관심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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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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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유 2018년 03월 12일 at 6:06 PM

    셰익스피어 희곡이 정말 성인이 읽기에도 결코 쉽지 않은 작품이라고 느꼈는데…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셰익스피어 작품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지네요! 아토 아토의 길을 응원합니다 ! 마지막 사진 귀여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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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e365 2018년 03월 13일 at 10:01 AM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 RSC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 관심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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