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새 정부의 문화예술교육 정책과 문화예술교육 5개년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지역 및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세 차례에 걸쳐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 정책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아르떼365]에서는 총 3회에 걸쳐,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 정책토론회’에서 논의되었던 주요내용을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 ① 1차 토론회: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방향과 전략
  • ② 2차 토론회: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교육
  • ③ 3차 토론회: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성장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성장,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이유
국내 문화예술교육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정책적 추진력을 바탕으로 놀라운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이는 지난 문화예술교육의 대표적인 성과이자, 반성의 대목으로 작용한다. 그래서일까,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성장’, ‘질적 제고’에 대한 목소리는 현재 문화예술교육의 정책에서 풀어야할 당연한 과제처럼 여겨진다.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 수립을 위해 3차례에 걸쳐 진행된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 정책토론회’가 지난 11월 14일, 대구예술발전소에서 마지막으로 개최되었다. 서울과 광주에서 열린 1~2차 토론회의 여정을 지나 대구에서 열린 제 3차 토론회는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성장’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향후 문화예술교육 정책이 의미적으로, 내용적으로 챙겨가야 할 것들에 대해 나누었다.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마지막 토론회여서 그런지 문화예술교육의 많은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토론회가 끝날 때까지 뜨거운 관심으로 자리를 지켜주었다.

질적 제고의 의미,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을 담아야

서울교대 김병주 교수가 ‘문화예술교육 질적 제고의 의미와 방향’이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시작하였다. 본인의 발표는 양적 성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질적 제고의 한계가 있었다는 비판적 관점보다는 우리가 그동안 말로만 제시하고 실천하지 못한 부분을 찾고 다시금 그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으로 생각해달라고 하였다. 그는 현재 우리의 질적 부분에 대한 갈급함은 문화예술교육 사업이 급진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문화예술교육 정책 목표가 다소 희미해지고, 또한 시대가 요구하는 담론들에 대해 매번 구체적으로 논의하지는 못했기에, 문화예술교육의 본질과 의미를 다시 찾아야한다는 근본적인 측면에서의 질문과 요청이라고 보았다.
질적 제고란 무엇인가? 발제자는 ‘질(quality)’에 대한 개념적 해석을 통해 본질적 의미를 탐색해보고자 했다. 질적 제고에 대해 흔히들 우수한 것, 우수성에 대해 논하기 쉬우나, 사실 질은 ‘고유한 성질, 특징’에 대한 부분으로 장소, 역사, 지리적 특성, 정체성 등 다양한 조건과 요소들에 따라 질에 대한 정의나 이해, 인식이 충분히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따라서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우수성에 대해 말할 때는 어떤 ‘질적 특성들(qualities)’ 이 특정 경험의 ‘질적 우수성(quality)’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부분에 대한 관점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로, 문화예술교육의 고유한 특성이 항상 변화하고 달라진다는 점을 늘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각자가 어떤 관점과 철학을 중요시하느냐에 따라 질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와 중요성은 달라질 수 있다. 에릭부스(Eric Booth)가 말한 것처럼 예술강사(Teaching Artist)는 대상들로 하여금 예술 안에서, 예술을 통하여, 혹은 예술에 대하여 배움의 체험을 이끌어내는 예술가이어야 한다. 발제자는 바로 여기서,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성장을 위해 각자의 관점에 따른 교육철학 즉, 교육관(Pedagogy)이 바로 서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하며 각자가 문화예술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모든 문화예술교육에는 기존 학교교육 혹은 기존 예술교육과는 구분되는 미적인 체험과 성장을 참여자들이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장 중요한 본질을 ‘미적 체험’이라 강조하였는데 여기서의 체험은 경험으로도 풀이되며, 그 경험은 무수히 많은 일반적 경험이 아니라 ‘하나의 경험’, ‘완전한 경험’을 의미한다. 또한 이 경험은 반드시 ‘자신의 성찰’을 수반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성장을 위한 제언도 잊지 않았다. 첫 번째는 지금과는 다른 문화예술교육 지원을 위한 새로운 운영체계를 가져가야 한다고 말하며 특별히 문체부와 교육부의 적극적 협력을 강조하였다. 각기 따로 사업을 펼치는 상황은 서로 다른 관점으로의 다른 목표를 추구하게 됨으로써, 이는 결국 현장의 혼란을 가져오고 질적 성장에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될 것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 문화예술교육의 매개자들을 위한 처우개선의 필요성과 더불어, 이 처우개선이 예술강사, 문화예술교육 매개자가 각자의 현장에서 늘 지원받고 보호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방향으로의 개선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매개자들 또한 일관되고 명확한 평가 기준을 통해 본인들을 늘 성장시켜야함도 강조하였다. 세 번째로 여태까지 강조한 ‘예술적 수업 체험(경험)’이 가능해질 수 있는 공간 및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하였고, 네 번째, 문화예술 특성을 담는 질적 연구, 종단 연구 등을 통해 단순한 데이터 취합이 아닌 문화예술교육의 ‘성장과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함도 강조하였다. 마지막으로는 문화예술교육은 현장마다 가지각색으로 진행되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제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과 같은 ‘공통의 언어’를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주체들의 이해를 같이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성취기준을 개발하는 것을 한 방법으로도 제시하였다. 결국 우리가 해야하는 것은 균형과 조율이다. 양적이든, 질적이든 어느 한쪽을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 서로 상승효과를 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마무리하였다.
문화예술교육 질적 성장, 정책과 현장 모두 노력하여야

토론회 2부에서는 발제에 대해 토론자 4명의 토론이 이어졌다. 발제에 대한 의견뿐만 아닌, 토론자 각자가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성장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자리라 그런지, 질적 성장이라는 큰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이고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각자의 전문 영역, 그리고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대한 오랜 경험에 따라 정말로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 필요한 부분들의 제언으로 채워져, 가끔 격양된 토론자의 목소리 또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따끔한 애정으로 느껴졌다.
부산의 오픈스페이스 배 교육팀장이자 미술 교사인 이욱상 선생님은 결과물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을 경계하고 지양해야 한다 말하면서, 예술과 교육이 연결되는 맥락을 찾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이는 모든 예술이 다 교육적이며 교육으로서의 가치가 있지는 않다는 말로써, 중요한 것은 문화예술교육에서 다루고 있는 예술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찾아야 한다 하였다. 또한 문화예술교육 분야답게 현장의 예술가, 예술단체들을 좀 더 문화적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행정적 절차, 평가 등이 너무 복잡해지지 않도록, 문화예술교육 분야의 특성을 잘 담으며 발전해나갈 수 있기를 바랐다.
이욱상
“문화예술교육에 있어서만큼은 문화예술교육 단체를 문화예술적인, 문화적 시각으로 봐야한다. 또한, 현장에서 수행하는 예술강사, 기획자, 단체들이 문화예술을 지향하는 과정을 중요시하여 지역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질적 성장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만화․애니메이션 예술강사인 호중훈 선생님은 예술강사가 교육 현장에서 제대로 된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스스로 애써야 하며, 이것이 가능해질 수 있도록 제도와 사업이 뒷받침될 수 있기를 강조하였다. 특히 질적 성장에 있어 핵심은 ‘수업 현장’에 있다고 말하며 앞으로 학교 문화예술교육이 좀 더 다양하게 발전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이 현장에서 펼쳐질 수 있는 제도적 변화, 환경적 개선이 되기를 바란다고 거듭 강조하였다.
호중훈
“가장 핵심은 수업 현장이라고 생각한다. 수업 현장이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면 질적 성장이 되지 않을 것이다. 예술강사는 주체가 되어 예술가로서 능동적으로 스스로 시작해야 한다. (중략) 예술강사 지원사업의 경우, 현재 사업구조에서 학교와 지역자원, 예술강사 간 협력하여 통합/융합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만나는 방식으로 구조를 바꿔보는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를 하였으면 한다.”
예술강사이자 예술교육 단체를 이끌고 있는 함형식 선생님은 학교 현장에서의 오랜 경험에 대해 말하면서 교육부의 적극적 협력 없이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하며, 문체부가 좀 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성장을 해나갈 수 있는 새로운 활로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고 하였다. 또한 지금 문체부에서 지원하는 사업 방식은 운영단체가 생존하기 어려운 구조임을 토로하며, 예산 활용에 대한 유연한 개선을 통해 현장에서도 자발적으로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연구될 수 있도록 해 달라 요청하였다.
함형식
“교육의 질적 문제를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관점과 본질에 대한 문제를 짚어야 좀 더 명확해질 것이다. 학교에 14년째 수업을 나가고 있지만 변하지 않았다. 학교 문화예술교육에서는 교육부 및 학교가 주도하는 관점이 바뀌지 않는 한 바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기 싫어하는 학교들까지 무조건 지원을 하기보다는, 본질에 가까운 예술교육을 하고자 하는 학교를 지원하는 정책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중략) 예술강사, 예술단체가 연구할 수 있는 체계, 해외 단체들과 교류할 수 있는 프로젝트 등을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인하대학교 문화예술교육 원장이기도 한 김상원 교수는 문화예술교육을 왜 문체부에서 하는가를 고민해야 하며, 문체부와 교육부가 공통의 목표를 잘 설정하고 비전을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문화예술교육은 단지 예술가를 창출하는 것뿐만 아닌, 더욱더 의미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을 제대로 담아 설정한 질적 성장의 비전에 따라 시스템이 구축되며 예산이 반영되고 인프라 구축, 그리고 실행, 연구가 선순환적으로 돌아갈 때 질적 성장이 지속적으로 가능할 것이라 하였다.
김상원
“교육부와 문체부가 문화예술교육을 왜 하는지 공감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있다. 먼저 비전을 설정하고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중략) 현재 질적 성장을 위한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문체부에서 우수콘텐츠 및 교육방식에 대한 연구 등을 고민해야 지역마다 특색 있는 교육 프로그램, 역량 있는 교육자가 양성될 것이다.”
이어서 종합토론이 시작되었다. 청중으로부터 문화예술교육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사람이 맞는다면, 질적 성장을 위한 지원과 노력이 이에 맞춰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물론 현장에서도 능동적인 개선과 성찰이 뒷받침 될 필요가 있으며 정책이 갖는 한계에 대해서도 모두가 공감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덧붙여졌다. 플로어에 있던 한 청중이 문화예술교육의 기존 전문 인력 외에 신규 전문 인력도 이 영역으로 진입할 수 있어야 질적 성장을 위한 보다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제안하면서, 이에 대한 의견을 발제자 및 토론자 모두에게 질문하였다. 발제자와 토론자 모두 다변화되고 있는 시대 속에서 정책적으로는 기존의 단일한 지원방식 차원을 넘어, 좀 더 입체적인 지원방식이 가능한 구조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였으며, 그러기 위한 예산 확충이 반드시 되어야 함에 의견을 같이 했다. 또한 기존강사, 신규강사라는 패러다임으로 한정짓기 보다는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이 현장으로 확대됨으로써 예술강사 및 예술단체 모두 학교와 사회를 넘나들며 문화예술교육을 펼쳐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지점에도 공감하였다.
천천히, 충분히, 그리고 풍성하게
지난 10여 년간을 돌이켜보면 문화예술교육이 긍정적으로 기여한 측면, 긍정적 성과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문화예술교육은 정책적, 사업적으로 많은 변화의 과제를 요구받고 있다. 토론회 좌장을 맡았던 김석범 교수(수원대)는 이번 토론회를 포함한 3번의 토론회가 그간 공유된 문제인식에 비해 해결점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다는 한계를 넘어, 이제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함께 고민하기 시작하였다는 점이 중요한 발견인 것 같다고 말하면서 변화에 대한 기대를 확인하는 자리로의 의미도 있다고 하였다.
현재의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그 과정이 어떠할지에 대한 미래의 불확실함은 비단 문화예술교육 분야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는 작금의 시대인 만큼, 문화예술교육의 지금 또한 매우 중요하다. 발제를 맡은 김병주 교수가 말한 것처럼, 문화예술교육이 지금까지는 발전을 위해 달려왔다면, 앞으로는 부디 천천히, 그리고 충분히, 무엇보다 질적으로 풍성해지는 문화예술교육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은 1차, 2차 토론회의 논의 내용과 더불어 이번 3차 토론회의 내용을 잘 정리하고 검토하는 절차적 과정을 거쳐, 2017년 연말 즈음에 앞으로의 5년에 대한 방향을 담아 발표될 예정이다. 문화예술교육의 미래에 대한 현명한 준비과정이자, 지역과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는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으로 수립될 수 있기를 바란다.

사진없음
박진아_정책연구팀
merryjina@art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