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삶에 아름다운 정원이 되는 음악

2017 세계문화예술교육 해외전문가 초청워크숍

2010년 한국정부와 유네스코 공동으로 제 2회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이듬해 파리 총회에서 서울 어젠다가 회원국 만장일치로 통과되고 2012년부터 서울 어젠다를 실천하는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이 올해로 6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7년 주간행사는 특별히 국제심포지엄으로 시작되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4개국 초청강사들이 발제와 토론을 벌이는 뜨거운 행사가 24일 인상적인 막을 열었으며 25일에는 이태원 블루스퀘어에서 관련학회들의 컨퍼런스가 동시에 열려 예술교육의 아카데미즘을 조명하였고 이어진 26일 오후에는 드디어 워크숍이 진행됐다.
국제심포지엄 현장에서 거대한 공룡알 속에 들어 온 것처럼 희고 둥근 공간에 비눗방울이 동심처럼 피어오르는 가운데, 한 사람 한 사람을 포옹하며 “I love you, I do” 노래를 불러 소리가 음악으로, 예술경험으로 서로의 감정을 물들이는 놀라운 체험의 순간을 제공했던 미국 템플대학교 교수 Beth Bolton의 해외전문가 초청워크숍이다.

아이들의 심리에 맞추어 구성한 워크숍 현장
7, 8명의 3-5세 아이들이 엄마, 아빠, 할머니 손을 잡고 모여들어 반원으로 둥글게 놓인 방석 위에 앉기 시작했다. 뒤편에는 워크숍을 참관하는 교사, 학생, 시민, 학부모 등 예술교육에 관심이 높은 참여자들이 속속 자리하였고 벽 쪽 테이블에는 아이들 수업에 사용될 소품과 악기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홀의 광경을 보고 있으면 이 워크숍은 우리나라 부모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해외전문가가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고 그 과정을 참관하는 형태로 이루어졌음을 짐작하게 한다. 아이들의 심리에 부담을 최대한 적게 주도록 참관자들이 낮은 방석에 앉아 수업을 지켜보게 하였고 홀 내부에는 별다른 장식도 없어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읽혔다.

베스 볼튼 교수는 누구인가
베스 볼튼 교수는 영유아 음악교과과정의 개발 및 음악 학습이론 전문가로서 리투아니아 국제음악교육회의 의장, 이탈리아 영유아음악협회 명예회장직을 수행하는 등 국제적인 명성이 높다. 음악을 통해 아이들과 유대감을 쌓고 소통하여 아이들의 감정 발달, 표현력 발달에 기여하는 음악교육 방법을 연구하는 학자이자 수많은 아름다운 노래로 아이들과 영유아 음악교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유아 음악 작곡가이다. 음악 학습이론의 창시자 에드윈 고든과 그의 제자들이 함께 쓴 영유아 노래책 ‘Experimental Songs and Chants, Book I’, 그리고 음악학습이론의 초등음악교육 교과서 ‘Jump Right In’의 공동저자이기도 하다.
가르치지 않고 가르치기 : 무형의 안내 Informal Guidance
볼튼 교수는 수업 전에 참관석을 향해 함께 수업을 진행할 한국오디에이션교육연구소의 노주희 소장을 20년 지기로 소개하고 수업방식이 Informal Guidance, 즉 “무형의 안내”로써 아이들의 음악적 반응을 이끌어낸다고 간단히 언급하였다. Informal Guidance란 노주희 소장이 본인의 칼럼에서 “가르치지 않고 가르치기”라는 개념으로 의역하여 설명한 바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알아냈다고 여기게 하려면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을 포기하고 가르침이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깨닫게 하는 개념의 전환이 필요한 바, 오늘의 워크숍은 그 현장을 보는 의미가 있다. 칠판과 교과서가 있는 Formal Instruction, 즉, 지식을 가르치고 습득하는 “유형의 지도”와 상반되는 이 방식은 아이가 집처럼 편안하게 느끼는 놀이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음악적 환경을 조성하여 저절로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고안한다. 교사가 가르치려는 의도를 숨겨서 아이들과 따뜻하게 주고받는 감정적 교류와 음악적인 참여 속에서 오디에이션 능력, 즉 ‘음악을 이해하는 힘’이 성장한다는 뜻이다. Informal Guidance는 몇 가지 특징적인 접근을 통해 이루어진다.

음악으로 교감하기 : 라이브 음악
“안녕~ 안녕~” 우리나라 인사말이 삽입된 나의 노래로 수업을 시작한다. 푸른 눈, 은발의 선생님을 혹시라도 낯설어 할까 봐 아이들을 배려한 볼튼 교수의 부탁이었다. 연이어 “Hello, Daniel! How are you~” 한 명, 한 명 아이들 이름을 부르고 눈을 마주치며 양 팔로 커다란 원을 그리듯 우아한 노래와 어울리는 동작을 구사하며 수업을 이어나갔다. 한 남자아이가 시선을 피했으나 볼튼 교수가 아이가 앉아있는 바닥에 손을 가볍게 내리치자 아이가 따라 하며 교감이 이루어졌다.
풍성한 음악 환경 조성하기 : 다양한 조성과 박자, 리듬 노래와 선율 노래
첫 노래를 상의할 때 선생님은 나의 몇 가지 ‘안녕’ 노래 시리즈 가운데 느리고 안정적인 3박자 단조 곡을 선택하셨다. 차분한 시작이다. 이어 이름을 불러준 선생님의 노래는 음폭이 아주 크고 2박 박자가 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더 느린 장조 곡이었다. 세계적인 음악교육가 에드윈 고든은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편식을 하면 성장에 해가 되듯이 장조, 단조뿐만 아니라 도리안, 믹솔리디안 등의 다양한 음고 질서가 있는 음악을 들려주어야 하고, 박자도 2박과 3박 이외에 5박 7박 8박과 같은 불규칙 2박 및 불규칙 3박 등 다양한 리듬 질서의 음악을 통해 풍성한 음악적 환경이 조성된다고 하였다. 오늘의 수업에선 단조 3박과 장조 2박으로 시작하여 다양한 조성과 박자의 리듬노래와 선율 노래가 이어졌다. 수업은 30분으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거의 50분이 넘게 계속되었고, 국제심포지엄에서 불렀던 “I love you, I do”로 마지막 순서를 장식하였다. 엄마와 아이가 서로 꼭 껴안고 사랑한다고 속삭여주는 가운데 울려 퍼진 이 노래는 아이와 부모, 교사들의 마음을 하나로 이어주었다. 아이들의 편안한 표정을 바라보는 참관자들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어렸다.
음악의 흐름을 느끼며 움직이기 : Free-Flowing Movement
볼튼 교수는 아이들의 동작을 모방하기도 하고 음악의 단어에 해당하는 짧은 패턴들을 개별적으로 들려주고, 또한 노래를 여러 번 반복하며 화음과 아이를 이끄는 방법에 조금씩 변화를 주기도 하면서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을 꾀하였으며 음악에 따라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동작, 즉 ‘자유 연속동작’을 구사하였다. 라반이 제안하고 고든이 음악교육에 적용한 이 동작은 음악성의 발달에 매우 중요한 동작인데, 음악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아이들이 음악을 몸으로 받아들여 매우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수업을 마무리하며
수업을 마치고 볼튼 교수는 고든의 음악학습이론, 관계발달에 대한 다니엘 스턴의 이론, 라반의 동작이론, 비고츠키의 사회문화인지이론 등 음악교육에 관한 네 가지 준거를 들어 아동의 음악적 소통과 학습이 어떻게 수업을 통해 발생하는지를 설명하였다. 이어진 질의 응답시간에 참관자들은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를 위한 수업방식의 차이와 활동의 반복횟수가 어떻게 되는지 에 대해서 질문했다. 디지털 시대 음악에 대한 예술교육자의 태도에 대해서도 묻고, 경쟁사회의 엄마를 위한 조언을 구하였으며 학구적인 자료를 요청하기도 했다. 환경과 타고난 본성 사이의 관계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었다.
볼튼 교수는 참관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처음 만나는 외국인 예술교육자인 자신이 진행하는, 조금은 인위적일 수 있는 환경에서 일회성으로 이뤄진 수업인 만큼 자연스러운 교육이 가능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은 놀라우리만큼 적극적인 음악적 반응을 쏟아내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워크숍이 예술교육자에게는 새로운 교수기법을 소개하고 또한 예술교육자로서의 사고에 자극을 받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볼튼 교수의 워크숍 강의 제목 “Life in a Beautiful Garden”처럼, 음악이 아이들의 삶에 아름다운 정원이 될 수 있도록, 발전하는 예술교육자로서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교육의 사고방식과 교수법을 연마하도록, ‘예술교육자의 전문성’을 단련하는 훌륭한 장이 되었기를 소망한다.
노주희 소장
노주희_한국오디에이션교육연구소
1997년 유아음악감수성계발프로그램 ‘오디’를 설립하여 유아와 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음악수업을 열고 ‘한국오디에이션교육연구소’를 통해 우리나라 음악교육환경의 개선을 위한 교수-학습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해왔다. 2005년 이후 ‘미술관에 간 윌리’, ‘행복한 미술관’을 비롯하여 ‘해와달이 된 오누이’. ‘오디 동화 콘서트’ 등의 음악교육극, ‘미술관으로 간 소리’와 ‘미술관으로 간 노래’ 등의 창의인성 체험극을 제작하여 극장에서의 음악교육 및 음악교육의 융합을 시도하였다. 2016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연수 프로그램 ‘[KCP-음악] 오디 감수성’ 연구를 통하여 교사 교육의 질적 향상을 향해 노력하였다. 최근에는 가장 가소성이 높은 부모교육, 태교 음악교육을 연구하고 있으며 ‘노주희 노래책, 오디’ 등 노래책을 통해 수많은 노래를 발표한 작곡가이다.
Joohee Rho (Ph. D. in Music Education)
Korea Audiation Education Research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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