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 현장에는 자신만의 교육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열정을 불태우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힘,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삶의 모습을 인터뷰어의 시각에 담았습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다양한 생각과 시선, 움직임이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고스란히 드러나길 바라며, 지금 만나러 갑니다!

생활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삶이 되는 곳, 청주에는 다양한 문화 공간이 많은데, 특히 시민들의 문화예술 체험을 돕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의 활동이 눈에 띈다. 현재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은 다문화 가치를 형성하기 위한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후원회를 통해 문화적으로 취약한 청소년들의 음악 활동을 돕는 청주꿈나무오케스트라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꿈나무오케스트라가 창단된 지 5년째 맞은 올해, 그동안 꿈나무오케스트라는 많은 성장을 통해 청주를 넘어 다른 지역에도 모범적인 모델에 되어 청소년 음악교육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청주꿈나무오케스트라 이강희 음악감독을 찾아간 날은 때마침 맑고 따뜻한 봄바람이 부는 날이었다. 청주예술의전당 내 연습실에서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은 저마다 자기 악기를 선생님에게 배우며 집중하고 있었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으로 구성된 단원들은 매 주 두 번 모여서 각 파트별 연습 시간을 갖고 다시 오케스트라 연습을 연이어 갖는다.

각박하고 이기적인 이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예술
처음 마주한 청주꿈나무오케스트라 이강희 음악감독은 키가 무척 컸다. 눈빛은 따뜻하고 밝은 에너지를 갖고 있었다. 지금 신학기 신입생을 맞아 아이들에게 악기를 다루는 법과 스케일을 가르치는 재미가 다시 시작되었다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그도 처음부터 이런 행복을 즐기고 누린 건 아니었다.
“처음 청주꿈나무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시작했을 때는 그 취지도 잘 알지 못했고 많이 낯설었지요. 생각해보면 제가 아이들보다 더 힘들어했던 것 같아요.(웃음) 당시 청주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어린이 오케스트라 지휘를 하고 있었는데 청주꿈나무오케스트라는 평범하게 음악을 전공하려는 아이들과는 환경이 다른 면이 많았죠.

그리고 생각처럼 음악을 통해 아이들을 변화시킨다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문화 환경이 넉넉지 않은 학생들로 구성된 청주꿈나무오케스트라는 아이들이 이미 상처도 입었고 여러 가지로 마음 써야 할 부분이 많아 섬세한 보살핌이 필요했지요. 집중력과 자존감을 높이고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성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양분을 심어줘야 하는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요? 처음엔 아이들이 그런 관심을 오히려 거부하고 멀어지려 하기도 했고, 그럴 때면 저도 많이 위축되고 힘들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점차 자신들을 아낌없이 가르쳐주는 선생님들의 사랑을 받아들였다. 또 지휘자를 믿고 많이 의지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럴 수 있었던 건 음악의 힘이 컸다. 음악은 상처 난 마음을 위로하며 서서히 아이들을 밝게 변화시켰다. 청주예술의전당에서 무대를 가진 후에는 더없이 밝아지고 에너지도 넘쳤다. 이에 이강희 음악감독은 더 욕심을 내어 청주꿈나무오케스트라를 위한 후원회를 조직했다. 청주의 여러 기업과 개인들이 재정적으로 후원자가 되면서 청주꿈나무오케스트라는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
“청주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할 때는 청주꿈나무오케스트라뿐 아니라 청주 시내의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페스티벌 형식으로 공연을 했습니다. 그야말로 청주의 모든 오케스트라가 한자리에 모인 축제의 장이었죠. 그러다 보니 청주시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요. 구별되지 않고 음악으로 하나 되게 하는 것.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갖고 자신감 있게 여러 사람과 어울려 행복을 찾게 하고 싶었던 제 소망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그는 각박하고 이기적인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건 예술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오케스트라 교육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치료제이자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듣는 훈련을 하게 되지요.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죠. 서로 이야기를 해야 하고 집중하게 되고요. 또 다른 사람의 음악을 빛나게 하기 위해 자기를 죽이는 배려를 배우게 됩니다. 아름다운 소리를 위해 화합하는 것.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 아닐까요.”
음악을 배우면서 인생을 배우다
실제로 꿈나무오케스트라 활동을 한 학생들은 불안감이나 두려움, 분노, 좌절 등 부정적 감정이 많이 해소되고 밝은 에너지를 찾았다는 전문적인 통계가 나왔고,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고 마주할 수 있는 자신감과 여유도 갖게 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효과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실력이 훌륭한 학생들은 음악을 전공하고 더 넓은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음악을 배우면서 인생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죠. 처음 입학을 하면 운동회를 시작으로 단합을 하게 하고 교향악단 내 연습실에서 매주 2회 전문적인 연주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지도를 받습니다. 이후 여름음악캠프, 향상음악회, 특별 나눔 연주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키고 청주 꿈나무 교향악 축제 무대에 서게 되지요. 처음엔 관심이 없던 부모님들도 나중엔 감사의 마음을 전하곤 합니다.”
감사한 것은 청주꿈나무오케스트라를 모델로 이제 다른 지역에서도 꿈나무오케스트라가 많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이다.
“연주회를 듣고 온 사람들이 모두 감동을 많이 받았다고 해요. 저도 지휘를 하며 뭉클할 때가 많아요. 잘할 수 있을까 싶었던 아이들이 제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자기 몫을 하는 모습을 보며 진정 희망을 느낍니다. 학생들을 가르친 건 오래전부터 해온 일이었지만 저마다 배경이 다른 학생들을 가르쳐본 건 제게도 큰 경험이었고 감사의 시간이었습니다. 치유되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고 저도 그들을 통해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앙상블을 하는 이유
처음 만났던 한 아이. 그를 멀리하고 오히려 반항하던 아이였지만 이제는 제법 자기 악기를 즐기는 행복한 눈빛을 지닌 아이가 되었다.
“어느 날 그 친구가 슬며시 제게 다가와 무엇인가를 건네고 뛰어가더라고요. 손을 펴 보니 초콜릿 한 조각이었습니다. 그 순간 마음이 뭉클했어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음악의 힘이 크다는 것도 느꼈지요. 클라리넷과 플루트를 배우던 학생은 실력이 많이 성장해 서울에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전공하게 되어 보람도 많이 느낍니다.”
무엇보다 그는 소외받고 어려운 환경의 청소년들이 사회의 좋은 제도와 시스템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가고 자신감을 갖고 사회의 훌륭한 일원으로 성장하는 것이 꿈나무오케스트라의 최종 목표라며 앞으로 꿈나무오케스트라가 많은 사회에 퍼져 좋은 모델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사람을 바꾸는 것은 결국 따뜻한 마음과 사랑이죠. 음악 안에 그 메시지가 있기에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그렇게 서로 나누며 공감하며 사는 기쁨이야말로 우리가 함께 앙상블을 하고 있는 이유지요. 아이들이 그 희망을 미래에 꼭 전하리라 믿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꿈나무오케스트라 연습 현장에 가보니, 정말 초등학생부터 어엿한 고등학생까지, 저마다의 악기를 잡고 선생님과 열심히 연주하고 있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자! 이제 한번 맞춰보자!” 잠시 뒤 ‘사운드 오브 뮤직’이 앙상블로 연주되었다.
우리 삶이 깜깜한 밤 어두운 모래 사막을 거닐고 있는 것 같을 때, 그래도 노래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날의 앙상블은 마치 사막에 뜬 밤하늘의 별 같았다. 내리막길에서 만난 음악의 힘은 생각보다 무척 강했다.

황명수
이강희

중앙대 음대와 미국 뉴욕 브루클린 시립 음악대학원과 러시아 글라주노프 음악원 지휘과를 졸업했다. 러시아 볼가그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글라주노프 심포니오케스트라, 충북도립교향악단, 청주시립교향악단, TJB교향악단 지휘를 비롯해 국내외 유명 교향악단 객원지휘자로 활약했다. 러시아 볼가그라드시 문화예술상, 한국음악상, 충북예술공로상, 청주시예술상, 2013 충북예술상을 수상했고 현재 국립한국교통대 교수로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충청필하모닉오케스트라, CJB방송교향악단, 충주시오케스트라, 충청북도교육청 청소년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비롯해 청주꿈나무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이태주
국지연_월간 《객석》 편집장
음악 잡지 기자로 활동하며 많은 음악가와 독자를 만나왔다. 현재 클래식 음악 전문지 월간 《객석》의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ji@gaeks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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