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문화예술교육의 다양한 주제로 현장이야기를 듣고 지식으로 공유하는 ‘현장이야기마당 마음탁자’(이하 마음탁자)가 지난 5월 24일부터 3일간 펼쳐졌다. 총 10개의 마음탁자 중 ‘교사가 말하는 문화예술교육’ 세션은 학교 내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정착되기 위해서 교사와 예술교육 전문인력의 협력, 더 나아가 문화·교육 정책의 개선점까지 학교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공교육 속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는 ‘예술꽃 씨앗학교 지원사업’ 담당자로서 문화예술과 공교육 제도의 결합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매일 실감하고 있다. 선생님들에게 교과과정과 연계한 문화예술교육 기획이 필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이상적이고 추상적인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외부 전문가(예술가)가 학교 안으로 들어가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학교 환경에서 예술교육 활동의 한계점에 부딪쳤을 때 느끼는 괴리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듣기도 한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인재상의 변화에 따라 교육과정도 이에 맞춰서 개정이 되고 있지만 정작 그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관계자들이 서로 간에 입장을 이해하고 있는지, 공교육 안에서 문화예술교육이 가지는 참의미를 발휘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어서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자리였다.
왼쪽부터 김혜경, 정수기, 유수미
학교 문화예술교육, 오늘을 읽고 내일에 답하다
첫 번째 발제자인 경기도교육청 김혜경 장학사는 ‘학교 안에서 문화예술교육 변화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미래가 바라는 인재상과 학교에 문화예술교육이 정착되어야 하는 이유와 배경, 정책의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로 마음탁자를 열었다. 먼저 7차 교육과정 개정(2000년)에서부터 2009년 개정 교육과정까지 공교육의 제도적인 변화에 따른 예술교육의 확대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를 통해 학교의 자율성이 강화되어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는데 중점을 두면서 획일적 교육 운영에서 벗어나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창의적 체험활동을 강화하여 체험 중심의 다각적인 교육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예술강사 지원사업, 학교와 지역사회 연계 등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교육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예술교육 전문인력과 교사 간 협력수업은 실질적으로 잘 구현되지 못하고 있으며, 학교 밖에서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설 수는 매우 적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아이들이 창의적 인재, 감성적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식 중심 교육이 아닌 실천과 경험을 중심으로 교육을 펼쳐 나가야 하며 그 핵심이 ‘예술교육’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책과 실제 현장과의 괴리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일까? 이제 ‘예술’이 소수자들의 특권이 아닌 보편적인 향유능력으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의 문화정책과 교육정책에 대한 의미를 제고하고 지역사회와 연계한 학교 문화예술교육이 활성화됨으로써 모두가 경험할 수 있는 학교 문화예술교육 정책을 구현해야 한다고 마무리하였다.
두 번째 발제자인 갈천초등학교 정수기 교사는 ‘초등교육에서 문화예술교육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경기도교육연구원에서 진행한 「학교 주도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방안 연구」와 갈천초등학교의 사례를 소개했다. 예술적인 예술강사와 교육적인 교사의 괴리는 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에서의 노력도 필요하다며, 학교가 자발적인 참여와 주도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정책 현황과 현장 사례들을 다각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학교 안에서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갈천초등학교에서는 교사의 문화예술교육 실천역량을 파악하고 예술교육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후 교육방향과 연수내용을 협의·개선하고 있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위해 학생자치회 운영 프로그램 기획에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재능을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프로그램 참여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었다. 정수기 교사는 예술교육을 “귀찮고 싫은데, 해보면 좋은 것”이라고 정의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 한마디가 마음탁자 참여자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다.
마지막으로 매홀고등학교 유수미 교사는 ‘교사 주도의 문화예술교육 실천을 위한 방안’을 본인의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기술교과를 담당하고 있는 유수미 교사는 청년시절부터 연극을 좋아하여 연극 동아리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교사가 된 후, 그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도 교육연극연구회 예비모임을 결성했고, 여러 차례 우수교육연구회, 지역연계 학교예술교육 활성화 수업연구회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경기도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교사들이 모이게 되면서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끈이 생겼다고 했다. 연구회에서 다양한 교사 연수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학기 초부터 예술강사와의 협력을 통해 수업계획을 구성하고 전문가 컨설팅까지 이루어지는 체계적인 예술강사 협력 수업안 개발에 대한 사례 등을 소개했다. 교사와 예술가, 전문가 간의 협력과 의견 수렴의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교육연극수업의 결과물이 어떠한 것인지, 어떻게 운영하였는지 참여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한 앞서 김혜경 장학사가 말한 ▲학생중심수업 ▲자유학기제 ▲인성교육강화 ▲마을공동체-마을축제 ▲교과예술융합교육 ▲2015 개정교육과정 연극단원 신설 및 2018년부터 고교 일반선택 연극교과 신설 등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다시 한 번 언급하면서 예술교육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고, 특히 연극 교육은 다양한 장르와 종합적으로 어우러질 수 있는 분야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예술교육 활동을 꾸준히 해오면서 학교에서 예술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교사가 해야 할 일은 어디까지인가 스스로 질문해보곤 했다면서, 어려운 점도 많고 혼자만의 열정으로 시작해서 실패하는 사례도 많이 보았지만, 지역사회와 연계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 예술교육을 지속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이 힘들지만 계속해서 예술교육을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학교 문화예술교육이 가야할 길
3명의 발제가 끝나고 마음탁자 참여자들과 발제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의 주제는 ‘미래사회 대비를 위한 학교 문화예술교육 방향’으로 미래사회의 변화와 감성적 인간 육성을 위해 학교가 어떻게 나아가야할 것인가에 대해 예술강사, 아이디어 디렉터, 통합예술 치료사 등 현장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점점 작은 학교가 늘어나고, 학교 간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해지고 있으며, 넘쳐나는 교육콘텐츠 속에 아이들의 콘텐츠에 대한 흡수력이 매우 빨라져서 기존 교육과정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때문에 일방적인 전달 방식으로 교육이 평준화되기 보다는 이제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경험하고 깨닫게 해줘야한다는 의견과 함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장 좋은 매개는 예술 분야라는 의견이 나왔다. 그리고 고령화 시대에 대비하여 지역사회와 연계한 학교 교육의 중요성도 언급되었다. 교육이 소규모화, 세분화되면서 교육대상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한 맞춤형 교육과 교육콘텐츠의 질적 성찰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에 동의하면서 가장 근본이 되는 ‘교감과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교육이 절실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미래사회를 대비한 교사 인성교육이나 연수,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방향은 어떻게 가야할까? 미래사회의 교육은 단순히 입시와 진로 설정으로 귀결되는 교육과정이 아닌, 아이들에게 타인과 협업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이해와 지혜가 담긴 교육과정이여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교사는 자신의 수업과정을 객관적으로 직시하고 끊임없이 개선해나가는 자세와 함께 아이들을 관찰하고 관심 깊게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또한 아이들의 다면적인 성장을 위해 교과목 간 융합교육이 활성화되어 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융합교육의 진정한 의미와 예술교육에 대한 인식은 교사나 예술교육 전문인력 모두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으며, 연수 시 이러한 부분을 이해하고 채워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사회는 융합적 사고를 지향하고 있지만 아직 현장인력, 교육환경 등 다각적인 면에서 많은 개선과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보다 체계적인 정책과 관계자·학부모·학생들이 공감하고 실현 가능한 교육 방향이 제시되길 바랐다.
아이들과 교육이라는 경계에 서서 중간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청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참가자의 “예술교육을 알아갈수록 표면적인 예술교육이 되는 것 같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펼쳐지고 있지만 보여주기식 성과를 위해 우리가 바라는 이상향을 말로만, 글로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문화예술교육의 진정한 실천과 실현을 위해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교사의 열정만이 아닌 현실적인 지원과 정책이 체계적으로 잘 만들어져 예술과 교육이 수평적인 개념을 가지고 융합이 잘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모두의 바람으로 오늘의 마음탁자는 마무리되었다.
- 송혜경 _ 지역활성화팀
- shk@art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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