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7일,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을 맞아 문화예술교육 유관학회 간 학문적 교류와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해 총 10개 학회의 연합 세미나가 상암동 곳곳에서 동시에 진행되었다. 장르·분야별 문화예술교육 연구방법론, 교육과정 연구 및 교재 개발, 통합적 접근을 통한 문화예술교육의 확장 등 다양한 주제로 열띤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이 중, 한국문화교육학회가 주관한 ‘문화예술교육 인력의 전문성’ 세미나를 찾았다. 이 세미나는 1부 ‘문화예술교육의 인력양성 정책’, 2부 ‘예술강사의 역량과 학습경험’으로 나뉘어 약 60여 명의 전문가와 관계자가 모인 가운데 진행되었다.
지속적이고 자생적인 인력양성 정책 시급
첫 순서로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정책과 전문성의 제도적 접근’을 발표한 김혜인 센터장(한국문화관광연구원 국제교류센터)은 그간의 문화예술교육 정책 및 제도를 시계열 순으로 되짚으며 정책 초기에 예술강사의 직업적 정체성이 이슈였다고 밝혔다. 이 이슈는 ‘문화예술교육사’라는 국가자격제도로 변화했고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문화예술교육사’라는 사회적 프레임을 형성했다. 김혜인 센터장은 급속도로 성장한 문화예술교육 정책과 문화예술교육사 제도에 대해 두 가지 논의점과 제안을 던졌다. 첫째 문화예술교육사 제도 정착화를 위한 전문인력의 개념 재정립과 방향성 설정의 시급함이다. ‘예술인으로서의 전문성을 갖춘 자 중에서 교육적 전문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로 이해하는 해외사례를 들며 예술인으로서의 삶과 교육자로서의 삶의 균형을 제시했다. 이어 문화예술교육사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자격제도를 통해 배출되는 인력의 전문성 정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심화 토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둘째 문화예술교육인력 고용의 자생적 기반 강화를 위한 정책적 논의의 본격화이다. 정부에만 의존하는 인력지원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며, 기존 시행된 인력지원사업의 득과 실을 따져 향후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이 자발적으로 고용‧활용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여건을 함께 고민할 것을 제안했다.
토론에 나선 장화정 실장(서울상상나라 학예연구실)은 첫 번째 논점에 대해 지속적인 작품 활동과 예술적 감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파트타임으로 계약하는 해외사례를 들며 문화예술교육 인력 대상의 자격제도를 넘어 몰입적 실습 기회와 현장 실무시간을 현실성 있게 개편하는 방법적 검토를 제안했다. 두 번째 논점인 고용의 자생적 기반 강화에 대해서는 사회 경제 시스템의 선순환이 회복되어야 가능하다는 전제를 두었다. 현재 국공립기관 내 문화예술교육사 의무배치라는 강제성은 일시적인 처방이며, 문화예술기관의 자력해결이 되지 않는 경우, 또 다른 구조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책 마련을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문화예술교육기관과 전문인력들은 공동선을 목표로 하여 현장에서 더욱 노력할 것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문화예술교육 분야에 종사하고자 희망하는 예비 문화예술인들에게 이력서와 자격증은 성실성을 가늠하는 하나의 기준일 뿐이며 본인만의 콘텐츠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개발해야한다는 당부를 끝으로 발표를 마쳤다.
교육적 실천과 예술적 영감
2부에서는 ‘예술강사의 생애사–학교문화예술교육 무용강사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이유리 강사(부산대학교 교육학과)의 발제가 있었다. 그는 예술강사로 활동한 경험과 무용 예술강사들과의 내러티브 인터뷰를 통해 예술강사의 직업적 전문성과 직업 정체성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또한 무용 전공자로서 예술성을 높이는 전문교육을 받았을 뿐 교육윤리, 학습자 교수법 등의 교육은 부족했다고 자평하며, 학습자 중심의 교육철학과 예술교육과정 구현 방법을 예술가, 예술강사, 교육학 연구자의 입장을 두루 경험하며 이해하게 되었다고 했다. 예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직업적 역량을 높이기 위하여 첫째 문화예술교육을 학교 교육과정의 내부 시스템으로 개편할 것, 둘째 전문성 관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연수프로그램을 검증할 것, 셋째 전문성 발전을 위해 예술강사 스스로 노력을 기울일 것 등 세 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앞선 발제에 대해 ‘예술강사의 직업적 정체성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토론을 맡은 김해경 교수(경인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 부교수)는 학교 교사와 예술강사 모두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자 하는 분명한 공통 목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야기되는 이유를 각 조직 간 문화적 차이라고 해석했다. 또 예술강사의 경우 예술적 실천과 교육적 실천이라는 두 가지 주요 과업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본인들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교육적 실천을 자생적 교육공동체 활동으로 채워가고 있음을 주지시켰다. 예술강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를 사회적, 경제적 안정과 동시에 지속적인 전공분야 종사라는 만족감을 유지하기 위함으로 보았다. 경제적 자구책의 해결방법으로 예술강사라는 직업을 선택했다면 확고한 직업 정체성을 갖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지적하며, 만족도가 높은 예술강사는 천성적으로 타고난 교육자이거나 교육적 실천을 통한 예술적 영감을 획득한 경우 등으로 좁힐 수 있다고 해석했다. 직업적 역량을 높이기 위한 이유리 강사의 세 가지 제안에 대하여, 학교사회 구조 속에 편성하여 ‘내부인’이라고 표제만 바꾼다고 직업적 만족도가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에는 회의적이지만, 연수프로그램의 경우 가르치는 기쁨과 보람, 예술적 영감과 창조성의 원천으로 삼는 방법을 프로그램 설계 단위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예술 전문성도 중요하나 직업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제언으로 토론을 마무리했다.
전문성 강화의 필요와 전제조건
세 번째 순서는 라운드테이블로 진행되었다. ‘예술강사의 역량과 학습공동체 경험’이라는 주제로 무용, 연극, 국악, 디자인 분야의 예술강사가 각각 발제한 후 종합 토론시간을 가졌다. 우선영 예술강사(무용)는 ‘문화예술교육사의 전문성과 필요성’에 대해 김포 통진중학교 사례를 들어 발표했다. 2009년 남학생 12명으로 시작한 무용부 ‘통진 남무단’은 현재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 84명이 활동 중이다. 아이들은 동아리 활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사는 게 달라진다’고 답했다고 한다. 동아리 성장 과정을 담은 이야기 속에서 우선영 강사는 “예술강사란, 내가 알고 있는 예술적 특성을 교육적으로 재해석하여 학습자에게 예술적 방법으로 표출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역할”임을 강조했다.
‘일상의 예술화를 통한 창의적 콘텐츠 개발’을 주제로 발표한 함현경 예술강사(연극)는 지난 10년간의 연극교육 경험을 이야기했다. ‘연극은 삶이다’라는 기본 명제를 두고 연극에 대한 심리적 접근장벽을 낮추기 위해 학습자들의 일상생활을 연극적 요소로 재해석, 재창조하여 풀어나갔다. 그 결과 학습자들은 스쳐지나간 생활 속 장소가 연극 배경이 되고 일상생활을 소재로 삼자 빠르게 몰입했다며, 예술강사는 예술적 체험뿐만 아니라 삶 속에서 예술과 연결고리가 되는 소재를 찾아서 서로 잇는 역할이며, 이것이 바로 예술강사의 정체성이라고 했다.
박지영 예술강사(국악)가 ‘예술강사에게 요구되는 역량의 유지, 보수, 강화를 위한 학습공동체 활용 사례’로 발표를 이어갔다. 박지영 예술강사는 본인의 꾸준한 역량 강화를 위해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CoP(Community Of Practice), 국악운영단체 지원 연구모임, 예술강사 자율 연구모임 등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연구모임을 통해 교육매뉴얼 제작‧배포, 교과서 분석 등을 실행했으며 CoP를 통한 내적 성장에 대해 만족한다고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예술교육의 전문성을 합당하게 요구하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는 고용의 불안정성에 있다며 당장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이들에게 전문성 강화라는 명분으로 설득할 수 있겠는가를 되물으며 발표를 끝냈다.
이효광 예술강사(디자인)는 ‘디자인 예술강사의 기존 학교(창의적 체험활동 및 동아리)교육에서 자유학기제 교육으로 확장하기’라는 제목으로 자유학기제와 관련된 현황, 연구 참여 결과를 토대로 발표했다. 경험의 재구성, 역량 함양, 교육 목표 실천 등 상당 부분이 자유학기제와 문화예술교육의 목적이 유사했다고 분석했다. 향후 자유학기제의 목적에 부합한 차별화된 예술강사 지원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자유학기제 활동에 대한 명확한 교육 방향 설정, 세분화된 장르와 분야에 합당한 예술강사의 전문성 개발 및 기초체계 마련, 교육계와의 소통에 기반한 지원사업 운영, 자유학기제에 특화된 커리큘럼과 연수프로그램 개발을 제안했다.
콘텐츠 공유, 아카이브 등 다각적 지원 필요
4개 분야의 예술강사들의 발표가 끝나자 황지영 학예연구사(국립현대미술관)는 ‘문화예술교육 인력의 전문성’이라는 주제로 예술강사가 가진 전문성의 요소를 발표자와 주제별로 짚어가며 토론을 진행했다. 예술강사 활동 경험을 토대로 한 예술강사 경력개발프로그램(CDP, Career Development Program),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역량모델, 정책 방향과 예술교육 전문성 및 역량을 개념화하여 현장에서 적용한 사례로 정리했다. 또한 예술강사의 역량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펼쳐온 노력의 과정이자 결과물인 ‘콘텐츠’의 ‘공유’가 부족함을 지적하며 콘텐츠의 개발과 모델화의 관점에서 어떤 방식으로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을지, 자유학기제에 대해 예술강사의 차별화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발표자들에게 질문했다.
함현경 강사는 마땅한 현장 교재가 없어서 난관에 부딪혔던 활동 초기를 떠올리며 현재는 연구 결과물을 다른 예술강사들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모임의 경우, 타 분야 예술강사나 교육을 통해 사람의 성장을 돕는 업(業)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도록 열린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효광 예술강사는 자유학기제를 통해 모집된 타 강사와 예술강사의 변별점을 찾기 어려운 실정 속에서 본인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며 기존 개발된 프로그램 중 자유학기제에 부합할만한 프로그램을 찾아 수정·보완하여 현장에 적용해보는 방법도 제안하였다. 박지영 예술강사는 콘텐츠 공유 및 아카이브가 필요하다며 향후 예술강사의 활동기반이 다져질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정책이 마련되길 바랐다.
이번 ‘문화예술교육 인력의 전문성’ 세미나를 통해 예술적 역량과 교육적 실천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들의 실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여기서 만난 문화예술교육 인력들은 예술 전문성과 확고한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문화예술이 빚어내는 긍정적인 힘을 곳곳에 전파하고 있었다.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학계와 전문가들이 문화예술교육 인력의 전문성에 대해 중요성을 인지하고 향후 방향성을 모색하는 자리가 계속되길 바란다.
- 이초영
- 문화기획자. 별일사무소 대표. 홍대 앞 시민작가들의 모임인 ‘희망시장’을 거쳐 성남문화재단, 서울디자인재단 등에서 다수의 커뮤니티 연구와 실행을 맡았다. 함께 사는 내일을 고민하는 문화예술 분야의 기획사 대표답게 그간 현장에서 만나 온 사람들의 마음을 관찰하여 무엇인가 만들 준비를 하는 중이다. 예술인복지재단 웹진 [들음] 에디터, 안양문화예술재단 [터무늬ZINE] 편집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eve-2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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