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주목하는 예술교육의 힘

2016 한중일 문화예술교육 포럼 사전 리서치③ 일본 문화예술교육 현황

일본의 문화와 과학, 교육을 관장하는 문부과학성에서는 예술표현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2010년 5월에 ‘커뮤니케이션 교육 추진회의’를 설치하고 아동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육성을 위해 구체적인 방안과 보급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같은 해 문부과학성 산하기관인 문화청에서도 ‘차세대를 이끌어갈 아동의 문화예술 체험사업’의 일환으로 예술가와 교사의 협업을 통한 예술표현 체험활동이 포함된 워크숍 형태의 ‘아동학생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육성에 도움이 되는 예술표현 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일본이 이처럼 예술교육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에는 어떠한 배경이 있을까. 공익 사단법인 일본 예능실연가단체협의회(芸団協, GEIDANKY)가 2005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지역의 예술문화 거점 기구인 예능화전사(芸能花伝舎, Geino-Kadensha)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2000년을 전후하여 문화예술계뿐만 아니라 경제계에서도 창조성을 중요시하는 발언이 나오기 시작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경제사회가 급격히 변화하는 가운데, 보다 창조성을 높이는 것이 성숙한 사회의 성장 원천이 되며 지속가능한 발전에 필수 불가결하다는 생각이 일반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2001년에는 문화예술진흥 기본법이 제정되었고, 아동에게 풍부한 예술체험을 제공하는 것이 이후 문화정책의 중점과제 중 하나가 되었다. 또한 문화청은 문화예술 활동이나 시설 운영에 관계된 전문인재 육성과 활용을 통해 고용의 확대를 꾀하고,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있는 기술과 기능 전승자에 대한 지원이라는 측면도 중점과제 선정의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일본정부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 활동 지원사업은 ‘문화예술에 의한 아동의 육성사업’ ‘부모와 함께하는 전통문화 교실’ ‘전국고등학교종합문화축제’를 들 수 있다. 먼저 문화예술에 의한 아동의 육성사업은 아동이 훌륭한 실연예술을 감상하고, 문화예술단체의 실기지도와 워크숍 참가, 문화예술단체와 실제 무대에서 협연을 하는 등 실연예술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사업은 크게 ‘순회공연’ ‘예술가 파견’ ‘커뮤니케이션 능력 향상’의 세 가지 분야로 나누어진다. ‘순회공연’의 경우, 문화청이 선정한 일류의 예술단체를 한 학교당 1회씩 사전 워크숍과 아동이 함께 참여하는 본공연을 통해 감상지도 및 실기지도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예술가 파견’은 개인 및 소수로 이루어진 예술가를 학교가 독자적으로 선정하여 강연 및 실연, 워크숍을 통한 실기지도를 하는데, 보통 한 학교당 1회에서 3회 정도로 진행된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향상’의 경우도 예술가에 의한 워크숍이 주된 내용이지만 위의 두 분야와 다른 점은 계획적이고 계속적으로 실시한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그룹단위로 협동하여 정답이 없는 과제에 창조적으로 임하는 워크숍 형태의 수업을 3회에서 많게는 12회에 걸쳐 진행한다. 2014년 기준으로 문화예술단체 순회공연은 1,797건, 예술가가 파견된 학교는 2,853곳에 달했다.
문화청에서는 예술가 파견을 위해 매년 이 사업에 협력이 가능한 예술가의 등록을 받아 명단을 작성하고 공개하고 있으며, 희망하는 학교와 예술가가 직접 연락하고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명단은 학교가 희망하는 분야의 예술가 정보를 직접 확인하고, 같은 학교 출신의 예술가에게 모교의 예술교육에 협력을 요청하는데 사용된다. 예술가의 분야도 매우 다양하여, 미디어 아트나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 등 콘텐츠 관련 분야를 비롯하여, 클래식 음악, 연극, 인형극, 현대무용, 발레, 일본무용, 일본 전통예능(가부키, 노가쿠, 와다이코, 샤미센 등), 일본 전통대중예능(라쿠고, 만자이 등), 미술, 전통문학을 포함한 문학 전반, 생활문화(바둑, 장기, 전통 꽃꽂이, 차(茶), 기모노 입기 등) 등 폭넓은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예술가 파견 사례비는 하루에 약 35,000엔(한화 약 35만 원) 정도이고, 실연 보조자에 대한 사례비와 여비도 별도로 책정되어 있다.
‘부모와 함께하는 전통문화 교실’은 2014년 기준으로 3,306개 단체의 활동을 통해, 차세대를 이끌어갈 아이들에게 전통문화와 생활문화를 계획적이고 계속적으로 체험하고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민속예능, 공예기술, 전통음악, 전통무용, 차(茶), 전통 꽃꽂이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일본은 고등학교 축제가 매우 활성화 되어 있고, 그 프로그램도 매우 다양하다. 문화청은 이러한 전국 각지의 고등학생 문화부 활동의 성과를 널리 알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전국고등학교종합문화축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청과 각 지방정부, 전국 고등학교 문화연맹이 공동으로 매년 ‘전국고등학교종합문화축제’와 ‘전국고등학교종합문화축제 우수학교 동경 공연’을 실시하고 있다. ‘전국고등학교종합문화축제’는 올해로 40회를, ‘전국고등학교종합문화축제 우수학교 동경 공연’은 27회를 맞이하고 있는 전통 있는 축제로 자리 잡은 사업이다.
일본 문화예술교육은 현대 문화예술에서 전통·생활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체험을 아동들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사업을 통해 차세대를 이끌어 갈 주역들에게 문화적인 소양을 자연스럽게 길러주는 동시에 문화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인재에 대한 지원도 함께하고 있다. 나아가 지역 전통문화의 계승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문화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함께 지원하는 매우 효과적인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김미림
김미림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팀에서 일했고, 2008년 게이오대학 정책미디어 연구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일본 통신원을 역임했다. 현재 게이오대학 SFC연구소 상석위원이며 게이오대학, 릿쿄대학 등에서 비상근 강사로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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