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전 중국에서의 예술교육을 떠올려보면 피아노, 바이올린, 혹은 발레 수업과 같이 부모로 인해 아이들이 고급 예술수업을 받는 것 외에는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을 것이다. 예술교육의 유일한 수혜자는 학생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지난 십년간 상황은 눈에 띄게 변화하였다. 영국문화원(British Council), 프랑스문화원(Institut Français)과 같은 국제 문화기관들이 중국의 지역사회 예술단체들과 협업하여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면서 예술교육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구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상하이대극장(Shanghai Grand Theater, SGT)이 그 중 하나이다.
1998년에 상하이 중심지에 설립된 상하이대극장은 중국 최초로 설립된 대규모의 예술 공연장이다. 3개의 극장으로 이루어진 이 공연장은 각각 약 1,600명, 550명, 220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다. 상하이대극장의 미션은 일류 공연을 제작하고, 일류 예술 경험과 더불어 예술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상하이대극장이 기획하고 제작하는 프로그램의 핵심 키워드는 ‘국제성’ ‘고품질’ ‘창의성’ ‘독창성’이다. 베를린필하모닉, 마린스키발레단, 로열셰익스피어극단과 같이 국제적으로 유명한 오케스트라, 극단, 무용단이 상하이대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다. 또한 상하이대극장에서는 중국의 전통적이고 현대적인 공연예술을 적극적으로 상연하고 있다. 그리고 공연 시즌에는 공연예술을 테마로 한 강연 ‘아츠클래스(Arts Class)’가 운영된다. 아츠클래스는 연간 운영되는 주요 교육 프로그램이자 찾아가는(outreach) 프로그램이다.
상하이대극장의 아츠클래스는 2005년부터 시작되어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예술교육이자 찾아가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아츠클래스는 프로그램 부서에서 기획‧운영하였다. 2009년에는 아츠클래스 뿐 아니라 다른 예술교육 관련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예술교육을 전담하는 새로운 부서가 만들어졌다. “예술교육은 우리의 중요한 사업 중 하나가 되었다. (예술)교육은 극장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이다. 우리의 관객들은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들이 가진 예술에 대한 이해력은 서로 다르다. 예술은 어떻게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될 수 있으며, 더 많은 사람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답은 예술교육이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상하이대극장의 장저(Zhang Zhe) 대표는 말했다.
대표적인 아츠클래스 외에 일반대중들을 위해 접근성을 확장시키기 위해서 SGT액세스와 SGT플러스라는 시리즈를 추가했다. SGT액세스는 80위안(한화 약 14,400원) 이하인 공연과 콘서트를 소개하고, SGT플러스는 극장을 개방하는 오픈데이와 같이 대중들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행사들을 일상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장저 대표가 언급했듯이 극장의 목표는 예술이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 녹아들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올해 아츠클래스 시리즈는 클래식 음악, 연극, 오페라, 무용 등 공연예술 장르를 망라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강연은 극장 안에서 이루어지지만 때로는 지역 고등학교와 같이 외부에서 이뤄지는 워크숍도 있다. 2016년 시리즈는 다음 다섯 가지 주제를 강조하고 있다.
• 클래식 음악과 회화 – 2016년 한 해 동안 매월 초상화, 화폐, 건축, 묘지, 포스터, 원고, 도장 등 서로 다른 테마로 운영되는 수업이다. 각 테마에 집중하며 클래식 음악과 회화 사이에 관계를 탐구하는 등의 내용이 이루어진다.
• 셰익스피어 –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하여 이중언어 강의(bilingual lectures) 시리즈로 『헨리 5세』 『헨리 6세』 『말괄량이 길들이기』 『리처드 3세』 『한여름 밤의 꿈』 『십이야』 등 셰익스피어의 명작들을 다룬다.
• 초기 서양 오페라 – 2015년 19세기 서양 오페라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던 바탕에서, 이번에는 17세기와 18세기 초기 서양 오페라의 주요 스타일과 인물, 작업 등을 조명하는 새로운 시리즈를 소개한다. 내년 강연에서는 20세기부터 지금까지 현대 오페라에 초점을 맞춰 관객들이 지난 수백 년간 어떻게 오페라가 진화하였는지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 타오신(Tao Xin) 교수의 프리-콘서트 토크(Pre-concert talk) – 타오신 교수는 상하이음악학원(Shanghai Conservatory of Music)의 클래식 음악 전문가이다. 2016년 상하이대극장의 콘서트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청중들이 곡에 대해 더 나은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 발레의 세계 – 스타 발레리나가 되는 법, 국제 발레 대회 소개, 발레와 셰익스피어 등을 주제로 진행한다.
아츠클래스는 상하반기로 나누어 신청하는 방식이다. 상반기 수강료에는 20개 강연이 포함되며, 개별 10위안(한화 약 1,800원)이고 총 200위안(한화 약 36,000원)이다.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한 사람당 최대 2좌석까지 구매할 수 있다. 다목적홀에서 진행되는 프리-콘서트 토크를 제외하고, 모든 프로그램이 550석 규모의 중극장에서 진행된다. 마케팅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오래전부터 활용했던 프로그램 카탈로그 외에도 젊은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중국 1위 소셜미디어 앱이자 중국판 페이스북인 ‘위챗(WeChat)’,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Weibo)와 같은 다양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상하이대극장 예술교육의 특징은 다른 기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전통적인 방식인 극장의 주요 라인업과 예술교육 간의 상호작용 뿐 아니라, 아츠클래스, SGT플러스(오픈데이)와 같이 자체적인 예술교육 시리즈 간에도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2016년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SGT플러스는 계절별로 네 가지 주제를 담은 오픈데이 행사를 운영할 예정이다. 첫 번째 오픈데이는 ‘죽느냐 사느냐-햄릿 주말(To Be Or Not To Be–The Hamlet Weekend)’을 주제로 2월 20일에 열렸다. 2일간 7,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아츠클래스, 크리에이티브 마켓, 셰익스피어 연극 워크숍과 심지어 검 실습수업 등 다양한 행사에 참석하였다. 당일 상하이대극장 티켓을 구매한 사람들에게는 무료로 개방되었고, 일반인들도 10위안 정도에 이용할 수 있다. 오픈데이는 기존의 아츠클래스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다른 참여형 행사들을 결합한 새로운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활동은 비용이나 노동력 대비 효율이 높을 뿐 아니라 참여자와 미디어에 큰 영향을 만들어낸다.
요컨대 중국의 예술교육, 특히 상하이나 베이징과 같은 주요 도시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예술교육은 예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는 소수의 특권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고, 모든 사람의 일상에 녹아들어야 한다. 예술교육은 예술행정가들부터 고위 관리직까지, 예술가부터 관객까지 모든 사람들이 함께 탐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길고 즐거운 여행이다.
- 기사 원문보기
- · Arts Education Matters – Shanghai Grand Theater (PDF 다운로드)
- 관련링크(이미지 출처)
- · 중국 상하이대극장 홈페이지
- · 중국 상하이대극장 웨이보
번역 _ 상상놀이터
- 린푸(Lynn Fu)
- 상하이 영국문화원에서 8년간 근무했다. 중국, 영국 예술단체를 위한 기금운영, 공연·시각예술, 영화, 음악, 문학 등 다양한 예술분야의 국제협력을 위한 플랫폼 조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했다. 현재 컬럼비아대학에서 예술행정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한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지역, 세계 각국과 중국 간의 문화교류를 위한 기회들을 만들어 내고자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lynnfu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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