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6일 대학로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에서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사업영역 중 하나인 ‘국제 문화예술교육’ 부문을 주요하게 다룬 학술심포지엄이 열렸다. 한국예술경영학회와 한국문화교육학회가 공동 주최로 나선 이번 심포지엄은 양지연 동덕여자대학교 큐레이터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세 발제자의 주제 발표에 이어 네 명의 지정 토론자와 관련 주제에 참가한 연구자가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먼저, 첫 번째 발제는 ‘국제 문화예술교육 교류‧협력의 정책방향과 과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정책 사업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정종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표했다. 정종은 부연구위원은 지난 10년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국제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성과와 추진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해당 영역이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형성기부터 나름 한 축을 담당해 왔음을 주지시켰고 동시에 이러한 사업들의 위상이나 맥락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음을 밝혔다. 특히 사업의 지속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과 전략적이며 단계적인 중장기적 계획 수립이 부재했다는 점을 거론했다. 한편 정부의 공적개발원조사업인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예산 확대와 문화예술교육 ODA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으며, 동시에 국제 문화예술교육 교류‧협력에 대한 정책적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이러한 현황과 전망의 연장선에서 새로운 사업 추진과 전략적인 교류협력 방안이 모색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전략적‧단계적 중장기 계획 수립 필요
정종은 부연구위원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사업 내용을 인바운드(inbound), 아웃바운드(outbound), 네트워크/협력, 지식정보 구축 등의 네 가지 사업 영역으로 구분하고 유형화하면서 구체적인 정책 방안 및 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는 향후 달라질 정책 환경과 맞물린 새로운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다섯 가지의 과제를 도출했다. 명확한 포지셔닝과 인식 공감, 수요기반의 정책수립, 협력형 거버넌스 중심 사업추진, 사업 효과성 제고를 위한 시스템 혁신, 사업 효율성 제고를 위한 프로세스 혁신을 내세웠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 방향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문화예술교육 인적자원의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해외전문가 초청워크숍’과 같은 인바운드 사업을 국내 환경에 맞춰 내용을 다각화하고 향후 해외 현지에서 워크숍을 개최해 국내 인력의 해외진출을 위한 쌍방향 채널로 전환하는 것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국제교류의 감각을 지닌 코디네이터 양성이 필요하며 이와 관련된 연수 프로그램이나 직접적인 사업 연계 방식을 통해 현장성을 기반으로 한 전문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베트남 ODA 사업이 2017년에 종료됨에 따라 그간의 성과를 종합적이고 다각적으로 고찰하여 향후 문화예술교육 ODA에 대한 실천적 방향과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전략적이고 다층적인 문화예술교육 ODA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민간이나 다른 부처 ODA 사업과 연계한 상호작용이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국제 네트워크 및 지식기반 구축사업을 중심으로 기관이나 단체의 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프로젝트 지향 다자간 협업 플랫폼 운영’을 통해 문화예술교육 활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매개로 해외 국가들과의 협력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할 수도 있는 새로운 유형의 사업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문인력의 소통과 협력체계 구축
두 번째 발제는 ‘해외문화예술교육 전문 인력과의 교류협력 방안: 해외전문가 초청워크숍 사업을 중심으로’라는 내용으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국제 문화예술교육 교류에 관한 대표적인 정책 사업을 놓고 실태적인 자료조사와 참여자 설문 조사 등을 통해 도출한 실증적인 분석 결과를 다뤘다. 국내 문화예술교육 초창기 버전의 정책이라 할 수 있는 ‘해외전문가 초청워크숍’은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방안 중 하나로 지난 10년간 지속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간 이 사업에 참여한 해외전문가는 총 10개국 59명으로 미국과 유럽 등으로 치중된 경향이 있으며, 주로 예술교육 부문의 선진 사례를 받아들여 노하우나 경험을 강연식으로 전수해 국내 인력의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했다. 물론 사업의 분석 결과를 통해 참여자의 만족도나 개별 성과부문은 높은 만족도를 얻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워크숍의 주제나 내용 측면은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가변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인력의 소통과 협력체계를 기반으로 워크숍의 구성과 기획 과정 등이 이들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으며 교육과정의 적합성 또한 주요하게 다뤄야 함을 제시했다. 즉, 강의식의 일방적인 내용 전달이 아닌 ‘참여형’ 또는 ‘교류형’ 등 교육 방식을 다양화하고 교육 대상에 따른 관심 주제와 교육방법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음을 밝혔다.
해당 연구는 임학순 가톨릭대학교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교수와 김명하 충북발전연구원 연구원이 진행한 것으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국제 문화예술교육 사업 부문의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위해서는 전략적인 사업 운영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사업의 지속성을 유지하면서도 국가 간의 공동 문제에 대처하고 협업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협력 기반을 지향하는 네트워크형 워크숍으로 확대, 발전할 필요가 있음을 제시했다.
경제원조에서 문화원조로의 전환
세 번째는 ‘문화예술교육과 공적개발원조(ODA)’를 주제로 황규홍 부산대학교 교육학과 BK21플러스 연구원이 발표했다. 해방 이후 개발도상국으로 공적개발원조를 받았던 한국은 2010년부터 OECD 개발원조위원회의 정식회원국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도약한,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최초의 사례가 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발전과정에서 축적한 경험과 지식이 이 분야의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제공될 수 있다는 점을 환기했다. 하지만 그간 우리나라가 수행해온 교육 분야의 ODA는 주로 한국형 경제개발 경험의 전수와 경제발전을 강조하는 쪽으로 치우쳐 왔으며, 한류 등의 편승을 통한 단편적이며 일회적인 프로그램이 많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을 중심으로 진행된 문화예술교육 ODA 사업의 추진현황과 쟁점 요소들을 파악하고 향후 나아갈 방향성을 도출하는 것이 ODA 분야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과 방법론으로도 자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 이번 연구를 통해 강조된 내용이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ODA의 패러다임이 경제원조에서 문화원조로 전환되었다는 것을 상기하면 구체적인 사업 수행으로 연계된 국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유의미한 측면이 많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서 논의된 발제내용에서도 거론된 부분이지만 전체적인 사업 수행의 중장기적 비전이나 방향성이 부족하고 단발적인 사업 진행은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창의성, 상상력, 관용, 미적 성찰, 미디어 역량 중심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가 지속해서 필요하다는 것을 포함하는 동시에 이러한 문화 역량 프로그램이 넓게는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고 도시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까지 나아갈 수 있는 당위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제시했다. 그만큼 지금 시점에서 문화예술교육 ODA에 대한 방향성 설정이나 전략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본다.
해당 연구에서는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일곱 가지의 발전방안을 제시했는데 우리나라가 원조를 할 수혜국별 지역조사가 사전에 좀 더 면밀하게 조사‧연구되어야 하며, ODA도 연구‧개발(R&D)을 기반에 둘 때 성공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다른 ODA 사업과의 전략적인 파트너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고 봤다. 또한, ODA 전문 문화예술교육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는 대학연구소와 연계해서 인력풀을 확대, 양성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외에도 수혜국의 지역활동가와 지역의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화예술교육을 활용하고 적용해 지역문제 해결형(또는 지역 기반형)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 등을 밝혔다. 아울러 지속가능성과 미래형 지식 기반을 확보하려는 노력과 정책에 따라 향후 문화예술교육 ODA의 질적인 제고에 이뤄진다는 것이 강조되었다.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으로
이번 심포지엄에서 다룬 국제 문화예술교육 교류‧협력에 관한 부문은 그간 예술경영이나 예술교육 분야에서 심도 있게 다뤄진 적이 없었다고 한다. 2005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설립되면서부터 대개 단발적인 사업으로 진행된 국제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지난 과정을 되돌아보고 점검하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한편 발제가 끝나고 이어진 토론 자리에서는 사업에 참여한 현장인과 연구자들의 소감을 단편적으로 확인할 수가 있었는데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서는 좀 더 장기적이며 거시적인 시선 확보가 중요하며 상대국에 대한 사전조사, 이해 등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특히 문화상호주의적 입장에서 상대국에 대한 존중과 이해,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서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입장과 시선을 교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밝혔다. 또한 심포지엄에 참가한 김자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대외협력팀 팀장은 그간 해당 사업을 수행하는 조직 편성과 예산에 따라 그 형태와 내용이 변화한 점, 선제 전략이나 기획력이 부족했던 점이 있으나, 진흥원 내부에서도 해당 사업에 대한 공감대 확보를 비롯해 매개인력과 관계자들이 효과적으로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하기도 했다.
심포지엄을 마무리하면서 사회를 맡은 양지연 교수는 국제교류에 관한 일반적인 공통분모에다 문화예술교육이라는 특수성을 놓고 앞으로 학계와 정책 분야 간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발제자와 연구자들의 제기한 내용을 토대로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방향성 수립과 단계적 방안 모색, 새로운 사업 유형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물론 이러한 사업의 전제는 문화상호주의적 대등한 시선을 놓고 출발해야 한다는 것도 환기했다.
사진 제공 _ 한국예술경영학회
- 염혜원 _ 자유기고가
- 연극을 공부했고 월간 [한국연극], 국립오페라단,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일했으며, 현재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나오시마 삼인삼색』(웅진리빙하우스)이 있고, 『연극 속의 청소년극, 청소년극 속의 연극』(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등을 기획·편집했다.
byeyum@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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