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추억이 담긴 공간과 순간을 마주하면서 지나간 날을 떠올려본 경험이 있나요? 누구에게나 남아있는 과거에 대한 다양한 기억과 감정을 새로운 내러티브로 완성하면 예술적인 표현이 됩니다. “과거, 현재, 미래는 떨어져 있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는 미국의 시인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의 말처럼 어쩌면 과거와 현재의 우연한 순간들이 서로 일치하거나 맞닿아 있을지도 몰라요. 혹은 반대로 현재와 사뭇 다른 과거의 모습이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낼지도 모릅니다. 지나간 과거를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과거와 연결된 현재를 지속적으로 조명해본다면 다가올 내일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요? 이러한 순간들을 조명하고 기록하는 사진과 콜라주 기법을 소개합니다.
빛바랜 사진을 꺼내 찰칵!
테일러 존스(Taylor Jones)는 앨범 속에서 어릴 적 동생이 식탁에 앉아있는 사진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순간 우연히 눈앞에 사진 속 모습과 똑같이 앉아있는 동생을 보고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는 지금 동생의 모습과 예전 사진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이 일화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디어 포토그래프(dear photograph)’가 시작된 계기입니다. 디어 포토그래프는 수많은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가 수록된 온라인 아카이브입니다. 누구나 사진 속 장소를 찾아가 현재의 모습과 오래된 사진을 함께 찍어서 보내면 디어 포토그래프에 나의 추억이 담긴 사진작품이 전시됩니다. 사진을 보내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과거를 회상하고 그에 대한 글을 남깁니다. 지금은 곁에 없는 소중한 사람이나 장소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기도 하고, 오랜 우정을 자랑하기도 하고, 힘든 순간을 이겨낸 용감한 이야기들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테일러 존스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로 더욱 편리하고 빠르게 사진을 올릴 수 있지만, 그 순간의 기억과 감정을 오랫동안 간직하지 못하며, 서버가 다운되면 한 순간에 모든 게 없어질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그의 말처럼 사진을 인화하여 잘 보관하고, 생각날 때 마다 꺼내보면 추억에 대한 남다른 의미가 생기지 않을까요? 오랜만에 앨범 속 사진을 꺼내서 추억 여행을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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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어 포토그래프,
우리가 처음으로 장만한 작은 신혼집이에요.그리고 7년 후 아름다운 꼬마 아가씨들의 부모가 된 저희는 새로운 보금자리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답니다.언제나 우리를 지켜주던 작은 집아, 네가 그리울 거야. 그 동안 임무를 잘 완수해줘서 고마워!“
– 댄(Dan)으로부터
- “디어 포토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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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어 포토그래프,
아빠가 가장 좋아하던 바닷가였으니, 언제나 그래왔듯 언제나 이곳에 있겠죠. 앞으로도 계속 우리 엄마와 함께 있을 거예요.“
– 브리짓(Bridgette)으로부터
- “디어 포토그래프,
- 관련링크(이미지 출처)
- http://dearphotograph.com/
현재의 시간 속에서 과거의 사진을 들고 촬영하는 기법은 많은 예술가들이 활용하는 기법입니다. 하지만 사진작가 사만다(Samantha)의 기법은 조금 색다른 사진 콜라주를 만들어냅니다. 그녀는 현재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들고 있는 손을 촬영한 뒤 동일한 장소의 과거 사진을 찾아 한 장소의 서로 다른 모습을 절묘하게 합성합니다. 실제 과거에서 미래의 모습을 들고 있는 것 같은 효과를 주기 위해 그녀는 손 부분의 색감에 특히 신경 써서 합성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사만다가 마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간여행자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사진에 담긴 평행이론?
조지 차모언(George Chamoun)의 사진작품 ‘이코나토미’(아이콘과 해부를 뜻하는 아나토미의 합성어, Iconatomy)에 영감을 받은 마크 갈리(Marc Ghali)는 과거와 현재의 서로 다른 유명인들을 콜라주한 ‘그 때와 지금(Then & Now)’을 만들어냅니다. 전혀 다른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 중 직업적으로 공통점이 있거나 유사한 부분이 있는 사람들을 하나의 사진으로 믹스-매치하는 작업니다. 과거 미국 흑인인권운동가였던 말콤 엑스와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 과거와 현재의 영국 왕세자빈 다이애나 스펜서와 케이트 미들턴 등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나 영웅들을 말이죠. 이렇듯 서로 다른 시대의 삶을 연결하거나, 주제를 설정하여 과거와 현재의 유사점을 찾다보면 또 다른 내러티브가 창조되기도 합니다.
- 관련링크(이미지 출처)
- https://www.behance.net/gallery/9189373/Then-Now
미래를 상상하고, 현재를 표현하다
한국의 미디어아티스트 오용석은 독창적인 기법을 사용하는 ‘비디오콜라주’ 작업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2002년부터 사진과 동영상, 과거와 현재, 영화와 일상 등을 교차 시키며, 창의적인 영상 작업들을 선보였습니다. 그는 이러한 효과를 주기 위해 직접 찍은 영상이나 서로 다른 매체로부터 영상 장면들을 잘라 새로운 가상의 공간과 상황들을 만들어냅니다. 그의 영상 <미래의 기억(Memory of the future)>에서는 오래된 고전 SF영화에서 인류가 상상해온 미래가 담긴 장면들과 직접 촬영한 영상 및 사진들을 이어 붙여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이고, 일상적이면서도 비범한 느낌을 불러일으킵니다. 과거에서 생각한 낯선 미래의 풍경은 지금의 현실과 만나 새로운 시공간을 만들어냅니다.
- 김다빈 _ 상상놀이터
- beyondlisa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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