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해보다 유난히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뒤늦은 한파가 찾아온 지난 12월 17일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2015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 결과공유워크숍이 개최되었다. 4일간 열린 결과공유워크숍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 전국에서 진행한 6개 프로그램의 결과물을 모아 선보인 통합결과전시회를 비롯하여 컨퍼런스, 소규모 워크숍 등이 마련되었다. 많은 이야기와 사람들이 모였던 그 현장을 소개한다.
어린이들에 믿음에 관한 탐구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의 일환으로 진행된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는 ‘어린이의 세계를 믿는다’라는 주제로 시각예술분야의 예술가들이 어린이들과 마주한 프로그램이다. 어린이가 믿는 자신만의 세계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시각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독일 리틀아트(little ART)의 ‘당신은 무엇을 믿나요(Woran glaubst du)’를 토대로 2013년에 처음 시작되었다. 리틀아트는 고정된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하기보다 아이들의 세계에 관한 믿음을 바탕으로 다양한 재료, 대상, 방식을 도입하여 진행해오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리틀아트의 철학과 주제의식에 공감하며 국내 환경과 상황을 바탕으로 우리만의 고유한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 왔다.
2013, 2014년도에는 어린이들의 믿음에 관한 탐구를 목적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이를 토대로 2015년에는 어린이 각자가 무엇을 믿든지 개별 사고와 세계를 그 자체로 존중하고, 자신의 믿음을 인정받은 아이들이 이를 통해 주체적으로 삶을 영위하는 힘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하였다. 이를 위해 회화, 디자인, 드로잉, 목공, 사진, 설치미술 등 6개 시각예술분야별 예술가와 협력하여 분야별 특성을 고려한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였다. 총 6개 프로그램에 153명의 8~13세 어린이들이 매주 토요일마다 전국에서 함께하였으며, 진행된 프로그램은 아래와 같다.
참여 작가 (프로그램 개발‧운영자) |
분야 | 프로그램명 | 교육내용 |
---|---|---|---|
김유인 | 디자인 | 어린이 식물그림연구소 |
식물을 관찰하고 채집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하고, 자연이 주는 특별한 정취를 자신의 세계 안에서 표현하는 프로그램 |
호상근 | 드로잉 | 이야기재현소 |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그림엽서에 그려 주고받으며 대화 속 오해와 이해를 찾아가는 프로그램 |
이두원 | 회화 | 붓꽃을 활짝 피우다 | 자신만의 재료와 그림언어를 발견하여, 각자의 세계를 마음껏 그림으로 표현하는 프로그램 |
남머루 | 목공 | 엉뚱하고 예술적인 작업실_엉뚱작업실 | 숲이 가진 재료들을 활용하여 무한한 상상 속의 세계를 목공으로 표현하는 프로그램 |
강상우 | 설치미술 | 별의별 내 자랑 |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다양한 설치미술 작품으로 만들어 자랑하며, 자신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프로그램 |
장근범 | 사진 | ㅁㅇ사진관 _Seeing is believing |
이웃과 주변 세상의 이야기에 상상력을 담아 사진을 통해 기록하고 소통하는 프로그램 |
‘예술’을 통해 아이들의 상상의 세계로
결과공유워크숍은 프로그램의 주요 결과물을 공유하고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를 비롯한 다양한 시각예술교육 사례와 목적, 방향, 가치 등을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이를 위해 해당 사업은 물론 시각예술교육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석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이틀 간 열린 컨퍼런스는 국내외 시각예술교육 프로그램의 사례와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 사업의 추진결과를 공유하기 위한 시간이었다. 또한 ’15년도 프로그램 개발‧운영자들과 독일 리틀아트 프로젝트 디렉터 엘레나 앵커(Elena Janker)가 각각 진행한 소규모 워크숍은 프로그램별 운영과정과 그 시간 속에서 만난 어린이들의 세계에 관한 경험을 나누는 기회로 준비되었다. 아라아트센터의 2~4층 공간을 6개 프로그램별로 구분하여 각 프로그램의 성격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구성해 통합결과전시회를 함께 운영하며 참여자와 학부모 및 일반시민이 찾아와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컨퍼런스 첫째 날에는 ‘국내외 시각예술교육 사례 공유 및 토론’이 진행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 부산 오픈스페이스 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및 독일 리틀아트 관계자와 이제 작가(시각예술)가 발제를 통해 국내외 시각예술교육 사례를 소개하고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에 관한 토론을 진행하였다. 미술관, 레지던스, 공공기관 등 시각예술분야의 다양한 기관과 예술가가 발제자로 나서 참여자의 사고와 철학, 환경을 토대로 소통하는 구체적인 교육 운영사례를 나누었다. 특히 예술작업과 교육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이제 작가는 경기도 마석가구공단에서 진행한 ‘샤킬의 찾아가는 공작실’ 프로그램 사례를 발표해 시각예술과 지역, 어린이 그리고 예술가가 어떻게 만나고, 변화할 수 있는지를 들려주었다.
둘째 날에는 ‘2015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 – 독일과 한국의 운영결과 공유’를 위하여 리틀아트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사업 담당자, 2015년도 프로그램 개발‧운영자로 참여한 장근범 작가(사진)가 발제와 토론을 진행하였다. 장근범 작가는 리틀아트가 제시한 4가지 주요가치인 어린이, 예술가, 재료, 공간과 ‘어린이의 세계를 믿는다’라는 주제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바탕으로 진행한 ‘ㅁㅇ사진관’ 프로그램을 소개하였다. 작가는 프로그램에서 사진의 역할에 대해 “11주차에 걸쳐 아이들과 끊임없이 물음과 대답을 주고받았다. 그 시간동안 사진은 대화를 주고받기 위한 도구였고, 아이들이 펼쳐내는 상상의 세계로 가는 연결통로였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에너지로 채워진 시간들
소규모 워크숍은 ‘어린이의 세계를 믿는다’라는 주제에 대한 참여 작가들의 고민과 프로그램 개발․운영 과정 등을 보다 자세히 전하고,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만난 아이들의 세계에 관한 경험을 소개하였다. 참여 작가들은 프로그램 준비와 진행과정을 통하여 자신의 본래 예술작업이 어린이의 세계와 만났는가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나갔다. 각 워크숍은 대화, 발표, 토론, 체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문화예술교육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기획자, 강사, 작가, 문화예술기관‧단체 관계자 및 학부모 등의 참여로 보다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소규모 워크숍 ‘차 마시는 목공소’ 프로그램을 진행한 남머루 작가는 따뜻한 차와 작업실을 채우는 음악 소리로 참석자들을 반겼다. 또한 9주에 걸쳐 진행한 ‘엉뚱하고 예술적인 작업실_엉뚱작업실’에서 벌어진 일들을 바탕으로 자신이 기대했던 바와 예상치 못했던 순간들을 소개하고 워크숍 참여자들과 함께 간단한 목공작업을 진행했다.
남머루 작가는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를 통해 아홉 번에 걸쳐 철원지역 아이들과 만났다. 처음엔 아이들의 세계를 어른의 눈으로 탐구하려 했지만, 결국 아이들의 세계에 동화되지 않는 한 그 길을 밝히기란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A를 통해 B를 해볼까’하는 나의 제안이 아이들에게는 너무도 다르게 읽힌다. ‘A는 B’라는 하나의 길로 나아가지 않고, 수많은 가지들로 뻗어간다. 그래서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규격화된 커리큘럼을 해체하고 오롯이 아이들과 함께 그들의 퐁당거리는 에너지로 채워낸 순간들이었다.”며 이번 프로그램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온전히 귀 기울인 어른들의 시간
6개의 공간을 나누어 운영한 통합결과전시회는 참여자들의 결과물을 비롯하여 전체 사업과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잘 드러낼 수 있는 프로그램별 대표영상 상영 및 어린이 신청서 및 현장 사진 등을 활용한 아트워크를 전시하였다. 각 프로그램의 결과전시 공간 내부에서 참여 작가가 진행하는 소규모 워크숍을 운영하여 진행과정과 분위기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전시장 곳곳에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놀이도구들이 마련되어 참여자와 관람객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전시회로 진행되었다.
풍성한 프로그램과 이야기로 채워졌던 2015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 결과공유워크숍은 관람객 700여명의 발걸음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번 결과공유워크숍은 ‘너는 무엇을 믿고 있니’라고 던진 질문에 관한 아이들의 진심과 엉뚱하고 색다른 세계를 타박하지 않고 온전히 귀 기울인 어른들의 시간이 모여 완성되었다. 이를 통해 펼쳐진 이야기들을 잊지 않고 담아 더 많은 아이들의 시간과 믿음으로 2016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를 추진할 계획이며, 앞으로도 이와 같이 사업의 추진과정과 결과, 향후 과제를 함께 이야기하고 발견하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 박정연 _ 가족문화팀
- ggum0607@arte.or.kr
기사가 좋았다면 눌러주세요!
코너별 기사보기
비밀번호 확인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