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을 통해 선보이는 『문화예술교육은 왜 중요한가?』는 2014년 영국에서 발간된 『The Virtuous Circle』을 번역·출간한 책이다. 원저는 토니 블레어 신노동당 정부와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정부시기를 걸쳐 발간되었던 세 편의 창의교육 및 예술교육에 관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정책적 차원에서 왜 문화예술교육이 필요한지를 설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1)
『문화예술교육은 왜 중요한가?』
(존 소렐, 폴 로버츠, 대런 헨리 저, 오수원 옮김, 열린책들, 2015)
문화예술교육은 왜 중요한가
창의력의 시대인 현재, 창의성을 보유한 인적자원이 경제성장과 국가발전을 선도하며 이를 위해 문화예술에 기반을 둔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p.11);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창의성 개발을 통해 개인의 삶의 질을 제고할 뿐 아니라(p.26), 사회 및 국가적 차원의 발전 동력이 되며(p.19); 이러한 변화의 시작은 무엇보다 학생중심의 접근을 통해(p.142), 각 지역 내 개별학교에서부터 시작해야한다는 것!(p.146) 그리 낯설지 않은 주장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창의성과 예술교육의 지향점을 고민하는 우리가 함께 강조했던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이런 논의는 너무 당연하다 못해 일종의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조심스레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에게 알려진 영국은 소위 창의교육의 선진국이 아니었던가? 창조경제 선도국으로 자타공인 되는 영국에서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이 왜 지금에 와서 새삼 강조되고 있는 것일까? 이런 의문에 대한 답변은 현재 영국 문화예술계 상황과 문화예술교육을 둘러싼 정책적 맥락에 대한 포괄적 이해를 통해서만이 가능할 것 같다. 왜냐하면, 바로 그 지점에 대한 이해가 이 책이 현재 우리에게 전하는 구체적 메시지를 가늠하는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자율적 선택만으로는 접근성을 높일 수 없다
2010년 데이비드 카메론 보수당 정부가 집권한 이래 영국 문화예술계는 평균 30%에 달하는 공공지원 감축으로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을 뿐 아니라, 2000년대 초중반에 걸쳐 정부지원 하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영국 예술교육 지형 역시 급속도로 위축되어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현재 예술향유의 계층별 양극화 현상은 영국 공공지원 역사상 가장 심각한 상황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2월 발간된 워릭위원회 리포트(Warwick Commission Report)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고소득, 고학력, 백인 중심의 상위 8%가 음악공연관객의 절반을, 연극 및 전시 관람객 비중에서도 1/3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더불어 2010년 이후 예술교과 교사의 수는 연극/공연의 경우 23%, 미술은 17%, 디자인/테크놀로지는 14%가 감소했다. 동일시기 GCSE(General Certificate of Secondary Education, 영국 중등교육 수료 시험)의 선택과목으로 예술교과가 선택되는 비중 역시 디자인/테크놀로지의 경우 50%나 급락했고, 연극은 23%, 기타 공예과목역시 25% 하락했다. 이뿐 아니라 5세-10세 어린이들의 무용활동 경험은 2008/9년 43%에서 2013/14년 30%로 하락한 이래 상승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은 학업성취에 있어 문해력(Literacy)과 수리력(Numeracy)이 근본목표이자 출발점이라고 강조하고, 예술관련 교과들을 선택과목으로 전환해버린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긴밀히 반영한다. 3)이러한 저간의 상황을 고려할 때, 한편으로 “창의력은 모든 교육활동의 근원이자, 즐거움이나 위안을 위해 고르거나 말거나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도(p.13); 다른 한편으로 “읽고 쓰는 능력과 수리력이 창의력 발달의 근원”이고, “창의력 또한 읽고 쓰는 능력과 수리력을 더 높은 수준으로 함양하는 데 꼭 필요하다”면서, 이를 “선순환(The Virtuous Circle)”(p.48)으로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의 함의를 다시 한 번 곱씹을 수밖에 없다.
책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현재 영국정부는 음악교육허브(Music Education Hubs) 프로그램 등 예술교육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실제 교과과정과의 긴밀한 융합을 기반으로 운영되기보다 대부분 방과후활동 등을 통해 진행되고, 사실상 전체 학생의 참여가 아닌 ‘개인별 자율적 선택’에 의해 참여하도록 설계된 바, 예술교육 및 문화자본에 대한 접근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그 실효성을 가늠하기는 어렵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저자들 역시 문화자본 접근성에 있어 배제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교육수준이 최하위인 부모의 아동들 중 70%는 문화활동에 보내는 시간이 일주일 기준 3시간 이하이고, 42%는 아예 할애하는 시간자체가 없는” 현실에서(p.141), 근본적으로 “배제와 포용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양극화 해결은 고사하고 창의인재 양성 역시 요원할 수밖에 없음을 말이다!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대응해야
하지만, 이 책은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배제 없는 일상적 접근이, 단순히 공급 양을 늘려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문화예술경험을 풍요롭게 누리는 사람들과 그런 경험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 사이의 격차를 좁히는 것” – 즉, “수요”에 대한 적극적 개발이며(p.145),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득권을 가진 공급자들의 목소리”를 넘어서야 한다고 말한다(p.146).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핵심메시지는 먼저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하며, 더 중요한 것은 그 목소리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p.142, 필자강조); 그들의 목소리를 “문화예술교육의 기획과 공급 정중앙에 위치”시키고, 지역뿐만 아니라 “각 가정과 강력한 연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면 그 격차는 분명 좁힐 수 있다”는 주장에 있지 않을까 싶다(p.146). 일견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인 메시지로 들릴 수 있지만, 바로 이러한 ‘상식’이 그동안 국내 문화예술교육정책에서는 ‘어떻게’ 반영되어 왔는가에 관한 우리의 성찰을 촉구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공급중심 양적성장 성과를 거둔 국내 예술교육정책이 수요자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질적성장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한다는 논의는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결국은 상식을 “어떻게” 현실로 바꾸느냐의 문제일 터. 이 책은 그들만의 ‘어떻게’를 도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국의 상황을 우리에게 이야기해줌으로써, 그 상식을 우리 현실로 바꾸는 한국의 “어떻게”는 결국 오롯이 우리의 몫임을 다시금 절실히 깨닫게 해준다.
1) 이들 세 편의 보고서는 각각 “Nurturing Creativity in Young People”(Paul Roberts, 2006),“Music Education in England”(Darren Henley,2011),
“Cultural Education in England”(Darren Henley, 2012)이다.
2) 2015년 2월에 발간된 워릭위원회 보고서로 원제는 「Enriching Britain: Culture, Creativity and Growth」이다.
3) 최근 교육부 장관(2010-2014)을 지낸 마이클 고브(Michael Gove)는 창의성이란 문해력과 수리력이 갖춰진 다음에야 개발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여 영국 문화예술계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 최보연
아트선재센터, 정동극장, 세종솔로이스츠 등에서 공연기획과 마케팅 업무를 경험했고, 미국 뉴욕대학교 공연예술행정학 석사를 마치고 영국 워릭대학교에서 창의성 담론에 대한 연구로 문화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교육대학교 교육연극연구소 상임연구원을 거쳐, 현재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여러 대학에서 문화예술행정, 예술경영 등을 가르치고 있다.
philoarts@gmail.com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받아들이며 그들의 요구에 부응해 주려는 태도는 비단 문화예술교육의 영역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정과 학교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삶의 태도입니다. 그러니 그들을 기획과 공급의 중앙에 위치시켜야 한다는 것은 상식인 듯 하지만 오로지 입시교육의 경쟁으로만 치닫고 있는 현재 우리나라 현재의 환경에서는 이상향이자 지향점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또 문화예술 수요의 양극화 현상은 뮤지컬 공연장에 가 보면 확연히 느낄 수 있는 현재 우리나라 예술 향유의 현재 모습 그대로입니다. 경제의 위기 앞에서 문화예술의 위기까지 눈 앞에 닥쳐오고있는 요즈음 생존 해법을 배울 수 있는 귀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역시 예술교육에서 학생들의 흥미와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부각해 STEAM이 시작되었습니다. 선진국의 교육정책은 어떠한 철학을 가지고 진행되었나 읽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예술교육의 중요성은 학교에서 부터 이루어져야 합니다. 창의성있는 교육을 위한 교육자들의 부단한 노력이 뒷바침되어야 할 것이며, 학생들의 맞춤 수업 또한 교육자들의 몫이라고 봅니다.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기위해 꼭 읽어봐야 할 책인것같습니다.
문화예술교육에있어서 기존의 창의적교육의 선진국이라는 영국에서도 새로운도입을 했다면 어떤면에서 어떻게 다가섰는지 궁금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있는 문화예술교육과 어떤공통점이있는지 아님 어떤식의 접근방식으로 다가서야하는지도 찾고싶습니다.
우리나라 문화예술교육을 실천해 나갈려고 노력하는 저로서는 무척 기대되는 내용입니다.
문해력과 수리력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데 아끼지 않으면서도 창의력 신장에 대한 투자는 망설이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교육현장에 몸담고있는 저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소리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깊이 와 닿습니다. 교육자는 무조건 잘 가르치면 되면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하니까요. 영국에서 벌어진예술향유의 양극화현상은 우리나라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예술경험을 할 기회가 적으니까요. 문화예술교육의 선진국이 말하는 바람직한 교육방향은 무엇일까? 우리는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할까? 이 책을 통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문화예술교육행정을 학업으로 하고 현장 언저리에 있으면서도 그 실천과 공교육으로의 저변화는 쉬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에 안타깝습니다. 이같은 총서의 발간등의 노력을 통해 저를 비롯하여 학습자, 교육현장, 행정가 등 각자의 위치에서 어떤 피드백을 찾아내어 실천해 나가야 할지 알 수 있을것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