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 현장에는 자신만의 교육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열정을 불태우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힘,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삶의 모습을 인터뷰어의 시각에 담았습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다양한 생각과 시선, 움직임이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고스란히 드러나길 바라며, 지금 만나러 갑니다!
부산시내에서 한참을 달려 기장의 논과 밭을 지나면 야트막한 산 입구에 성우학교가 있다. 성우학교는 지적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다. 몇 년간 장애청소년들과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 경험이 있어서 그곳에서 사진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매 번 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을 만날 때마다 진이 빠질 정도로 온 힘을 다했지만 명쾌하지 못했던 내 경험 때문인지 그 수업을 진행하시는 분이 어떤 분일지는 더 궁금했다.
교실에는 최정인 예술강사가 다섯 명 정도의 학생들과 둘러앉아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동물의 울음소리를 들려주고 무슨 동물인지 맞추고, 그 동물의 특징을 간단하게 짚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편안한 이야깃거리를 던지는 줄로 만 알았다. 아이들 손에 카메라가 하나씩 쥐어지고 나서 뱀의 시선으로 사물을 보자고 바닥에 드러눕고, 박쥐의 시선으로 보자고 다리 사이로 머리를 숙여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고서야 ‘사진’을 아주 쉽게 아이들에게 전하려는 최정인 예술강사의 배려였다는 것을 알았다.
최정인 예술강사는 중학생 딸을 둔 엄마이자 예술강사로는 올해가 6년차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여러 대학에서 주로 미학과 사진·영상에 대해 강의를 했는데 출산 후에 아이를 돌보느라 대학 강의를 계속 할 수 없었다. 출산 후 어린이 도서관 체험 프로그램 도슨트를 하다가 예술강사 지원사업을 알게 되었고 당시에는 사진은 해당되지 않아 눈여겨만 보다 사진장르가 추가된 때부터 지금까지 사진으로 아이들과 만나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라는 장르가 교육에 접목될 때 어떤 매력과 장점이 있나?
카메라만 있으면 나머지는 다 주변에 있다.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재료가 되고 관찰하고 발견하면서 교감을 할 수 있는 좋은 매체이다. 이곳 성우학교에서도 교실 안의 사물들, 선생님, 친구들, 건물, 논과 밭, 들풀과 꽃, 나무와 산들이 모두 재료가 된다. 카메라를 통해 세계를 관찰하고 소통하는 과정은 결국 내면에 대한 말 걸기이자 관찰이기도 하다. 카메라는 손쉽게 그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예술강사를 하시면서 보람을 느끼거나 감동을 느꼈던 순간은?
감동적인 순간이 많다. 처음 한두 번 수업을 할 때는 학교 선생님들도 귀찮아하는 경우가 있지만 수업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선생님이나 아이들이 나를 기다린다는 확신이 들 때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스스로의 카메라를 상상하는 ‘미래의 상상카메라’를 주제로 수업을 할 때였다. 30개가 넘는 버튼을 가진 카메라를 제안한 아이가 있었다. 보통 학교에 특수 아동들이 몇 명씩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 친구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그 카메라는 엄마의 목소리를 찍는 기능, 엄마가 빵 굽는 소리를 담는 기능, 친구들의 목소리……. 평소 듣고 싶었던 소리를 찍어주는 버튼들로 가득했다.
성우학교에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이 일반적인 교육과 다른 점은?
조금 느리거나 이유를 알기 힘든 상황에서 거부하거나 거칠 때도 있고, 자기주장이 강할 때가 있지만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오히려 사진을 매개로 아이들을 만날 때는 더 순수하고 더 집중을 잘 한다. 장애가 없는 아이들도 카메라를 들고 몇 시간 집중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할 줄 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친구는 계속 자동차만 찍고, 한 친구는 함께 지내는 방을 주로 찍고, 또 한 친구는 친구들 얼굴을 계속 찍는다.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사진을 찍는 것에서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사진은 결과물이 시각적으로 뚜렷하게 드러나는 장르인데, 때로는 느리게, 아이들의 특성을 이해하면서 진행하다 보면 더딜 것 같다. 과정과 결과 사이에서 오는 충돌 같은 것은 없는지?
과정이 교육이다. 사진에 있어서 결과란 선택과 집중의 결과이다. 순수하기 때문에 거르지 않고 좋아하는 것, 찍는 순간의 사물이나 감정에 집중한다. 아이들이 찍은 사진 중에 의외의 좋은 사진들이 많은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어떻게 보면 선택과 집중이라는 것을 애써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이미 집중할 것과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는 자질들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이 자연스레 결과로 반영된다.
사진이라는 장르로 아이들과 만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시는지?
대학에서 강의할 때부터 사진교육이나 기획을 하고 싶었다. 성우학교에 올 때도 오기 전까지 어떤 방식으로 만날까 고민한다. 더 정확하게는 어떻게 놀지를 고민한다. 몇 번 만나다 보면 아이들의 특징도 어느 정도 파악이 되고 어떻게 만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어렵지 않게 만나기 위해 게임을 하고 시·청각적인 다양한 접근을 고민한다.
예술강사 중에 사진파트의 강사들이 모여 어떻게 하면 사진이라는 장르와 아이들을 연결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다 목마른 사람들이 우물을 판다고 연구모임 ‘아트브릿지’를 만들어 2년째 운영 중이다. 어떤 고민이 들기 시작하면 사진가, 수학선생님, 과학선생님 등 다양한 교과의 선생님들에게 조언을 구해 다양한 교과나 장르로의 확장과 통합을 고민한다. 또 구호를 만들어 같이 외치고, 빙고게임으로 자기만의 이미지를 공유하기, 음악적인 요소나 끝말잇기 등을 결합해 이미지를 바탕으로 소통하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아이들이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고민이 많다.
예술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얻었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초등학생들에게 사과 그리기를 시도하면 전부 비슷한 모양의 사과를 그린다. 일반화된 이미지의 사과가 아니라 스스로 떠올리는 사과의 상이 많았으면 좋겠다. 때때로 꼭지만 남은 사과일 수도 있는데 이 사회는 초등학생에게도 정형화된 사과를 요구한다.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는 연습이 절실하다.
최정인 예술강사님께 사진 예술교육이란 어떤 의미인가?
함께 즐기고 어울리고 소통하는 것. 그 시간만큼은 카메라를 매개로 행복하게 노는 것. 그래서 강좌가 개설되면 ‘행복사진관’이라고 이름 붙인다. 놀이로 받아들이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장르의 매력을 이해하는데 가장 빠르고 좋다. 자연의 변화, 계절이 변화하는 것도 모르고 지나가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카메라를 들면 주변의 사소하고 일상적인 움직임조차 조금은 선명하게 인식된다.
교실에서 다양한 동물들에 대한 시선으로 렌즈를 바라보며 카메라에 익숙해진 다음 가을 풍경이 무르익는 야외로 나갔다. 아이들은 몇 차례나 언제 밖에 나가냐고 채근이었다. 따뜻한 햇살 아래 꽃이며 나무들, 친구들을 찍으며 오솔길을 산책했다. 한 아이는 나무를 한참 서성이더니 잘 익은 돌감 하나를 건넨다. 언젠가부터 너무 먹기 좋게 생긴 큰 감들만 손쉽게 먹었던 것 같다. 놀이와 다양한 감각으로 확장해 사진으로 아이들을 만나려고 하는 최정인 예술강사의 노력을 통해 크고 보기 좋은 것만이 아니라 작고 다른 것들도 그것대로 소중하다는 것을 자연스레 알아가게 될 것 같다. 느림과 다름의 인정 속에서 ‘행복사진관’이 만들어진다.
최정인
사진을 전공하고 여러 대학에서 사진과 영상, 미학을 강의했다. 2010년 사진분야 예술강사 지원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부산지역 아이들과 만나고 있다. 과정의 교육,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보지 않던 것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다르게 볼 수 있는 사진 예술교육의 힘을 믿으며 오늘도 행복사진관의 문을 연다.
영상 _ 윤영욱 (미디어 아티스트)
박진명
예술가와 아마추어들이 자기의 장점과 주변의 이야기로 기사를 쓰는 ‘개념미디어 바싹’을 발행하고 있다. 부산청년포럼 위원장을 맡아 지역에서 청년들이 처한 삶의 문제들을 공론화하고 정책을 제안하고 있으며, 플랜비 문화예술협동조합 문화기획팀장으로서 문화예술 관련 기획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가끔 시도 쓴다.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motwjm
가까이서 쌤을 자주보면 참 순수한마음을 가진분이라 생각해왔는데 정상아이들보다 순수함이 많은 장애아이들과 더 많이 통하며 수업을 하시는모습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계속 아이들과 행복한 수업, 즐거운
수업 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