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은 각 지역의 특성에 기반한 문화예술교육 지원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생활권 내에서 지역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문화예술교육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17개 시·도 지방자치단체와 지역문화예술교육센터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협력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전라남도에서는 2015년 공모를 통해 21개 단체를 선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 중 전남 신안군에서 아이들과 어른들이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가고 있는 전남관악윈드오케스트라의 ‘온고지신-새로운 만남’ 현장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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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신안군 도초도
(왼)사진출처 _ 네이버 지식백과

섬마을, 악기로 소통하다
그동안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은 지역민들의 수요나 요구와는 동떨어진 기능적인 문화예술교육을 우선시하여 실질적인 문화예술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면이 없지 않았다. 특히 섬 지역은 지리적 한계로 인해 평소 지역민들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접하기 쉽지 않다. 이런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전남관악윈드오케스트라는 2014년부터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민들에게 문화예술로 다가가기 위한 노력과 함께 지역민들이 원하는 문화예술교육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깊은 고민 끝에 2014년에는 지역의 설화, 민요, 구전 등 문화자원을 발굴하고 지역민들의 문화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과 결합한 특성화된 문화예술교육 콘텐츠 개발을 추진하였다. 그 결과 신안군 전통 민요를 발굴하여 관악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재탄생시킨 8곡이 나왔다. 이를 토대로 2015년에는 지역민이 함께하는 합창과 관악 오케스트라에 국악을 접목하여 새로운 음악을 재창조하고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로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2년차인 전남관악윈드오케스트라 이인주 대표는 지금 이 모습이 갖춰지기까지 쉽지 않았다고 소회한다. 섬사람들은 육지 사람을 경계하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생전 처음 보는 관악기를 가지고 교육을 한다고 했을 때 주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하여 섬에서 전해 내려오는 설화, 민요, 구전 등을 현대 음악으로 편곡하여 재구성하게 되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섬 주민들과 함께 만들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또한 이 교육의 장점 중 하나는 부모님과 학생이 함께 악기를 통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어른과 아이가 서로 배워가고 부족한 부분은 알려주면서 더욱더 가까워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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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뜬 마음으로 바다를 건너
이제 교육 현장을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자. 전남관악윈드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매주 목요일 오전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도초도(都草島)로 들어간다. 악기로 가득해서 앉을 자리도 없는 차를 배에 싣고 2시간 30분을 가야하는 곳이다. 도초도에 도착한 단원들은 정신없이 점심식사를 해결하고 바쁘게 도초초등학교 체육관으로 향한다. 체육관에는 20여 명의 학생과 10여 명의 마을주민이 쉴 새 없이 관악기를 불고 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장술 강사와 김규봉 강사는 친근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며 수업을 시작했다. 시끄럽기만 하던 강당은 조용해졌다. 강사의 유도에 따라 참여자들은 악보가 그려진 칠판을 보며 악기를 불기 시작했다. 한음으로 울려 퍼지는 악기 소리는 마음을 울리고 웅장하기까지 했다. 밖에서 뛰어노느라 까맣게 탄 아이들과 바닷일로 지친 어른들의 얼굴은 수업 시작과 함께 진지한 아티스트로 변해갔다. 악기를 대하는 그들의 진지함과 집중력은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꾸며내지 않은 열정을 보여 주었다.

목요일에 이어 금요일에는 면사무소에서 제공해준 복지관 건물에서 전날 참여하지 못했던 참여자들이 연습을 하고 있었다. 오케스트라 교육이 입소문이 나면서 이웃섬인 비금도(飛禽島)에서도 시간을 내서 교육에 참여하기 위해 오시는 분들이 있었다. 매주 비금도에서 건너오는 명민옥 씨는 “도초도에 부러운 것이 없는데 오케스트라 교육은 부럽다. 교육이 있는 날은 들뜬 마음으로 섬을 건너온다. 그리고 비금도에 이런 민요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됐다”며 자신이 살고 있는 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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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가족의 일상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은 지역의 문화예술자원을 일상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이라고 본다. 전남관악윈드오케스트라의 문화예술교육은 섬 주민들의 일상을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었다. 힘든 하루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마을 주민들과 아이들은 TV를 보는 것이 아니라 악기 연습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색소폰을 배우고 있는 김선기 씨는 “처음에는 그냥 구경 한번 갔다가 악기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시작하게 되었다. 두 달 가까이 되어 가는데 아직도 소리내기가 어렵다. 하지만 조금씩 좋아지는 내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이런 교육을 아이들과 함께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덧붙였다. 트럼본의 매력에 빠져 있는 도초초등학교 6학년 김민혁 군은 “올해 3월부터 악기를 시작했는데 아직도 소리를 내려면 입술이 아프지만 하면 할수록 재미있다. 높은 음을 낼 때 숨이 차고 힘들지만 원하는 음이 나오면 자신감이 생기고 기분이 좋다. 언제까지 트럼본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중학교에 가도 계속 해보고 싶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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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섬을 울리는 큰 하모니
신안군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온고지신-새로운 만남’은 지역 문화자원 발굴과 지역민들의 문화욕구를 해소하는 문화예술교육의 결합으로 특성화된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를 개발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지역민들이 문화예술교육의 적극적인 주체가 되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고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자생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전남관악윈드오케스트라는 앞으로 12월까지 총50회차의 교육을 진행한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어른들과 아이들이 여기에 모여 각자의 악기를 불고 하나의 하모니를 향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모아져 큰 결실을 맺을 것이다. 올해 발표회는 신안군 문화예술회관을 무대로 많은 군민들 앞에서 열릴 예정이다. 강사들과 참여자들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하지만 그들이 무대에서 느낄 희열과 감동을 짐작할 수 있기에 그 무대를 염려하기보다는 기대하며 준비했으면 한다. 작은 섬에서 큰 울림이 있을 그 시간, 그 공간을 나 역시 기다려본다.

사진제공 _ 전남관악윈드오케스트라

김수재
김수재
목포대학교와 전남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10년 넘게 공부했다. 이후 전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 입사했고, 현재 전남문화예술재단 문화복지팀 차장으로 지역 문화예술교육 활성화와 브랜드사업 발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spoonsj@jncf.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