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은 경제적, 신체적, 사회적 이유 또는 연령 및 입시교육 등으로 인해 문화예술에 대한 적절한 교육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모든 국민에게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창조력을 키우는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문화예술교육의 기본개념을 실현하고자 2010년부터 시작된 ‘꿈의 오케스트라(El Sistema Korea)’는 2015년 현재까지 전국 33개 지역의 많은 참여자들로부터 환영받으며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왕초보 단원들이 모인 오케스트라?!
2012년, 성동구의 관계자로부터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에 응모해보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사실 조금 망설였다. 사업제안서 내용이 좀 의아해서였다. 20여 년간 나름 오케스트라의 운영, 연주, 지도 등으로 다양한 경험을 가진 내게는 ‘음악을 배운 경험이 전혀 없거나 악기를 다룰 기회를 가지지 못한 아이들을 단원으로 선발 할수록 좋다(?)’라는 문구가 눈에 걸렸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오케스트라를 창단하려면 우선 연주가 가능한 단원 선발을 목적으로 실기 오디션을 실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꿈의 오케스트라의 단원 선발 조건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초보 중에 초보’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기 오디션 없이 일반 면접만으로 단원을 선발하고, 악기를 잡는 첫 순간부터 가능한 한 합주를 통해 수업과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조건이라고 했다.
그간 일반적으로 행해졌던 음악교육은 선생님이 직접 일대일 레슨을 통해 모든 음악적 지식을 아동에게 전수하는 도제식 교육이었다.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기초 음악이론과 실제 악기를 다루는 법, 여러 연습곡과 연주곡 등을 통해, 3~4년가량 개인교습으로 쌓은 능력을 평가 받고,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활동하는 구조였다. 이것이 음악교육에 종사하는 선생님들이나 음악교육에 관심 있는 학부모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요즘의 음악교육 시스템이다. 그러니 꿈의 오케스트라의 이질적인 교육 시스템이 문화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당연지사. 초반 꿈의 오케스트라의 낯선 교육 방식과 단원 선발 조건 등에 적잖이 당황했던 나는 좀 더 깊이 있게 꿈의 오케스트라를 들여다보았고, 이러한 교육 시스템의 정점에 베네수엘라에서 시작된 음악운동 ‘엘 시스테마(El Sistema)’가 자리하고 있음을 알고 난 후, 마음으로 결정하고 이를 받아들였다.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되었던 2012년 4월. 단원 선발을 위한 면접이 있던 날, 예상했던 것처럼 음악 교육 경험과 음악 이해 능력을 묻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90%에 달하는 아이들의 입에서 ‘아니오’ ‘몰라요’ ‘처음 들어봤어요’라는 대답이 쏟아져 나왔다. 45명의 순수하고 맑은 영혼들과의 험난한 항해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이들의 음악적 선호를 듣고, 신체적인 조건을 살피고, 백지 상태인 아이들에게 음표와 쉼표, 보표, 빠르기말, 리듬과 멜로디를 가르치고, 화성을 스케치하고 채색 하면서 2개월 간 음악적 지식을 차근차근 쌓아가던 우리는 주문했던 악기가 도착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감탄과 비탄을 넘어, 변화와 성장의 감동
선생님들의 시범 연주와 무대 위 연주자들의 공연을 보며 오케스트라를 간접 체험했던 아이들이 자신의 악기와 처음 만나던 순간, 설렘과 기대에 찬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아이들의 모습은 40여 년 전 내가 처음 악기를 만났을 때의 감동적인 순간과 오버랩 되었고, 무엇인지 모를 깊은 책임감을 느끼게 했다. 악기 다루기를 조심스러워하던 아이들이 악기를 품에 안으며 자연스럽게 대하게 될 때쯤, 우리는 음정은 여전히 불안하나 리듬과 멜로디의 윤곽을 조금씩 살려내며 동요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를 연주하고 있었다. 한 회, 한 회 수업시간은 감탄과 비탄이 뒤섞였다. 그럼에도 선생님들과 아이들은 ‘꿈의 오케스트라’가 지향하는 철학을 존중하고 이를 실천하면서 한 팀, 하나의 오케스트라로 자연스럽게 거듭나고 있었다. 변화를 유도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사이, 우리에겐 새로운 레퍼토리가 점점 쌓여갔고, 음악을 대하는 아이들의 태도에도 조금씩 변화가 찾아들었다.
합주소리에 제법 힘이 느껴질 정도로 성장한 2012년 12월 13일은 꿈의 오케스트라 성동의 첫해를 마무리하는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공연 전, 아이들의 얼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마치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대기석에 앉아 있는 선수들을 보는 듯 했다. 드디어 첫 정기연주회의 첫 곡을 연주하기 위해 지휘단에 선 순간, 아이들의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이 모두 나를 향하고 있었다. 처음 면접 때 만났던 아이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의젓한 모습으로 어려운 곡을 연주해내며 주위의 친구들을 배려하던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연주 사이사이, 오케스트라 창단과 연습과정을 관객들에게 설명하면서 나도 모르게 가슴 먹먹해오던 감동은 지금도 힘들고 어려울 때 초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던 가족들의 가슴벅차해 하는 모습과 응원의 함성 또한 큰 힘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가족과 사회가 서로 소통하게 하는 역할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혼자가 아닌 ‘우리’를 배우다
이렇게 첫해를 마무리하고 2,3년차부터 오케스트라 활동은 더욱 활발해졌다. 봉사연주, 교류공연, 다른 거점기관과의 캠프, 합동공연 등으로 아이들은 다채로운 무대경험을 가졌다. 비슷한 환경에서 활동하는 또래들과의 교감을 통해 ‘우리는 함께’라는 공동체의식과 더불어 자기 정체성을 확인해 나가는 보람 있는 시간들이었다. 또한 꿈의 오케스트라가 추구하는 교육 방법인 합주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음악적 능력이 균형적으로 발전하는 성과도 얻었다. 즉 도제식 방식에 따라 ‘혼자’ 연습하고, 연주하는 지루함으로 자칫 놓치기 쉬운 부분들을 우리는 서로 의지하며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가면서 아이들이 더불어 성장하는 시너지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제는 선배가 후배에게 음악적인 부분은 물론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갖추어야할 자세, 예의 등 활동에 필요한 문화적인 부분까지 가르치고 배려하는 모습이 그 결과물이다. 이렇게 음악 안에서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는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며 꿈을 키워가는 아이들의 밝은 미래가 기다려진다. 매주 화요일, 금요일 “사랑합시다.” 라고 외치며 연습실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들의 활기찬 모습에 변화에 두려워했고 도전에 자신없어하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더 큰 성장을 위한 발걸음을 떼어본다.
사진제공 _ 꿈의 오케스트라 성동
- 윤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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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소피아 국립음악원 지휘과 석사과정 및 최고연주자 과정인 Konzert Examen을 졸업하였다.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지휘자, 군산대학교와 수원대학교 강사, 삼육대학교 겸임교수, 중앙대학교 대학원 외래교수를 역임하였다, 현재 (사)소월아트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서울의대 메디칼필하모닉오케스트라 지휘자, 꿈의오케스트라 성동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condyoun@naver.com프로필 사진 _ 김도균
제가 존경하고
닮고 싶은 멋진 예술가!
윤용운 감독님
늘 나누고 베푸는 삶이
몸에 배신분이라…
좋은 일도 많이 하심을 익히 알지만
오늘 또 뜻깊은 기사에 자랑이 하나더 넘칩니다!
늘 건강 유념하시고
왕성한 활동도 좋지만
가끔은 쐬주도 한잔 기울일 여유는
간직하시길 바라며…
늘 건승을 기원합니다.
언제 담양 제 고향에 형님을 모시고
귀하고 멋진 음악
듣게될 날이 오기를 고대합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지휘자님! 항상 겸손하시고 인격적인 모습, 그러면서도 최선을 다하시는, 음악적인 완벽함 추구에 많이 배웁니다. 건강하시고 항상 평안하시기를!
윤감독님 친구로서 감동입니다.
가까이 하고픈 친구지만 직접 힘이 되어주지 못하고 바라만 보아서 안타깝기만 합니다. 언제나 건강하고 많은 성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