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기조차 꺼리는 곳이었다. 신문 사회면에 심심치 않게 오르내리며 베를린 시내 위험지역으로 지목되어 점차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곳, 바로 베를린 노이쾰른Neukoln 지역이다. 도시 가운데 고립된 섬처럼 지나다니기도 두렵던 우범지역 노이쾰른은 이제 문화중심구가 되었다. 매년 6월 말 노이쾰른에서 개최되는 ‘예술문화축제 48시간 노이쾰른’은 베를린 내 최대 규모의 문화예술축제로 세계 각국 예술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도전! 우범지역을 예술공간으로 바꿔라

 

1999년 6월은 ‘예술문화축제 48시간 노이쾰른’이 처음으로 열린 해다. 25개 행사처에서 100여 개의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개막된 이 축제는 1995년 노이쾰른 지역 문화네트워크가 창안한 작고 소박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시작 당시에는 말 그대로 그냥 도전이었어요. 노이쾰른이 사회면에서 안 좋은 소식들로 자주 소개되는 지역이다 보니 누구도 지금 정도의 성공을 기대하진 못했죠. 노이쾰른 지역을 사람으로 인해 고립되는 지역이 아닌, 하나로 융화되는 곳을 만들고자 하는 게 애초 목적이었고, 10년이 지난 지금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축제 운영진 토미 딕의 이야기처럼, 노이쾰른 지역은 손꼽히는 우범지대이자 위험구역이었다. 1990년대 당시 신문이나 TV 뉴스면에 단골로 등장하던 지역이었던 이곳은 청소년 범죄와 낮은 교육율, 높은 실업율 등으로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던 곳이었다. 문화기획자들은 낙후된 지역 활성화를 위해 ‘문화’라는 키워드를 떠올렸다. 부정적 이미지와 선입견을 문화예술로 바꾸어 보자는 기획의도 위에 ‘문화와 예술로 가득한 48시간’을 만들어 나가자는 계획이 세워졌다.

 

정답은 ‘예술’, 그리고 공감

 

기획자들은 지역 및 해외 예술가들에게 자신들의 예술활동을 소개할 수 있는 장소로 노이쾰른을 바꾸어 나가기로 했다. 볼 거리, 즐길 거리가 많이 있는 축제라면 사람들도 기꺼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여든다면 지역 활성화도 자연스레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계획은 적중했다.

 

처음 축제가 시작된 지 올해로 13년이 되었다. 오늘날 축제가 열리는 노이쾰른은 서로 다른 문화예술 그룹과 예술가들이 만남과 소통을 이루어 가는 장이 되고 있다. 또한 축제를 통해 노이쾰른은 우범지역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고 살아 움직이는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성장했다. 예술축제와 함께 지역에 뿌리내린 예술가들, 그리고 창작 작업실은 지역사회의 복지수준을 상승시켰고, 노이쾰른 지역의 이미지를 제고하도록 만들었다. 가난과 범죄, 갈등의 온상이라는 부정적인 묘사가 아니라 문화예술, 창작, 다양한 소통 등 긍정적인 묘사가 노이쾰른을 설명하게 되었다. ‘그곳에 가면 볼 거리가 있다’는 시민들의 기대감도 높아졌다.

 

노이쾰른에서 25년 째 거주하는 안젤라 무헤 씨는 “처음 이 지역의 시민들은 행사가 가져올 영향에 대해 막연하게 기대를 하긴 했지만 현재와 같은 성공은 생각하지도 못했어요. 하지만 일회성 행사로 그친 것이 아니라 매년 꾸준하게 진행하다 보니 사람들이 점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베를린 전체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문화특구 지역으로 발전하게 되었지요.”라며 노이쾰른 예술문화 축제의 효용을 설명한다.

 

 

점차 발전하는 노이쾰른 예술문화축제

 

축제는 점차 발전하여 2011년 6월 열린 올해 행사에서는 330개의 행사처에서 560개의 프로그램이 선보이기에 이르렀다. 행사의 질도 더불어 함께 높아졌다. 2011년 행사에 참여한 독일 및 해외 예술가 인원만 해도 1700명에 달하는데, 이는 이 지역 거주자들의 1%에 달할 만큼 많은 숫자이다.

 

예술가들이 축제에 참여하는 과정은 매우 간소하다. 축제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어떠한 예술가들도 간단한 등록절차만으로 특별한 심사 없이 누구나 공연을 위한 공간을 제공받는다. 축제 이름 그대로 정확하게 48시간,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열리는 노이쾰른 예술문화 축제는 대부분의 행사가 열린 장소인 야외에서 개최되며, 예술가의 작품활동 모습을 여과없이 실시간으로 보여 준다는 기본 원칙을 갖고 있다. 48시간동안 예술가들은 스스로의 작품을 대중 앞에 소개하며, 또는 대중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문화예술이 가져다 준 생명력

 

예술문화축제 48시간 노이쾰른은 문화예술이 우리의 환경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극적인 예다. 행사는 물론 행사 외의 시간에도 예술이 대중과 함께하며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은 지역활성화를 위한 촉매 역할을 톡톡히 해 냈으며, 베를린의 타 지역을 비롯해 다른 연방주에서 이 축제를 벤치마킹 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2011년 여름 필자는 볼 거리, 즐길 거리 가득한 노이쾰른 골목에서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가운데 살아 숨쉬는 듯한 활기를 느꼈다. 그 활기는 문화예술이 사람에게 가져다 주는 건강한 생명력, 바로 그것이었다.

 

참고

 

http://neukoellner-nachrichten.de/category/48-stunden-neukolln/

http://www.48-stunden-neukoelln.de/2011/index2.html

 

글_성경숙 독일통신원  사진_ 노이쾰른 예술문화축제 48시간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