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사회적 기업이다?! ① 전문가 대담 보기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 주차장에 자리 잡은 낡은 단층 벽돌건물. 과거 석유저장시설 관리사무소였던 이곳은 현재 ‘문화로놀이짱’의 사무실로 음악과 웃음, 그리고 창조적 작업의 현장이다. 재활용 가구공방 ‘1/4 House’를 운영하는 젊은 사회적 기업 ‘문화로놀이짱’의 안연정 대표와 함께 이 시대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돈 없이, 재미있게, 살 궁리를 해 보자

 

10대를 위한 문화기획자로 문화기획연구소 에이스벤추라, 하자센터 내 10대 문화기획자과정 등을 이끌어 온 안연정 대표는 ‘마포구 마담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거의 평생을 마포구에서 살아 오면서 ‘홍대앞 문화’에 깊은 애정을 키워 온 안연정 대표, 그의 지난 10여 년은 진지한 모색의 시간이었다.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와 문화기획자라면 누구나 저와 같은 고민을 해 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창작과 생활 사이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 작업을 계속하면서 동시에 최소한의 생계가 유지될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 말이지요.” 적게 벌고 적게 쓰지만 스스로 자립해서 창작을 계속하고, 동시에 자신의 예술이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보탬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그로 하여금 ‘문화로놀이짱’이라는 집단을 만들게 했다. 2004년 설립된 문화로놀이짱은 신촌, 홍대지구의 청소년문화존 운영, 내손으로 만든 악기 워크숍, CD마켓 등의 다채로운 작업을 선보였다. 문화와 생활을 연결하는 여러 작업을 통해 지역공동체의 연대감을 높이고 생활문화와 관련된 섬세한 기획으로 삶의 순간을 보다 가치있게 만드는 일을 꾸려 온 문화로놀이짱. 일련의 작업 중 ‘1/4 House’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2008년의 ‘OO시장’은 오늘날 사회적 기업으로 자리잡은 문화로놀이짱의 성장 방향을 제시한 기획이었다.

 

” ‘OO시장’이라는 곳은 어떠한 이름으로 규정되지 않은 ‘시장’에 누구나 무엇인가를 가지고 나와 사고 팔면서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시장 공간과 물목이 규정되지 않고, 고정된 공간도 아니었기에 더 많은 가능성과 시도를 담을 수 있는 곳이었지요. OO시장의 ‘가게’ 중 목공을 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목공 작업을 하면서 1/4 House의 단초를 얻었지요.”

 

 

결국 길은 사람 속에 있다

 

문화예술이 주는 몰입과 창조의 기쁨, 기획자로 활동하며 만난 청소년들이 보여 주었던 몰두의 환희와 스스로 만든다는 것의 뿌듯함을 OO시장에서 새삼 공감하게 된 안 대표는 ‘예술가가 만드는 재활용 가구’라는 컨셉트를 마음 속에 품는다. 평소 그가 고민해 왔던 주제인 창작, 생활, 그리고 환경을 하나의 영역에 녹여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이다.

 

2009년 노동부주관 소셜벤처대회 수상을 시작으로 ‘네 집의 폐가구가 모이면 한 집의 멋진 가구가 탄생한다’는 뜻의 1/4 House가 본격 출발했다. 안연정 대표의 뜻에 공감하는 지역사회의 예술가, 학생, 주민들이 함께했다. 안 대표는 사회적 기업의 탄생을 이렇게 설명한다. “저희들의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먼저 ‘아이템 고민’이 있었습니다. 어떤 것을 해서 먹고 살까를 고민하던 중 ‘예술가가 만드는 재활용 가구’라는 아이템에 착안하게 된 것이죠. 다음으로 ‘사람 고민’이 있었습니다. 같이 할 사람들에 대한 고민인데요. 누가, 어떻게, 어떤 목표를 같이 공유할 수 있겠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선 10여 년 이상 문화기획자로 활동하며 축적해 온 인적 네트워크가 도움이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장소 고민’을 했었습니다. 특히 저희 사업 아이템인 재활용 가구는 폐목재를 보관할 수 있는 창고와 가구를 만들 수 있는 작업장 공간이 확보되어야 했기 때문에 어떤 곳에 회사를 열 것인지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운 좋게도 마포구청 공무원께서 저희들의 뜻을 이해하시고 장소를 제공해 주셔서 지금의 상암동 사무실을 갖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적절한 조언과 방향성을 제시해 준 멘토인 기획자 선배 이광준, 백현주 씨, 그리고 같은 목표를 가지고 서로 격려하며 나아가는 동료인 ‘노네임노샵’의 김건태 씨 등이 안연정 대표와 문화로놀이짱 사람들에게 큰 힘을 주었다. “제가 생각하는 사회적 기업은 결국 사람으로부터, 사람을 향해, 사람답게, 사람이 모여, 사람의 힘과 생각으로 만들어 가는 조직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가장 큰 자산이자 힘이 되죠.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해답을 찾기 위해 생각을 모으고 논의하는 과정에서부터 갈등을 조율하는 과정 모두가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으로 이루어집니다. 1/4 House가 시작한 지 이제 약 1년 반 정도 되었는데요. 그 동안의 시간은 이러한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매일 새롭게 깨닫고 느끼는 날들이었어요. 기업을 이끌어간다는 것은 거의 대부분이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더군요.”

 

 

좋은 것을 좋은 방법으로 만들어 내리

 

1/4 House는 2010년 2월 서울형 예비 사회적 기업 지정에 이어 지난 12월 고용노동부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우리 생활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1/4 House의 작품에는 성미산 밥상, 서강초등학교 사물함, 하자센터 카페, 다음커뮤니케이션 재활용 상자, 그리고 원목으로 만들어진 아이패드 거치대인 IPlat 등이 있다. 현재 기획자, 뮤지션, 디자이너 등 13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 문화로놀이짱은 앞으로 1/4 House를 여러 곳에 다양한 형태로 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 다른 지역에 기반을 두고 그곳에서 재활용 가구를 만드는 제2, 제3의 1/4 House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재활용 가구 제작뿐 아니라 흥미롭고 창의적인 또 다른 사업 아이템이 있다면 도전할 거에요.” 안연정 대표가 말하는 앞으로의 계획이다.

 

또한 안 대표는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고자 하는 젊은이들과 사회적 기업 지원주체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사회적 기업은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도전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떤 실적 쌓기에만 연연해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결과를 내기 위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또한 사회적 기업가들 본인도 시도와 모색에 더 큰 의미를 두고 한 걸음 한 걸음씩 충실하게 옮겨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한 가지는 사회적 기업도 엄연히 기업이라는 사실입니다. 수익을 내기 위해 노력하며, 정당한 규칙에 따라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당연한 일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함께하는 하루하루를 통해 성장하고 있음이 기쁘다는 안연정 대표와 문화로놀이짱의 직원들. “좋은 것을 만들고 싶어요. 좋은 방법으로요.” 자신들의 작업에 대해 애정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의 ‘좋은 것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참으로 건강해 보였다.

 

글.사진_ 박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