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기영준(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교육지원팀)
‘호주’ 라는 이름을 들을 때 조건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TV 프로그램 <동물의 세계> 화면에서 뛰어다니는 캥거루와 코알라일 것이다. 그러나 호주의 문장(紋章)은 캥거루와 타조 다음으로 큰 에뮤(emu, 타조목 에뮤과의 거대한 새)가 방패를 들고 있는 그림이다. 왜 에뮤일까?
9월 10일, 시드니를 경유하여 목적지인 멜번(Melbourne)에 도착한 일행은 빅토리아국립미술관의 별관격인 이안포터센터(the Ian Potter Centre)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를 먼저 둘러보게 되었는데, 우연하게도 그 해답을 찾게 되었다. 전시는 호주인의 아이덴티티를 개척, 이민, 자연에서 찾고 이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었다. 이민자에 의하여 전파된 영국식 문화와 토착 원주민 문화 간의 갈등과 수탈 관계를 경험한 오지(Aussie; 호주인을 지칭하는 말)들은 다문화를 아우를 수 있는 대안을 소위 ’샐러드 그릇(salad bowl)‘이라 불리는 다문화정책에서 찾았다. 하지만 이제 한 발 더 나아간 진보적인 문화예술교육정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국제교육·예술정상회의 소회의
2006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개최될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World Conference on Arts Education)의 준비를 위한 ‘국제교육 예술정상회의 소회의(International Mini-Summit on Education and the Arts)’ 및 ‘2005 교육 예술 심포지엄(Backing Our Creativity ; National Education & the Arts Symposium 2005)’ 참가를 위한 4일간의 일정에는 김주호 원장(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황현정(문화관광부 문화예술교육과) 그리고 필자가 함께 참여하였다.
우선 소회의는 지난 9월 11-12일 간 호주 멜버른에서 열렸다. 이 회의는 호주예술평의회(Australia Council for the Arts)와 IFACCA(International Federation of Arts Councils and Culture Agencies)1), 빅토리아주 예술국(Arts Victoria)이 호스트를 맡아 진행되었으며 초대된 16개국 32명이 참가하여 열띤 논의를 벌였다.
이번 회의는 2일간 각국 대표들이 참가하여 각국의 문화예술교육 관련 현황과 정책에 대한 정보공유 및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에서 다루게 될 이슈와 주제를 결정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되었고 다음의 문제들에 대한 열띤 논의들이 이루어졌다.
– 예술교육의 효과는 어떻게 증명될 수 있는가?
– 학교 및 문화예술 단체 기관에 예술교육의 효과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 예술교육 정책과 프로그램의 수행평가에 있어서 고려할 점은 무엇인가?
– 예술교육의 창조성과 혁신은 어떻게 증대할 수 있는가?
– 국제적인 연구와 네트워크 등의 협력은 어떻게 조율하고 지원할 것인가?
또한 이 회의에는 최근 유네스코 회원국 대상으로 각국의 문화예술교육 현황을 연구한2)시드니 기술대(the 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의 앤 뱀포드(Anne Bamford), 폴 게티재단(J Paul Getty Trust)의 켄 로빈슨 경(Sir Ken Robinson)이 참석하여 각각 연구결과와 강연을 맡았다.
회의 첫날은 참가국별로 문화예술교육 환경과 정책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고, 뱀포드 교수의 예술과 교육에 관한 연구의 결과를 소개하고 이에 따른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그녀는 세계 35개국 어린이와 청소년 교육에 있어서 예술교육 프로그램(arts-rich programmes)의 효과에 관한 분석을 실시함에 있어 어떻게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할 것인지, 프로그램의 수행과 커리큘럼 개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각국의 프로그램의 차이는 무엇인지, 미래를 위한 프로그램은 어떤 것인지에 관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또한 이날 저녁에는 빅토리아주 예술장관이 주재한 와인파티와 저녁만찬이 있었는데, 서로 각국의 정보와 관심사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만드는 자리가 되었다.
이어진 둘째 날 역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빡빡한 회의가 계속 진행되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켄 로빈슨 경은 문화예술교육에 있어서 현재 및 이와 대별되어 새롭게 요구되는 패러다임을 비교분석하여 왜 창조성을 위한 학습이 필요한지 절묘한 대목을 역설하며 참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3)
이어 문화예술교육의 활성화를 위한 다음 네 가지 주제에 의하여 각 분임을 구성하고 논의가 이루어졌다.
1) 예술교육의 질적 평가, 모니터링과 연구의 책임 및 역할
2) 예술교육의 모델/적용, 관련 이해당사자 – 예술가, 문화관련 기관, 교사, 부모, 관련재단, 기업, 문화산업 분야 – 에 대한 훈련과 개발
3) 사회적 구조, 공교육 영역과 그 이외의 영역, 비정부기구, 국제 네트워크, 예술 및 교육관련 부처간의 소통구조 개선에 있어서의 협력과 그 역할
4) 예술교육(문화유산과 국가 정체성을 포함하여)의 가치와 중요성 및 그에 대한 입증, 어떻게 정책을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건전한 토론과 주창
위에서 논의된 내용들은 회의의 결과이다.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에 정식으로 전달될 문안을 정리하는 것으로 소회의는 마무리되었다.
2005 교육·예술 심포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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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지엄 장소인 빅토리아 예술대학 연극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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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의 소회의 일정을 마친 다음날부터는 호주 각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사례와 연구를 조망하는 심포지엄에 참가하였다. 올해 처음 시작된 이 심포지엄은 교육과 예술분야에 관련된 연구, 정책과 실천사례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9월 13-14 양일간 약 250여명의 참가자와 총 48개 프로그램이 4개의 스튜디오에서 진행되었는데, 호주에서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행사의 준비와 후원은 호주연방정부, 교육과학부(DEST), 호주영화위원회, 각 주정부 및 관련 부처 등 교육과 문화관련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협조로 이루어져 부처간의 노력이 얼마간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소회의에서 논의된 세계 각국의 고민 중 하나도 역시 문화-교육을 담당하는 부처 간의 협력과 노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이었고, 이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심포지움에서는 학교에서의 예술, 커뮤니티 파트너십, 창조적 혁신, 교육 리더십의 주제별 프로그램에 참여하였고 총 48개 프로그램 중 참석한 내용을 중심으로 아래와 같이 소개해 본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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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가능한 창조적 교수법
(Sustainable Creative Pedagogy : A Leaderly Way Forward for Australian Education) 첫 번째 참여한 프로그램은 지속가능한 창조적 교수법에 관한 것으로 시드니 기술대에 재직하고 있는 로즈마리 로스 존스턴(Rosemary Ross Johnston)이 발제하였다. 예술과 예술 활동에서 영감을 통해 생성된 핵심적인 활동을 사용하여 가르치고 배울 수 있다는 이론을 제안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다. 진보적이고 영향력 있는 예술교육을 위해 교사들의 역량을 키우고 더 나아가 예술가와 같은 능력을 가지고 계속적인 연구와 창조적인 활동들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들은 창조성과 상상력을 가진 작품 활동을 통해서 그 과정들을 숙련하고, 다양한 재료와 다양한 방법을 접목시켜 창조적인 예술 활동을 토대로 한 결과물을 만들어 가야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 관련 교수법과 조우하기
(Encounters with engaging pedagogy : Arts education for the pre service primary generalist.) 이 발제는 멜번 대학에 재직 중인 초등교육 전문가 제인 버드(Jane Bird), 로버트 브라운(Robert Browyn), 웨스 임즈와 리처드 살리스(Wes Imms and Richard Sallis)에 의해 진행되었다. 일반적인 초등 교사들의 교육을 위해서는 먼저 그들이 대학에서부터 특별한 예술교육프로그램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교사들이 대학 때 배웠던 학습능력을 통하여 가르치기 때문에 대학과정에서 다양한 예술교육이 미래의 초등 교사를 위하여 제공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 예술교육으로 학습능력 높이기
(Evidence of ways that Drama and Music may enhance students`learning) 제목으로 보았을 때 사실 가장 흥미를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 호주 문화원(Australian Council) 교육연구팀의 제니퍼 브라이스(Jennifer Bryce)가 진행한 연구발표로 교육과 과학, 훈련, 의사소통의 부분, 정보기술, 예술교육을 받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함에 있어서 1) 학생들의 학습능력(읽기, 말하기, 쓰기 등)에 대한 영향 2) 예술교육을 통한 학습결과가 구체화 될 수 있는지 3) 학생들에게 특정한 영향을 미치는 예술교육 프로그램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것을 주로 다루었다. 빅토리아주 4개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읽기, 쓰기, 문제해결능력, 기획, 소통 등의 항목수치를 비교하는 등 실험적인 연구를 진행하였으나 괄목할 만한 결과를 제시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상대적으로 예술교육을 경험한 학생들이 학업성취가 높은 것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조사대상 학생들의 가정환경(부모의 학력, 소득수준 등)과 관련된 문화자본적 변수가 고려되지 않아 그 결과를 신뢰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 학교 교육 시스템에서의 예술과 예술행정가
(The arts and administrators in school education systems) 멜번 대학교의 닐 지니렛(Neryl Jeanneret)과 데이비드 포레스트(David Forrest)는 학교교육 시스템에서의 예술과 예술행정가에 관한 내용을 진행하였다. 교육체계의 변화 가능성 안에 있는 관리자의 위치와 학교내 교사, 중심세력, 각각의 전문가와 함께 일하는 이 관리자들의 영향력에 중점을 두었다. 문화예술교육의 제도적 틀 안에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관리자(정책담당자)의 위치와 이런 관리자들이 전문적인 기관, 각 협회, 교사, 고위 경영진들과 함께 일하며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주장하여 참가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 근접조우
(Close Encounters: The Contribution of Dedicated Children`s Arts Centres) 심포지엄을 축하하는 칵테일 파티 장소였던 ‘아트플레이(ARTPLAY’)의 사이먼 스페인(Simon Spain)과 아일랜드의 어린이 문화예술교육센터 ‘아크(The Ark)’ 의 마틴 드루리(Martin Drury)의 시간. 현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계획 중인 어린이 복합문화공간 프로젝트와 유사하여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10년 전 아일랜드 더블린에 유럽 최초로 어린이를 위해 설계된 아트센터가 개관하였다. 이곳이 바로 아일랜드의 ‘아크’. 어린이들을 위한 작품들과 문화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아크의 예술가 거주 프로그램(artists in residence)에 참여했던 사이먼은 몇 년 후 멜번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기증된 시설을 문화예술교육에 적합한 공간으로 개선하는데 참여하여 오늘의 아트플레이를 만들게 되었고 여기서 그는 예술과 놀이를 통한 멜버른 어린이와 부모, 교사를 위한 폭넓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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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플레이에서 어린이들과 예술가가 함께 만든 작품들 |
○ 보호감호 프로젝트
(Report on the Risky Business Research Project)
흥미로운 타이틀이 붙여진 이 시간에는 멜번 대학교의 안젤라 오브리언(Angela O`brien), 크루노 마티낙과 키어스틴 쿨터(Kruno Martinac and Kiersten Coulter)가 3년간 법무부, 빅토리아주 보건부, 예술부 등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예술평의회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진 보호감호 리서치 프로젝트(Risky Business Research Project)의 내용으로 꾸며졌다. 2002-05년까지 3년간 위험에 처한(보호감호를 받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실시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법무부 소속 안산예술종합학교 프로그램과 유사하며 빅토리아주의 도시와 시골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 근래 태즈마니아의 예술교육의 발전
(Recent Developments in Arts Education in Tasmasnia)
이번에는 태즈마니아주 교육부의 담당자가 최근 주의 예술교육의 발전에 관한 현황을 이야기 하였다. 태즈마니아 예술교육기관 교사들에 대한 평가 작업을 다루면서 현장교육과 평가의 모델이 교육과정 진행위주의 커리큘럼에서 사고와 이해 중심의 커리큘럼으로 이행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와 같은 모델을 형성해가는 과정, 교육과 평가, 교육계획에 대한 포괄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예술교육과정정책 발전 방향 및 모니터링, 예술교육과정실행에서의 교수학습방법, 평가와 보고에 관한 사항을 다루었다.
○ 워크숍: 호주를 가로지르는 배우들
(Workshop ; Actors at Across Australia)
심포지엄에서는 몇 개의 워크숍을 다루었으나,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보고자 벨 셰익스피어(Bell Shakespeare)에서 출품한 호주를 가로지르는 배우들(Actors at Across Australia)프로젝트를 선택하였다. 이 팀은 남녀 각 2명으로 구성되었고 몇 개의 팀들이 호주 전역의 학교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공연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사진에서 보이는 몇 개의 배너, 3개의 박스만을 가지고 학교를 찾아다닌다. 별다른 분장이나 소도구는 없고 그저 엠프와 기타, 치마, 칼 같은 소품만 있으면 된다. 이들의 소재는 역시 Shakespeare 작품들로 구성된다. 청소년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소재들, 예를 들어 ‘사랑’ 같은 소재를 몇 개의 작품에서 차용하여 연극으로 구성한다. 연극이 시작되면 이들은 서로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신적인 것, 한없이 아름다운 것, 섹스, 길들이는 것 등이라고 서로 주장하면서 <로미오와 줄리엣>, <말괄량이 길들이기>, <멕베스> 등 작품을 인용하여 현대적인 입맛으로 바꾸어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서 작품의 질적 수준은 차치하고라도 지속적인 교육효과나 효과의 검증, 다양한 레퍼토리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단점이 될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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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지엄의 발제 모습들 |
동시대와 호흡하는 문화예술교육
이번 소회의와 심포지엄의 참석을 통하여 몇 가지 사실들을 확인하게 되었다. 먼저 우리의 문화예술교육의 수준과 역량이 외국과 비교했을 때 별 차이가 없다는 것과, 외국 역시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이 우리의 그것과 유사한 범주에 속한다는 것,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의 긍정적 영향과 결과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증명할 것인가, 교육의 질과 인적자원의 개발 등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내년 3월에 있을 세계대회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져서 국가간의 협력관계와 보다 실질적인 해결방안들이 모색될 것으로 기대한다.
심포지엄은 위에서 소개한 것처럼 호주의 각 지역 사례들로서 주로 단기간 수행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대체로 프로그램에 대한 전반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부분이 취약하였다. 학생, 교사, 참여 예술가 등의 직접적인 반응을 기초로 좋았다, 다들 만족했다는 식의 평가로 귀결되는데, 이러한 방법들은 공감 이외의 측면에서는 제한적인 근거로 밖에 활용될 수 없다. 물론 교육, 문화 두 분야에서의 질적 평가를 어떻게 객관적으로 발현시킬 것인가가 난점으로 여겨져 왔지만, 한정된 재화와 공간, 인력을 기존 분야에서 문화예술교육 분야로 이동해 오기 위해서는 보다 면밀한 분석 작업이 요구될 것이다.
다시 15시간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호주에서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 사례와 창의성의 화두, 그리고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공감하는 뜻깊은 자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빔밥을 주문하면서 ‘고추장 하나 더‘ 를 외쳐야만 할 정도로 너무나 한국적이라 그런지 우리의 문화예술교육의 자리매김이 쉽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과 귀중한 사례 개발, 그리고 정책개발 등에 대한 애착과 번민이 다시 시작되었다.
1)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올해 IFACCA의 회원으로 가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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