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올림푸스홀에서 문화예술을 통한 기업창의학습지원 사업 ARCOM이 주최한 ‘오픈포럼: 창조기업, 예술을 통한 새로운 경영을 꿈꾸다’가 열렸다. 실내를 가득 채운 전문가와 관련 전공 학생들은 오후 1시부터 5시간 이상 계속된 포럼 시간 동안 시종일관 진지한 태도로 강연을 경청했다. 특히 이번 포럼은 질의사항을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 접수함으로써 포럼 현장은 물론 현장 외부 어디서든 실시간 토론이 이루어졌다.

 

 

 

예술과 기술의 상상체: 픽사

 

>포럼 첫 번째 강연자는 미국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의 직원 교육 기관 ‘픽사 유니버시티’ 영화&예술 교육 담당 아드리안 랜프트 씨였다. 세계적인 창의 기업이자 얼마 전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가 설립 및 투자한 회사인 픽사에는 독특한 직원 교육 기관인 픽사 유니버시티가 있다. 직원들을 위한 실무교육기관으로 출발한 픽사 유니버시티는 오늘날 직원 1,200명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교육을 주관하는 기관으로 성장했으며 동영상 교육 시스템과 교육 아카이브 등을 구축했다.

픽사의 근본 가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에 있다고 강조한 아드리안 랜프트 씨는 ‘자주 실패하고 빨리 실패하라’는 픽사의 격언을 소개하며 직원 개인의 의견이 묵살되거나 사장되지 않고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통해 더 좋은 의견으로 성장한다고 말했다. 또한, 세상을 놀라게 한 픽사의 예술적이자 기술적인 성취는 직원 스스로 일을 즐기면서 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소개했다. 만드는 사람이 즐거움을 느끼지 않고서야 결과물이 대중에게 즐거움을 줄 수 없다는 것.

랜프트 씨는 픽사의 창업자 존 레스터 사장이 말한 “예술은 기술에 도전을 주고, 기술은 예술에 영감을 불러일으킨다.”라는 격언을 소개했다. 픽사 유니버시티를 비롯한 픽사의 기업문화는 기술과 예술이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러한 기업문화 위에서 픽사는 다양한 애니메이션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동시에 전 세계 관객의 가슴을 울리는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이어 랜프트 씨는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하며, 직원 개인의 개성이 존중받는 픽사 스튜디오 업무 공간 소개를 했다. 픽사의 업무공간은 사무실이라기보다 하나의 집과 같은 개념으로 같이 어울리며 의견을 주고받는 공동 공간과 개인의 취향대로 꾸민 개인 공간으로 구별되어 있다. 이 공간은 직원이 창의적인 발상을 하고, 다시 이를 공유하고 키워나가는 것에 도움을 준다.

픽사에서는 직원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는 픽사 유니버시티를 통해 직원의 창의성 샘물이 고갈되지 않도록 힘쓴다. 랜프트 씨는 “가장 창조적인 과학자와 엔지니어는 창조적 스토리텔러다.”라는 스티브 잡스의 말을 인용해, 직원의 상상력과 창조적 태도가 업무에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그리고 픽사 유니버시티는 교육 외에도 직원이 직접 만드는 영화 제작(픽사의 업무 결과물과 별개로 직원들끼리 의기투합해 만드는), 전시, 연구, 직원 건강증진 프로그램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평생학습’을 모토로 직원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기업의 가장 큰 자산으로 간주하고 꾸준히 개발해 온 픽사의 사례에 포럼 참여자들은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기업의 경쟁력, 예술에서부터

 

아드리안 랜프트 씨의 강연에 이어 하자센터 창의허브팀의 메테 노른버그 페데르센 기획자가 강연을 시작했다. 메테 씨는 덴마크의 비즈니스 스쿨 ‘카오스필롯’ 출신이다. 카오스필롯은 창의적 시도를 통해 사회를 보다 나은 곳으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비즈니스 스쿨.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창의성이 뛰어난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메테 씨는 덴마크에서는 유제품 회사 등에서 컨셉트 기획 및 디자인을 하였으며 유럽, 중국 등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활동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하자센터 교육 프로그램과 워크숍을 운영하고 있다.

메테 씨는 예술적인 시각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고, 개인의 창의적인 시도를 통해 다른 사람, 나아가 집단과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덴마크 사회적 기업가의 유쾌하고 창의성 넘치는 광고 캠페인과 프로젝트 등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 메테 씨는 이들의 유머러스하고 창의적인 시도가 다른 개인에게 즐거운 영향을 끼쳤으며, 이러한 영향이 모여 사회를 바꾸는 움직임이 되었다고 말했다.

 

잠시 휴식을 가진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이종호 교수, 카이스트 경영대학 장대철 연구교수, 추계예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안성아 교수의 강연이 이어졌다. 창의적인 공간이 주는 영감과 상상력, 그리고 예술기반경영에 대한 전망과 예술적 마케팅에 대한 여러 담론이 소개된 시간이었다. 기업 경쟁력 강화의 열쇠는 바로 예술을 통한 창의적 사고 증진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자리였다. 과거 기업의 성공을 진단하는 척도였던 유형적 자산규모지수에서 벗어나 무형의 자산인 개인의 창의적 성취도에 주목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예술은 개인의 정서를 함양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업의 성장, 그리고 경영의 핵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픽사 유니버시티의 사례를 비롯한 세계 여러 유명 기업의 사례는 이 사실을 증명한다. 공간에 예술성을 불어넣는 것, 경영에 예술적 마케팅을 도입하는 것 모두 경영과 예술 간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자 하는 시도다. ‘오픈포럼: 창조기업, 예술을 통한 새로운 경영을 꿈꾸다’는 경영과 예술의 만남을 고찰하고, 더 나은 결과를 위한 모색이 있는 자리였다.

 

글_ 박세라 사진_아르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