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하지 마세요, 우리 집 벽에 양보하세요!”

 

어릴 적 즐겨보던 혹은 평소 즐겨보는 만화의 한 페이지를 근사한 액자에 걸어두면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민간부문 최초로 ‘전문 만화 아트마켓’이 열렸다. 작가의 손놀림이 그대로 전해지고 작품의 감정이 살아 숨 쉬는 출판만화 원고, 만화 원화, 삽화, 스케치를 직접 보고 구입까지 할 수 있는 만화시장인 것이다. 소장 가치가 충분한 작품을 감상하며 행복한 선택의 고민에 빠지게 하는 <33+Collections 만화아트마켓; I♥Manwha>전시장을 찾았다.

 

학생, 연인부터 가족 나들이족까지!

 

전시장 분위기는 만화에서 풍기는 유머로 가득하다. 학생들의 반짝거리는 눈빛부터 여유롭게 데이트를 하는 연인,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들이 눈에 띈다. 아이들의 손을 잡은 가족들도 유난히 많다. 그 중 참여작가의 팬 사인회가 열린 곳은 특히 사람이 많이 몰렸다. 사인은 물론이고 간단한 캐리커처를 선물하는 작가의 정성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는데 평소 좋아하던 작가와 담소를 나눈 임두환희 씨(서울전문학교 캐릭터디자인과 재학)는 뿌듯한 표정이 역력했다.

 

“저도 작품활동을 하면서 그동안의 경험이나 쌓아온 지식만을 활용하는 데 약간 한계가 있어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여러 작품을 보며 많이 생각이 정리되었습니다. 시각적으로 색감이 강한 스타일의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받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이호작가님의 작은 만남을 통해 얻은 ‘초심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오래 기억하려고 합니다. 생각하지도 못한 선물이 많은 전시장이었습니다.

 

 

졸업 후 다시 마켓을 찾아 마음에 드는 작품을 함께 구입하자며 환하게 웃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만화를 벽에 거는’ 시대가 머지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왜 만화는 순수장르에서 저평가 받을까. 어떻게 하면 제대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만화시장의 인프라 문제일까, 내부 제작 프로세스가 바뀌어야 하나,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 걸까… 작가로써 저도 참 많이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행사는 큰 의미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순수 원화를 갖고 싶다는 동경의 구매 욕구를 일으킬 수 있는 첫 번째 기회이자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작가로써 만화 분야는 팝 아트나 미니멀 아트에 전혀 밀리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앞으로의 만화아트마켓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잠재성을 가지고 있는 만화아트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호작가(출품작: 新 노아의 방주1-동물들의 반란/新 노아의 방주2-노아 동물들을 버리다/新 노아의 방주3-사기꾼 노아)는 관람객들에게 정성들여 캐리커처를 선물하고 즐겁게 소통하는 등의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고의 목표, Sold Out!

 

세계적인 뮤지컬 제작자인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그림을 사기 위해서 음악을 만든다”고 말했다. 그 만큼 그림을 소장하는 것은 재테크(Art-tech)를 넘어 삶을 행복하고 풍요롭게 하는 애호가의 활동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미술작품의 경우에는 2000년 중반기 이후부터 자리를 잡으며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만화작품의 경우에는 저급하다는 선입견과 예술분야로 수용하지 못하고 단지 오락거리로만 치부하는 경향 때문에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우리의 만화원화 시장은 아직 시작단계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가능성이 있다. 탄탄한 기본기와 탁월한 상상력으로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한국 만화원화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33+Collections 만화아트마켓>에서는 이현세, 이두호, 김동화, 백성민, 이희재 등의 주요 작가 33명과 권가야, 석정현, 하일권 등 블루 칩 작가 23명, 만화적 창작력이 뛰어난 현대미술 및 일러스트레이션 작가 9명이 초청 작가로 참여했다. 총 작품 168점이 소장가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가격대가 15만원부터 500만원까지 다양하다. ‘33의 의미’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완성과 완전을 의미하는 숫자로서 이번 행사에서 출품작 모두가 소장가를 만나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고 있다고 한다. 4월 1일 현재 약 40%의 작품에 빨간 스티커가 붙여졌다. 소장가를 만난 작품인 것이다. 앞으로 남은 모든 작품에 100% ‘의미 있는 빨간 스티커’가 붙여지기를 바래본다.

 

 

 

글_이지현 서울지역통신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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