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 명예교사와 함께한 1박 2일


 

지난 10월 3일~4일 양일간 충남 논산 상상마당에서 소설가 박범신 문화예술 명예교사와 대전·충남권 대학생 80명이 함께한 문학 캠프가 열렸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문화예술 명예교사 사업 ‘아주 특별한 하루’의 일환으로 마련된 캠프, 모두의 가슴 속 잊지 못할 1박 2일로 남은 그날의 추억을 아르떼진 황경희 통신원이 전한다.

 

시대의 멘토, 박범신 명예교사와의 만남

 

소설가 박범신 명예교사를 예전부터 무척 좋아했고, 독자의 입장이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으로 박범신 명예교사를 만나고 싶은 생각에 나는 이번 문학 캠프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더불어 문화예술 체험의 기회가 적은 지방권 대학생에게 1박 2일 동안 박범신 명예교사와의 깊이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는 점에 또 하나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10월 3일 찾은 논산 상상마당은 폐교를 이용한 복합문화공간이었다. 잘 정비된 푸른 잔디밭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만화 캐릭터 조각물이 이곳을 찾은 우리를 반겨 주었다. 오전 10시 입소식을 시작으로 문학 캠프의 막이 열렸다. 문학 캠프는 ‘학교’의 형태를 갖췄으며 박범신 명예교사가 ‘교장’을, 그리고 신세대 문인 김현영 작가, 이신조 작가, 이기호 작가, 백가흠 작가가 ‘담임’ 역할을 맡아 참여 학생들의 멘토링을 담당했다.

캠프에 참여한 80명의 대학생은 대부분 서로 모르는 사이. 긴장감과 어색함을 풀어 주기 위한 재미있는 게임이 이어졌다. 낯선 분위기가 조금은 사라지고 서로 웃음을 건넬 무렵, 박범신 명예교사의 작품세계와 사상, 그리고 이번 문학 캠프를 설명하는 강의 시간을 가졌다. 이후 상상마당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체험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북아트, 멀티미디어, 연극, 스토리가 있는 요리 등 오감이 결합한 여러 가지 체험을 통해 문학과 다른 예술분야와의 만남, 그리고 그것이 가져다 주는 시너지 효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상상하라, 꿈꿔라! 문학이 즐거워진다

 

이후 ‘상상문학공장’이라는 첫 번째 공동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4개 조로 나뉜 학생들은 미리 읽어 온 박범신 명예교사의 작품을 다양한 분야에 접목해 새로운 결과물을 창조했다. 이전 시간에 체험한 서로 다른 예술분야의 만남과 융합을 직접 실험해 보기로 한 것이다. 박범신 명예교사의 작품이 참여 학생의 관점을 거쳐 또 다른 결과물로 탄생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각자의 특성과 장점을 살려 다채로운 작품을 만들었다. 몸으로 표현하는 연극, 요리를 매개로 한 ‘맛 요퍼런스(요리+콘퍼런스)’,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를 이용한 단편영화 촬영 등 학생들의 아이디어와 센스가 빛나는 여러 가지 시도가 돋보였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한자리에 모인 박범신 명예교사와 학생들은 오후 동안 작업한 다양한 결과물을 보며 함께 감상하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자신의 작품이 이렇듯 색다르게 변주되는 것을 지켜보는 박범신 명예교사는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참여 학생들 역시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진지함으로 다른 조의 작업물을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발표회를 가진 후 박범신 명예교사와 학생들 간의 문답 시간이 이어졌다. 박범신 명예교사의 선한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실제 성격도 그러한지를 묻는 말에는 “나는 선한 사람이지만, 예민하고 날카로운 면도 있습니다. 한 사람에게 순박하고 선한 모습만 있을 수는 없죠.”라는 박범신 명예교사의 대답이 있었다. 어떤 학생은 ‘연애편지 잘 쓰는 노하우’를 물어보았다. “먼저, 정직해야 해요.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그 마음이 진심인지 속으로 깊이 삭여 보세요. 삭이고 삭여도 절실함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그때 느껴지는 것을 솔직히 쓰면 됩니다. 절실함과 갈망 속에서 사랑이 나오는 것입니다.” 박범신 명예교사의 대답에 학생들의 우렁찬 박수가 터졌다.

문답 시간을 끝내고 박범신 명예교사와 참여 학생들은 옛날 선비들이 즐겨 했다는 달빛 아래 ‘풍류전’을 펼쳤다. 즉흥시를 읊고 떠오르는 문장을 자유롭게 공유하며 서로의 상상력을 북돋우는 자리, 달빛 속 박범신 명예교사와 네 명의 담임 선생님, 그리고 참여 학생들의 모습은 ‘문학’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서로 무척이나 닮아 보였다.

 

 

운명과 필연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

 

다음 날 아침, 새벽이슬을 밟으며 박범신 명예교사와 함께 아침 산책을 시작하는 것으로 하루가 열렸다. 걷는다는 것은 곧 사유하는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명상이 고여 온다. 학생들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도 하고, 박범신 명예교사의 청년 시절은 어떠했는지 질문을 하기도 했다. 박범신 명예교사는 “저는 청년들이 사색을 통해 고귀한 길을 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무엇이든 경험하기를 주저치 말고 힘든 길, 고통스러운 길도 기꺼이 겪어 내는 젊은이가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조언을 건넸다. 이 시간이 끝나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학생들에게 박범신 명예교사는 ‘운명과 필연은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지금 이 자리, 등나무 밑에서 함께한 우리 문학캠프 참여자는 필연적이고 운명적인 인연입니다. 이 만남을 필연이며 운명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여러분에게 달려 있어요. 살아가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오늘 함께 나눈 이야기가 떠오른다면, 그리고 그것이 여러분에게 의미를 지닌다면, 이 만남은 바로 운명적인 만남이 됩니다. 여러분과 나의 인연 역시 필연일 수밖에 없고요. 그러니 이 만남을 잊지 마시고 운명이자 필연으로 만드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앞으로 많이 읽고 느끼고 생각하며 글쓰기에 꾸준히 매진하시기를 또한 바랍니다.” 학생들의 얼굴에 아쉬움과 함께 결연한 다짐의 표정, 그리고 뿌듯한 감동의 미소가 더불어 새겨졌다.

박범신 문화예술 명예교사와 함께한 아주 특별한 1박 2일의 문학 캠프. 마치 우주선을 타고 ‘문학의 우주’로 먼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이번 경험을 통해 글쓰기에 대한 나 자신의 태도가 많이 바뀌었음을 느꼈다. 또한, 취업난에 시달리며 비전을 찾지 못하는 이 시대 젊은이에게 깊은 성찰과 문학적 사유가 현실을 타개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던 기회였다.

 

글.사진_ 황경희 부산 통신원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비밀번호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