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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탄생한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 ‘이야기꾼의 책공연’. 10월 아르떼진 테마기획 세 번째 이야기는 책 읽기를 종합적인 체험으로 확장하는 책공연을 펼치며 개인의 역사를 이야기로 만드는 스토리텔링 작업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야기꾼의 책공연’ 공동대표 김형아 씨와 황덕신 씨에게 들어보는 ‘삶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책’ 이야기가 이제 시작된다.
이야기가 내 안에서 살아 숨을 쉰다
‘이야기꾼의 책공연’은 2007년 하자센터 프로젝트 ‘언니 오빠가 들려주는 치마폭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하자센터에서 활동하는 청소년이 어린이를 위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이야기꾼의 책공연’ 컨셉트가 생겨났다고 한다. 2년여의 현장 경험이 쌓인 후 2009년 1월 사회적 기업으로 발족한 ‘이야기꾼의 책공연’에는 이야기꾼, 기획자 등 19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2007년 당시 기획자로 활동했던 공동대표 김형아 씨의 설명을 들어보자. “책공연이라는 것은 동화구연과도 다르고 아동극과도 다릅니다. 책공연은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업이고요. 들려주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상상력이 결합해서 만들어지는 총체적인 책 읽기 경험입니다.” 이야기꾼이 펼치는 책공연은 어린이에게 널리 사랑받는 이야기책을 몸짓, 연극 등으로 표현하는 작업이다. 기본적으로 책공연은 훈련받은 이야기꾼이 의상, 소품, 음악을 준비하여 하나의 작품을 무대 위에 올리는 것으로 이루어지지만 상황에 따라 이야기꾼의 낭독과 몸짓, 그리고 듣는 사람들의 참여만으로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최근 ‘자기주도적 독서’라는 개념이 중요하게 자리잡았습니다. 책 한 권을 읽어도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소화하여 나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자기주도적 독서법이죠. 저희는 ‘이야기꾼의 책공연’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기주도적으로 독서하여 ‘이야기가 내 것이 되는’ 경험을 가지기를 바랍니다. 그냥 학교에서 읽으라 하니 읽고, 독후감 쓰라 하니 쓰는 그런 독서가 아니라, 이야기가 내 안으로 들어와 자신만의 콘텐츠가 되는 것입니다. 저희가 사용하는 표현대로 한 사람의 삶에 있어 책이 ‘등 비빌 언덕’이 되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공동대표 황덕신 씨는 책공연을 접한 사람이 궁극적으로 ‘나의 콘텐츠’를 갖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이야기한다.
개인의 실천으로 꽃피는 ‘남다른 책 읽기’
‘이야기꾼의 책공연’은 학교, 도서관, 지역 축제 등 책공연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 어디라도 찾아간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놀이와 체험을 통해 책과 친해지는 워크숍을 열어 ‘온몸으로 책을 읽어 내는’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이야기꾼이 어린이와 함께 책 속 이야기를 따라가며 토론을 통해 결말을 만들어 보는 ‘이야기 해결단’, 책을 읽고 동네를 탐사하며 우리 동네를 책 속 무대로, 나와 내 친구의 에피소드를 소재 삼아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하는 ‘이야기 작가단’, 표현(즉흥)과 책, 그리고 이야기라는 세 개의 중요한 요소를 한데 버무려 창의성을 촉발하는 워크숍 ‘몸의 책 작업장’, 이 밖에도 이야기를 삶의 문제로 확장하여 연극을 통해 토론하는 ‘포럼연극워크숍’과 뱃속 아기와 태담을 나누고 서로 소통하는 ‘이야기 태교’, 숲 해설과 이야기가 함께 하는 ‘숲 이야기꾼’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저희 ‘이야기꾼의 책공연’은 사회적 기업으로서 우리의 활동이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었으면 해요. 더불어 이러한 작업이 창조적인 자극을 전하길 바랍니다. 책공연이라는 형식은 상황과 대상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습니다. ‘이런 형식을 갖춰야 책공연이다.’ 혹은 ‘이런 교육을 받아야 이야기꾼이 된다.’는 정해진 방법은 없어요. 개인이 가진 콘텐츠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 콘텐츠가 삶에 어떻게 적용되는지의 여부에 초점을 맞춰 능동적인 책 읽기를 실천하고 더 나아가 내 삶의 경험을 하나의 가치 있는 이야기로 만들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꾼은 개인의 실천적 과정에 함께하며 ‘첫머리’를 잡아 주는 사람이지요.” 황덕신 씨의 설명에 이어 김형아 씨는 ‘이야기꾼의 책공연’이 목표하는 것에 대해 덧붙였다. “이야기꾼과 함께 책을 읽고, 공연을 보는 것이 어떤 기능적인 행위로만 규정되지 않았으면 해요. 저희가 이야기꾼 작업을 통해 추구하는 목표는 개인의 화두가 사회적 과제와 만나는 것이니까요. 책공연이나 스토리텔링 작업은 개인의 이야기가 모두의 것으로, 혹은 모두의 이야기가 나의 것으로 변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책과 삶을 이어 주는 섬세한 숨결
해법이 좋으면 좋은 생산물이 만들어지고, 좋은 생산물은 다시 대중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믿는 ‘이야기꾼의 책공연’ 사람들. 이들은 올해 ‘구석구석 속닥속닥’ 프로젝트를 통해 문화 향유가 어려운 지역이나 소규모 모임, 공부방 등을 찾아 공연을 펼치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만드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공동대표 황덕신 씨와 김형아 씨는 이 작업을 통해 현장과 참여자들의 상황에 적합한 새로운 형태의 책공연이 생겨나고 각 지역 혹은 집단마다 그곳의 특성에 알맞은 ‘현장형 이야기꾼’이 많이 탄생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흔히 ‘책 속에 길이 있다.’고 말한다. 독서가 모든 공부의 토대를 닦는 행위라는 점 역시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책과 개인이 별개로 존재한다면 독서는 의미를 갖지 못한다. 책 속에 있는 이야기가 개인의 고민과 모색에 접속될 때 비로소 이야기는 힘을 가지고 길(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다. 다채로운 오감 체험으로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 그리고 이야기의 진행과 결말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독자의 몸과 마음이 오롯이 책을 흡수하게 돕는 것,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한 사람의 삶과 경험, 사고가 모두 하나의 이야기 되어 그 존재 가치를 찾는 것. ‘이야기꾼의 책공연’이 추구하는 것은 바로 이런 교감과 소통이다. 이들은 삶과 책을 잇는 매개자인 동시에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에 숨결을 불어넣는 집단이다.
글.사진_ 박세라 자료사진제공_이야기꾼의 책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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