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 아트 해프닝 ‘운수 좋은 날’ 현장


 

지난 10월 18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시작한 CC 아트 해프닝 ‘운수 좋은 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가 주최하고 19명의 예술가가 참가하여 애니메이션, 드로잉, 현대음악, 사진 작업을 선보인 이번 아트 해프닝은 여러모로 ‘수상하고 낯선’ 전시임에 틀림없다.

 

창작이 우연을 만나는 순간…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www.cckorea.org)는 저작권자의 권리를 존중하며 지식, 정보, 예술의 공유를 위한 오픈 라이선스인 CCL을 보급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 CCL은 원저작자가 자신의 창작물에 표기하는 것으로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동일조건 변경 허락 등 창작물을 소비할 때 지켜야 할 저작권의 영역을 규정 짓는 약속이다.

“저작권법이라는 것은 창작자들의 권리를 보호해 주는 존재지만, 동시에 자유로운 예술 공유를 방해하고 경색된 시각으로 창작을 대하게 만드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강력한 저작권법 적용이 소위 ‘불펌’이나 불법 다운로드를 감소시키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예술을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이러다 저작권법에 걸리는 건 아닐까?’ 걱정하며 자기 검열과 공포를 느낄 뿐이죠. 이번 해프닝에서는 창작자들의 작업에 CCL을 적용해 사람들이 이것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과정 속에서 작업물이 거듭 변하고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아트 해프닝 기획자인 조인호 씨는 ‘우연’과 ‘창작’이 만난 현장이 바로 이번 ‘운수 좋은 날’ 전시라고 설명한다.

‘운수 좋은 날’에 참여한 19명의 예술가 모두 자신의 작품에 CCL을 적용하였으며, 온라인 웹 사이트에 작업물을 공개했다(www.ccarth.net). CCL에 의거해 밝힐 것은 밝히고, 표시할 것은 표시한 후 작품을 자신의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퍼갈 수도 있고, 작품을 바탕으로 하여 또 다른 새로운 작업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창작이 우연을 만나 기대치 못한 어떤 것을 만들어 내고, 그것이 다시 또 다른 작업의 모티브가 되는 긍정적 순환이 CC 아트 해프닝 ‘운수 좋은 날’의 핵심이다.

 

 

함께할 수 있다면 당신도 예술가

 

CC 아트 해프닝 ‘운수 좋은 날’은 홍학순 감독의 ‘전 우주의 친구들-본능 미용실’ 애니메이션과 작곡가 김범기, 이강규, 성용원, 유범석, 한경진, 최원석이 12명의 일반인에게서 받은 사진과 사연으로 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하는 콘서트, 미술가 김세희, 토끼도둑, 방양이 서로의 작업실 쓰레기통을 뒤져 찾아 낸 드로잉 스케치들로 채워진 ‘탄생의 기원’ 드로잉 전시, 그리고 사진작가 강재구, 고은경, 신은경, 양재광, 양지영, 이일우, 이진우, 조아름, 조재만이 서울, 경기 지역 10개 도서관을 무대로 여는 ‘액자 없는 사진전-사진, 책에서 만나다’ 등 총 4개 분야 19명 예술가의 참여로 이루어진다.

일련의 작업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사람’이라는 점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를테면 애니메이션과 현대음악 작업은 소셜 펀딩(크라우드 펀딩)으로 이루어졌다. 예술가가 자신의 작업 의도와 목적을 온라인에 올리면 이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자금을 모아 주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을 만든 홍학순 감독의 경우 펀딩 투자자 중 일부를 자신의 작품에 출연시키기도 했다. 예술의 시작인 작업 단계에서부터 끝인 대중의 향유와 재생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사람들의 도움은 필수적이었다. 도서관 사진전은 보다 적극적으로 사람들의 참여를 이끈다. 도서관에 소장된 책 속 어딘가에 사진 작품이 숨어 있다. 사람들은 책장을 넘기다 사진을 발견하고, 뜻밖의 놀라움과 의외성을 느낀다. 또한, 사람들은 드로잉 전시에서 미완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아트 해프닝 온라인 웹사이트에서 원하는 드로잉의 완성본을 내려 받아 작품의 ‘완성’을 직접 느끼고 체험해 볼 수 있다.

 

 

‘참여’를 통해 본연의 가치를 찾다

 

“이번 해프닝은 기존의 저작권법에 대한 유의미한 도전, 혹은 ‘우리는 누구나 예술가’라는 생각을 재확인하는 기회라고 보아도 될 것 같습니다. 저희가 바라는 것은 이 작업물이 세상으로 나아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 속에 또 다른 의미를 획득하는 것입니다. 이번 아트 해프닝을 지속적으로 펼치거나, 거창한 사업으로 키워 나갈 생각은 없습니다. ‘운수 좋은 날’ 해프닝이 저작권과 예술 향유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그것으로 의미가 있다고 보고요. 누구나 CCL의 가치를 이해하고 자신의 예술을 펼치는 데 적극적으로 변화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획자 조인호 씨와 자원봉사자, 참여 작가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함께함으로써 진짜 ‘가치’를 찾는 예술, 사람들의 참여로 힘을 얻는 예술. CC 아트 해프닝 ‘운수 좋은 날’은 자발적 저작권 운동인 CCL을 바탕으로 참여와 공유가 있을 때 성장하는 예술의 미래를 펼쳐 보이고 있다. 이제, 19명의 예술가가 세상을 향해 던진 ‘창작’이 담긴 유리병은 세상의 물결 속을 넘실대며 헤엄칠 것이다.

 

글_ 박세라 사진_ 박세라, CC 아트해프닝 ‘운수 좋은 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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