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란 나비의 날갯짓처럼 미세한 움직임이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장애-비장애 통합예술교육 현장 ‘나는 나비’ 프로그램을 찾았을 때, 참여한 사람들의 만남이 예술적 나비효과를 가져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다양한 예술적 시도로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경계를 뛰어넘은 통합예술교육 현장 ‘나는 나비’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나는 나비, 어제는 요리!

 

장애-비장애 통합예술교육 ‘나는 나비’ 프로그램은 애벌레가 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가는 과정, 즉 ‘우리 삶’의 이야기를 무대에서 꽃피우기까지의 과정을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다. 서울에 위치한 새빛맹인재활원에서 진행되는 이번 프로그램은 총 4회에 걸쳐 6명의 시각장애인과 6명의 비장애인이 짝을 이뤄 함께 진행한다. ‘나는 나비’의 기획자들은 서울문화재단 TA양성과정 후, 후속연구모임을 갖고 있는 예술강사 4명. 이들은 자율적 연구모임을 만들어 그 이름을 ‘JAMUS(재머스)’라 하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JAMUS란 ‘재미’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함께 자유스레 합주한다는 뜻의 음악용어 ‘잼’과 우리들이라는 의미의 ‘어스’를 합친 단어이기도 합니다. 함께 연구하는 사람도 재미있고 다른 이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하자는 뜻을 담았고요. 각자의 예술분야를 가지고 마치 합주하듯 하모니를 만들어 보자는 뜻으로 이름을 지은 것도 있습니다.” 재머스 팀장인 안령 공예예술강사가 팀 이름을 설명한다.

오늘은 ‘나는 나비’의 두 번째 만남. 현장에 참여한 ‘짝꿍’ 박근애 만화애니메이션예술강사와 시각장애인 김명희 씨에게 교육 소감을 묻자 뜻밖에도 ‘요리’ 이야기가 나온다. “향기 주머니를 가진 ‘내 짝꿍’을 찾아 향기로 파트너를 확인해 보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어제는 짝꿍과 같이 꽃 모양 샌드위치를 만들었어요. 손으로 뭔가 만들어서 같이 나눠 먹는 것이 맛있었고 재미도 있었어요.” 통합예술교육프로그램에서 요리를 했다니, 다소 의외의 이야기에 궁금증이 생긴다. 샌드위치 요리를 프로그램에 흡수시켜보자는 기발한 제안을 했던 현아람 무용예술강사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있어 미각, 후각, 촉각은 무엇보다 예민한 감각이라고 생각했어요. 향기와 맛을 통해 ‘나는 나비’ 프로그램을 맛있고 즐거운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요리 과정을 프로그램에 제안했지요.” 참여자의 반응이 좋아서 무척 뿌듯했다고 소감을 밝히는 현 강사는 ‘향기의 기억과 맛의 즐거움’으로 프로그램이 기억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는 나비, 오늘은 소리!

 

1차 프로그램이 요리를 통한 오감체험이었다면 2차 프로그램은 전통악기 연주를 통한 오감체험이다. 세계 각국의 민속악기가 현장에 놓였다. 딱히 어떻게 하라는 지도가 없어도 각자 악기를 연주하며 소리를 들어보기에 여념이 없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나는 악가, 아프리카 피아노라고 불리는 손가락 악기, 1m가 넘는 기다란 나팔 모양 악기, 비 내리는 소리가 나는 악기 등 다양하고 새로운 악기들이 이채롭다.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권소정 연극예술강사는 악기가 가진 소리를 탐구하고, 나만의 방법으로 악기를 연주해 새로운 소리를 내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었다. 12가지 다양한 민속악기는 프로그램 진행에 따라 본래의 소리뿐 아니라 또 다른 소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뒤이어 시작한 활동은 ‘새 피리 대화’. 이 새 피리 활동은 연구원들이 한 워크숍(뮤뮤스쿨)에 참여했다가 매우 느낀 것이 많아 프로그램에 흡수시켜 연극적 요소를 가미했다고 한다. 활동의 내용은 각자 새 피리를 만든 후 짝꿍과 새 피리 소리를 통해 교감하고 대화하는 것이다. 진행자의 상황설정에 따라 제각기 역할을 맡은 참여자들은 새 피리 소리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랫동안 짝사랑한 사람에게 떨리는 마음으로 고백하는 상황,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억지로 선을 보는 상황, 시장에서 물건값을 흥정하는 상인과 손님 등 재미있는 일상 속의 순간이 새 피리 소리를 통해 재현되었다. 최연소 참가자인 연극학도 배성종 씨는 최연장 참여자인 박창광 씨와 짝꿍을 이루었는데, 이들 두 사람에게 주어진 상황은 바로 ‘아버지 지갑에서 돈을 슬쩍 하다 걸린 아들’. 배성종 씨의 새 피리 소리가 떨리고 긴장된 소리라면 박창광 씨의 새 피리 소리는 단호하고도 부드러운 타이름이 있는 것처럼 들려 재미를 느끼게 했다. 참여자들은 “새 피리 소리가 사람의 음성처럼 들린다.”며 언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뜻을 전달할 수 있는 새 피리 소리 활동에 흥미를 표시했다.

 

 

이어진 활동은 대중가요 ‘나는 나비’ 가사에 나오는 9가지 단어인 ‘애벌레, 날개, 상처, 사랑, 거미줄, 세상, 나비, 노래, 거울’을 이용한 이야기 만들기. 두 팀으로 나뉜 참가자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그 내용은 전혀 달랐다. 이후 만들어진 이야기를 세 장면으로 나눠 짝꿍끼리 각기 한 장면씩 선택, 여러 전통악기의 소리로 그것을 표현해 보는 작업이 이어졌다. 팀별 작업을 내레이션과 악기 소리로 표현해 보니 이 자체로 훌륭한 한 편의 짧은 연극이 된다. 전통악기 연주가 멋진 연극까지 이어질 수 있다니, 이것이야말로 예술적 나비효과가 아닐까 감탄이 생긴다.

 

나는 나비, 내일은 우리!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권소정 연극예술강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을 짓지 않고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누군가를 치료하거나 교육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같이 열심히 함께 느끼고 탐구해 보자는 마음을 가졌지요. 저희의 모색이 이렇게 현실화되어 눈앞에 보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공감대 형성을 하고 끊임없이 연구할 거에요.”라며 각오를 밝혔다.

이 프로그램의 모티브이기도 한 대중가요 ‘나는 나비’의 가사 한 구절이 생각난다.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노래하며 춤추는 아름다운 나비. 예술 안에서 장애의 벽을 뛰어넘어 자유롭게 노래하고 춤추는 기쁨을 맛볼 수 있도록, 장애와 비장애의 간격이 나비의 날갯짓으로 가까워져 ‘우리’라는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도록 하는 ‘나는 나비’ 프로그램이 앞으로 더 발전하기를 바래 본다.

 


 

글.사진_ 이지현 서울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