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3일 경기도 가평고등학교에서는 현대무용가 안은미 문화예술 명예교사와 가평고등학교 학생들이 함께한 렉처콘서트 ‘스무 살의 사.춘.기(사랑, 청춘, 기회)-몸으로 소리치는 무용’이 진행되었다.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줄 안은미컴퍼니의 댄스타임을 시작으로 엉덩이는 들썩이고, 어깨춤이 절로 나며, 추운 겨울에도 후끈 달아올라 창문을 열어젖히게 만들었던 그 요동치는 현장의 모습을 만나 보자.

글_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대외협력팀 박정숙

파격의 멘토, 한국의 레이디가가,
안은미와의 만남

저녁 7시, 학교는 조용했다. 하지만 어딘지 불량한 기운이 감도는 교복차림 학생들을 따라간 자습실엔, 이제 막 터질 것 같은 기대감으로 가득한 70여 명의 학생들과 한국의 레이디가가로 불리는 현대무용가 안은미 선생님이 살랑살랑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선분홍색 털북숭이 귀마개를 머리에 꽂은 안은미 선생님은 “여러분, 춤은 무릎만 접었다 폈다 하면 누구나 출 수 있어요. 이렇게요~”라며 엉덩이까지 흔드시는 선생님의 모습은 학습에 지친 학생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이어진 댄스무대, 그 불량한 교복의 학생들은 다름 아닌 안은미컴퍼니의 댄서들이었다. 개인 및 단체 댄스를 통해, 심오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무용이 아닌 학생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친근한 댄스를 선보이는 안은미컴퍼니에 학생들은 손뼉을 치고, 환호를 질러 화답했다.
손짓하나, 몸짓하나 그 어느 동작 하나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던, 여느 학교 자습실에서도 볼 수 없는 High-Quality의 댄스타임이었다.

춤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두려움에서 열광으로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었다. 단지 손바닥을 마주쳐 박수를 친 것만으로 열이 났던 학생들은 그 유명한 산악용 점퍼를 벗어 던지고 본격적으로 수업에 임했다.

처음에는 관심 없는 척, 무표정한 얼굴로 ‘어디 한번, 우리를 움직여 보시지!’라고 하는 듯 머뭇거리던 학생들이었다. 하지만 원더걸스의 ‘Be My Baby’라는 곡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고, 손으로 얼굴을 쓸어 올리며, 엉덩이를 흔들고, 두 팔을 하늘 위로 힘껏 찌르는가 하면, 좁은 공간을 이용해 몸을 비틀어대는 학생들의 얼굴에서는 연신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꽤 어려운 동작들도 학생들은 곧잘 따라 하는가 싶더니, 이내 몸에 리듬을 실어 자신의 동작으로 만들어 표현하기 시작했다. 스스로의 표현능력에 신이 났는지, 학생들은 서로의 동작을 보며 칭찬을 해대고,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더니 선생님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가평고등학교의 밤은 깊어갔다.

아쉬움, 안은미 선생님과의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재미있었어요?”라는 안은미 선생님의 질문에 “네!”라고 소리치는 학생들의 대답이 더욱 우렁차게 들렸던 것은 비단 필자 혼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친근함과 소통을 우선시하며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따뜻한 체온을 나누고, 눈길을 마주치며 ‘우리 친해지자’라고 먼저 손길을 건넨 안은미 선생님의 노력과 정성이 낳은 값진 결과일 것이다. 학교폭력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는 요즘, 안은미 선생님은 그 문제에 대해 어른들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어른들이 학생들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학생들은 덜 외로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제, 아이들은 다시 일상과 학교생활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겉으로 보기엔 그들에게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문화예술교육이 어디, 지금 당장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하는 것인가. 짧은 시간이지만, 동시대 최고의 무용가를 직접 만나 함께 신명 나는 시간을 보낸 경험을 간직한 학생들의 미래의 위한 것이다. 안은미 선생님과의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는 학생들에게, 그녀는 다음 공연에서 만날 것을 기약했다. 2월 말, 두산 아트센터로 예정된 공연에서 또 만나자고, 학생들은 꼭 그 공연을 보러 가겠다고 말하며 자습실을 빠져나갔다. 선분홍 빛으로 물든 학생들의 얼굴이 마치 안은미 선생님의 귀마개 색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