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장비를 갖추기 위한 준비

은빛 겨울 풍경이 고즈넉한 남한강변, 흐르는 물조차 살얼음 밑으로 숨어들어 작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듯 조용하기만 한데, ’2012년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상반기 연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 한 장이 바람에 펄럭이며 손님맞이에 부산하기만 하다.

1월 30일부터 시작된 2012년 학교 예술강사 상반기 연수에는 1천여 명의 강사들이 연수에 참여한다. 2월 9일은 연수 분야 중, 연극, 만화애니메이션, 영화 신규 강사들 270여 명이 입소하는 날이다. 전날만 해도 작업복으로 연수 준비에 여념이 없던 스텝들이 의복을 갖춰 입고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오후 1시 입소식을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 새벽부터 대중교통 혹은 승용차를 이용해 경기도 양평의 코바코연수원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입소 등록과 함께 3박 4일 동안 이어질 묵직한 강의 자료집을 건네받는 강사들의 얼굴에 아직은 피곤한 기운이 보이지 않는다.

학교 예술강사 연수는 학교에서 예술강사로 활동하는 강사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신규로 선발된 강사들은 2년 동안 140시 수의 연수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기본연수과정에서는 교육학과 전공과목에 대한 연수를 받는다. 예술강사들은 전공분야별로 선발되기 때문에 이미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소양을 지니고 있다. 때로는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연수라는 과정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이미 전문인들인데 연수가 꼭 필요한가?’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등산하려는 사람들에게 등산 장비가 필요하듯 학교예술강사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자질이 있는 것이다.

활력 넘치는 교육 현장

첫날 도착하자마자 입소식에서 간단히 연수안내를 받은 강사들은 여장을 풀 넉넉한 시간도 없이 곧바로 강의를 받기 시작했다. 연수장 운영요원들의 무전기에는 쉴새 없이 강의장마다의 상황이 속속들이 운영본부로 전달되고, 교육강사들을 강의장으로 안내하는 움직임이 분주해지자 정말 연수가 시작된 것이 실감 났다. 방음이 잘되는 강의실이었지만, 강의장 문틈으로는 교육강사들의 열띤 목소리와 때때로 예술강사들의 웃음소리가 쉴새 없이 배어 나왔다. 한 번은 예술강사 한 분이 복도에서 강의장 문틈에 코를 박고 있어 무슨 일인지 걱정스러워 물었더니 연극분야 ‘수업에 활용 가능한 연극놀이’ 수업에서 술래라서 밖에 나와 있다고 했다. 다 큰 성인들이지만,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은 마치 아이들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활발하게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들을 보니 창 밖의 겨울 풍경과는 달리 마치 봄이 온 듯 생명력이 느껴지고, 그동안 연수를 준비하기 위해 힘들었던 시간이 단박에 싹 씻겨 나가는 듯했다. 연수 첫날이었지만, 교육강사들과 함께 예술강사들과 로비에서 토론이 벌이기도 하면서 연수장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갔다.

본격적인 연수가 시작된 이튿날 첫날은 서먹해 보였던 강사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복도를 지나다니며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하룻밤을 함께 보내서였을까? 강사들 사이에 벌써 정이 싹튼 것 같았다. 첫날보다는 한결 여유롭고, 화기애애한 느낌이 묻어났다. 다리를 깁스해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예술강사도 있었다. 조금은 힘겨울 만한데 아랑곳하지 않고 씩씩하게 강의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니 예술강사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신규 강사에겐 든든한 길잡이,
기존 강사에겐 지식 다지기

교육강사의 열정 또한 연수에 참여하는 예술강사의 열정 못지않다. 대학강단에 서는 교수 또는 현장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있는데, 강의 전부터 철저히 강의에 쓸 재료들을 누차 요청하거나 확인하고, 학교 현장에서 교육할 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손수 필요한 자료들을 담아 여러 개의 가방을 들고 오는 분도 있었다. 연수원에는 십여 개의 강의실이 있는데 연극, 영화, 만화애니 분야별 강사들로 꽉꽉 들어찼다. 강의는 교급에 따라 선택과목에 따라 분반이 나누어져 강의가 진행된다. 그렇다 보니 많지는 않지만, 본인의 강의실을 잘못 찾는 사람들도 있다. 이럴 때 스텝들은 분반을 찾아 보내주는 해결사 역할을 한다. 스텝들은 교육강사를 픽업부터 시작해서 갑자기 강의장 형태를 변경 요청하는 경우, 재료를 추가로 요청하는 경우, 수백 장의 복사물을 다급하게 요청해도 스텝들은 해결사가 되어야 한다.

이번 연수에서는 다른 때와 달리 ‘수업현장의 이해’라는 과목이 신설되었다. 학교에 처음 나가는 신규 강사에게는 학교에 대한 이해를 돕고, 기존 강사들에게는 학교현장에서의 어려움을 컨설팅하는 과목으로 예술강사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신규강사들은 처음 학교현장에 나가기 때문에 앞으로 다가올 일이 걱정 반 기대 반이다. 3박 4일 짧은 연수이지만, 신규강사들에게는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주는 연수, 기존강사들에게는 지식과 경험을 더욱 다져나가는 알찬 연수가 되기를 기대해보면서 2012년 연수에 참여한 예술강사 모두에게 새봄의 꿈과 희망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글_ 인력양성팀 임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