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는 세계의 중심에 서있습니다. 세계 45개국 1,345명의 음악치료사가 서울에서 하나가 되었습니다. 지난 5일간, 아니 학술대회를 준비해온 지난 3년 동안 우리는 세계의 음악치료사들을 가슴에 품고 새로운 음악치료의 꿈에 설렜습니다. 나는 여러분이 귀합니다. 음악치료사 모두가 자랑스럽습니다. 우리가 이뤄낼 새로운 음악치료의 꿈에 이번 학술대회는 새로운 출발이 될 것입니다.”

 

– 제 13차 세계음악치료학술대회 최병철 조직위원장

 
 

아시아 최초! 서울에서 만난 세계 음악치료사

 

특별했다. 아시아에서 최초였기 때문이다. 세계음악치료연맹이 주최하는 행사로 3년마다 각 대륙을 돌며 개최되는 세계음악치료학술대회가 지난 7월 5일부터 9일까지 서울 청파동 숙명여자대학교(이하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개최됐다.

 

즐비하게 자리 잡은 알찬 프로그램들로 인해 5일의 일정이 짧지만 굵게 느껴졌다. 약 200여 개의 연구발표, 라운드테이블, 워크숍, 리서치 발표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매일 2시간씩 열리는 통합세션에서는 ‘음악과 의학’, ‘음악과 특수교육’, ‘음악과 노화’, ‘음악치료연구’ 등의 주제가 다뤄졌고, 7월 6∼8일에는 음악치료 전시홀도 개관했다. 8일에는 숙명여대와 한국음악치료학회가 주관하는 특별 저녁파티와 쇼를, 폐회식에서는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진 한국음악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음악치료로 여는 새로운 가능성

 

열띤 프로그램 중 기자는 7월 7일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진행된 ‘음악과 특수교육’ 현장에 참여했다. 백주년기념관 2층 삼성컨벤션센터에서 본 행사가 치러졌으며, 6층 신한은행홀과 8층 한상은라운지에서는 영상강의가 이루어졌다. 각 층 모두 세계 각국의 음악치료사들이 입추의 여지 없이 들어차, 이들이 가진 음악치료에의 열정을 대변해줬다.

 

호주에서 활동하는 Catherine Threlfall 박사를 비롯해 미국의 Clive Robbins, 한국 김영신 박사, 그리고 미국과 태국에서 활동하는 Dena Register 박사 등 각 나라에서 활약하는 총 네 명의 강연자들은 몸담고 있는 지역의 음악치료적 의미와 비전, 세션의 예와 효과성에 관한 프리젠테이션을 펼쳤다.

 

특히, 미국 Clive Robbins 박사가 선보인 자료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사회부적응으로 고충을 겪는 이들을 조합해 펼친 즉흥연주 세션을 영상에 담아 소개했다. 영상 안의 사람들은 일률적으로 타악기를 연주했는데, 맹목적인 연주가 아닌 ‘함께’ 그리고 ‘서로의 소리 듣기’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었다. 세션을 거듭할수록 도전과제는 다양해졌고, 시간을 거듭할수록 음악은 진보됐다. 그리고 이들의 행동은 개선됐다. Robbins 박사는 “음악을 통해서 충동적인 성향을 개선코자 했다”며, “이를 위해 점진적으로 도전과제를 제시했고 그 안에서 서로에게 열린 마음, 존중하는 마음을 심으려는 의도를 담았다”는 설명을 부연했다.

 

한국의 김영신 박사는 ‘특수교육 분야에서의 음악치료 적용’에 관해 발표했다. 그는 동•서양 음악치료의 유사성, 문화를 결부지은 한국적 음악치료의 특성, 지역사회 중심의 음악치료 접근법, 향후 음악치료가 특수교육상황에서 어떻게 발전될 지에 관한 네 가지 지침 등을 강연했다. 특히 “특수교육상황에서 음악치료가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첫째,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변화돼야 하며, 둘째, 음악치료사 근무 여건의 개선돼야 하고, 셋째, 음악치료사들의 입지를 위한 기반 구축, 즉 음악치료에 대한 연구를 좀 더 확고히 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음악치료 전문가들에 대한 전문감독체계 확립해야 한다”는 지침을 피력했다.

 

Dena Register 박사는 음악치료에 관한 서구적 관점을 제시했다. 서구적으로 음악치료는 체계적, 직선적이면서 고도로 훈련되고 규제된 성향이 짙다고 전했다. 그리고 “모든 음악치료사들이 자신이 가진 것을 통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즉, “어느 날은 좋고, 어떤 날은 나쁠지 몰라도, 어떤 환자에게라도 그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조했다.

 
 

 

모두의 뜻을 모아 더욱 발전된 미래로…

 

기간 중에는 세계음악치료연맹 총회도 개최됐다. 연맹은 학술대회 개최, 각국의 음악치료 현황파악, 각국 음악치료 제도 뒷받침, 정보교류, 학술지 발간 등의 일을 한다. 이번 연맹 총회에서는 3년이 임기인 회장 인준절차도 밟게 됐는데 차기 회장으로는 숙명여대 음악치료대학원 주임교수 겸 한국음악치료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최병철 교수가 단독 추대됐다. 최 교수는 이번 제 13차 세계음악치료학술대회에서 조직위원장직을 수행하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번 학술대회는 아시아에서 처음 개최된 것으로서 큰 의의를 갖는다”며 “그동안 상대적으로 느리게 출발한 아시아의 음악치료가 이제 세계음악치료의 중심축이 될 수 있는 전환점이 된 것”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일본만 해도 6,000여명의 음악치료사가 활동하고 있고 중국 또한 매우 높은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따라서 한국은 싱가포르, 홍콩, 타이완 등 다소 늦은 출발을 한 여러 나라들과 함께 음악치료를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다분히 한국적인 고유의 음악치료를 개발하는 것 또한 중요한 숙제다.

 

최 교수는 “음악은 세계만국공통어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선 민족과 문화의 양식에 따라 달라지므로 치료에서 음악의 사용도 달라질 것”이라며 “한국의 음악치료가 서양적 양식으로부터 출발은 했지만 미래의 음악치료는 한국적 개념의 음악치료로 더 발전되어 갈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한국적 음악치료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

 

제 13차 세계음악치료학술대회는 여러모로 우리나라 음악치료계에 의미가 크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동•서양의 철학적 차이를 치료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었는데, 이러한 시도를 통해 한국적인 음악치료의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대회는 15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이뤄낸 한국 음악치료의 놀라운 성장과 발전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글∙사진_ 허소민 서울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