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꽃에 물을 준 글쓰기 수업

 

예술은 일상에서 영감을 얻는다. 일상은 예술이 된다. 문화예술과 일상은 상호공존을 이룬다. 예술가들은 일이 진행되지 않을 때 ‘일상’을 살아가며 영감을 얻는다. 그곳이 도시이건, 산골이건, 섬마을 이건 일상이 있는 곳 어디라도 예술은 존재한다. 가끔 예술이 대단한 무언가라도 되는 양 허세를 부리는 이들도 있다만, 진정한 예술은 서민이 향유할 수 있을 만큼 친근하고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그림<우유를 따르는 여인>처럼, 박경리의 소설 <토지>처럼 현실에서도 있을 법한 상황이 예술로 표현된다. 팍팍한 일상일지라도 예술인 것이다. 다만 깨닫지 못할 뿐.

 

예술은 일상에서 발견하는 것

 

지난 해, 필자는 제주를 여행하며 <일탈, 제주 자유>라는 책을 출간했다. 당시 제주를 생활하듯 여행하며 대형서점 하나 없는 이곳이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문화적 혜택이 적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때마침 한 기업체에서 ‘한 달간 글쓰기 클래스를 진행해 달라’는 섭외를 받았다. 사회공헌 사업을 많이 하는 이 기업은, 대학생에게 대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다양한 클래스, 이벤트, 봉사활동 등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제주의 학생들에 대해 설명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제주도는 아무래도 사람 수도 적고 다양한 경험이나 교육을 받을 기회가 다른 지역보다 적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취업도 공무원 시험이나 각종 은행취업 등에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분명 이런 직업 말고 다른 생각을 하는 친구나 자신만의 꿈을 가지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있을 테니 그들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소통의 틀로 ‘글쓰기’라는 도구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주자고 했다. 그 제안을 받아들이며 필자는 단순히 학생들에게 글쓰기만을 가르쳐주고 싶지 않았다. 꿈을 꾸고, 행동한다면(예를 들어 글쓰기 수업을 신청했듯이) 다른 무언가를 이루어 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안정된 직업도 좋다만, 글쓰기라는 예술행위를 통해 한 발자국만 손을 뻗치면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성취의 기쁨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글쓰기 초보자라는 점과 ‘제주’라는 지역적 특성상 어디에 카메라를 들이대도 멋진 그곳에서 사진이 들어간 에세이집을 써서, 학생들 모두를 공동저자로 전자책 출간을 해주는 것이다. 솔직히 글쓰기는 한 달간 배운다고 크게 달라질 게 아니다. 최고의 글쓰기 스킬을 공개하자면 ‘다독, 다작, 다상량’이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것 말고 왕도는 없다. 제주 학생들이 자신의 삶에서 우러나오는 예술이라는 일상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이 수업을 목표였다.

 

 

또 다른 꿈이 꿈틀대다

 

“사실 제주도는 문화적인 혜택이 적어요. 사실 이 강의를 신청하게 된 계기가 제가 꿈꾸는 분야의 멘토를 만들고 싶었는데, 이걸 제주도에서 어떻게 만날까 고민했어요. 그러던 차에 윤정은 작가님 트위터에서 공지를 보고 신청했어요. 수업을 듣다 보니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도 조금 붙고 초고를 잘 쓸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되고. 무엇보다 수업이 재밌어요.”
소설가를 꿈꾸기만 하고, 실제로 행동하지 않던 제주대학교 1학년생 강지훈(20) 씨는 이 수업을 통해 이제는 꿈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글쓰기를 시작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매 수업마다 어떻게 하면 작가가 될 수 있는지, 작가에게 필요한 자세는 무엇인지를 멘토링 받는다. 멘토를 만나고 싶던 그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안산에서 제주에 온 지 두 달째예요. 제주에서는 문화적 혜택이 적으니까 이런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회가 생겨서 너무 좋아요. 제주 학생들과 같이 공부하고 문화적 교류를 하고 감정적 소통을 하는 게 좋아요. 글쓰기 수업이 끝나면 여기서 끝이 아니고 저희가 출간한 책의 인세를 통해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으니까 더 좋고요.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희 입장에서는 꿈을 실현하고 목표에 한발자국 다가가게 하는 꿈을 이루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상처가 깊던 어느 날 문득,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제주로 생활하러 온 박초희(29) 씨는 오히려 제주로 와서 이런 기회가 닿아 그동안 꿈만 꾸던 일을 실행할 기회가 돼서 기쁘다고 말한다. 그들이 기뻐하니, 수업을 진행하는 필자는 오히려 더 기쁘다. 무언가를 알려 주러 가, 되려 그들의 순수한 열정에 배운다.

“글쓰기가 어려웠어요. 막 학교강의 하는 것처럼 딱딱할 줄 알았는데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쓰니까 쉽게 쓰여요. 재미있었어요.”
김나래(23세)씨는 어려웠던 글쓰기가 이번 계기를 통해 친근하고 쉬운 대상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재능이 꽃피우길 바라며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동기를 가지고 이곳에 모였다. 하지만 그들은 같은 꿈을 꾼다. 우선은 우리들이 만든 책의 인세로 ‘1318 더불어 숲 지역 아동센터’에서 형편이 어려워 책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을 돕는 꿈을 꾼다. 그리고 본인들이 쓴 글이 세상으로 퍼져 나가는 달콤한 행복을 맛본다. 사람이 마음속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으면 평소와 전혀 다른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싱싱하고 순수한 그들의 열정을 바라보며, 이런 느낌이야말로 예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필자가 그랬듯, 학생들은 글쓰기를 통해 어떤 치유를 얻고 꿈을 꾸게 될까? 꽃피는 춘삼월이다.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몽우리들과 제주에서 글을 쓰며, 꽃이 필 수 있도록 물을 주었다. 이제 꽃을 피우는 것은 그들 스스로의 몫이다.

 

 

*제주 학생들이 만드는 전자책은 <청춘은 숙제가 아니라 축제다>라는 제목으로 4월경 출간 예정이다.

 

글_문화예술경영가 윤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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