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애니메이션 PD’라는 다소 특이한 경력을 갖고 계시던데, 어떻게 이 일을 하시게 되셨나요?
A) 어린이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어요.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 맡았던 첫 번째 프로젝트가 애니메이터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이었어요.
작품 프로듀싱에 임할 때는 버거웠던 기억이 대부분인데,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동안에는 확신에 차서 신나게 일했던 기억만 남더군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을 대상으로 마임이스트, 안무가, 연극배우, 해부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강사진을 초빙했어요. 그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재충전하는 과정도 무척 보람 있었어요. 열심히 참여하는 분들의 모습에서 감동도 많이 받았고요. 한국공연예술센터에 입사해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맡게 된 것도 저로선 참 행운인 것 같습니다
Q) 체험프로그램 ‘어린이움직임놀이터’가 <2011 문화예술기관 문화학교 운영사업 우수사례>에서 으뜸상을 받았습니다.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와 상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2011년 여름에 ‘5일간의 움직임 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었어요. 아이들이 디카를 한 대씩 들고 야외를 함께 돌아다니며 풍경 사진을 찍고, 사진 속에 숨겨진 도형을 찾아내고 그 도형을 몸짓으로 표현하면서 짤막한 움직임을 구성해보는 과정이었는데요. 당시 예술교육단체 ‘아츠커뮤니케이션21’ 강사들과 함께 진행했었어요. 이것을 좀 더 긴 호흡으로 구성해서 아이들 스스로 창작해보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마침 문화학교운영사업 공고를 접했고 주저 없이 지원하게 되었지요. 문화예술 체험활동 기회에서 다소 멀리 있다고 여겨지는 학교를 물색하던 차에, 창신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들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수상 이유를 굳이 짐작해보자면 참여대상자인 학교 측 상황과 요구에 최대한 맞추어 프로그램을 최적화했다는 점, 그러는 와중에 자칫 놓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한 고민을 사전에 강사진과 함께 나누면서 준비할 수 있었던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프로그램에 굉장한 특별함이 있었다기보다는, 주어진 환경에 맞추되 최대한 밀도를 지키려는 노력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어린이움직임놀이터’ 수업 활동사진이나 내용을 보니 학생들 모두 정말 잘 참여하고즐거워하는 것이 피부로 느껴집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으신가요?
A) 학급친구들 모두 함께 움직임 활동을 하는 시간에 한 학생이 유독 어색해하고 불안해하더라고요. 모둠별 게임에도 잘 끼지 못했고요. 알아보니 공부를 무척 잘하는 내성적인 ‘모범생’스타일이었어요. 내성적인 아이에게 활동적인 프로그램이 부담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강사들도 그 친구를 억지로 끌어들이기보다는 옆에 함께 있어주면서 ‘참여하고 싶을 땐 언제든 같이 놀자’는 눈빛을 계속 던졌죠. 하지만 끝끝내 적극 참여하는 모습은 볼 수 없어서 아쉬웠어요. 좀 더 긴 시간 동안 만날 수 있었다면 서로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점이 마음에 많이 남습니다.
Q) 프로그램이 미술과 무용이 융합된 프로그램으로 감성과 표현력을 다각적으로 확장시킬수 있는 내용이라 인상적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을 함께한 학생과 강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 ‘아츠커뮤니케이션21’ 소속 강사들과 함께 이번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요. 학급당 3~4개 모둠별로 강사를 배정해서 아이들과 최대한 가깝게 알아갈 수 있도록 애써주셨어요. 그래서 짧은 시간 동안 친숙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강사분들 개개인이 가진 에너지를 모두 쏟아주셔서 든든했지요. 그리고 또 한가지, 기획자와 강사진 사이의 돈독하고 우호적인 관계 맺음도 중요하겠지만 서로 냉정하게 리뷰해서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품평회의 때 강사진 열두 분 모두 참석하셔서 학급별/회차별로 진지하게 리뷰하고 토론했던 시간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서희영 대표님과 강사 선생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 드리고 싶네요.
Q) 다양한 기관에서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한 운영사업, 시범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직접 사업에 참여하시고 진행하시면서 아쉽거나 했던 점은 없으신지요.
A) 사업공고를 보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계대상 학교를 물색하는 건, 순서가 거꾸로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창의적인 커리큘럼을 만드는 것보다도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부분은 바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대상에 대한 사전조사와 이해가 아닐까 싶어요. 지역과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파악하려면 그만큼의 발품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어요. 이번엔 거기에 필요한 사전작업에 충실하지 못해 많이 아쉽습니다. 으뜸상은 받았지만 뭔가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 거죠. 기획안을 먼저 만들어놓고 참여 대상을 찾을 것이 아니라, 평소에 지역의 특색/사람들의 성향과 생활상 등을 살피면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혜안과 애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은 기회였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많은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문화예술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박장대소하며 웃는 모습, 한 곳에 집중하는 모습, 친구들과 어울려 수다스럽게 이야기 나누는 모습… 아직 세상에 나오지도 않은, 그녀의 발품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잘 짜인, 맞춤형 프로그램>이 벌써 기대된다.
한창 외벽 공사 중인 대학로에 있는 한국공연예술센터. 차가운 듯한 겉모습과 달리 막상 안으로 들어가 보면 개성 넘치는 공간들이 관객을 따스하게 맞이한다. <2011 문화예술기관 문화학교 운영사업>에서 으뜸상을 받은 ‘어린이 움직임 놀이터’ 프로그램을 담당한 한국공연예술센터 문화사업부 정소은 씨 역시 반전의 매력을 가진 소유자였다.
글_이지현 지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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