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하는 기자단」이 바라본 2014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5)

2014년 부처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현장을 시민의 눈으로 ‘이해’하고 ‘발견’하기 위하여 시작된 「이발하는 기자단」의 시민 기자 22명이 군부대, 교정시설, 지역아동센터 등 총 46곳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찾았다. 아르떼365에서는 「이발하는 기자단」의 기사 중 6편을 골라 총 6회에 걸쳐 연재한다. 박소영 시민기자가 지역 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찾았다.

 

지역아동센터

 

게임 제작을 통해 배우는
나의 역할, 우정, 그리고 성취감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 땅에 뒹구는 낙엽들까지 스산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늦가을 저녁.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 둘씩 모이더니 어느새 열 명이 넘는 학생들이 자리를 채웠다. 이 날은 문화예술기업 ‘노리단’이 운영하는 청소년 게임영상프로덕션 〈Play, Play, Play>의 후반부 수업이 이루어지는 날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게임의 원리와 기능을 활용한 융합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청소년들이 몰입할 수 있는 미디어를 매개로 학습 동기를 불러일으키고, 어떤 영상을 만들 것인지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성취에 이르게 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취재일은 지난 시간에 만들어 놓은 스토리대로 영상을 촬영하는 과정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오늘 촬영한 것을 연결하고 편집하면 다음 시간에는 완성된 작품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강사의 말에 학생들의 눈빛은 ‘정말?’, ‘와, 신기해!’ 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먼저 역할을 나누고 총감독을 맡은 친구의 지시에 따라 각자의 작업들을 해 나갔다. 배경이 될 그림을 그리거나 등장인물을 그리고 오려서 촬영 준비를 했다. 그런데 학생들의 작업은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배경 그림에 들어갈 연꽃을 그리는데 어디에 어떻게 그려야 할지 총감독의 지시만 기다리는 친구도 있었다. 게다가 이 친구는 자신이 맡은 배경 그림 한 장을 다 그리더니 무척 힘들어 하며 더 이상 아무것도 하려들지 않았다. 작품 전체에 대한 관심이나 친구들의 작업을 도와주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강사는 이런 학생들의 부족한 부분도 다 수용해 주고 격려하는 모습이었다.

 

국영수 과목의 보충이 아닌
온기와 관심의 보충이 필요한 아이들

 

지역아동센터의 학생들은 대개 맞벌이 부모의 자녀로, 가정의 돌봄이 부족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지역아동센터에서는 학생들을 위해 국•영•수 과목의 보충수업을 한다. 그러나 내가 만나 본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국•영•수 성적이 아니라 자기 효능감, 즉 자신에 대한 신뢰인 것 같았다. 기쁨지역아동센터에서는 왜 문화예술수업을 선택했는지 궁금했다.아래는 기쁨지역아동센터 담당자,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는 강사와의 1문 1답.

 

Q. 기쁨지역아동센터에서는 왜 문화예술수업을 신청하게 되었나요?
지역센터 담당자: 아이들에게 지역아동센터는 ‘집’이라고 생각해요. 학교에서도 국•영•수 과목은 가르치고 급식도 주잖아요.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아이들이 그 이외의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었어요. 예전에도 여러 가지 문화예술수업을 해 봤는데요, 한 가지 놀라웠던 것은 센터의 아이들이 자신들의 재능을 드러내는 것이었어요. 우리 아이들의 평소 생활에서는 절대로 찾아볼 수 없는 모습들이었거든요.(하하하) 그래서 문화예술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이 자신도 발견하지 못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Q. 게임을 활용한 미디어 수업을 즐거워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강사: 처음에는 많이 힘들어 했어요. 게임을 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그것을 직접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고, 알아야할 것들도 많다는 것을 아이들도 알게 된 거죠. 인내하는 경험이 많지 않고,자신감도 부족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자신감이 있다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고, 금방 배울텐데 먼저 포기하려고 해서 안타까웠죠.

Q. 청소년 게임영상프로덕션 〈Play, Play, Play〉중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지역센터 담당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는데 아이들이 수업에서 배운 ‘게임 만들기’ 기능을 활용해서 ‘세월호 탈출하기’ 게임을 만들었어요. 그 때 세월호 사건이 아이들의 정서에 얼마나 큰 공포를 안겨주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어요. 이런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서 아이들이 자신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낼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은 보통 아이들보다 결핍의 감정이 더 크기도 하니까요.

Q. 문화예술 수업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은 무엇일까요?
강사: 함께하는 즐거움. 아이들은 모두 배우는 정도도 다르고 느끼는 것도 달라요. 문화예술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도 있지요. 그렇지만 문화예술 수업에 함께 참여하면서 친구들과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날 때 매우 즐거워해요. 그리고 평소에는 친한 친구들과만 지내는데, 공동의 작업을 하면서 전체 아이들과 교류를 하게 되는 장점도 있어요.

Q.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에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지역센터 담당자: 문화예술 수업을 통해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강사와의 만남을 통해 좀 더 다양한 어른들을 만나 보는 기회예요. 가정에서는 양질의 경험을 제공해 주기 어렵기 때문에 지역아동센터에서 좋은 어른들을 만나서 롤모델로 삼을 수 있었으면 하는 거죠. 그런데 가끔 예술 수업은 잘 하지만 아이들에 대한 이해심이나 배려가 부족한 강사님이 있어요. 센터의 아이들은 한 번 마음의 문을 닫으면 복구하기 힘들거든요. 예술에 대해서도 배우지만 어른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좋은 강사님이 오시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취재를 통해서 ‘왜 지역아동센터에 문화예술교육이 필요할까?’ 라는 의문에 조금이나마 답을 얻게 되었다. 문화예술교육은 문화와 예술의 향유라는 핵심가치도 중요하지만 센터의 학생들에게는 감정이 고조되는 즐거운 만남의 장이었다. 학생들은 공동의 작업을 하는 동안 서로 칭찬도 하게 되고 자신의 능력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게임영상의 결과물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이 학생들은 이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앞으로도 함께 하는 즐거움을 찾아 나설 테니 말이다. 지역아동센터의 학생들이 함께 하는 즐거움 속에서 자신과 세상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쌓아나가길 바란다.

김다빈 _ 상상놀이터

박소영 _ 시민기자

 

ㅇ 사업명: 2014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 지역아동센터
ㅇ 주최/주관/협력: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보건복지부
ㅇ 수혜시설: 기쁨지역아동센터
ㅇ 수행단체: 노리단
ㅇ 프로그램 명: 청소년 게임영상프로덕션 〈Play, Play, Play〉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2005년부터 국방부,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경찰청, 통일부 등 여러 정부부처 및 산하기간 협력체계를 구축해왔으며, 군 장병, 수형자, 소년원학생, 아동청소년, 근로자, 북한이탈주민, 의무 경찰 등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다. 현장 수요를 바탕으로 국악, 미술, 음악, 연극(뮤지컬), 무용, 미디어, 문학, 마술 등 크게 8개 분야를 운영한다.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은 매년 공모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의 확산에 기여할 운영단체를 선발하여 교육 참여자들에게 유익한 문화예술 체험, 학습, 이해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14년에는 총 982개 시설에서 1156개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었고, 약 2만 여명의 사람들이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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